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덕원 기름냄새, 50년 넘은 미군송유관 인덕원 밸브박스에서 난다
인덕원 기름냄새, 50년 넘은 미군송유관 인덕원 밸브박스에서 난다
  • 김용현 기자 3100@korea.com
  • 승인 2021.07.1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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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김용현기자) 인덕원 일대를 뒤덮는 미군송유관 기름냄새가 그치지 않는다.

지난 10일 오후 10시께 인덕원 일대에 기름냄새가 퍼지기 시작해서 관양동 852-6 밸브박스에 도착했을 때는 모터음이 들렸다. 이어 이튿날에도 건너편 주택가에서 기름냄새가 확인됐다.

또한 12일 새벽 기름냄새에 잠을 깼다. 목이 따가울 정도로 심하게 나는 기름냄새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이후 낮 시간에는 냄새가 없더니 오후 11시 다시 퍼진 기름냄새는 인덕원밸브박스 옆 전선 레미콘 입구와 학의천 인덕원인도교 부근에서 맡을수 있었다. 냄새는 13일 새벽에 다시 주택가에 퍼졌다.

13일 새벽에 잦아든 냄새는 해가 지고 나자 다시 퍼졌다. 오후 8시께 시작돼 남풍이 불 때마다 주택가에 퍼졌다. 만약 송유관에서 퍼진 유증기가 맞다면 이는 발암물질로 알려져있다.

언덕원역에서 400미터 거리에 있는 밸브박스 [사진=경인매일]
언덕원역에서 400미터 거리에 있는 밸브박스 (사진=김용현기자)

한 주민은 "냄새를 견딜수 없어 창문을 닫고 공기정화기를 켜야 했다. 머리가 아파 견딜수 없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판교에서 평택 미군기지까지 기름을 보내는 대한송유관공사가 오후 8시경 송유관 가동으로 민원이 생기자 가동시간을 심야시간대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밸브박스 위치도 [사진=경인매일]
밸브박스 위치도 (사진=네이버지도)

1970년 미군이 포항부터 의정부까지 미군기지로 기름을 보내기 위해 지면 아래 1.5미터 깊이로 묻은 송유관은 국방부로 이전되고 정유회사들이 공동운영하는 대한송유관공사가 관리한다.

인덕원은 과천을 거쳐 서울시내를 관통해 의정부 미군기지로 가던 구간을 폐쇄하고 성남에서 인덕원을 거쳐 오산, 평택으로 가는 구간만 남아있다.

2001년 인덕원역에서 기름냄새가 난다는 민원으로 시작된 사건은 2004년 현재 밸브박스 옆에 있는 정선레미콘(당시 고려산업개발) 지하수 저장탱크에서 유증기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인덕원 밸브박스 인근에서 기름이 새는 것으로 확인되어 송유관공사가 이를 조치하고 현재까지 토양오염 상태를 정기적으로 안양시에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으나 안양시가 후속 조치를 하고 있는지는 현재 알려지지 않고 있다.

2004년 당시 지하 120미터에서 퍼올린 지하수에 포함된 기름에 불이 붙는 사진이 타 언론매체로 보도돼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 20년 동안 지하로 스민 기름에 대해 관심이 흐려지는 사이 기름냄새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2016년 인덕원인도교가 확장준공되기 전부터 학의천을 산책하던 시민들은 다리인근에서 오후 8시경이면 퍼지는 기름냄새에 걸음을 재촉해 현장을 벗어나는 것이 다반사였다.

2020년에는 평촌역에서 인덕원역 지하철 안에서 기름냄새가 난다는 글이 커뮤니티 사이트에 오르기도 했다. 2020년 말경에는 인덕원역에서 기름냄새가 난다는 기사가 났으나 엉뚱하게 코레일을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추가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본보 기자는 10여 개월 동안 이를 추적, 일지를 쓰면서 인덕원 밸브박스가 단순하게 송유관에 압력을 가해 기름 운송을 돕는데 그치지 않고 그동안 지하에 스민 기름을 빨아올려 말리는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이러한 의혹은 밸브박스 아래 빗물을 모아 학의천으로 보내는 우수토실방류관(학의천-19)에서도 기름냄새가 나는 것으로 알수 있다.

밸브박스 아래 학의천에 있는 우수관에서도 기름냄새가 난다 (사진=경인매일)
밸브박스 아래 학의천에 있는 우수관에서도 기름냄새가 난다 (사진=김용현기자)

빗물이 흐르지 않는 마른 관로 입구에서도 송유관이 가동되는 시간에는 기름냄새가 나서 학의천 산책로 이용객들은 이 구간을 잘 이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들은 "내구연한이 30년 이라는 송유관을 50년 넘게 사용하는 미군은 송유관 사용을 중단하고 철거에 나서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미군으로부터 송유관을 떠안은 국방부는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는 상황이다.

한편 대한송유관공사는 "악취는 기준치 이하로 관리하고 있으며 철거여부는 국방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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