[정웅교의 정치분석] 김종인 ‘직업적 비대위원장’, ‘비대위 전문경영인’, ‘정당 부흥사’의 극찬과 독설의 패러독스
[정웅교의 정치분석] 김종인 ‘직업적 비대위원장’, ‘비대위 전문경영인’, ‘정당 부흥사’의 극찬과 독설의 패러독스
  • 정웅교 기자 210ansan@naver.com
  • 승인 2021.03.29 12: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국 정치에 큰 영향과 족적 남겨
- 정치원로, 독설과 폄훼 발언 지양해야...勇將(용장)·智將(지장)보다 德將(덕장)의 면모를
- ‘별의 순간’으로 대선 주자 품평...“윤석열, 지금 별의 순간 포착”, “안철수, 2011년 별의 순간 지나가”, 2016년 “박영선, 큰 별이 될 수도”
▲정웅교 기자
▲정웅교 기자

(경인매일=정웅교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여야를 넘나들며 당 대표격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두 차례나 맡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연패하여 위기에 처한 미래통합당의 비대위원장을 작년 6월 1일부터 맡아오며 당을 개혁하고 체질을 바꾸는 등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 김종인 ‘직업적 비대위원장’, ‘비대위 전문경영인’...국민의힘 비대위원장(2020∼2021년), 민주당 비대위 대표(2016년), 새누리당 비대위원·국민행복추진위원장(2011∼2012년), 새천년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2004년)

예측불허의 야권 서울시장 단일후보 경선에서 김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꺾고 극적인 승리를 함으로써 김 위원장의 리더십과 능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그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

만약 국민의힘이 이번 서울·부산시장선거에서 모두 승리한다면 김 위원장은 그의 주가가 상종가를 치는 가운데 강렬한 여운을 남기며 오는 4월 7일 일단 임기를 마치고 홀연히 당을 떠날 것이다.

그러나 오세훈 후보의 경선 승리와 서울·부산선거 승리는 정부·여당의 실정과 LH투기사태·윤석열 검찰총장 사퇴에 따른 야당의 반사이익이지 김 위원장과 야당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2015년 12월 13일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탈당을 필두로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호남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함으로써 새정치민주연합이 분당사태라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2015년 12월 28일 당명 개정) 문재인 대표가 2016년 1월 27일 공식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면서 김종인 전 의원이 2016년 1월부터 8월까지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아 민주당을 20대 총선 승리로 이끌었고 민주당 집권의 기틀을 만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에 앞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원장 박근혜) 위원을 2011년 1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맡았고,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의 대선 공약과 정책을 총괄하는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을 2012년 9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맡은 바 있다.

김 위원장은 2004년에는 새천년민주당(2000년 1월 창당. 김대중 정부 시절 여당이었으나 노무현 대통령 집권 원년인 2003년 9월 분당으로 원내 제2야당이 됨) 17대총선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으며,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바 있다.

이처럼 김종인 위원장은 ‘경제 민주화’라는 브랜드를 등에 업고 여야를 불문하고 부실 정당을 소생시키고 탁월한 실적을 내는 ‘정당 전문경영인(CEO)’으로 평가받으며 ‘비대위 전문경영인’, ‘직업적 비대위원장’, ‘정당 부흥사’, ‘김종인 매직(마법)’ 등의 별칭을 얻었으며 한국 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큰 족적을 남겼다.

▲ 김 위원장, 그의 브랜드·전유물이 된 ‘별이 순간’으로 대선 주자 품평...극찬과 독설

독일어 Sternstunde(슈테른슈툰데, 별의 순간)는 운명의 시간, 결정적 순간, 빛나는 순간, 인생 최고의 순간을 의미한다.

오스트리아 전기작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별의 순간(Sternstunde)이라는 단어를 대중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1927년 저술한 저서 ‘광기와 우연의 역사’(번역본)는 1996년 국내 처음으로, 이후 여러 차례 발간되었다가 2020년 두 출판사가 완역판을 다시 출간하였다.

