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교의 정치분석] 박영선의 ‘도도한 자기확신감’과 오세훈의 ‘청산유수 달변’, 실언 유발...겸손·진정성 의문으로 역효과날 수도
[정웅교의 정치분석] 박영선의 ‘도도한 자기확신감’과 오세훈의 ‘청산유수 달변’, 실언 유발...겸손·진정성 의문으로 역효과날 수도
  • 정웅교 기자
  • 승인 2021.04.0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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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후보의 당당한 자신감, 큰 지지율 격차에도 Underdog Effect(약자응원 효과) 없어
- ‘도도한 자기확신감’이 실언하면 더 큰 역풍불어...실수엔 겸손한 자세로 인정·사과해야
- 오 후보의 ”만약...한다면 사퇴한다“처럼 단정적 발언·약속, 정치인은 금기시해야
- 토론에서 장황한 중문·복문이 오해 불러...간단명료한 단문, 두괄식으로
- 안철수 대표의 ”말 잘하는 해설사가 아니라, 일 잘하는 해결사가 되겠다“는 말, 정치인 유념해야
▲정웅교 기자
▲정웅교 기자

(경인매일=정웅교 기자)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MBC 앵커 출신으로 민주당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진출하여 4선을 하면서 국회 법사위원장과 원내대표를 역임하였다. 그는 의정활동을 하면서 당시 박지원 의원(현 국정원장)과 콤비가 되어 ‘박 남매’로 불리며 법사위 소관 기관 관계자들을 꼼작 못하게 몰아치고 야단치고 훈계하는 등 저승사자라는 ‘악명’을 날리며 늘 도도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변호사로서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와 인기 방송인 출신으로 16대 국회에 진출하여 17대 총선은 불출마를 선언하고 소위 ‘오세훈법’이라 불리는 정치관계법(정당법,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등)의 개혁 입법을 주도했고, 2006·2010년 서울시장선거에 당선되었다. 그는 거침없는 달변으로 각종 TV토론에서 분위기를 주도하고 특유의 설득력으로 인기를 얻었다.

박영선 후보, 오세훈 후보 모두 자기확신감이 강하고 달변가이다. 단호한 자기확신으로 또는 미사여구(美辭麗句)·청산유수(靑山流水) 달변으로, 타인의 마음을 단기적으로 끌 수 있으나 오래 머물게 할 수는 없다. 유권자는 자신감 넘치는 사람, 말 잘하는 사람보다는 겸손과 진정성이 있고 일 잘할 사람을 선호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말 잘하는 해설사가 아니라, 일 잘하는 해결사가 되겠다”고 한 말을 정치인들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1. 박영선, 그의 강점인 ‘도도한 자기확신감’은 큰 지지율 격차로 지고 있음에도 언더독 효과(약자 응원 효과) 못 얻어  

박영선의 ‘도도한 자기확신감’이 선거에서 득이 될까, 실이 될까. 박영선의 당당하고 단호한 자신감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고 최대의 강점이지만, 선거에서는 경우에 따라 유권자의 거부감·견제심을 살 수 있다.

선거법상 허용되는 마지막(4월 1일)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박영선 후보는 오세훈 후보보다 약 15∼22%포인트 격차(뉴시스 의뢰 리얼미터(3/30, 3/31 시행) 조사 21.5%포인트 격차, 뉴스1 의뢰 엠브레인퍼블릭(3/30, 3/31 시행) 조사 15.4%포인트 격차, 동아일보 의뢰 리서치앤리서치(3/28, 3/29 시행) 조사 22%포인트 격차)로 뒤지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보통의 후보자들은 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읍소 전략으로 동정 표심을 자극하려고 한다.

그러나 박 후보에게는 그러한 모습이 없다. 늘 그랬듯이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쳐있다. 물론 이러한 모습은 지지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투표를 하게 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일반 유권자들에게는 약간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유권자들은 겸손한 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여론조사나 선거에서 언더독(약자) 효과(Underdog Effect)라는 이론이 있는데, 사람들이 개싸움에서 아래에 깔린 개 즉 언더독(약자)을 응원하고 편들며 동병상련을 느끼는 심리 현상으로 약자 동정론 효과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가 지금까지 해왔던 너무 자신감 넘치는 자세는 득보다 실이 많다.

