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 삼산동 특고압 시작과 끝, 그리고 미래
부평구 삼산동 특고압 시작과 끝, 그리고 미래
  • 임영화 기자 kmaeil86@kmaeil.com
  • 승인 2021.07.15 22: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평구 한전 주민대표 상생협력 협약식. 사진제공=부평구청

(인천=임영화기자)인천 부평구 삼산동의 특고압 전자파 갈등은 한국전력이 기존 매설된 고압선(154kv)에 특고압(345kv)을 추가 설치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발로 갈등을 빚어온 현안이다.

부평구는 주민과 함께하는 민관대책위원회, 한전을 포함한 지중선로협의회를 구성해 13차례의 공식 만남, 47회의 비공식적 업무협의 및 간담회를 통해 4년간의 갈등을 소통과 협치로 해결했다.

한전은 지난 2001년 삼산택지지구 내 지하 8m에 전력구 터널 방식으로 고압선(154kv)을 매설했다.

이후 4년이 지난 2005년 매설된 고압선 위로 아파트가 올라갔고, 2010년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에 따라 2017년 10월 부평과 광명을 잇는 특고압(345kv)송전선 공사계획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인가된다.

이에 따라 한전은 인천과 부천, 광명 등 수도권 서부지역의 전력 과부하 해소와 정전 예방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2018년 4월 ‘345kv 갈산~신광명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추진한다.

기존 154kv의 고압선이 매설된 전력구 내에 345kv 3회선을 추가 설치하는 공사다.

특고압 전자파 우려는 학부모의 문제제기로 시작됐다. 특고압 송전선로가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 아래로 지나간다는 소식을 들은 학부모들은 한전 등에 2018년 4월 매설 정보의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했으며, 인근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한 학생의 국민신문고 제보를 통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를 시작하면서 삼산동 특고압 갈등은 지역사회까지 확대된다.

국민권익위는 조사결과를 전자파 전문 연구기관에 의뢰해 학교 주변 전자파가 교육환경 전반에 미치는 보건학적 영향에 관한 학술용역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에게 설명하는 것으로 조정안을 마련했다.

한전은 용역 결과에 따라 주민의 오해를 줄이기 위해 실시간 전자파 측정장치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부평구는 지역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국내 전자파 허용 법적 기준치(833MG)를 내세우는 한전의 전자파 측정결과와 별도로 한전과 주민이 참여하는 전자파 공동실무조사단을 구성한다.

주민들과 함께 전자파 발생량과 노출양, 측정기준, 대상 위치 방법 등 세부 측정기준을 논의했으며, 국립환경과학원에 의뢰해 지난 2018년 12월 세 차례의 전자파를 측정했다.

한전은 특고압 매설이 합법적인 사항이며, 전자파 측정결과가 법적 허용치를 넘지 않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민대책위는 전자파 유해성으로 학생들과 지역주민의 건강권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이미 매설된 154kv뿐 아니라 345kv까지 추가 매설되면 전자파 노출양은 더 많아져 주민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더욱 격렬히 반대했다.

주민대책위원회는 2018년 6월 5일 부터 코로나19로 중단된 2020년 2월까지 매주 목요일 주민 촛불문화제를 진행하며 지역주민의 건강한 생활권 보장 및 154kv의 이설과 345kv의 설치 반대 투쟁을 진행했다.

주민들은 청와대를 비롯해 한전 경인본부, 인천시청 등에 삼산동 주민들과 학생들의 전자파 피해를 호소하며 특고압으로부터 안전대책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이어갔다.

부평구는 2019년 3월 ‘삼산동 특고압 전자파 갈등’을 공공갈등 대상사업으로 선정하고 각 이해관계 기관 및 주민과 13차례 개별면담을 토대도 주요쟁점 파악 및 갈등진단을 진행했다.

이후 민관협의체 구성을 위한 주민간담회를 진행해 주민대표 및 시민사회 대표, 각 정당 대표를 선정하고, 인천시와 부평구가 참여하는 민관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첫 소통의 자리는 2019년 5월 1일이다.

구는 수차례의 민관대책위원회를 통해 기본원칙을 정하고, 한전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위한 현실적 논의를 이어갔다.

이어 한전이 참여하는 ‘삼산동 특고압 갈등해소를 위한 지중선로협의회’를 구성, 2019년 6월 7일 갈등 당사자들과 첫 회의를 진행했다.

민관대책위원회와 지중선로협의회가 진행되면서 상호 신뢰에 금이 가는 난관도 있었다. 한전 직원의 ‘주민 사칭 밴드 댓글’ 사건, 한전의 주민 대표성 제기 등 논란으로 지중선로협의회가 파행과 재개를 반복했다.

이 같은 위기상황에서 부평구는 효과적인 갈등관리를 위해 힘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을 진행했다. 전력구 현장 방문을 비롯해 구의 중립적 의견표명, 주민설명회 제안 등으로 갈등 중재에 나섰다.

구의 노력은 지중선로협의회의 소통과 합의로 이어졌다. 4차와 5차 지중선로협의회에서는 한전이 주민동의 없이 345kv의 지중선로를 설치하지 않겠다고 동의했으며, 154kv의 전자파로 인한 불안감을 완화하기 위해 저감시설을 우선적으로 설치하기로 했다.

또 8차 지중선로협의회에서는 ▲한전이 부평지역 일부구간에 전자파 저감을 위한 노력을 했음을 확인하고 ▲최대 부하량 시기(7월~8월)에 전자파 측정 시행 ▲민관대책위는 전자파 저감 설치 시설을 현장 방문해 확인한다는 내용 등을 한전과 주민 측이 협의했다.

아울러 총 3차례에 걸쳐 주민설명회를 열고 민관대책위와 주민들이 참여하는 저감설치시설 현장방문 결과 전자파 저감시설 설치를 통해 맨홀 구간은 90%의 저감, 산책로 구간 45% 저감 등의 성과를 주민들과 공유했다.

마침내 10차 지중선로협의회에서 한전은 부평구 구간 345kv 전력구(터널)를 신설하고, 인천시와 부평구는 1·2단계 사업 관련 인허가 승인에 적극 협조, 주민들은 한전이 추진한 전자파 저감시설 설치 결과를 수용하는 내용에 동의하며 지난 6월 25일 상생협약식을 진행하게 됐다.

삼산동 특고압 전자파 갈등’은 민관대책위원회와 지중선로협의회가 13차례의 공식 만남, 47회의 비공식적 업무협의 등 끊임없는 소통과 정보의 교류, 불신과 우려의 해소과정을 거치며 갈등이 해결된 사례다.

무엇보다 부평구가 중립적인 역할을 통해 조정자의 위치로 한전과 주민·시민사회·정당 간 소통과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결과다.

주민과 한전이 참여하는 지중선로협의회는 이번 협약을 통해 상호 신뢰를 유지하며 발전적 관계로의 성숙과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후속 협의체를 모색하는 등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한다는 계획이다.

강경하 부평구 갈등관리팀장은 “지역사회의 갈등을 지방정부인 부평구가 중심이 돼 당사자들과 꾸준히 대화를 시도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다는 점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지역사회와 한전, 주민이 사회적 신뢰를 축적하고 협치의 중요한 성과를 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과와 더불어 한계도 있다”며 “주민의 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는 지중선로의 설치기준, 지중선로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법제화는 과제”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