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학기 감독 '공중의자', 제15회 상록수 디지로그 영화제 개막작으로 공개
백학기 감독 '공중의자', 제15회 상록수 디지로그 영화제 개막작으로 공개
  • 김준영 기자 777777x@naver.com
  • 승인 2021.11.2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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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의자' 포스터. (사진=상록수 디지로그영화제)

[경인매일=김준영기자] 시인 영화인 백학기 감독의 '공중의자'가 오는 26일 제 15회 상록수 디지로그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공개된다.

'공중의자'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100년 동안 봉인된 미제레레(Miserere)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으로, 인간의 사랑과 원죄, 고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공중의자'는 흔히 영화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앵글과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표정연기와 대사가 없음에도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독백 모노드라마 형식의 작품이다.

영화는 '누구나 자신만의 인생 두 페이지가 있다'는 1부와 '그리고 아무도 어디로 가는 지 모른다'는 2부로 나눠 전개된다.

1부 ‘누구나 자신만의 인생 두 페이지가 있다’는 시골 신부(사제)가 젊은 날 한때 사귀었던 여인의 죽음 소식을 듣는데서 시작한다.

사제는 복장을 갈아입고 여인과의 추억이 남아있는 곳을 찾아간다. 군산 아메리카 타운은 그녀가 살았던 곳. 이제는 거의 사람이 살지 않는 인적이 없는 그곳에서 라일락 짙은 오월의 향기를 맡고, 그녀와의 옛시절을 떠올리는 사제. 어찌 잊을까라고 회심하는 사제는 그녀와 함께 보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제방이 있는 들녁. 수문 아래로 흘러가는 물살. 물살에 떠 흘러가는 나뭇가지들. 사제는 어린 날 창고 안에서 벌였던 불장난을 회상하며 번민에 젖는다. 보리밭에 누워 하늘을 보고, 멀리 떠 있는 공중의 의자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한다.

또 사제가 서 있는 현실을 상징하는 황무지에서의 죄의 고백과 탄식은 영(靈)과 육(肉)으로 나뉘어 마주보고 서 있는 두 사제의 현실을 상징화시켜 보여준다. 이윽고 현실로 돌아온 사제는 여인의 영가를 모신 사찰(절)에 들르고, 자신의 딸이 온다는 한 술집에 들렀으나 만나지 못한다.

2부 ‘그리고 아무도 어디로 가는 지 모른다’는 조금 더 상징적이다. 젊은 날 만났던 여인이 과거의 모습으로 딸과 함께 등장한다.

사제는 여전히 자신의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를 위로하는 여인의 음성이 화면 위에 깔린다. 이 장에서는 화면은 상징적인 영상으로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이나, 더 구체적인 과거의 일들이 여인의 육성을 통해 드러난다. 사제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아직 외국 성당에서 살고 있고 만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은 망각과 죽음으로 표현된다.

이는 사제가 등불을 들고 비가 내리는 산을 죽은 여인과 함께 오르는 것. 예수의 마지막 열 두 시간을 봉인한 차명자산을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면서 죽은 여인인 망자를 치유하는 여정이 주된 내용이다.

이어 여정의 끝은 바닷가로 이어지고, 사제는 현실로 돌아온다. 꽃잎을 따 코 끝에 묻어나는 향기를 맡으며 먼 과거와 오늘의 현실을 회상한다.

배우의 차분한 목소리와 내레이션으로 시적 영상의 울림에 깊은 메시지를 전해주는 '공중의자'는 제 15회 상록수 디지로그영화제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백학기 감독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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