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분명히 사라질 인륜지대사
[덕암 칼럼] 분명히 사라질 인륜지대사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9.0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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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고 성인이 되어 짝을 찾고 다시 늙어 흙으로 돌아갈 때 까지의 과정은 그리 길지 않다.

소년기야 세월이 어찌 가는 줄도 모르고 젊을 때야 천년만년 살 것처럼 아득하지만 중년을 넘어서면서부터 생의 종착역은 빠른 속도로 다가온다.

이러한 과정에 피할 수 없는 것이 관혼상제인데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이러한 예식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풀어서 논하자면 관례는 정해진 나이가 되면 어른이 된다는 의미로 치르는 일종의 성인식이요 혼례는 말 그대로 결혼식을 의미한다.

상례는 사람이 사망했을 때 치르는 장례식을 뜻하는 것이고 제례는 돌아가신 조상을 위하여 지내는 제사를 뜻한다.

좀 더 진솔하게 논하자면 이미 사망한 사람보다는 산 사람 잘되게 해달라고 지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중 요즘 사회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게 결혼식과 장례식이다.

지난 2017년부터 약 3년간 웨딩홀을 운영하면서 직접 주례도 수 십 차례나 보고 혼례식에 참석한 하객들과의 다양한 대화를 통해 결혼의 의미를 새삼 실감하는 날들이 있었다.

필자가 웨딩홀을 인수할 때만 해도 사양업종이라고 불리던 것이 해가 갈수록 결혼기피 현상이 증가하면서 내국인 보다는 중국교포나 국제결혼 추세가 급격히 늘어났다.

외국인 중심의 결혼에는 친·인척이 적다보니 당연히 하객들도 줄어들었고 어쩌다 내국인 커플의 결혼식에도 친구들이 없어 엑스트라로 동원되는 경우까지 종종 있었다.

과거에는 단체사진에 설자리가 없어 빼곡하게 단상을 채웠던 것과 달리 듬성듬성 서 있어 빈자리가 휑했다.

그리고 2020년 들어 코로나19가 창궐하고 결혼식장은 그야말로 된서리를 맞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단체식사는 수 십 가지 관련 업종까지 여지없이 줄도산과 폐업이 속출했다.

가까이는 요리사부터 예식과 직·간접적인 업종들이었다. 친·인척 대신 들러리 서던 아르바이트생들은 단가가 떨어져도 일감이 없었다.

인원 제한에 있는 하객들도 밥 한끼 못 먹고 돌아서니 더 말해 뭐하랴. 결혼과 장례 문화에서 다른 건 돈으로 해결되겠지만 하객만큼은 어찌 할 수 없다.

여기서 친척의 존재에 대해 알아보면 민법 제768조에 자기의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을 직계혈족이라 하고 형제자매와 형제자매의 직계비속, 직계존속을 방계혈족이라 한다.

혈족은 8촌 이내로만 하고 인척은 4촌 이내로만 한정된다. 부부는 무촌, 부모자식은 1촌, 형제 자매간에는 2촌, 부의 형제는 삼촌, 고모라 칭하며 그의 자손은 사촌간 또는 고종사촌간이라 한다.

또 어머니의 자매는 이모, 형제는 외삼촌 이라고 외자를 붙인 외삼촌으로 불린다. 이모·외삼촌의 자녀들은 외사촌간으로 한촌 더 올리고 여기까지만 해도 요즘 성장기 청소년들은 뭐라는 거야 꼰대의 잔소리 정도로 치부된다.

오촌 당숙, 육촌 형제가 칠촌·팔촌은 아예 명칭조차 의미가 없는 시대로 가고 있다. 길거리에서 시비가 생겨도 서로 족보를 맞춰보기 전에는 멱살을 잡아도 알 수 없는 게 친·인척관계가 됐다.

서로 마주칠 일이 없고 굳이 만날 일이 없다보니 과거 마냥 명절 때 시끌벅적하던 시절과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 왜 인륜지대사가 분명하게 사라진다고 장담하는지 짚어보자. 애경사는 무엇보다 하객이나 문상객이 중요하다.

아무도 오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된다면 굳이 제단을 차리고 온라인 초대장을 뿌려서 결혼식장을 잡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때마침 코로나19가 확산된 것도 한몫 했겠지만 점차 하객없이 비대면으로 결혼식을 올려도 별 문제가 없음을 체감하며 사회전반에 그러한 분위기가 자리잡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 시대야 5남매·7남매가 자랐기에 자녀들 간에 고모, 이모, 삼촌, 이종, 고종간의 친·인척이 당연히 존재했겠지만 그러한 인척 관계는 형제·자매가 있어야 자손들간에 불려 질 명칭이지 아무도 없이 혼자 큰 아이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단어다.

친·인척도 없는 결혼식, 친구나 직장동료들이 축하해줘야 하는 결혼식, 과연 얼마나 갈까. 애경사 뿐만 아니라 명절까지 사라질 미래가 멀지 않았다.

안 그래도 결혼 안 하고 아이 안 낳고 자유롭게 사는 사회적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출산율 저하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 된지 오래다.

하지만 앞으로도 악화되면 됐지 개선될 일은 절대 없을 것이기에 친·인척이라는 단어는 점차 한국사회에서 잊혀지거나 국어사전에서 찾아봐야할 알 수 있는 낱말이 될 것이다. 물론 친척이 없다고 달라지거나 못살 이유는 없다.

얼마든지 개인적으로 오피스텔에서 배달음식 시켜먹으며 스마트폰으로 생필품을 주문하는 생활패턴이 잘못될 일은 없다.

아이는 임신부터 육아, 교육 등 인류사회의 가치기준이나 힘이라기보다 짐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지극히 개인주의적 사고방식과 나만 살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 5천년을 살아오면서 고고히 지켜온 우리 민족의 생활방식이나 미풍양속, 도덕과 충효사상은 전실이 되어간다.

국민들은 먹고 살 궁리에 적잖은 사람들이 당장의 끼니를 걱정하는데도 나라의 미래를 가꾸어갈 고민 보다는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선수들의 거품 무는 소리가 오늘도 텔레비전 화면을 가득 채운다. 사람이 사라져 가는데 혼자만 대통령할 것인가.

사람이 가치를 버리고 가격에 의존하며 배만 채운다고 사는 게 아닐진대 친·인척이 모여 서로 위해주며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럴려고 지도자 뽑아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게 아니었던가.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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