2. 박 후보의 ‘도도한 자기확신감’이 실언 유발...실수 인식 후 겸손한 자세로 인정·사과 필요

박 후보가 자신감과 당당함이 넘친 나머지 최근 실언을 연발하였다. 박 후보는 지난 3월 25일 ‘편의점 아르바이트 체험’ 시 ‘무인 스토어’ 실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홍익대 인근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 체험에 나섰던 박 후보는 기자들에게 “중기부 장관을 하면서 스마트상점과 무인슈퍼를 보급·확산시켰다. 점주에게 이런 것을 건의했다”며 “자정부터 아침 7시까지 무인으로 운영되면, (알바생은) 근무시간이 줄어들고 (점주는) 밤에 올라간 매출만큼 (알바생에게) 더 지불하면 된다”며 “그러면 점주도 좋고 알바생도 좋아진다. 알바생이 덜 피곤하니까 손님한테 더 친절할 것”이라며 비현실적인 얘기를 해 비판받았다.

박 후보는 지난 3월 26일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유세 중에 통번역대학원생 두 명을 만나서도 상황에 맞지 않는 실언으로 또 구설에 올랐다. “일자리가 (그 분야에) 많이 있어요?”라고 묻자 학생들은 “걱정된다”고 답했다.

이어 박 후보는 “그러면 제가 일자리를 하나 소개해드리겠다”며 “보이스루라는 스타트업인데요, 콘텐츠를 올리면 80개국 언어로 번역이 돼요. 자기가 그 통역을 번역해서 올리면 AI가 제일 흐름에 맞는다고 생각하는 걸 선택을 해서 올립니다. 번역 속도가 무지하게 빠른 거죠”며 “직원으로 고용하게 되면 임금 부담이 굉장히 있는데, 플랫폼 형태로 해서 번역을 하니까 번역료도 여러 사람한테 기회가 골고루 돌아가는 거예요”라고 자신감 있게 설명했다.

이 발언이 YTN의 돌발영상 코너를 통해 3월 29일 소개되며 ‘퀴즈: AI 기반의 영상 번역 플랫폼은 통역가에게 좋은 일자리일까? 아닐까?’라는 자막이 나왔고 이슈가 되었다.

4차산업혁명 등 일자리 없는 기술 발달로 일자리가 줄어든 이들과 대화하면서 ‘인공지능(AI)’, ‘디지털’, ‘무인자동화’ 등의 효용성을 강조한 박 후보에 대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동문서답을 한다”, “중기부 장관을 하면서 알게 된 설익은 지식을 뽐내려다 실수한 것이다”,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된다는 마리 앙투아네트급 발언이다”, “본인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잘 모는 것 같다”는 등 네티즌들과 야당의 비판이 잇따랐다.

그러나 박 후보는 앞의 두 가지 발언을 실언으로 인정·사과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기에 급급한 태도를 보였다.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솔직·겸손하게 인정·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잘못하고도 말을 돌리고 괴변으로 변명하는, 철면피한 모습에는 분노하고 결코 표를 주지 않는다.

박 후보는 TV토론에서 코로나19 방역 관련 과거 기사를 잘못 인용했다가 3월 31일 정정했다. 3월 30일 밤 진행된 2차 TV토론회에서 오 후보는 "정부의 무능으로 백신 확보가 늦어졌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대한민국 접종률은 1.6%로 전세계 105등을 기록했고, OECD 꼴찌인데, 박 후보가 '백신 접종속도 4위'라는 말로 호도할만한 상황인가"라고 몰아세웠다. 이에 박 후보는 “오늘 일본 언론이 이스라엘 총리에게 '가장 먼저 백신 집단면역을 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더니, 이스라엘 총리가 '한국에서 배웠다'고 답했다고 한다”며 “이 답변으로 다 설명을 드린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받아쳤다.

그러나 이스라엘 총리가 이 발언을 한 것은 1년 전인 2020년 3월 30일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박 후보 측은 “박 후보에게 지인이 페이스북에 링크된 기사를 보내줬는데, 날짜만 보고 연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착각한 것이다. 혼선을 빚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3. 오세훈, 그의 강점인 거침없는 달변은 진정성 부족으로 비춰질 가능성...“기억 앞에서 참 겸손해야 한다”는 표현은 오히려 ‘언어의 유희’ ‘말장난’으로 여겨져 역효과 불러와
 
오세훈 후보는 법률가로서 거침없는 청산유수 달변이 그의 강점이면서 약점이다. 그는 16대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여러 방송에서 방송을 진행하거나 패널로 나와 달변가로 명성을 날렸고 이것이 국회의원, 서울시장 재선이 되는 가장 큰 동력이 되었다.

