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13회 한우의 날’ 2021년은 ‘신축년’
[덕암 칼럼] ‘13회 한우의 날’ 2021년은 ‘신축년’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11.0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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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올해는 소띠의 해다. 신축년으로 동해안 첫 일출을 보며 온갖 소원을 다 빌었지만 원하는 대로 된 일이 얼마나 있을까.

어쨌거나 어제는 지난 2008년 처음 정해진 ‘한우의 날’을 13번째 맞이하는 날이다. 소띠의 해에 맞이한 한우의 날, 수입소도, 들소나 흑소도 있고 육우, 젖소도 있지만 한우의 몸값은 항상 최고가를 유지하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과 꼬리 끝까지 뭐하나 버릴게 없는 한우의 지난 흔적을 돌아보면 현재의 반려견 못지않은 가족 중 하나였다.

필자가 어릴 적 방학을 맞이하여 찾았던 고향마을의 외양간에는 어김없이 누렁이 서너 마리가 쇠파리를 쫓느라 꼬리를 파리채 삼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사촌 형님의 쇠죽 끓이는 손놀림은 농부의 부지런함을 보여주는 일면이었다.

흙벽에 누렁이 밥통(?)은 여물통 이라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먹이를 퍼다 주면 어찌 그리 맛있게 먹는지 보는 사람까지 군침이 돌았다.

몇 달 전에 태어났다는 송아지도 연신 어미 다리 밑으로 달라붙었지만 젖줄 생각도 없는 어미는 홀로서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이듬해 여름날 찾아간 외양간은 둘째 형님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한 마리로 줄었고 대신 송아지가 제법 커서 배가 불룩했다.

이렇게 대를 이어가고 오는 곳이 외양간이며 지금의 우리네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또한 커다란 외양간이 아닌가 생각이다.

어제는 ‘한우의 날’이니 다른 소 얘기는 접어두고 민족 대명절이면 어김없이 오가는 선물 중 최고의 선물이 한우다. 돌아보니 받아본 적은 많아도 준 기억이 별로 없다보니 반성의 여지가 넘친다.

선물의 종류는 캔류, 세제류, 양념류 등 많지만 한우 선물세트야 말로 당연 1위의 자리를 고수 하는 게 시대를 초월하고 있다.

커다란 눈망울에 순한 짐승으로 태어나 가축이 되면서 밭일을 도맡아 쟁기질을 하다가 소머리국밥부터 꼬리곰탕까지 온몸으로 헌신한 소와 사람의 관계는 공생이 아니라 일방적인 소의 희생이었다.

화가 이중섭의 ‘소’ 그림에서 보듯 우직하고 강인함은 물론 성실함의 대명사로 알려지면서 소처럼 일한다는 말도 있었으니 우리네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

어느 날 트랙터가 생기고 농경산업의 선두자리를 내놓으면서 먹거리로 전락했다. 같은 시기 미국에서 물 건너온 소젖 문화는 더 가관이다.

강아지가 개 젖먹고 돼지나 말도 각기 어미젖을 먹는데 언제부턴가 사람이 소젖을 먹으면서 우유가 건강의 상징적인 영양소 공급원으로 알려졌다.

살균하고 말려서 가루로 내는가 하면 적절히 숙성시켜 요구르트나 치즈로도 먹으니 이제 식생활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민족이 소한테 목을 매고 살았는지 기원을 알 수는 없으나 소란 가축이 일반적인 인식처럼 그리 순한 가축만은 아니다.

소 쟁기질을 해본 친척 아저씨의 말을 빌리자면 코뚜레에 꿰어서 끌려갈 뿐이지 본래대로라면 평소 가만있다가 한번 성질나면 포악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소젖을 먹고 자라서 그런가 한번씩 감정이 폭발하면 흉악한 범죄가 발생하거나 청소년들 간에 과격한 행동을 보면 소젖 성분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본디 사람이 사람 젖을 먹고 자라야 하는 것 아닌가. 초유의 성분부터 배재 당한 신생아들이 항생제 섞인 사료를 먹은 소에 매달려 직접 젖을 빨지 않을 뿐이지 다를 바 없다.

분유회사의 화려한 광고와 너도나도 당연하다는 듯 먹여온 소젖을 지금이라도 조금씩 모유로 바꾼다면 어떨까.

‘한우의 날’ 한우는 이제 농사에서 먹거리로 완전히 자리를 바꾼 셈이다. 한번씩 광우병이 몰아칠 때마다 우매한 일반 국민들은 소고기에 질색을 하지만 어쩌랴.

뉴스에서만 사라지면 냄비근성 마냥 금새 망각하고 고가의 한우구이에 줄을 선다. 일명 크로이펠트라는 야콥병은 광우병에 걸린 소의 부산물만 섭취해도 뇌에 구멍이 뚫리는 질환이 발생해 환청, 환각, 치매나 운동실조의 증상이 나타난다.

광우병의 발병원인이 죽은 동물이나 부산물을 열처리 하지 않고 벤젠을 이용해 지방을 과도하게 제거하는 과정에서 생긴 병이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다 보니 소에 대한 친근감은 질병의 도화선으로 인식 된 과거가 있었다.

무릇 어떤 것이든 장점만 갖고 있는 건 아닐진대 사람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면 받게 되는 벌이 아닌가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신토불이의 최상급 먹거리인 한우를 흉내 내는 수입소의 범람도 예외는 아니다.

일반인은 육안으로 식별이 곤란하다보니 축산업자나 도축, 유통과정에 적잖은 병폐가 발생하는 것이다. 사실 한우를 일반 서민들이 맛본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값이 비쌀 땐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며 우리 것의 대단함을 맛에서도 느낄 수 있다. 참숯불에 살짝 구운 한우의 부드러운 식감은 수입 소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맛이다. 어떤 분야든 기반이라는 게 있다.

특히 한우처럼 종자를 보존하고 고유의 브랜드나 생산, 유통, 소비과정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관련법을 엄격히 준수하여 국민들이 보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농림식품수산부의 체계적인 관리, 관련업체의 정직하고 투명한 운영에 싸고 좋은 것만 찾는 이기적인 소비패턴 대신 다리품을 팔고서라도 구매의 노력도 겸비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축산 기반은 수입 소에 불안해 할 게 아니라 국토균형발전을 겸비할 수 있는 지방의 축산장려정책과 신토불이의 묘미를 살려 우수한 육질의 한우를 내국인이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고가에 수출할 수도 있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한우 한가지만으로도 국격을 높일 수 있다면 무리한 추산일까.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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