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스토리]국제백신연구소(IVI) 한국 후원회 조완규 상임고문을 만나다.
[덕암 스토리]국제백신연구소(IVI) 한국 후원회 조완규 상임고문을 만나다.
  • 김준영 기자 777777x@naver.com
  • 승인 2021.10.1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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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캠퍼스 전경
▲서울대학교 캠퍼스 전경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1일 대한민국 소재 유일한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 한국 후원회 조완규 상임고문을 만나 연구소의 이모저모를 들어보았다.

[경인매일=김준영기자] 서울대학교 내에 위치한 국제 백신연구소의 조완규 고문은 한국의 노인문제에 대한 획기적 전략까지 함께 품고 있었다. 국제 백신연구소가 위치한 서울대학교 본교의 총장을 역임하기도 한 조 고문의 10평 남짓한 사무실은 소박하면서도 다양한 서적과 서류가 가득해 전문가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벤쳐 한림회 회장을 어렵게 수락했다는 설명에 이어 박주철 사무총장과 함께 참석한 조완규 전 총장과의 자리는 당초 예상과 달리 약 30분 동안 진지한 대화로 이어졌다.

6.25포성이 한창이던 1952년 서울대를 졸업한 조완규 전 총장은 펜실베니아 대학교, 하버드 대학교,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등 세계 일류 대학을 유학한 이래 올해 94세라는 나이가 실감나지 않을 만큼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륜만큼이나 빛나는 경륜을 갖추고 있는 그는 1987년 국민훈장 모란상, 1993년 정조근정훈장, 2006년 제20회 인촌상 교육부문 등 찬란한 업적을 증명해 주는 상훈과 1987년 제18대 서울대학교 총장, 1992년 제32대 교육부 장관을 거쳐 1997년 국제백신연구소 이사로 출발해 2008년 코리아 바이오 경제포럼 명예회장을 역임했다. 법조인으로서 평소 검소하고 청렴한 부친의 생활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생활관은 그의 명예만큼이나 반듯한 외길 흔적을 남겼다.

▲경인매일 김균식 회장(좌),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 조완규 상임고문(우)

Q.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리며 뵙게 되어 기쁘다. 코로나19 백신에 관한 논란들로 인해 전 세계가 어려운데 연구소 추진의 장본인으로서 해 주실 말씀은?
 
A. 그저 주어진 역할을 할 뿐이다. 50여 년 전 우리나라도 콜레라니 장티푸스니 하는 전염병이 창궐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도 전 세계 후진국 약 400만 명의 어린이들이 전염병에 노출되어 있다. 굴지의 제약사들이 관련 백신을 개발·생산한다고는 하나 비용 문제로 공급이 어렵다. 때문에 1990년 국제기구들이 모여 국제백신연구소를 개발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UNDP가 사업을 맡아 여러 나라에 권유하는 것을 알고 유치위원장을 맡게 됐다.

마침 김영삼 대통령도 동의했고 1995년 UN총회 50주년 기념 연설에서 대한민국이 세계 어린이 질병 퇴치 운동에 앞장서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당시 연구소 유치를 위해 여러 나라가 경합을 벌인 가운데 생명과학 쪽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 여긴 대한민국 정부가 함께 노력하여 유치에 성공했다. 설립한 지 20년이 지났으나 매우 보람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유치조건이 발목이었다. 5,000평의 건물을 지어 기증해야 했으며, 총 140억 중 운영비 70억 원과, 70억 원의 후원금을 내야 하는 조건이었다. 물론 세계적으로 후원금을 요청할 수는 있으나 정작 우리는 손 놓고 있으면서 무작정 달라고만 할 수 없기에 직접 후원회를 만들었다.

초대 후원회장은 김세손 국회의장이 맡으셨고 제가 이사장을 맡아 발족했다. 이후 빌게이츠 재단이 20년 전 1억 5천만 달러를 내는 등 각계의 후원금이 들어왔다. 이런 돈으로 기존에 4만 원 가량 하던 백신을 2천 원에 공급할 수 있는 등 저렴한 가격에 백신 공급이 가능해졌다.

후진국에 공급이 시작된 저가 백신을 위해 제작을 주문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시점, 벤처 제약회사로부터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생산에 착수했다. 이후 4천 만 명분의 백신을 공급했고 지금도 4천 만 명 분의 백신을 생산하고 있으며 네팔이나 기타 질병에 취약한 국가로 공급하고 있다.

이후에는 백신 가격보다 처방할 의사, 간호사, 냉동보관이나 수송 등 모든 면에서 비용이 추가됐다. 다행히 국제 로타리클럽에서 2년 전 20만 달러를 지원받아 백신 공급이 가능했으며 현재도 20만 달러를 조성 중에 있다. 앞으로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Q. 연구소를 유치한 게 국가적으로도 큰 업적이지만 인류 전체의 생명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듯 하다.

