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민심 확인... 與, 서울·부산 동시 참패
성난 민심 확인... 與, 서울·부산 동시 참패
  • 윤성민 기자 yyssm@naver.com
  • 승인 2021.04.0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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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부산시장/뉴스핌
박형준 부산시장/뉴스핌

(경인매일=윤성민기자)4.7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전국적 참패를 맛봤다. 이번 선거에서 맛본 더불어민주당의 패배는 결국 성난 부동산 민심과 180석 거대 여당의 독주에 국민들이 건 제동으로 보인다.

20대 대선을 11개월 앞둔 상황에서 실시된 보궐선거인 만큼 문재인정부의 레임덕 가속 또한 불가피해 보이며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조차 더불어민주당의 독주에 제동이 걸렸다.

7일 실시된 재보궐선거는 총 11,362,170명의 선거인 중 6,448,681명이 선거에 참여해 56.8%의 투표율을 보여 역대 재보궐선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7년 치러진 재보선과 2019년 치른 재보선의 투표율은 각각 28.6%, 48.0%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번 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투표율로 표출된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57.50%를 얻으며 39.18%를 얻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크게 눌렀다.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는 1.07%, 52,107표를 얻어 약진했으나 3위에 그쳤고 여성의당 김진아, 기본소득당 신지혜, 무소속 신지예 후보가 각각 0.68%, 0.48%, 0.37%로 그 뒤를 따랐다.

부산시장 선거는 그 차이가 두드러졌다. 국민의힘 박형준후보가 62.67%를 얻어 34.42%를 얻은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를 28.25%p차이로 크게 따돌렸다.

야당의 약진은 서울과 부산에 그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광역의원과 기초단체장까지 '싹쓸이'선거를 이뤄냈다. 지난 총선 당시 파랗게 물들었던 전국 지도는 이번 선거에서 빨갛게 돌아섰다.

울산 남구에서 국민의힘 서동욱 후보가, 의령군에서 국민의힘 오태훈 후보가 당선됨은 물론 시·도의원 선거에서도 8개의 선거구 중 5개를 국민의힘이 휩쓸었다. 

이미 출구조사에서부터 넉넉히 앞서나가던 국민의힘은 선거 개표 초반부터 두자릿수 이상으로 앞서가며 전체 개표를 리드해갔다. 이번 선거를 통해 여권의 정권 재창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휴일이 아니었음에도 이토록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상기할 만 하다. LH 직원들의 투기사태와 성난 부동산 민심을 잠재우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은 결국 연이은 대국민사과에도 참패를 면치 못했다. 정권 심판론이 힘을 얻은 것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4.7보궐선거의 승리를 공식 선언하며 "오세훈 후보와 박형준 후보의 당선은 서울과 부산 시민의 상식의 승리"라며 "앞으로 국민의힘은 국민들의 정서에 부합하는 정당으로서의 최대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 승리를 내년 대선의 교두보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오세훈서울시장/뉴스핌
오세훈서울시장/뉴스핌

 

오세훈 당선인은 "지난 5년동안 일을 할 때는 머리로 일을 했으나 앞으로는 뜨거운 가슴으로 일하겠다"며 "이 위중한 시기에 저에게 이렇게 다시 일할 기회를 주신 것은 지금 이런 산적한 과제들을 능수능란하게 빠른 시일 내에 하나씩 해결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오 후보와 극적인 단일화를 이뤄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오세훈 후보를 지지해주신 서울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야권이 단일화를 하고 시장선거에서 승리해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렇지만 이제 시작이다"라며 "우선 야권이 시정을 맡으면 겸허하면서도 유능하다는 것을 시민들께 보여드려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정권교체가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것을 아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패배를 승복했다. 그는 "진심이 승리하길 염원한 시민들께 끝없는 감사를 드리며 엎드려 큰절 올린다"며 "회초리를 들어주신 시민들의 마음도 제가 모두 받겠다"고 말했다.

결국 '정권 심판'이란 민심을 그대로 드러낸 이번 선거는 정부여당이 실패한 25번의 부동산정책과, LH 직원들의 투기사태가 큰 변곡점이 됐다. 이후 여권 인사들에게 드러난 투기문제와 임대차3법을 교묘히 앞서 이용한 '내로남불'식 임대료 상승 등이 야권에 호재로 적용했다.

또한 이번 선거 자체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임 시장들의 권력형 성추문으로 인해 열린 선거였다는 점과, 당헌을 변경하면서까지 후보를 낸 여당의 행태에 분노한 표심이 드러난 선거로 보인다.

'대선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4.7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도 큰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6월 취임한 후 10개월만에 직을 내려놓고 주호영 원내대표의 비상대책위원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김 위원장은 퇴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서의 제 소임을 다 하고 물러난다"며 "이번 4·7 재보궐 선거 승리를 국민의 승리로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하며 개혁의 고삐를 늦추면 당은 다시 사분오열하고 민심을 회복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선거를 "국민이 주신 값진 승리이고 현 정권과 위선자들에 대한 분노와 심판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결과"라고 평가하며 "부디 국민의힘이 더 많이, 빨리, 결정적으로 변화해 국민 마음 속에 더욱 깊숙이 다가가길 간절히 소원한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 사퇴 이후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체제에 접어들어 지도부가 선출되기까지 안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며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합류 여부도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8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합당 여부에 대해 "우선 민심의 변화에 대해서 자세하게 살펴보는 시간부터 가질 것"이라며 신중론을 펼친 만큼 합당 문제도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안 대표는 "전국에 여러 당원분들이 계신데,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없다면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당원들의 현장 목소리를 듣는게 우선"이라고 분명히 했다.

긍정적 변화에 몸살을 앓아야 할 국민의힘과는 달리 더불어민주당은 격랑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선거 결과를 받아들인 이들은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책임론'을 내세우며 차기 대선 후보 선출에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선거를 지휘한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은 자명해보인다. 

서울시정의 협치도 수면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이기에 오 시장의 행정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8일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오 시장 취임에 맞춰 성명을 발표하고 "시민의 엄중한 선택을 겸허한 마음으로 존중한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의 취임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집행기관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의회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으면서도 정쟁적 대립관계를 지양하고, 협력할 부분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시정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첫날부터 능숙하게'라는 오 시장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지난날의 행정 경험이 서울시 발전을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권토중래해 돌아온 만큼 과거 실패에서 반면교사 할 때 서울시가 진정한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며 "그간 보였던 불통과 아집은 넣어두고 시의회와의 소통과 협력에 기반한 동반자적 자세를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이기도 하고 앞서 오 시장의 내곡동 땅을 조사하겠다고 선포한 만큼 서울시정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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