막힘없이, 논리적으로 물 흐르듯이 말을 잘하는 것은 부러움을 살만한 재능이고 강점으로 평가받지만, 진정성과 인간미가 부족한 것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가 있다. 대부분의 TV 방송국이 메인 뉴스 또는 시사프로그램의 앵커로 말 잘하는 아나운서를 쓰는 경우가 많지 않은 이유가 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 양김(兩金) 시대에 DJ는 달변가였고 YS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달변가 DJ에게는 ‘신뢰성·정직성’ 여부의 문제가 늘 따라 다녔고, 그의 반대자들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며 그를 비판했다. 비달변가 YS에게는 ‘정책능력’ 여부의 문제가 늘 따라다녔고, 그의 반대자들은 ‘무능하다’며 그를 비판했다.

오 후보가 이번 선거 기간에 내곡동 처가 땅 관련 거짓말 논란과 2009년 용산 참사 관련 ‘폭력적인 저항’ 발언 논란을 일으킨 이면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오 후보의 달변이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오 후보는 2005년 6월 내곡동 측량 현장에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지난 3월 29일 MBC ‘100분 토론’에서 “기억 앞에서 참 겸손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후에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사실을 인정한 것 아니냐'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오 후보는 "이게 16년 전에 있었던 일"이라며 "인간의 기억력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오 후보는 3월 31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에서 '내곡동 처가 땅 개발 개입' 의혹에 대해 "시장 재임 시절 제 마음속에 처가 내곡동 땅이 자리하고 있지 않았다"고 했다. 오 후보는 이 문제가 첫 제기됐을 때 "존재조차 몰랐다"는 해명으로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에 "그런 지적에 반성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땅이) 제 의식 속에 없었다. 이렇게 정확하게 표현했으면 참 좋았을 뻔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 후보가 MBC ‘100분 토론’과 관훈클럽토론회에서 각각 말한 “기억 앞에서 참 겸손해야 한다”, "(내곡동 땅이) 제 의식 속에 없었다" 등의 표현은 오히려 ‘언어의 유희’ ‘말장난’으로 비춰져 논란을 일으켰고 역효과를 가져왔다.

4. 오 후보 “만약...한다면 후보 사퇴하겠다”는 단정적 호언으로 민주당의 거센 사퇴 공세 받아, 용산참사 관련 “철거민 폭력 행위” 언급으로 곤욕...다음 날 사과·해명

오세훈·안철수 두 사람이 3월 16일 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TV토론에서 오세훈 후보는 “이건 주택국장 전결 사항이었기 때문에 저는 시장이지만 전혀 몰랐다”며 “만약 민주당에서 문제 제기하는 것처럼 제가 이 지역에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는 데 관여했다면 부당한 압력, 지시받았던 서울시 직원이나 SH공사 직원은 바로 양심선언 해달라. 그럼 저는 바로 후보 사퇴하겠다”고 호언했다.

오 후보의 이 발언이 빌미가 돼 민주당과 박영선 후보가 계속해서 오 후보 사퇴 공세를 하고 있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오세훈 후보가 2009년 1월 20일 발생한 ‘용산참사’(철거민 등 5명·경찰 1명 사망, 24명 부상)에 대해 3월 31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한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자 다음 날 해명하고 사과했다.

오 후보는 이날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용산참사는 재개발 과정에서 그 지역의 임차인들이 중심이 돼, 전국철거민연합회라는 시민단체가 가세해 매우 폭력적인 형태의 저항이 있었다. 쇠구슬인가 돌멩이인가를 쏘면서 저항하고 건물을 점거하고, 거기를 경찰이 진입하다가 생겼던 참사다. 과도한, 부주의한 폭력 행위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력 투입으로 생겼던 참사"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재건축ㆍ재개발이 주택 공급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 하더라도 진행 과정에서 임차인의 권익이 최대한 보장되는 형태로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됐어야 바람직한 행정이었다. 극한 투쟁과 갈등의 모습이 나타난 건 분명 책임감을 느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번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렸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 토론회에서 용산참사를 불행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유감을 표명하면 간단히 끝날 사안이었다. 그러나 그는 당시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농성 철거민들의 폭력 행위’를 불필요하게 언급했다. 이것은 그가 용산참사를 양비론적으로 보는 시각, 평소 어떤 사안을 기승전결 식으로 길게 설명해가는 언어습관과 달변이 낳은 실수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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