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ABC협회 퇴출을 환영하며
[덕암 칼럼] ABC협회 퇴출을 환영하며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7.15 0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모처럼 사이다 같은 정책이 발표됐다. 많은 중소 언론들의 속앓이에 제대로 한방 날려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동안 이건 아니다 싶은 내용들이 많았지만 감히 누구 하나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없었고 을이 되어도 시원찮을 ABC협회가 슈퍼 갑이 되어 사실상 지자체가 지급하는 행정 광고의 전달과정에 턱없는 배달료를 가로챈 셈이다.

1989년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ABC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사단법인이다. 신문 및 잡지를 비롯한 멀티미디어에서 광고 매체의 수용자 크기와 분포 상황 등을 자체적으로 만든 절차에 따라 만들어 협회에 등록된 언론사에 보고서를 배포하는 역할을 해 왔는데 언제부턴가 ABC협회 부수 공시 결과가 정부 광고법 시행령 제5조에 따라 정부광고 매체 선정 시 참고자료로 쓰인다는 내용과는 달리 부수조작의 의혹을 사면서부터 언론의 악어새가 되어가고 있었다.

연 16억원 가량의 회비에 부수공사 수수료와 상황에 따라 부수의 융통성(?)까지 부리는 작금의 사태는 사실상 문체부의 관리·감독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년이 넘도록 운영해 오던 협회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8일 한국ABC협회 사무검사 조치 권고상항 이행점검 결과 및 향후 정부광고제도 개편계획 브리핑을 하는 자리에서 ABC협회의 부수 공사 결과에 대한 정책적 활용을 중단하고 인쇄매체 정부광고 집행의 핵심 지표로 ‘구독자 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광고 업무 대행기관인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전국 5만 명을 대상으로 지난 1주일 동안 열람한 신문과 정기구독을 조사해 광고 단가 결정 등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급변이 아니라 언론사 입장에서 보면 천지개벽이요 ABC협회와 한패가 되어 광고비를 해 먹던 일부 언론사 입장에서는 날벼락이다.

어차피 한번은 맞아야 할 매라면 일찍 맞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진작 터져야 할 게 늦었다는 느낌이다. 언론사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지만 지면의 질적 향상과 경영상 수지타산을 맞춘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언론 자체가 공익사업이지 수익사업이 아니므로 영리목적을 배제 할 수도 지향 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관공서의 행정 광고를 외면할 수 없는 처지에 광고지급 기준에 적시된 발행부수, 유료독자는 모든 언론사들이 추구하는 목표이자 현실적인 동종업계의 서열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흔히 말하는 요즘 누가 돈 주고 신문 보느냐는 질문에 벙어리가 된다.

메이저 신문에서 자전거, 상품권, 심지어 현금 지급까지 해가며 유료독자 확보에 열을 올리는데 구조적으로 열악한 지방 일간신문이 똑같이 나대다가는 거덜 나기 딱 좋다.

독자들은 볼만한 신문을 만들라고 말을 쉽게 한다. 다양한 섹션과 지면에 따라 흥미 있는 장르를 포함한 신문을 발행하는 일이야 말로 참으로 신나고 행복하고 엔돌핀이 솟구치는 일이다.

하지만 SNS의 강한 자극과 편의성, 속도감, 양과 질에서 죽었다 깨도 신문이 따라갈 수 없는 환경에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으랴. 어쨌거나 취재, 편집, 인쇄, 배송, 배달을 거쳐 관공서와 기관단체에 뿌려지는 신문은 새벽에 던져진 그대로 저녁에 폐지로 회수되기까지 누구 하나 펼쳐보는 독자(?)없는 종이 더미에 불과하다.

필자가 새벽마다 각 지자체의 도착지를 확인한 결과 불과 몇 부 안 되는 신문이 그랬고 민간에게 뿌려지는 배달원의 전언에 따르면 ABC 부수공사 결과와 협회보에 수록된 내용이 납득가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ABC협회의 유가부수를 정부광고비 집행과 관련된 지표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유가에 대한 신뢰도 없거니와 안 보는 신문을 누가 광고하느냐가 공공연한 비밀이자 소중한 혈세가 낭비되는 통로임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경품이나 온갖 편법으로 만들어진 부수 말고 구독자가 돈 주고 보는 유가부수를 공개하고 인쇄되어 버려지는 신문을 비교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몇 부 안 되는 유가부수에 정부 광고비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제대로 공개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그래서 언젠가는 터질 일이라는 걸 예측했었고 그날이 온 것 뿐이다.

하지만 돈 주는 자가 까라면 깔 수밖에 없는 게 돈 받는 자이다 보니 2008년 287개였던 회원사가 2010년 731개로 늘었고 963개 신문사를 포함한 1591개 회원사가 참여하게 된 것이다.

옥상옥이 되어 공인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군림해 오던 ABC협회는 사실상 진작 퇴출되었어야 할 일이다.

힘없고 가난한 중소 언론사의 등에 빨대를 꽂고 지냈던 30년의 세월동안 과연 받은 만큼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했었다면 지금 같은 처지에 도달했을까. 문체부에서 몇 번이나 경고했음에도 안하무인의 태도에 사정의 칼날이 춤을 추었던 것이다. 정부는 광고 법에서 부수 대신 매체 영향력과 사회적 책임을 집어넣을 계획이라고 한다.

자칫 어설픈 개혁으로 언론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는 만큼 새로운 지원기준으로 5만 명의 국민들에게 열독률을 물어보는 방법으로 공공성·공정성을 평가하겠다고 한다. 이제 한국 언론은 새로운 변화의 도마 위에 오른 셈이다.

언론이 제 역할을 위해 입바른 소리를 해야 하고 그걸 수용하는 정치·행정의 인정과 개선이 따라야 사회전반의 발전이 뒤따른다. 자칫 일부 정치인들이 일시적으로 폼 잡는 쇼맨십에 불과했다면 이는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판을 치게 만든 것이나 진배없다.

김균식
김균식 다른기사 보기
kyunsik@daum.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