A. 국제기구인 만큼 연구원 70명 중 40명은 외국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연구소 건물은 1998년 완공되었다. 신규 사업인 만큼 예산이 없어서 민자 사업 쪽으로 기울었는데 민자가 될 수 없는 사업이었다. 국가사업이기 때문이다. 이후. 예산처와 의견을 맞추느라 2003년에야 완공을 할 수 있었다.

당시 열린 기공식에 200여 명의 인사가 참석한 자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제기구에 기증한다고 공식 발표했고 예산 얻기가 매우 수월해졌다. 이후 한국에서 생산된 백신이 지구촌 곳곳의 힘든 나라에 공급되는 대단한 일이 되었다. 백신을 맞는 세계의 아이와 부모들은 한국에 대한 고마움이 크다.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조차 어렵다.

Q. 시작부터 현재까지 총장님의 역할이 지대하셨다고 본다.

A. 저 뿐 아니라 수많은 분들의 역할이 컸다. 조동철 교수가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박상철 교수가 회장으로 있다. 이 분들의 역할이 지대했다. 또 포스코에서 벤처로 사업을 성공한 한 CEO가 100억 원을 기부했으며 LG 구자경 회장의 손자 구강모 회장이 10억 원을 기부하는 등 각계의 기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2018~2019년 모잠비크 쿠암바 지방의 콜레라 취약지역 주민 19만여 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모잠비크 콜레라 예방 및 조사(MOCA)’ 사업에서 어린이가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국제백신연구소)
2018~2019년 모잠비크 쿠암바 지방의 콜레라 취약지역 주민 19만여 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모잠비크 콜레라 예방 및 조사(MOCA)’ 사업에서 어린이가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국제백신연구소)

Q. 한국의 잘 발달한 기부문화를 전 세계 어린아이들이 기억할 것이라 생각한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는 원조하는 나라가 되었는데?

A. 어린아이 뿐 아니라 그들의 부모 또한 기억할 것이다. 이것은 “그간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는 갚아야 할 것 아닌가”라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큰 의지 덕분이었다. 정부가 하지 않았다면 못 했을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여가 매우 컸다.

Q. 이러한 자립은 총장님의 경력과 신뢰가 뒷받침하고 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학자임과 동시에 의료계에도 한 획을 그으신 총장님께서는 특히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대한민국에 대한 관심이 크며 그에 대한 대안이 시급하다고 주장하신다고 들었다.

A. 대한민국은 65세 정년사회가 되고 있다. 퇴직 이후에는 인생이 끝난 것이 아닌데 현재의 모습은 너무나 안타깝다. 정년 이후 다른 직업을 택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쌓은 노년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야 하는데 사장되어가는 현실이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이들이 모여 ‘벤처 한림회’를 만들었다.

노년을 활용하기 위해 모인 그룹이 벤처 한림회인데, 벤처는 결국 두뇌싸움이다. 기업은 돈을 쫓지만 벤처는 돈과 무관하다. 창의성을 개발해 새로운 영역을 창출하는 노인회 등을 만들어 구태에 젖는 것은 딱한 일이라고 본다.

결국 노인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비록 경륜은 짧으나 번뜩이는 창의력이 있는 젊은이들이 있다. 이들의 글 등 우수한 창작능력에 벤처 개념이 더해진다면 훌륭한 인재로 거듭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생각을 국민운동으로 확장시키는 것이 벤처다.

퇴직 후 적어도 20년은 놀아야 하는데 이런 노동력의 사장은 국가적 낭비이므로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중요하다. 정부 지원을 통해서라도 이런 부분은 잘 활용해야 한다. 언론에서도 이런 부분을 잘 홍보하여 국민들의 공감대를 구성되도록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

Q. 젊은 사무총장님의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

A. (박주철 벤처 한림회 사무총장)51년 생이다. 미래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이란 기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뜻하는 것이다. 제 의욕은 여전히 20대라고 생각한다.

Q. 대한민국 초고령 사회의 미래를 걱정하시는 가운데 벤처 한림회 수장을 어렵게 맡으셨는데 국제 백신 연구소를 유치하신 것처럼 벤처 한림회 또한 잘 이끌어 가시기를 당부드린다. 대한민국 초고령 사회를 위해 준비하신 것이 있다면, 어떤 방향을 모색중이신지?

A. 당시는 60대였으나 현재는 95세를 바라보는 90대이다. 현재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있기에 전개 방식만이 숙제다. 노인들과 함께 연구하고 꾸려가야 할 일인 만큼 재원이 중요하다. 그러나 덮어놓고 정부에 손을 내밀 것이 아니라 국민운동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Q. 우리 모두 노인이 되는 만큼, 노인 문제는 결국 현재 젊은이들의 미래 문제다. 현재 국가예산 550조 중 복지예산으로 199조가 편성된 만큼, 돈이 문제가 아니라 범국민적 관심사가 문제라고 본다. 이를 위해 당부할 말씀이 있다면?

