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먹고 자고 배설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또 있으랴
[덕암 칼럼] 먹고 자고 배설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또 있으랴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5.1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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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사람이나 동물이나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으며, 먹고 나면 졸리고 자고 나면 먹은 만큼 배설이 원만해야 한다.

이른바 3대 본능인 먹고 자고 배설하는 과정에 생산, 가공, 유통 소비라는 4단계의 과정을 거치는데 대부분의 농·축·수산물이나 임업의 생산물들이 인간의 식욕을 채워주는 데 중요한 원자재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이 불러온 작금의 재앙은 모두 자업자득이니 누굴 탓하랴. 모내기 하다 알곡이 적어 개량 품종을 만들었더니 생물체의 유전자 중 필요한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분리·결합하여 개발자가 목적한 특성을 갖도록 한 농산물이 생산됐다.

제초제 저항성, 병·해충 저항성, 저장성 향상, 고영양분 성분 함유 등의 특성을 지닌 농산물. 유통량이 늘고 있는 유전자변형 농산물은 수량증대, 품질향상 등 좋은 점이 있는 반면에, 소비자·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인체 및 환경에 대한 잠재적 위해성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어 왔다.

어디 쌀 뿐일까, 모든 농작물이 죄다 인간의 욕심에 따라 시지 않은 포도라며 샤인 머스켓과 씨 없는 수박이 생기는가 하면 그저 보기에 좋은 생산물을 만드느라 온갖 약품이 첨가됐다. 빛깔 좋은 굴비와 김 양식장의 염산은 이제 다 아는 공공의 비밀이다.

일본 명태가 러시아 배에 실렸다가 강원도에서 말리면 국산으로 둔갑하는 뉴스는 국민 밥상의 안전을 위협하던 단골 뉴스중 하나였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자장면을 좋아하다보니 강원도 태백의 탄광촌에서 부친의 퇴근길에 따라 다니면 하얀 그릇에 시커먼 짜장이 담긴 장면은 지금도 군침이 돈다. 쫄깃한 면발에 면발도 끊지 않고 쭉쭉 삼키다 보면 어느새 한 그릇은 뚝딱 사라진다.

누가 알았으랴 돼지고기 썰어넣고 감자에 양파까지 곁들인 자장면이 세월이 지나 도저히 먹기 어려운 메뉴로 추락할 줄이야.

당시와 비교해 보면 이미 밀농사 기반이 무너진 한국에서 외국의 밀가루를 국내에 반입하기까지 방부제를 잔뜩 포함시키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음을. 수익 중심의 식당 운영은 과거 그 맛있던 자장면을 찾기 어렵게 됐다.

한 예를 들은 것인 데 모든 농·축·수산물의 식품 안전이 과연 얼마나 명확한 기준과 대안을 갖고 있을까.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먹는 것으로 장난질 치는 인간들은 가장 엄히 다스려야 한다.

물론 그 원인에는 모양새 좋은 것만 찾는 소비자가 문제지만 그렇다고 온갖 항생제와 약품을 섞어 넣은 식품을 양심의 가책도 없이 유통시킬 수 있을까. 정작 유통업자의 가족부터 먹이라면 그럴 수 있을까. 그러다 보니 듣도 보도 못한 온갖 희귀병이 창궐하는 것이며 병원은 늘 장사진일 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소비자에게 올바른 구매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농수산물품질관리법에 근거하여 2001년 3월 1일부터 콩, 옥수수, 콩나물에 대한 GMO 표시를 시행하고 있고 감자는 2002년 3월부터 적용됐다.

따라서 유전자변형 농산물을 판매하는 자는 유전자변형, 유전자변형 포함, 유전자 변형 포함 가능성 있음 등 3가지로 표시한 상태에서 판매해야 한다. 2002년 5월 14일 첫 시행된 ‘식품안전의 날’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관하여 올해로 10주년째다.

식품안전관리에 기여한 유공자의 노고를 치하하고 이 날 만큼은 먹거리에 대한 안전에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모으는 날이다. 사실 식품안전이라는 말속에는 온갖 정의가 다 포함되어 있다. 종류는 물론 기준도 천차만별이며 같은 생산이라도 유통과정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필이면 5월 14일 일까. 5월은 온도가 높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기온 변화로 인한 식자재의 변질 가능성이 높고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야외에 장시간 음식물을 방치하는 등 식품 보관, 섭취, 개인위생에 대한 관리 부주의 등으로 식중독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즘처럼 따사로운 날씨에는 승용차 안에 잠시만 음식물을 두어도 금방 상하기 쉬우며 설마 하고 섭취했다가는 본전도 못 빼는 곤욕을 치르게 된다. 여름 돼지고기 잘 먹어야 본전이고 같은 음식이라도 궁합이 맞지 않으면 이 또한 소화과정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쯤하고 사람의 먹거리는 판매자와 소비자 양측의 의식구조 개혁이 동시에 필요한 부분이다. 물론 먼저는 파는 사람이 사람에게 이로운 음식을 생산하는 게 순서지만 이를 두고 선택하는 소비자의 현명한 소비행태가 한몫 더하게 된다.

가령 시장에 가서 벌레 안 먹은 상추만 산다면 당연히 농약을 쳐야 하는 것이고 그 흔한 콩나물·두부도 약을 치지 않고 팔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벌레가 먹던 찌꺼기를 먹는 게 아니라 벌레도 먹을 정도면 그만큼 무해 하다는 증거다.

과수 농가나 생선 활어나 대하를 양식하는 곳 또한 마찬가지다. 필자의 지인이 과수 농가를 운영하는 과정에 농약을 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출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항생제를 타지 않으면 며칠도 못 가서 활어 차량은 죽은 고기로 둥둥 뜰 것이라는 전언이다.

이래저래 다 의심스러우면 마음 놓고 먹을 게 뭐가 있을까마는 10주년을 맞이하는 식품의약 안전의 날을 맞이하여 스티로폼 컵라면 용기에 비닐 한장 이라도 깔고 유통되어야 하지 않을까. 10년 전 홍콩으로 여행 갔을 때 보았던 컵라면 안쪽면의 비닐이 아직도 한국에서는 볼 수 없다.

어느 날 뉴스에 해롭다 해야 온간 난리를 치며 어제까지 잘 먹던 사발면을 사약 보듯 하는 우리 한국인의 냄비근성, 이제 좀 성숙해야 하지 않을까.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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