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의 기자수첩] 사각지대에 빠진 청소근로자의 사망,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김광수의 기자수첩] 사각지대에 빠진 청소근로자의 사망,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 김광수 기자 ks5days@naver.com
  • 승인 2021.07.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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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김광수 기자

지난달 서울대에서 일하던 50대 청소노동자 이모씨가 사망하였다.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이 공개한 서울대가 청소노동자들에게 풀게 한 시험지에는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라고 쓰라고 하고 건물 준공연도를 쓰게 하는 등 청소 노동이나 안전관리와는 관련이 없는 문제가 대다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우기 사망한 이모씨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기숙사에서 전 층의 대형 100L 쓰레기 봉투 6~7개와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를 매일 직접 날랐다.

왜, 이런 환경에서 일을 하여야 했을까.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매우 복잡하게 되어 있다. 정규직, 임시직, 기간제, 호출근로, 특수고용, 파견근로, 용역근로 등으로 되어있다. 이러한 복잡한 환경이 근로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서울대 청소근로자 이모씨는 용역근로자이다. 용역업체에 고용되어 임금을 받으며, 이 업체의 업무상 지휘감독, 관리하에 용역계약을 맺은 다른 업체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형태이다.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맺고 일을 하기 때문에 잘못된 행위나 부당한 처벌을 받아도 말을 할 수 없다. 

서울대는 단과대별로 용역업체를 선정, 근로자들을 고용한다. 경비·청소원들이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비정규직이다.

대학 내 청소노동자 문제는 이번에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서울대에서는 2019년 8월에도 청소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공과대학에서 근무하던 60대 청소노동자는 지하 1층 계단 아래 마련된 간이 휴게공간에서 쪽잠을 자려고 누웠다가 사망했다. 이날 서울의 낮 기온은 35도에 육박했지만, 1평 남짓한 비좁은 공간에는 에어컨은커녕 창문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자 힘을 합친 노동자들을 ‘괘씸죄’로 해고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10년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 130여 명은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자 홍익대가 용역업체의 계약 포기를 내세워 2011년 1월부로 노동자 전원을 계약 해지한 것이다. 이 사건은 많은 학생·시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이미 800만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비정규직에 있다. 이들 대부분은 20대 중반~40대 중반을 제외하고는 비정규직이 압도적으로 많다. 쉽게 설명하면 젊은이들은 정규직이라는 월계관을 쓰기 전까지 상당수가 비정규직의 바다를 떠돈다. 

중년층은 정규직의 미끄럼틀에서 추락하면 거의 어김없이 비정규직으로 편입된다. 특히 여성이 취약한 편이다. 기술이나 핵심 관리 업무 이외는 비정규직화하는 점도 빠뜨릴 수 없다.

전문가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용역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직종별 근로 기준을 세분화해 용역직 근로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한다. 

또 정부의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준수하는 등 고용구조 개선을 노력하는 대학·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유연화정책으로 인하여 비정규직이 빠르게 증가하였다. 정부도 청년백수, 명퇴가장, 빈손노인의 원인을 일자리 부족으로 결론내리고 100대 국정과제의 1순위로 일자리 창출을 제시하며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7월 2일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그룹으로 승격시켰다. 이제는 단순히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에서 벗어나 사각지대에 빠지지 않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정부는 복지선진국으로서의 역할을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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