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덕목 20가지 중 열 번째 “예산의 투명성”
[덕암 칼럼]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덕목 20가지 중 열 번째 “예산의 투명성”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10.14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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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약 30년 전의 일이다. 필자가 육군 병장으로 전역하여 세상이 만만하게 보이던 시절인데 슈퍼마켓에 온갖 물건을 다 팔아보다 덤프트럭 운전기사로 이직했을 때였다.

집채 만한 차량을 몰고 다니며 제법 목돈을 만져보던 기쁨에 지금은 팔순을 바라보는 모친에게 자랑을 늘어놓자 차분한 목소리로 돈을 버는 자랑 말고 쓰는 자랑하라던 말씀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깊은 의미가 있음을 느낀다.

시간이 갈수록 돈에 대한 바람이 클수록 돈과의 인연은 묘연해지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무지개 같았다.

세월이 흘러 언론에 종사하며 지자체나 정부의 예산편성이 개인의 돈 씀씀이 보다 더 헤픈 사실도 알게 됐고 안 써도 될 돈과 써야할 돈이 없어서 못 쓰는 경우도 알게 됐다.

오늘은 어차피 걷어야할 세금을 어떻게 걷어야 하며 어떤 시스템으로 공개하고 어떻게 써야 잘 쓰는 것인지 알아본다.

납세는 국민의 의무중 하나다. 문제는 세금을 어떻게 쓰느냐 인데 너도나도 눈먼 돈 갖다 쓰듯 펑펑 쓰고 뒷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이, 아니 정치인이 정책을 입안하고 예산을 편성하다보면 어찌 오류나 실수가 없겠는가마는 상식을 벗어난 실책이 있었다면 인정하고 돈으로 안 되면 말이라도 사과나 대안을 제시해야 맞는 것이다.

물론 모든 책임을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단체장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겠지만 그래도 정부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이 나라 살림의 상당부분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만큼 사용 대비 효율성 예측, 혹여 생색만 내는 선심성 편성은 아닌지, 주변 정황 감안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졸속행정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특히 정치인들이 재선을 위해 유권자들에게 장밋빛 청사진을 공약하는 과정에서 낭비한 예산은 심각한 수준이다.

물론 그런다고 찍어준 사람도 공범이 되겠지만 대충만 예를 들어봐도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이 해를 더할수록 적자행진을 계속하고 전북 김제공항도 한심하기 마찬가지다.

뿐일까, 호남고속철도 공주역과 경인 아라뱃길은 조 단위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었지만 사실상 실패나 마찬가지다.

투자 대비 4대강 사업이 그러하고 돌이켜보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으러 온다고 순진한 국민들 겁줘서 평화의 댐 건설비용에 학생들 코 묻은 돈까지 걷은 적도 있었다.

물난리 나면 수재민돕기, 연말이면 불우이웃돕기, 불 나면 화재현장돕기로 십시일반 걷은 돈은 있어도 그 돈이 어떤 경로를 거쳐 누구에게 전달되었는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자고로 돈이란 이름 적혀 있지 않아서 어디서 났든 번듯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인데 가령 위안부 할머니 돕는답시고 거둬서 개인용도로 써도 갖다 붙이는 이유에 따라서 문제가 없을 수도 있으니 돈을 내는 사람 입장에서 불신이 초래되는 것이다.

간혹 어려움을 호소하는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은 많은데 누구에게 언제 어디서 얼마나 전해줬는지는 없다.

들어온 돈 내역 알리는 건 결코 어려운 일 아닌데 정보공개 청구하면 업무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알 수가 없다.

감성 팔이로 입금된 돈들이 이리저리 공제하고 소액만 전달된다면 결국 영상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열악한 환경과 슬픈 표정은 국제 앵벌이나 다름없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불투명한 지출과정은 모금의 신뢰를 추락시키고 종래에는 정작 수혜를 받아야 할 대상마저 기부문화에서 소외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모두가 어렵다. 이 와중에도 줄줄 새는 혈세가 있으니 티도 안 나는 공무원들 인건비다.

코로나19로 인해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일하는 공직자가 있는 반면 문화예술, 체육 분야의 적잖은 직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업무도 없는 상황에 일하지도 않은 시간까지 초과근무수당으로 챙기는 얌체들이 도처에 버티기 때문이다.

그나마 바늘도둑은 새가슴이지만 배포가 큰 공무원들의 대담함은 국민들의 기대감을 허탈감으로 변환시키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현재 천문학적인 돈이 코로나19 재난지원금으로 시중에 풀리고 있다. 최근 정부가 코로나19 기간 동안 발생한 자영업자들의 손실을 80%까지 보상한다는 정책을 발표하자 자영업자들은 100% 보상하라고 항변했다.

정부가 절대 손대서는 안 되는 분야에 겁도 없이 나서고 있다. 이미 지출한 재난지원금도 상당하지만 이번 보상문제가 누구의 발상인지 참으로 재앙에 가까운 일을 벌이고 있다.

여기서 벼랑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거나 방치하란 뜻은 아니다. 정부가 할 일이 있고 못할 일이 있는데 사업자마다 10만원에서 1억 원까지 보상한다는 방침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대체 어쩌려고 이러는지 나라를 어디고 끌고 가고 사람의 이기적인 본능을 어디까지 채워줄 수 있는 것인지 알고나 덤비는지 두렵다.

마치 오도가도 못하는 닭장에 굶은 닭들을 가둬두고 사료를 뿌리면 어찌될까. 가뜩이나 가난과 질병에 굶주린 사람들에게 현금을 흔들면 공급받는 입장에서 얼마나 공평하게 받을 수 있는지, 그러는 동안 사각지대에서 굶어죽고 자살하는 사람들의 속출은 어떻게 막을 것인지, 책상머리에 앉아서 탁상공론으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니 향후 벌어질 일들이 눈에 선하다.

정치·행정이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굶주린 백성들이 있는 한 수랏상을 거절하던 임금의 헤아림이 성군의 마음이듯 최고의 결정권을 가진 대통령은 밤잠이 오지 않아야 맞는 것이다.

한 사람의 잘못된 선출은 개인뿐만 아니라 망국의 지름길이다. 학생들이 학급비를 모아도 내역을 공개하고 산악회 모임에서 총무가 회비를 걷어도 물품을 구입할 때 의논을 하는데 어찌 일국의 살림을 꾸려가면서 대책없이 돈을 쓰고 그에 대한 실책을 함구하는지 배짱도 두둑하다.

모친의 말씀처럼 돈을 버는 자랑 말고 쓰는 자랑해야 한다는 명언을 새삼 되새기게 되는 건 잘 쓰면 참으로 빛나는 게 돈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덕목 20가지( 제목의 아래 주소창을 클릭하시면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0. 선택의 여지

1. 인사가 만사인 이유

2. 복지의 투명성 확보

3. 공직자 윤리강조

4. 국민의 권리 보호

5. 문예체의 활성화

6. 자주국방의 중요성

7. 경제와 부동산

8. 외교의 근본은

9. 정치인의 검증을

10. 예산의 투명성

11. 교육계의 리모델링

12. 정당정치의 개선점

13. 예산의 문제점

14. 사라져야 할 부서

15. 신설해야 할 부서

16. 종교의 대통합

17. 남북한 통일문제

18. 일자리와 저출산

19. 종주국의 책임과 권리

20. 대한민국 대통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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