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제보의 취지와 남용의 여지
[덕암 칼럼] 제보의 취지와 남용의 여지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9.1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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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약 40년 전의 일이다. 필자가 초등학교 재학시절 교실 앞 칠판 한쪽에는 간혹 떠든 사람 아무개 식으로 교실에서 시끄럽게 한 학생이나 지각한 학생의 이름이 적혀 선생님에게 혼난 일이 종종 있었다.

야단을 맞은 학생과 이름을 적은 학생의 교우관계는 오랫동안 껄끄럽기 마련이고 주변 친구들도 일러바쳤다는 이유로 고자질쟁이라는 변명까지 붙여준다.

고자질, 일러바치는 짓거리를 뜻하는 말인데 그 내면에는 시정을 바라는 개선의 여지와 함께 잘못한 만큼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조건도 병행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신고하여 벌을 받게 하는 것 보다는 직접 대화로 풀어보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며 흔히 하는 말로 안 되면 법으로 하면 될 터인데 몰래 일러바침으로써 제보 당사자는 삐지는 일이 비일비재 해지고 있다.

신고 받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잘못해도 약이 오를 수밖에 없고 복수가 복수를 낳듯 똑같은 방법으로 유사한 상황을 신고하는 행태가 번지게 된다.

요즘 분위기를 보면 땀 흘려 일하기보다 신고만 잘해도 밥은 먹는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신고만 전문으로 교육시키는 학원이 있을 정도라니 더 말해 뭐하랴. 사회전반에 걸쳐 다양한 민·형사적 법률이 정해지다보니 당사자 자신도 모르게 법을 어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인지하고 있지만 공공연한 비밀로 통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술파는 노래방의 노파라치, 음식점의 야외 테이블 식파라치, 정부방침을 어긴 방역위반의 코파라치는 물론 안전모를 안 쓴 건설현장의 건파라치, 환경법을 어긴 공장, 골프장, 목욕탕, 이루 셀수 없을 만큼 현행법을 위반한 사례가 많다.

누구나 포상금만 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면 얼마든지 범법 현장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법으로 정한 만큼 이를 남용하는 사례를 차단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포상금을 100원 지급하여 1000원의 과태료나 벌금을 거둬들일 수 있는 손익 구조라면 국민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이며 이간질을 통해 행정의 편의를 구하는 것이다.

정작 현장에 나가서 행정지도를 해야 할 공무원이 손도 까딱 안 하고 책상에 앉아서 국민들끼리 이간질 시킴으로서 범죄를 단속하겠다는 발상이다.

계산적으로 자신의 밥값을 하고도 남을 뿐만 아니라 국고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벌금을 낸 범죄자(?)와 포상금을 받은 제보자는 민민 갈등의 늪에 빠지게 된다.

오래전 고속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맞은편 운전자가 전조등을 번쩍거리며 지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주행방면에 경찰이 지키고 있으니 과속하지 말라는 신호다. 누가 누구랄 것도 없이 모든 운전자들이 서로 위해 주는 진풍경이자 요즘 분위기로 말하자면 공범인 셈인데 훈훈한(?)인심이 넘치는 공감대가 형성됐었다.

필자는 범죄를 미화시키거나 합리화 하자는 것도 아니다.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기 마련인데 이같은 파파라치 문화로 인해 사회가 밝아지고 깨끗해지는 만큼 삭막하고 살벌해지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쓰레기 몰래 버린 것을 CCTV로 찾아 과태료 물려야 같은 일을 하지 않고 교통사고를 내고 뺑소니한 범인은 현수막을 걸어서라도 제보자를 찾아야 하듯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본래의 취지가 훼손되고 공익발전의 목적에 반한다면 이는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남용되지 않도록 보다 세부적인 거름망도 필요할 것이며 민민 갈등이야 생기건 말건 행정의 편의만 구하는 것이 직접 죄를 짓는 제보의 대상보다 훨씬 더 큰 범죄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언젠가부터 도로교통법 위반을 단속하는 경찰관 대신 신호등이 도로질서를 평정하는 시대가 왔고 지금은 도로마다 설치된 CCTV로 과속은 물론 신호위반, 노후경유차 단속, 세금체납까지 단속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했다. 여기까지는 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운전자들이 신고한 교통법규 위반 공익 건수는 212만8443건으로 2019년 보다 약 60% 증가했다.

신고를 전담하는 전국 경찰 462명이 1인당 연간 6,000건 이상의 신고를 처리하게 되는데 어설프게 신고 제도를 시행했다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셈이 됐다.

안 받을 수도 없고 받자니 공익이냐 아니냐에 대한 분리가 감당이 안 되고 지출되는 포상금도 만만찮다.

사회전반에 걸쳐 잘못된 일에 대한 해결방안은 고소·고발 외에도 방법의 해결방안이 있기 마련이다.

굳이 서로가 이간질하고 경계하며 나만 살면 그만이라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만연하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을까.

베트남 호치민을 몇 번 가 본적 있는데 그 많은 오토바이가 신호등도 없는 사거리를 교차하면서도 마치 물고기 떼나 철새 떼가 서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듯 아무 접촉사고 없이 잘만 지나간다.

지금처럼 고자질문화가 발전하면 나중에는 사람이 살려고 정한 법이 사람위에 군림하며 지배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알베르 카뮈는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지나친 고자질은 이간질로 변질되므로 정작 필요한 유산균까지 모두 청소해버리는 살균제를 마시는 것과 같다.

이제 제보의 남용에 대한 여지를 없애야 필요성도 공감해야 할 때가 왔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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