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달뜨면 동네개가 모두 짖는다
[덕암 칼럼] 달뜨면 동네개가 모두 짖는다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11.05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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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시골 동네 오늘처럼 가을밤 밝은 달이 휘엉청 뜨는 날, 달보고 개가 짖으면 옆집 개도 질세라 짖고 온 동네 개가 뭔지도 모르고 따라 짖다보니 개들의 합창으로 이어진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남이 장에 가니까 거름지고 나선다’는 말도 있다.

다른 사람이 물건을 사니까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따라 사는 경우, 원래 가격보다 싸다고 부추기거나 덤으로 몇 개 더 준다고 광고를 하면 자신도 모르게 구매버튼을 누르는 경우, 이미 ‘편승효과’에 휘말린 것이다.

굳이 영어로 폼나게 표현하면 ‘밴드왜건 효과’인데 달보고 짖는 개도 아니고 홈쇼핑 광고보고 구매하는 것도 아닌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일에 이런 효과가 적용된다면 누가 아니라 할 수 있을까.

지난 5일 국민의힘 최종경선이 치러진 날이다. 높은 투표율로 자축의 분위기지만 과연 정치인들의 자의적 판단이 전체 국민의 뜻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누가 그러던가.

이제 경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희비가 엇갈렸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 선거캠프는 물론 일명 측근들과 너도나도 온갖 직책 맡아 손에 쥔 임명장과 명함들은 어쩔 것인가.

최종경선에서 선관위에 신고된 국민의힘 선출방식에 따라 대통령 후보가 된 윤석열 후보는 47.85%로 경선을 통과, 이제 더불어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결전을 앞두게 됐다.

여기까지가 편승효과의 한계다. 누가 봐도 대통령후보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뿐이다. 나머지는 아예 거론 대상에서조차 제외되며 두 후보로 압축한다.

이른바 프레임 작업에 들어간 상황에서 언론은 물론 모든 국민들의 기억과 당선의 예상 속에는 두 후보뿐이다.

좀 더 파고들어가 보면 유권자들의 소신과 판단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고 너희들은 둘 중에서 하나만 선택하라는 것이다.

중요한 건 후보자들이 경선을 통과해 결선에 도달할 때까지 예비후보들 간에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불거진 흔적들이다.

서로 헐뜯고 비방하며 흠집내기로 들춰졌던 비리나 문제점들이 하루아침에 마치 없었던 일처럼 덮어지고 두 후보들의 경쟁 구도로 재조명된다.

즉 상황에 따라 빨간 등 파란 등을 바꿔가며 주인공들의 활약상을 유권자들의 편견을 유도하는 것이며 착한 국민들은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이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후보자들의 철학이나 자질보다는 정권재창출과 정권교체라는 양자택일의 기로에 국민들을 세워두고 다른 것은 없으니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이냐다. 다른 것은 없을까. 있다.

다만 모든 정황은 없는 것처럼 몰고 가는 것이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대통령 한 사람 보다는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들의 세력다툼이요, 그렇게 얻어진 권력으로 국민위에 군림하며 또 5년 동안 장관자리도 나눠먹고 혈세로 생색도 내가며 이리저리 관급자재 납품과 공사도 따내는 해먹기 잔칫상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라면 어째서 이런 부패와 비리사건들이 해묵은 집 청소할 때 먼지 나듯 나는 것이며 아무 관련 없다는 패거리들이 대추나무 연 걸리듯 이리저리 걸려있는 것일까.

국민들은 신문·방송에 진실을 기대하며 언론의 중요성을 인식해 왔으나 언제부터인가 기자쓰레기, 기레기라 칭하며 유튜브나 SNS를 정보취득의 통로로 사용하고 있다.

수 십 개의 매체들이 운영방식과 보는 견해나 취재방법이 다를진대 1면 탑 뉴스는 유사하고 막대한 정부지원금과 고가의 장비와 우수한 인재들이 있음에도 생산하는 뉴스는 같은 소재를 반복하거나 식상한 내용의 나열식이다.

억지웃음을 재촉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특정가수의 집중조명으로 나머지 아마추어 가수의 발판을 일체 전멸시키는 인기몰이식 방송이 그러하다.

슬로건은 모두가 잘사는 세상, 함께 사는 사회, 공정이 어쩌고 진실이 저쩌고 하지만 현실은 프레임작업이 판을 치는 여론몰이의 들판이다.

양들은 양치기들이 몰고 가는 대로 풀을 뜯어야 하며 한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 하는 대통령까지 외국의 사례 등을 예로 들며 당연하다는 듯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과연 그럴까.

유권자들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현재의 신문·방송이 전부일까. 필자는 이제 그런 시대가 빠르게 지나고 있다고 본다.

하라는 대로 하고 조명에 따라 눈길이 가는 임의적 여론조성이 가능한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제는 유권자의 참여와 관심이 나라의 운명을 정하는 대한민국으로 바뀌어야 한다.

여론몰이에 휘말려 편견의 도마 위에 올라 춤추는 시대는 종식되어야 한다. 대통령은 대통령 역할만 잘하면 된다.

후보자의 신체적 특징이나 개인적 트집에 꽂혀 궁수가 시키는 대로 비난의 화살을 쏠것이 아니라 적시적소에 인사를 잘하고 국민들 섬기는 대통령이면 되는 것이지, 수 천 명의 측근들이나 금전적 신세에 당선후 행정편의 제공에 보은인사까지 해야 하는 빚쟁이 대통령은 더 이상 선출되지 않아야 한다.

수영선수는 물질만 잘하면 되는 것이고 화가는 그림만 잘 그리면 된다. 알면서도 편승효과에 휘말리다 보니 같은 오류가 재발되는 것이다.

이제는 문어 제 다리 잘라먹는 자가당착의 정책으로 국민들 피 말리는 대통령보다 세계를 상대로 누구에게도 피해주지 않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수출하는 지혜와 용기를 갖춘 지도자가 선출되어야 한다.

군 복무도 안 해 보고 국군 통수권자가 되겠다고 나서는 위선도 배제되어야 하고 나 보다 나라를 염려하는 진심이 우선이어야 한다.

역사를 돌이켜 볼때 현재의 대한민국은 백성이 지킨 나라였다. 위기 때마다 들불같이 일어나 민중혁명을 일으켰고 전란에서도 목숨을 아끼지 않았으며 부패된 관료들을 속 시원히 혼내주는 야화들이 인기를 얻었던 것이다.

현실은 정치인을 선출하는 것이지 정권을 선출하는 게 아님에도 판단의 혼돈을 가져오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누굴 뽑아라 말아라가 아니라 적어도 현 시국에 대한 현실적이고 명확한 대안 제시나 희망적인 기획을 추진할 수 있는 지도가 선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국가와 국민, 그 어떤 것도 문제가 없다. 오직 가치관이 정리되지 못한 권력욕과 소신이나 철학이 부족한 정치인의 선출이 광복이후 나라를 말아먹는데 앞장서온 것이고 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며 이제는 국민들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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