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선거자금과 군소후보들의 현주소
[덕암 칼럼] 선거자금과 군소후보들의 현주소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3.30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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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돈과 인맥은 선거에 필수적인 요소다. 오죽하면 낙선 3번이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있을까. 그런데도 한번 도전한 후보는 좀처럼 포기할 줄 모르고 마약에 취한 냥 선거마다 출마하여 곧 될 것만 같은 권력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필자는 지난 시간 적어도 수 백 명의 후보들과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 당선되면 국민의 불행 낙선하면 출마자 한 사람의 불행이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았다.

물론 대부분 예상은 적중했지만 자고로 선거란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을 선출하는 만큼 매우 중요한 사안임에도 후보 개개인의 자질이나 함량보다는 대세만 타면 너도나도 앉을 수 있는 자리다 보니 결국 그 폐해를 국민이 선택하고 국민이 겪게 되는 것이다.

선거에도 돈은 필수다. 말이야 출마해서 특정 표를 얻으면 선관위에서 보전되는 선거자금이 있으니 큰돈 안 들겠다 싶겠지만 이미 선거 수개월 전부터 직·간접적으로 예정 후보들에게 뻗치는 검은 마수(?)는 다양하다.

선거캠프가 차려지면 본격적인 투자가 병행되어야 하지만 간혹 진정한 봉사자들도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막상 시작되면 식대부터 인건비와 홍보비, 유세차량과 임대료는 물론 이래저래 당장 나가는 돈이 한두 푼이 아니다.

여차하면 공식선거자금 범위를 벗어나 선거법에 위반될 수도 있으니 자칫 돈 쓰고 무덤을 파는 경우도 생긴다. 선거캠프의 특성상 후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요즘 사람들이 약아져서 그리 만만치 않다.

여기부터가 문제다. 후보가 당선될 만하면 이권 개입의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의 후원이 줄을 잇거나 뒷돈 거래가 시작된다. 이른바 당선되면 반대 급부를 바라는 자들의 대가성 후원이며 단체들 또한 당선되면 한 자리 달라는 의미로 지지 선언을 자처한다.

대부분 1번과 2번이다. 뿌리치면 표를 잃을 것이고 받자니 여차하면 발목을 잡힐 것이 현주소다.

나름 경험이 풍부한 선거대책본부장이나 책임자급이 구분해서 후원도 받아 먹고 단체에 대한 담보도 해야 하는데 이러다 보니 당선되면 당선자의 모든 비밀이나 거래장부는 물론 얽힌 내막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당선자는 특정 자리에 올라 이들을 챙겨야 하며 간혹 사법부에 꼬리가 잡히거나 내부 제보로 언론에 보도되면 조폭 영화처럼 혼자 독박 쓰고 실형을 살든지 있는 사실대로 불어서 당선무효형을 받기도 한다.

알고 보면 선거 자체가 이러한 문제점을 타고 넘어야 하는데 어떤 방패든 다 뚫는 창과 어떤 창도 막을 수 있는 방패가 공존할 수 없듯 선관위의 개정된 법률안은 걸면 걸리는 이 현령 비 현령과도 같은 그물망이다.

이래서 정당을 끼고 하면 다소 믿는 구석도 생기지만 자칫 선거법에 위배될 소지도 줄이게 되는 것이다. 어렵게 투표 당일까지 버텼다 해도 이미 각종 여론조사와 앞서서 난리 치는 방송사들의 요란에 유권자들의 표심은 어느 정도 정해진 뒤다.

다시 말해 1·2번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처음부터 들러리가 되는 것이다. 심지어 선거 당일 아침부터 출구조사라는 명분으로 1·2번의 경쟁만 실시간으로 떠들어대니 당일 마감까지 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여지마저 초를 치는 행위를 하는 탓에 판단이 흐려지게 되는 것이다.

안 그래도 선거에 그리 관심도 없고 후보들에 대한 정보도 없는 탓에 정당의 색깔만 보고 찍는 게 대다수다. 이러니 무슨 민주주의 잔치라는 말이 어울릴까.

자고로 선거란 공정하고 모든 면에서 객관적인 선택의 여지가 있어야 한다. 공천이 절반 당선이라는 말과 1번이 나머지고 유권자는 들러리나 나름없는 게 현실이다. 각종 통계에 멍하니 끌려가는 형국이다.

무리들이 모여서 자신들 만이 대안이라며 거품 물고 떠들지만 당선되고 나선 어찌 되는지 수 십 번 겪어보고도 또 아무 생각 없이 표를 던지는 게 단순한 국민들이다.

이러니 한국에서 정치 해 먹기란 정당을 끼고 나서야 한다는 공식이 나와 있는 것이고 돈과 인맥에서 빚은 지고 시작하는 후보들이 그 공을 갚아야 하는 보은에서 한 자리도 주고 일거리나 관급 자재 납품 등의 특혜에서 재주껏 챙겨 줘야 살아남는 것이다.

제 아무리 똑똑하고 정치적 철학을 가진 자라 해도 이미 정착한 한국적 선거풍토에서 승리하기란 앉은뱅이 나라에서 서 있는 것이나 진배없다. 필자가 대국민 설명을 시도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선거를 치러야 맞는 것일까. 군소후보들에 대한 검증이나 1·2번이 전부가 아니란 걸 알기에는 너무도 먼 당신이다. 잘해도 유권자 주소로 배송되는 공보물이 전부이며 시작부터 끝까지 존재감조차 알 수 없는 것이 군소후보다.

방송, 신문, 인터뷰, 합동토론회, 그 어떤 통로에도 군소후보들의 입지를 감지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하다. 이러고도 무슨 민주주의가 정착한 나라일까.

요란한 꽹과리 소리에 판단이 흐려진 채 각본에 맞춰진 흐름대로 보고 들어야 하는 난장판, 필자는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게 한국 정치의 현주소라 할 수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했다. 언제까지 패거리 정치문화와 언론의 현란한 장난질에 소중한 표몰이 행진이 이어져야 할까. 비몽사몽 상태로 지연·혈연·학연에 얽매인 선거가 이어지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코 밝을 수 없다.

국민이 정신을 차리지 않는 한 정당정치로 인한 진정한 인재는 선출될 수 없고 그 폐단의 피해는 후손들에게까지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다. 내일은 지도자의 선택 어떤 대안이 있으며 어떤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자.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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