이 책의 원제가 ‘Sternstunden der Menschheit’인데 한국어로 번역하면 ‘인류의 별의 순간들’이다. 이 책은 12개의 사람·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동로마 제국의 최후,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의 부활, 나폴레옹의 워털루 전투, 사형 직전의 도스토옙스키, 대서양 해저 케이블 설치, 스콧의 남극점 정복, 1917년 레닌의 귀환 등 세계사의 향방을 결정한 중대한 순간 12건을 그의 독특한 시각으로 서술한 책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거론하며 대선 도전의 기회를 ‘별의 순간’에 비유한 이래 자주 언급하면서 국내에서 널리 대중화되고 익숙한 용어가 됐으며 그의 브랜드, 전유물이 될 정도로 이슈화가 됐다. 또 ‘별의 순간=윤석열’이 되다시피 해 윤석열 전 총장이 ‘별의 순간’ 이슈의 수혜를 입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 별의 순간은 한 번밖에 안 온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별의 순간'이 지금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별의 순간을 제대로 포착하느냐에 따라 자기가 국가를 위해 크게 기여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다"며 "스스로 결심할 거니 내가 구체적으로 얘기는 안 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3월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별의 순간을 포착했으며, 이제 준비하면 진짜 별을 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의 윤 전 총장에 대한 이러한 평가가 언제 바뀔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어 진행자가 “안 대표의 별의 순간은 이미 지나갔느냐. 아니면 이제 오느냐”고 묻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별의 순간’은 2011년 지나갔다고 답했다. 안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의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박원순 변호사에게 양보하고 출마하지 않은 것을 지적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어 안 대표에 대해 “현실을 제대로 인식을 하고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여러 가지 여건이 갖추어졌을 때 제대로 포착해야 한다. 그게 별의 순간을 잡으라는 얘기다. 여건이 형성되지 않고서 혼자서 불쑥 나서면 지도자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 사퇴 이후 2022년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과 관련해서는 “꿈이야 꿈으로 사라질 수 있다.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봐야 알 것”이라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김위원장은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온 이후로 그를 계속해서 공격했고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한 후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오세훈 후보를 돕고 있음에도 그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오세훈 야권 단일후보 선정 이후인 3월 24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대선 출마에 관해 “정권 교체의 장애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독설에 가까운 비판적 전망을 했다.

 ▲ 김 위원장, “박영선 앞으로 큰 별 될 수도 있겠구나” 2016년 3월 격찬, 박영선 페이스북에 “별의 순간. 격세지감입니다”(2021년 3월 27일)

김종인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시절 총선을 앞두고 2016년 3월 박영선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였다.

당시 김 대표는 "제가 박 의원과 인연이 오래된 사람이다. 박 의원과 17대 국회에 같이 들어가 박 의원이 의정 활동하는 것을 보고 '이야 저분이 앞으로 큰 별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앞으로 국회에서 우리 경제의 틀을 바꾸기 위해서도 누구보다도 박영선 의원은 필요한 존재"라고 치켜세운 사실이 최근에 보도되었다.

이에 대해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27일 그의 페이스북에 「“박 의원이 의정 활동하는 것을 보고 '이야 저분이 앞으로 큰 별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5년 전인 2016년, 김종인 비대위원장께서 저의 개소식 축사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네요. 별의 순간. 격세지감입니다」라고 언급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박 후보가 이렇게 언급한 것은 자신도 대선 주자급 거물이라는 것을 홍보하면서 이번 선거 기간에 김 위원장의 자신에 대한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김 위원장이 범야권인 안철수 대표에 대해서는 날선 공격을 주저 없이 했으나 반대 진영인 박 후보에게는 별다른 공격을 하지 않아 정치권에서 그 이유가 궁금했다.

김 위원장이 당시 민주당 비대위 대표로, 박영선 후보는 비대위 위원으로 함께 활동한 바 있어 두 사람 간 상호 우호적인 관계도 작용하고 있지만, 만약 김 위원장이 박 후보를 공격하면 당시 함께 일하면서 있었던 비화를 끄집어내 김 위원장을 공격할 우려도 작용했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 김 위원장, 정치원로·거목으로서 독설과 폄훼 발언 지양해야...勇將(용장)·智將(지장)보다 德將(덕장)의 면모 발휘할 때

김 위원장은 칭찬에는 인색하고 독설과 폄훼가 심하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한국정치계의 원로이면서 현재 제1야당을 이끌고 있는 정치지도자이다.

우리 정계에 영향력 있는 정치원로·거목인 그의 눈에는 비록 타 정치인들이 여러 가지로 부족하고 허점이 많은 사람으로 비춰질지라도, 과거 악연이 있어 다소 감정의 응어리가 남아있을지라도 정치지도자를 꿈꾸고 있는 자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상처를 줄 수 있는 독설과 폄훼를 절제할 필요가 있다.

그의 독설과 폄훼는 일시적으로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그의 정치적 실적·능력과는 별개로 인품을 나타내는 것이며 국민의 신망과도 연결된다. 나이를 떠나 그가 국민의힘의 비대위원장을 10개월 가까이 맡고 있으면서 거의 매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의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은 1∼3% 정도에 그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들이 그를 총체적으로 평가한 결과치인 것이다.

과거 3金 정치지도자들은 어제까지 적대관계·경쟁관계였던 사람과도 화해하고 손을 잡아 동지적 관계로 전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국민들은 그들의 그러한 쿨한 모습을 보면서 박수를 보내고 감동했고 그들을 대통령감으로 평가했던 것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勇將(용장)·智將(지장)으로서 이미 능력을 인정받았고 명성을 날렸다. 이제 더 늦기 전에 德將(덕장)의 면모를 발휘할 때이다. 중국 춘추시대 전략가 손무(孫武) 손자병법에는 勇將은 智將을 이기지 못하고, 智將은 德將보다 한 수 아래라고 하며, 德將은 복이 많은 福將(복장)에게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