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제2·제3의 정창옥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덕암 칼럼] 제2·제3의 정창옥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4.2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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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지난해 7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2층 현관 앞에서 제21대 국회 개원 연설을 마치고 나오는 문 대통령에게 신발을 투척했다가 일약 스타(?)가 됐던 정창옥씨, 일각에서는 정신병환자 내지는 감히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지고도 무혐의 받은 것에 대해 분노를 삭이지 못했던 부류도 있었으며 또 다른 입장에서는 열사라는 칭호까지 달아주었다.

정창옥씨의 별난 언행은 8·15 광복절 집회에서 서울 효자동 삼거리 및 인근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다시 청구돼 같은달 18일 구속됐다. 이후 만기 6개월이 지나기도 전에 세월호 유족을 모욕한 혐의로 3월 11일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한 달이 더 넘은 시점에 석방된 것이다.

이 밖에도 안산시의회에서 신발을 던졌다는 이유로 추가 기소되면서 9개월 만인 26일 오후 6시 보석으로 석방됐다.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는데 지금까지는 도망할 우려가 있어서 구속 상태로 있었을까.

확인 결과 극심한 중병으로 생명이 위독하다는 가족의 탄원이 곳곳에 알려진 뒤였다. 그동안 필자가 정창옥씨에 대해 수차례 어필한 적이 있었지만 번번이 그의 신변은 철창 안에 있었으며 곱살이라 불릴만큼 더 지독한 수감실태와 열악한 환경 속에 법의 형평성을 주장한 바 있다. 이 시점에 풀려난 그를 환영한다 해야 할까. 측은지심이라 여겨야 할까.

통상 사람들은 어떤 사건에 대해 취재한 기자나 언론사들의 총괄적인 내용을 토대로 믿거나 전하지만 최소한 필자가 직접 목격하고 겪어본 바만 거론하자면 대략 이러하다.

우선 그는 괴팍하다. 지나칠 만큼 독선적이며 자기 주장에 대한 고집이 무척이나 강하다. 흔히 고집이란 단어를 미화하면 주관이나 소신이라도 하지만 적어도 정창옥씨가 남의 이목을 의식하지 않고 본인이 맞다고 판단되면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러다 보니 주변으로부터 심하다거나 힘들다, 또는 과하다는 평가를 듣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융통성이 제로다. 나름 요령껏 살면 충분히 피해갈 일도 사마귀가 마차 바퀴를 보고 대들 듯 두려움을 모른다. 이러니 요즘 세상에 튀는 존재로 취급 받는 건 당연한 것이고 어쩌면 이번 구속 또한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정창옥씨의 두 가지 단점이 가져온 결과물을 짚어보자면 장애인 폭행사건도 있었고 청소년 성폭행사건도 있었다. 두 사건 또한 아닌 건 아니라 했으면 결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충분했음에도 뭐가 그리 잘났는지 본인 중심의 주장만 강하게 펼쳤지 설득력 있는 노력을 게을리 한 탓이다.

어쨌거나 요즘 세상이 원인과 과정 따지든가 별 달았으면 단 것이고 범죄 유형이 가져오는 사회적 낙인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쯤 되면 불량사회인이라 불리기에 부족함 없다.

그렇다면 정창옥씨는 왜 사랑하는 가족들로부터 절대적인 믿음을 얻고 있으며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무기명의 도움을 모아 가출청소년들을 돌보는 일에 전념했을까. 남들은 이리저리 잘 빼먹는 정부 예산도 한 푼 받지 못하고 긍정의 힘이라는 청소년 뮤지컬을 만들어 창작 공연을 순회할 수 있었을까.

어쩌다 던진 신발을 열사라는 칭호로 떠받치며 어느 한쪽이 정치적 희생물이 되었던 정창옥씨, 이래저래 긴 옥살이 속에 무슨 생각으로 버텨냈을까.

이제 누구든 죄 없는 자 돌을 던지라는 말이 생각난다. 우리는 특정인의 아픔이나 상황을 공감하고 이해함으로써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공감대를 이뤄야 할 필요가 있다.

비단 정창옥씨를 떠나 누구든 억울하게 구속되고 그러한 현상을 사회적 무관심속에 방관하고 묵인한다면 간접적인 공범이라는 공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뿐일까. 누구든 그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마치 부러진 화살마냥 일시적인 적개심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적어도 자유민주국가에서 법이 형평성을 잃으면 그 가치의 추락에 앞서 법조계의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건에는 판례라는 게 비교된다. 그가 두 번째 추가 구속 사유는 세월호 였다. 검은색 대형 현수막을 안산시청 정문앞에 내걸고 땡볕이나 눈보라가 치는 겨울에도 한결 같이 세월호 납골당 철회하라며 집요하게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걸핏하면 말끝마다 빨갱이 운운하니 누가 좋게 보겠는가. 졸지에 필자가 대표로 있는 화랑지킴이까지 색깔론의 집단으로 비춰지니 어찌 해 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시위의 핵심이 안산시 중심지에 공동묘지나 같은 의미를 가진 납골당이 수백 기가 들어서니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 반대와 빨갱이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결국 안산시의 50년 100년 미래를 위하는 것은 명분이 있었지만 주변의 공감대는 얻지 못했다.

핵심은 정창옥씨의 모든 주장이 당사자의 이익이나 명예를 추구하려는 목적이 없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먼저 나선 것이고 눈치 보지 않고 과감히 나선 것이며 한 표 얻으려고 이리저리 눈치 보는 정치인과는 달리 당당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납골당이 어느 순간 416생명안전 공원이라는 명칭으로 추진되고 많은 시민들은 좋은 공원이 생긴 것으로만 알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 만약, 어느 정도 완성되고 수백 기의 골분이 지하에 묻히면서 공동묘지로 돌변한다면 그래서 안산시민 대다수가 분노하며 표심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면 그 땐 어쩔 것인가.

다시 묻어둔 골분을 부관참시 하듯 파낼 것인가, 아니면 지금의 초등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분노의 공감대를 망각하고 도심발전에 장애물이라며 성토할 때 그때 비난받는 늙은 정치인으로 남을 것인가.

감히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못하는 일을 정창옥씨는 유별나고 과하게 반대한 것이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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