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3돌 째를 맞이한 42년 전 민주화의 열망
[덕암 칼럼] 3돌 째를 맞이한 42년 전 민주화의 열망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10.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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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42년 전인 1979년 10월 16일 부산과 경남 마산에서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 철폐를 위해 전개 되었던 민주항쟁이 시작된 날이다.

10월 18일 0시를 기해 부산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계엄군을 투입하여 1,058명을 연행하고 66명을 군사재판에 회부했다.

이후 20일 정부는 마산 및 창원 일원에 위수령을 발동하여 505명을 연행하고 59명을 군사재판에 회부하는 등의 강경책으로 진압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필자의 기억에는 신문몇 자의 기사와 학교 담임선생님의 공부나 하라던 말이 전부였다.

불과 4일만에 정부의 강경진압으로 일단락 되었지만 6일 뒤인 26일 장기집권으로 독재정권이라는 비난의 주인공 박정희 전 대통령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에 가슴과 머리를 맞고 사망하게 되는데 그때 나이 62세였다.

1979년의 10월은 그렇게 대한민국 역사의 소용돌이가 거세게 몰아치던 시기였다. 무력으로 국민을 누르던 정권의 몰락이 내부적 분란을 이기지 못한 대한민국 정부는 공황상태로 들어갔다.

세월이 흘러 40년 뒤인 2019년 9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 안이 심의·의결되면서 10월 16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지 3년째를 맞이했다.

40년이 지난 지금 뭐가 달라졌을까. 그렇게 어렵사리 쟁취한 민주화를 온몸으로 체감하며 자유를 만끽하는 2021년에도 왜 국민들은 더 불행하고 더 어렵게 살며 더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을 감내하지 못하고 하루에도 수 십 명씩 생목숨을 끊는 것일까.

이러려고 지금은 70살을 전후하던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목숨 걸고 항쟁을 했던가. “못 살겠다 갈아보자”던 구호가 1945년이나 70년이 지난 지금도 세월만 지났지 여전히 갈아 봐도 소용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걸까.

위대하고 지혜로운 한민족의 탁월한 능력이 너무 대단해서 지도자들의 우후죽순 전성시대가 종식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너무 잘나서 가만히 주는 밥 먹고 시키는 대로 하지 못하고 너도나도 정치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자질부족 함양미달의 한량들이 설쳐대는 것이고 정작 덕망과 지혜로운 자들이 숨도 크게 못 쉬고 수면 밑에 쥐죽은 듯 웅크리고 있는 건 아닐까.

격동의 1980년대에도 누구나 노력만 하면 어느 정도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시대였다. 남자는 응큼 했지만 책임감이 있었고 여자는 내숭을 떨어도 가정을 지켜가는 내조의 여왕들이었다.

한국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며 궂은 일도 마다않았던 세대들의 영역을 지금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내주고 점차 실직과 가난으로 인해 그늘진 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젊은이들은 연예,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에 진입하여 정부가 아무리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예산 낭비의 사례들을 방치하면서 너도나도 눈먼 돈에 대한 노력은 업무능력의 수 배나 달하니 나라살림이 거덜 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군사독재 시절은 제3국에서 볼 때 누가 봐도 동정의 여지가 있었고 국민들도 항쟁의 명분이나 가치가 있었다.

지금처럼 외형적으로 먹고 살만한 대한민국이 내부적인 국론분열과 질병, 불공평으로 속병을 앓고 있다는 것은 국민 스스로가 치유하지 않으면 정부나 정당이나 기업이 대신 해줄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부마민주항쟁 기념일에 대하여 날만 정할 게 아니라 제정 이유와 그러한 과거를 바탕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의 대국민 섬김의 재고를 가져야 할 것이다.

공권력의 남발이 가져온 참혹한 결과를 거울삼아 정치권의 변화와 발전이 뒤따라야 할 것이며 그때 폭발했던 분노가 지금이라고 없을 것이라는 안일함도 버려야 한다.

꼭 터질 때까지 가야 할까. 쥐도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중병에 걸려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질병의 창궐, 그로인한 경제적 피폐함, 외국으로 하나 둘 기웃거리는 기업의 영업전략, 치솟는 물가, 증가하는 국채, 부동산의 폭등과 사라진 꿈과 희망, 물론 긍정적인 판단과 열정적인 노력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헤쳐 나갈 수 있는 국민적 저력도 있지만 차기 대통령은 대체 어쩌려고 서로 자리욕심에 난리를 치는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잘해야 본전이고 기가 막히게 국운이 따라야 겨우 일으킬 수 있는 나라를 서로 맡겠다고 난리다. 권력의 특혜와 출세욕이 없다면 혹여 시킬까봐 서로 피해야할 자리다.

이번 대통령은 빚더미에 병마로 지친 국민들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 가시방석이다. 못살겠다고 아우성치는 수 백 만 명의 원성도 들어줘야 하고 너도나도 한자리씩 차지하려는 한량들의 욕심도 채워줘야 한다.

수 천 마리의 모기떼가 달라붙어 피를 빨아도 묵묵히 청와대를 지키며 뜯겨야 하는 자리다. 여야 국회의원과 잘해도 못해도 언론의 입방아 거리에 올라야 하는 무자유의 자리다.

5년 임기의 대통령 자리에 앉았다가 멀쩡히 임종때까지 아름다운 모습으로 박수를 받은 분이 얼마나 될까.

총 맞고 감옥가고 자살하고 유배되는 종말을 보면서 과거 왕권시대에도 역모로 인한 살육전과 충신들의 이실직고로 태평성대의 시절이 엇갈렸던 게 우리 민족의 지난 역사다.

어찌되었건 2021년은 지날 것이고 40년 뒤인 2061년이나 80년 뒤인 2101년에는 현재의 모습이 어떻게 기록될까. ‘민심은 천심이다.’ 40년 전 군사독재나 지금의 부패공화국이나 국민들의 원성을 사기에는 마찬가지다. 질병은 피할 수 없으나 질병을 빙자한 부패는 막을 수 있었다.

백성들이야 굶든 말든 자신만 먹고 살겠다고 너도나도 빼먹는 부정부패는 이제 그만 종식되어야 한다. 조금만 상식선에서 정직하게 산다면 모두가 충분히 잘살 수 있는 나라다.

누군가 더 놀고 먹겠다는 욕심이 누군가의 피해를 부르는 것이며 제2의 부마항쟁이 재현된다면 이 또한 역사의 수레바퀴라 할 것인가.

아니면 위정자들의 놀음에 놀아난 국민 탓이겠는가. 대통령만 잘 선택해도 절반은 성공하는 삶을 살 수 있고 적어도 후손의 번영까지 예상할 수 있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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