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나물 날 곳은 떡잎부터 안다
[덕암 칼럼] 나물 날 곳은 떡잎부터 안다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8.1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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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지금이야 전설 같은 말이지만 1980년쯤 동네 어른들을 따라 태백산 근처로 산나물을 뜯으러 간적이 있었다.

정식 용어로 말하자면 임산물 채취라 할 수 있는데 당시 산에는 지천에 나물이 자라서 풀 반 나물 반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싶었다.

그저 어른들이 알려 주신대로 자루에 담았지만 집에 와서 보니 엉뚱한 잡초도 제법 섞여 있었다.

이따금씩 곤드래 나물을 담아오신 분도 있었는데 그 모양새가 바람에 흔들려 술 취한 주정뱅이가 휘청거린 모습이라 곤드레라는 명칭이 붙었다는 건 수 십 년이 지나고서야 알게 됐다.

태백산 나물은 참나물·취나물 외에도 몇가지 눈으로 보면 알 수 있는 나물들이 있는데 삶아서 말리면 보관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배춧잎 말린 것 마냥 시래기 국과 다시 물에 풀어 무쳐 먹어도 맛이 일품이다.

모르고 따라간 산행은 야산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누룩뱀과의 조우로 기겁한 이래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이 됐다.

나물과 잡초를 구분하지 못한 이유는 먹을 수 있는 것과 못 먹는 것의 모양새가 비슷했기 때문인데 필자만 몰랐지 아마 처음 날 때부터 잎 모양새가 달랐으리라. 어디 자연속의 나물뿐만 아니라 사람 사는 세상도 이와 유사하니 더 말해 뭐하랴.

자고로 아예 다른 것은 골라낼 수 있으나 비슷한 것은 긴가민가하게 헷갈리는 것과 동시에 진짜가 가짜에게 밀리는 폐단도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아이가 하는 짓을 보면 싹수가 노래서 훗날 뭐가 될지 걱정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후천적 교육에 의해 고칠 수 있는 것이지만 이미 커버린 성인, 특히 권력을 가진 자가 싹수가 노랗다면, 그래서 가진 권력으로 안하무인의 정치를 한다면 그 땐 어쩔 것인가.

휘두르는 당사자 하나가 잘 먹고 잘 사는 건 그렇다 치고 세상에 끼치는 막대한 민폐는 어찌 해결할 것인가. 대표적인 민폐가 인사다.

그동안 필자가 칼럼을 수 십 번도 더 강조한 인사의 중요성은 임명하는 자와 임명 되는 자 둘 빼고는 반길 사람이 없다.

특히 어느 날 낙하산 타고 내려온 상관을 모셔야 하는 조직에서는 더 없이 힘 빠지는 일이다. 과거 마냥 관선 시장체제였으면 몰라도 어느 날 정착한 민주주의 변화에 따라 선출직 공직자가 정치행정을 이끌어가는 수장이 되다 보니 일부는 자질과 경험부족은 물론 인성까지 부족해 조직전체를 병들게 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가장 늦게 입사한 자가 가장 높은 자리에 앉으니 그동안 오랜 기간 전문성을 길러온 조직 내부의 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움직일 리 없다.

어차피 때가 되면 갈 리더를 누가 진심으로 따르며 당사자 또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그렇게 경직되고 정체된 조직의 다음 순서는 그 조직이 사회에 기여해야 할 설립 목적인 운영 취지가 병들게 되고 예산낭비와 대국민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쯤 되다 보니 임명하는 자와 임명받는 두 공범의 짜고 치는 판이 필요했고 그 대표적인 절차가 공모였다.

공개모집, 말이 그렇지 맞춤형 공모에 대해 딱 부러지게 혐의 점을 찾기 어려운데 누가 감히 이의를 제기할 것인가.

그렇게 임명된 공기업의 대표자나 각종 낙하산 인사의 임명 사례는 밤하늘의 별빛만큼이나 많다. 하지만 외형상 대놓고 드러난 부정인사다.

특혜는 어쩌다 재수 없어야 걸리는 것이지 대부분 유야무야 넘어 가는게 현실이다. 정치가 낳은 폐단 중 가장 큰 것이 인사요 그 이유가 앞서 설명한 것이라면 누가 아니라할 수 있을까.

일명 해 먹어도 혼자 배불러 끝날 일이 아니라 몰려다니며 한자리씩 찾아먹으려는 모리배들의 욕심이 깜냥도 안 되는 인물을 요직에 앉혀주기 때문이다.

누가 남는 것도 없는 장사를 할까. 이게 정치였다고 단정 짓는다면 아니라 할 수 있는 자 얼마나 될까. 하지만 이제는 이러지 말아야 한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황교익 경기관광공사 사장의 내정에 대해서도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작심한 보은인사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이 지사의 형수 욕설을 두둔한 직후 지명된 것이라 설령 보은인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시기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사전에 짜고 공모한 것이라면 더욱 문제는 심각하다.

공모의 가장 큰 폐단은 이미 사전에 두 공범이 공모한 상태이므로 나머지가 들러리로 남는다는 것이며 들러리가 된 자들끼리는 얼마나 어이없는 춤판에 장난감이 되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같은 공모가 난다 해도 참된 인재가 올리 없는 공감대가 더욱 큰 사회적 손실이다. 이번 황교익 경기관광공사 사장 임명을 두고 대권후보 캠프에서는 즉각 열을 올렸다.

친분이 있는 내 사람 챙기기가 공정한 세상은 아니라는 의견과 지원 자격조건을 이 지사와 같은 대학 출신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이번 공모에서 변경시킨 조건들이 맞춤형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심지어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경기도지사 임명권으로 보은성 인사를 남발하는 지사 찬스를 쓰는데, 대통령이 되면 재명천하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나물 날 곳은 떡잎부터 안다. 그럴리 없겠지만 원희룡 전 제주지사 우려대로 재명천하가 된다면 문재인 정부보다 더 심각한 인사폐단이 불보듯 뻔해진다. 오해라 치더라도 오해살 짓을 안 하면 되는 것이다.

경기도민 청원게시판 청원글에 6,000여 명이나 동의했지만 6만 명, 60만 명이 동의한다고 귀를 기울일 정권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맛집 찾아다니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전문성이 있어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된다면 멋집 찾아다닌 사람은 뭐가 될까.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모라는 형식적인 제도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심사했다며 우겨대는 것이나 국무위원의 인사청문회를 다수 여당의 힘만 믿고 아예 무시하는 것은 그 어떤 실책보다 매우 중요하고 임기 후에라도 짚고 넘어가야할 적폐중 하나다.

윗물이 흐리니 아랫물도 흐린 것이다. 그러라고 임명권을 준게 아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권력과 만료된 퇴임자에게 적용되는 법의 잣대가 공정하지 못한 줄자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민의 무관심과 부패된 언론의 방관이 한몫 했기 때문이다.

그 예로 임기 중 침이 튀도록 홍보했던 언론일수록 퇴임후 가혹하리 만치 날카롭게 지적하는 것이며 마냥 얼 빼고 지켜보던 국민들도 부화뇌동하는 것이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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