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잊지 말고 진실도 규명되어야 한다, 하지만
[덕암 칼럼] 잊지 말고 진실도 규명되어야 한다, 하지만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4.1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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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지금으로부터 7년 전, 이날 전남 진도 팽목항 앞바다를 찾은 필자의 눈에는 알 수 없는 분노와 믿을 수 없는 사태에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당시 바닷바람이 제법 쌀쌀한 항구에 도착한 현장은 발 디딜 틈 없이 취재진들이 모여들었고 ‘전원구조’라는 한국 언론 역사상 최악의 오보가 나고 국민들은 기자 쓰레기라며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사고가 난 곳은 전남 진도 팽목항 인근 바다였지만 대부분의 희생 학생들이 다니던 학교는 단원고등학교다 보니 초기 합동분향소는 안산시 단원구 올림픽기념관에 차려졌고 바로 옆에 위치한 초등학교 운동장은 전국에서 몰려든 국민들이 분향을 위해 지그재그 줄을 서는 대기 장소로 활용됐다.

하지만 협소한 장소로 주차난과 조문객들의 불편함이 늘어나면서 현재의 화랑유원지로 정부 합동분향소가 이동했다.

그 불편함의 이유는 훗날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그렇게 시작된 세월호 참사의 여파는 최소 1년 동안 안산시 전체가 웃음소리·박수소리·환호소리를 낼 수 없는 초상집이나 다름없었고 때마침 치러진 지방선거는 전국 그 어디에서도 선거운동원 율동조차 볼 수 없는 사상 초유의 선거풍경이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안산만큼은 몇 년 동안 그 여파가 이어졌다.

한 집 건너 한 집이라 할 만큼 희생자 가족과 연결된 인간관계는 말조심, 표정조심, 행동까지도 조심스러웠다.

행여 상처가 될까. 매년 4월 16일이면 검은색 만장이 시내를 도배하고 화랑유원지 입구에는 반월시화 공단의 업체들과 기관단체들의 조문 현수막이 수도 없이 내결렸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7년, 아직도 진실규명에 대한 험난한 과정은 여전하다.

넘칠 만큼 많은 의혹의 증거들이 묵살당하고 ‘잊지 말자, 잊지 말자’ 했지만 이제 좀 그만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같은 일이 얼마다 더 벌어져야 그만할까. 세월호 참사의 참여 분위기는 지금의 여당 표밭으로 비춰지며 야당들의 방관이 충분히 각인 될 즈음 최근 야당 인사들이 슬금슬금 세월호 관련 행사장 주변을 맴돌았다.

어쩌다 세월호 사건이 정권 탄생의 출발점이 되고 당파싸움의 소재로 활용되었을까. 하다하다 표밭갈이에 도움이 된다면 그 어떤 것이라도 명분과 떠받들기로 활용한다.

물론 적당히 불이 붙으면 토사구팽 같은 모습에 세월호 유가족마저 울분을 토하며 진상규명에 엄정한 수사를 요구한다.

7주기를 하루 앞둔 어제도 유가족들은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항고에 나섰다.

15일 오후 서울고검의 세월호 관련 고발 사건 항고 기각 처분에 불복해 재항고장을 제출했고 고소 사건의 경우 서울중앙지검에 재정 신청서를 냈다.

진실규명 반드시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사건이 그 어떤 배후이든 몇 십 년이 가고 몇 백 년이 가도 시간과 무관하게 언젠가는 진실이 꼭 밝혀져야 한다.

그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세월호 사건은 국가의 수치이자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이므로 꼭 밝혀져야 한다. 안산과 진도 팽목항을 다니며 보고 듣고 쓰고 찍은 사진들을 돌아보며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돌아가는 모든 상황은 슬픔과는 별개로 정권의 커다란 음모에 인구 65만의 도시가 시커먼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감을 느끼게 된다.

몇 년 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골분을 도시 중심지인 단원구 화랑유원지 한 복판에 집단으로 매장하여 추모공원을 만들겠다는 기획안이 국무총리실, 해양수산부, 안산시 등에 의해 추진됐다.

보도 자료를 통해 발표된 예산은 시너지효과를 포함해 수천억대에서 다시 수백억대로 감도 잡지 못할 만큼 우왕좌왕하는 건립안을 널뛰기로 발표했고 국무총리실 산하 추진단의 작전은 007영화를 방불케 했다.

날치기나 마찬가지인 주민참여, 형식적인 토론회, 65만 시민중 해당 지역에 수백 기의 납골이 유치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었다.

당초 납골당이었다가 추모공원으로 이름이 바뀌고 이제는 416생명안전공원이라며 그 어디에서도 납골에 대한 인식을 느낄 수 없는 명칭으로 변해가면서 유가족들의 아픔이라는 명분에 누구하나 토씨를 달 사람이 없었고 대국민 공분에 말대꾸조차 할 수 없는 초법적인 사업추진이 거침없이 추진됐다.

필자는 토론회부터 참석하여 왜 하필이면 도심의 정중앙에다 수백 기의 납골당을 유치하느냐며 이유를 물었고 설령 그렇더라도 안산시의 주인인 시민들이 찬성한다면 적극 협력하겠다며 어떤 일이든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해야 훗날 50년·100년이 가도 손대지 못할 이 사업에 대해 후손들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안산시의회 강광주 의원이 삭발투쟁까지 해가며 반대했고 사동 쓰레기 매립지로 장소를 옮겨줄 것을 제안했지만 아이들을 쓰레기장에 어떻게 매장하느냐며 강력히 반대한 바 있다.

건립 추진단이 굳이 납골당을 유치하려는 화랑유원지는 필자가 이미 20년 전 중장비로 지하 수 미터 까지 모두 파서 육안으로 확인한 바 있다.

사동 쓰레기 매립장보다 더 악취와 오염된 자재들이 매립되어 경기도립미술관 건립시 토목업자들이 곤욕을 치른 바 있는 곳이다.

이 같은 주장에 명분이 사라지자 평소 아이들이 놀던 곳이라 추억이 있다며 굳이 장소 양보에 대한 여지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용인 에버랜드와 과천 서울대공원도 추억이 있었을 텐데 그곳에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심지어 국내 최고의 365세이프 타운이 있는 강원도 태백을 건의했지만 멀어서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

당초 이곳은 초지역세권과 국가공단이 활성화를 위해 전진기지로 활용할 가치가 넘치는 곳이었다. 이제 안산은 두 번 울어야 하는 곳이 아니라 영원히 후손까지 끊임없이 울어야 하는 도시가 될 것이다. 반대가 아니라 모두가 인정하는 상황을 만들자 했다.

언론인이자 시민단체인 화랑지킴이의 대표로서 현 정권에 엄중히 경고한다. 416생명안전공원, 수백 기 골분을 안치하는 사상 초유의 납골당 찬성한다.

모든 시민이 알게 제대로 추진하라. 지금처럼 하면 아이들을 두 번 희생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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