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제76주년 교정의 날을 맞이하여
[덕암 칼럼] 제76주년 교정의 날을 맞이하여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10.29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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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기원전 298년부터 238년까지 중국의 전국시대 초나라 난릉지방의 수령이었던 순황이라는 사람을 한국 발음으로는 순자라고 칭한다.

그가 주장하는 성악설은 사람이 태어나면서 이기적인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환경에 의해서 점점 악해지는 반면 교육을 통해서 착해질 수 있으므로 특히 왕은 예로써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논리다.

여기서 예란 각자의 직업에 충실하여야 나라가 평온해지고 왕의 역할은 그런 이치가 잘 돌아가도록 능력 있고 현명한 자를 기용하는 것이라 했다.

다시 말해 대통령이 국무위원을 잘 뽑는 것이 국민들의 안위를 위하는 것이며 각자의 직업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인데 작금의 실태를 살펴보면 입법, 행정, 사법이 삼권분립을 원칙으로 해야함에도 경계를 무시한 경우가 속출했다.

법을 만드는 입법 구성원인 국회의원이 법을 집행하는 행정기관의 수장인 장관으로 겸직하는 일도 빈번했으니 국정감사를 해야 하는 자와 피감기관의 장이 같은 인물이라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9명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가 자질부족으로 사퇴하거나 야당의 반대로 낙마했고 인사청문회나 보고서 채택없이 장관 임명을 강행한 인사도 32명이나 됐다.

아예 청문회라는 제도가 무색한 지경이다. 독주하는 청와대에 편 갈라 역성드는 여당이나 고함소리만 요란했지 알맹이 없이 트집 잡는 야당에게 국민들의 피폐함은 안중에도 없었다.

순자의 성악설이 상기되는 건 대통령의 인재기용이 국무위원의 능력이자 자질보다는 동네 친구들 딱지 나누듯 친분중심으로 요직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종래에 그 피해가 국민에게 가는 걸 과연 몰랐을까.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참으로 큰 죄를 짓는 것이요 선거 때 도와준 은혜를 갚느라 보은인사였다면 이는 나라살림을 개인의 빚 갚는데 쓰는 매국행위나 다름없다.

문제는 그런 자를 선출한 국민이요 해결책 또한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으면 되는데 현재 돌아가는 판세를 보면 그런 기적은 일어날 것 같지가 않다.

순자의 군도편 일부를 인용하자면 어두운 군주는 급하게 권세를 손에 넣으려고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순자의 왕도편을 보면 대통령은 배요 국민은 물인데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선장격인 대통령 후보들의 행보가 그러하고 장차 대한민국의 미래 또한 암담하기 그지없다. 결론적으로 순자는 이기적으로 태어나도 성장하면서 배우면 선해진다는 성악설이다.

반면 맹자의 성선설은 사람이 본디 선하게 태어났지만 후천적 환경에 의해 악해진다는 논리다.

같은 씨앗이라도 밭의 환경에 따라 자라는 상태가 다르니 당초 어린아이가 선의 출발이고 주변의 다양한 조건들에 따라 얼마든지 악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고자의 성무선악설도 나름 일리가 있지만 한민족의 특성상 숱한 외침으로부터 들볶인 과거가 있었으니 유구하고 찬란한 문화와 역사에 비해 어느 정도의 피해의식과 내성도 동반된 민족이다.

케케묵은 과거 얘기를 백날 한든 무슨 소용이 있으랴. 이제 당면한 문제와 향후 닥칠 미래에 대해 논하자면 이러하다.

먼저 한 나라가 잘 되려면 지도자를 잘 뽑아야 하는데 그 중대한 일을 130일 가량 앞두고 있다. 잘 뽑으면 국태민안의 초석을 심는 것이지만 역대 대통령을 보면 잘해도 본전일 만큼 파란만장하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인간이 되어야 덕의 정치를 할진대 그저 용상에 대한 욕심이 앞서다 보니 혼자서는 안 되겠고 온갖 인맥과 검은 돈까지 동원하여 일단 오르고 보자는 과거가 우리네 정치사였다.

그러니 큰집(?)가는 걸 예사로 알고 권력이 바뀔 때마다 정치보복으로 피바람이 부는 것이다.

뿐인가 얼굴마담 1명 앞세우고 2인자니 계열까지 앞세워가며 권세를 누리니 수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우리민족의 운전대는 음주나 졸음으로 언제 어디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운전자와 수 천 명도 넘을 당선자 패거리들에게 맡기는 형국이다.

여기서 학교란 학생이 공부하는 곳인데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입소하는 자들이 단체로 기숙하는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철장 안에서 배식을 받아먹는 수감자나 밖에서 음식을 주는 소지(같은 수감자이면서도 구치소 내에서 수용업무의 잡일을 돕는 사람)나 교정 관련 종사자나 같은 옥살이를 한다.

어느 곳이냐의 위치만 다를 뿐이지 사실상 인격보다는 규칙을, 행복보다는 엄격을 중시해야 하는 교도소나 구치소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빈방이 줄어든다.

핑계 없는 무덤 없듯 수감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온갖 이유가 다 있는 게 갇힌 자의 입장이다. 한번이라도 다녀온 사람들의 구전을 빌리자면 흉악범들도 피할 땐 다 이유가 있다며 입소를 두려워한다.

단지 자유가 없는 것 외에도 사람을 옥에 가두고 소중한 인생을 보낸다는 것 자체만으로 충분히 죄에 대한 벌의 기준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어제는 ‘제76주년 교정의 날’이었다.

이제는 여성들도 다수 범죄에 가담하면서 수용자들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 그곳은 통 크게 살거나 아주 형편없이 살다보면 가게 될 확률이 높다.

그냥저냥 집에서 학교로 집에서 회사로 평범하게 살면 갈일이 없겠지만 욕심이 화를 부르고 화가 재앙을 낳는다는 성경구절이 있듯이 권력자들의 탐욕과 가난한 자들의 절박한 상황이 도착하는 종점, 누구나 갈 수 있지만 아무나 갈 수 없는 곳,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임기를 마치면 가야하는 순회장소가 아니길 바라지만 글쎄다…….

특히 그곳을 지키는 관계자들의 노고가 오늘만큼이라도 국민적 관심과 격려의 의미가 더해지길 바란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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