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2021년 추석은 어떤 날일까
[덕암 칼럼] 2021년 추석은 어떤 날일까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9.0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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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우리 민족의 3대 명절중 하나인 추석은 오곡이 무르익는 결실의 계절이라는 점에서 풍요로움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농사짓는 농민이 아닌 이상 추수의 기쁨보다는 상여금이 얼마나 나오는지에 관심이 더할 것이다. 상여금, 정상적인 기업이나 공무원들이 수령할 수 있는 월급 외에 돈이다.

돈 뿐일까. 23일과 24일 연차·월차 쓰면 18일부터 26일까지 내리 9일을 쉬며 놀아도 월급은 제때 나온다. 편리함과 나태함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운영이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또는 문화예술, 체육계, 특수직 등 이른바 제도권 밖에 종사하는 사람들과는 무관한 일이다. 외려 누군가의 풍요로움 대비 빈곤을 감내해야하는 상황 속에 방치되기도 한다.

매년 명절이면 손에 선물꾸러미를 들고 고향을 찾아가는 풍경이 낯설지 않았다. 이른바 귀향길에 나선 자식들이 눈 위에 손을 얹고 언제 오나 기다리는 부모님께 자녀들의 손을 잡고 당연한 듯 찾아가는 장면이었다.

2020년 추석부터 코로나19의 감염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명분으로 고향 안가기 운동이 벌어졌다.

정치인들부터 너도나도 고향 안가는 게 자랑이듯 현수막으로 선전을 해대며 부모님의 의중과는 달리 오는 자식들 안 반갑다는 장면이 방송국에서 홍보영상으로 난무했다.

이제는 고향 안가도 아무 흉이 되지 않는 현실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가 고향을 찾는 부모님께는 덤비고 전국 각지의 관광지로 몰리는 자식들에게는 안가는 인공지능 바이러스인가보다.

안 그래도 무너진 우리 민족혼의 유지관리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아예 강 건너 불구경이 됐다. 돌아가신 조상은 물론 살아계신 부모도 무시하고 오직 각자의 현실적인 행복에만 치중하는 작금의 상황을 커가는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보고 들은거 어디 안 간다. 그리 오래 갈 것도 없이 20년만 지나면 지금의 잘나가는 층들이 골골거리며 약봉지를 쌓아두고 빈방에 홀로 방치될 것이고 자라는 아이들은 경제의 중추적 경제인이 되어 명절이라는 말 자체를 숫자에 불과할 것으로 여기게 된다.

인구감소가 그러한 상황을 뒷받침하고 돌아가는 판세가 늙은이의 미래를 충분히 점치게 한다.

부정적인 견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20년 전의 예상이 10년 만에 나타났고 10년 전의 예상이 5년 전의 나타나듯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추측은 결코 빗나가기 보다 더 치명적인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웬만한 지방 중소도시는 대대적인 이농현상으로 생활의 기반시설이 사라져 실질적인 주거가 불가능하며 한 해가 다르게 줄어드는 지방대학의 감소로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기형적인 국토발전이 충분히 예상된다.

고향, 아무도 없고 누구도 가지 않는 바람에 이 단어가 생소해질 것이며 도심은 젊은이들의 활기찬 발걸음 보다는 점점 늙어가는 연령층들의 어색한 인파들이 겨우 먹고 살 것을 구하려 서성거리는 진풍경이 벌어질 것이다.

이미 빨간불이 켜진 각종 연금이 그러하고 너도나도 복지를 빙자해 일하지 않고 놀고먹으려는 게으름이 정착하면서 한국을 위해 땀흘려줄 외국인 근로자들이 인력시장을 장악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명절이면 고향을 찾는 대한민국이었다면 올해는 어떤 추석일까.

누가 뭐라든 아이들 손잡고 아직은 살아계신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한복을 입고 송편도 만들고 보름달을 보며 소원도 빌어봐야 한다.

큰절을 하며 덕담도 들어드리고 적으나마 마음을 담은 돈 봉투도 전해드리는 미풍양속을 지켜야 한다. 그래도 보고들은 아이들에게는 추억정도로 남을 뿐이다.

특히 자영업으로 버티다 폐업을 한 가장의 경우 무슨 낯으로 가족들을 대할지 막막하다. 다들 신나는 명절일수록 그 비참함은 비길데 없고 자본주의 특성상 거리에 굶어죽어도 누구하나 밥 한 그릇 도와줄 사람이 없다.

정부는 가게 문을 여나마나한 상태에서 6일부터 수도권 식당과 카페는 시간상 밤 10시까지 출입자수는 6인까지 허용한다고 밝혔다.

4차 대유행이 지속하면서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가 10월 3일까지 4주간 연장 시행되는 것인데 추석 전까지 전 국민의 70%에 대한 1차 예방접종도 완료되는 만큼 일부 방역조치는 완화되는 것이다.

4단계 지역 식당·카페의 매장 영업 종료 시간은 오후 9시에서 10시로 1시간 연장되고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최대 6명까지 모임이 가능해진다.

추석 연휴 전후 1주일 동안은 접종 완료자가 포함될 경우 최대 8명의 가정내 가족모임도 허용되고 결혼식 참석 인원은 음식을 제공하지 않으면 거리두기 3·4단계 지역에서 최대 99명까지 참석이 가능하다.

명절 전에 푼다고 생색내던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도 6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바짝 마른 논바닥에 물 한 컵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마는 어쨌거나 그 돈이라도 준다하니 너도나도 아우성이다.

정부는 혼잡을 막기 위해 요일별 5부제로 접수를 받는단다. 자고 일어나면 상승하는 집값, 집세도 따라 오르고 물가도 덩달아 오른다.

이미 5개월째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201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풍요로운 명절, 정부가 주는 25만원으로 뭘 할 수 있을지는 각자의 판단이다.

국민 88%에게 1인당 25만 원씩 주는 5차 재난지원금 11조 원이 과연 잠시라도 국민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어쩌면 코로나19가 지나도 고향을 찾는 귀성길 풍경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그 때 그 시절의 옛날이야기로 남게 되지 않을까. 다 잃어도 우리의 혼은 지켜야 한다.

다 버려도 민족의 자존심은 지켜야 한다. 다 잊어도 늙은 부모에게 절하는 자식의 도리는 지켜야 한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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