A. 그렇다. 현재 직면하지 않은 문제라도 노년은 누구에게나 오는 만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노인복지는 기금 마련이 중요하다. 모든 국민은 가정을 꾸리는 과정에 자녀를 갖는다. 그 자녀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더욱이 모두 함께 뜻을 모아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까닭이다.

Q. 노인이 행복한 나라가 되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A. (박주철 벤처 한림회 사무총장)막연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노인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는 창업이 중요하다. 시니어 창업 사관학교를 출발해야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경력과 지혜, 영향력 있는 노인들이 그들의 능력을 젊은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장을 열어야 한다.

20대의 사업 성공률은 20%이상에 머물지만 50대는 50% 이상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경륜이 매우 중요하다. 연륜과 경륜이 함께 쌓이는 만큼, 젊은이들의 창의력과 노인의 경험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면 사업 성공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Q. 젊은 사람과 노인이 함께 한다는 말씀이 세대차이의 극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발전상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미래에는 세계의 종주국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A. 대한민국은 참 대단한 나라다. 1945년 해방 당시 아무것도 없었다. 학력이 높은 인재도 없었고 기반 시설도 열악했다. 이후 조금 나아지려 하자 6.25전쟁이 발발하는 등 아픈 역사가 많았다.

이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50년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된 것은 기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 또한 통치자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허기진 백성을 위한 박정희 대통령의 과학기술 진흥정책이 발단이 되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존슨 미국 대통령의 부탁으로 베트남전에 파병을 했고 그렇게 받은 600만 달러로 초근목피의 국민들을 살리는데 일조했다.

또 미국에 있는 키세스 연구요원을 서울대 2배 월급을 주고 영입하여 대덕연구단지를 세우고 그렇게 한국의 과학을 키웠다. 서독 광부들의 희생도 컸고 간호사로 갔던 여성들의 고생도 매우 컸다. 제가 한국인의 우수성을 설파하면 일각에서는 ‘당신이 한국사람이라서 그런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럴 때 100년이나 앞선 금속활자나 한글의 우수성을 이야기하면 비로소 인정한다.

Q. 총장님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우수성을 많이 공감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과학자로부터 듣는 것이라 더욱 실감이 나는 듯하다. 벤처 한림회에도 많은 기여를 하실 것으로 함께 기대한다. 경인매일 독자분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A. 신문을 통해 세상이 돌아가는 여러 모양을 알 수 있다. 경인매일을 통해 국제 백신연구소를 소개할 수 있게 되어 참으로 고맙다. 미약하나마 많은 관심을 갖고 공감대를 형성하실 수 있었으면 한다.

Q. 향후 백신의 발전 방향이 있다면?

A. 우리나라 벤처인 ‘유바이오로직스’가 저가의 경구용 콜레라 백신 일명, ‘유비콜’을 생산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생산한 천만 도스의 ‘유비콜’을 네팔 등 세계 후진국 어린이에게 접종하였고 다시 천만 도스를 비축하고 있다. 연구비가 크면 백신 개발에 속도가 붙고 후진국 어린이의 생명 살리기도 앞당길 수 있다.

따라서 연구개발에 필요한 재원 확보는 매우 긴요한 일이다. 현재 국제 백신연구소가 인도적 사업을 수행함을 인식한 후원자들이 줄 이어 후원금을 기탁해 연구소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점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도 연구소 사업에 관심 갖는 후원자가 계속 늘고 성원이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Q. 더 하실 말씀이 있다면?

A. 싼값의 전염병 예방용 백신 개발이 목적인 국제백신연구소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제약회사와는 달리 코로나 바이러스 19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는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대학 등 여러 연구기관과 제휴하여 연구소가 쌓은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코로나 백신 개발 사업을 지원할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임이 자랑이고 긍지다. 곧 후진국 부모들이 “Thank you Korea. Thank you Korea. IVI”라고 할 날이 올 것이다.

▲조완규 박사
▲국제백신연구소(IVI) 한국후원회 조완규 상임고문

*조완규 박사 프로필*
- 1928년 2월 11일 황해도 재령 출생
- 32대 교육부 장관(1991~1992년)을 지낸 교육자이자 前서울대학교 총장,
-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 한국 생물과학협회장 등을 역임
- 생물학 박사로,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 도약기의 산증인으로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헌신해 왔으며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 상임고문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명언*
“과학자의 보람은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여 최초로 발견해 세계 학계에 이름을 남기는 것”“과학의 결과가 기술로 전환돼 산업화로 이어진다. 과학기술은 나라경제를 살리는 주체다”“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려 하지 말고 남이 하지 않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 성공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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