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12·12가 현실에 주는 교훈
[덕암 칼럼] 12·12가 현실에 주는 교훈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12.13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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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42년 전 어제는 12·12사태가 발생한 날이다.

필자가 중학교 3학년이었던 15살 되던 해였는데 백과사전의 설명을 인용하자면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과 노태우 등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이 정승화 육군 참모총장 등을 불법적으로 강제 연행하고 군의 권력을 장악하면서 시작된 군사 반란 사건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후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령 확대, 5·18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졌다가 1981년 개헌으로 제5 공화국인 전두환 정권이 시작됐다.

이 모든 일들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의 피살로 시작된 일들이었으니 격동의 시대였음은 분명하다.

이후 삼청교육대라는 사회정화 명분의 대대적인 인권탄압이 있었으니 필자가 재학 중이던 고등학교에서도 소수의 인원이 할당되어 지원자를 색출(?)하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눈에 선한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자면 4주간 훈련 다녀오면 군대 생활에도 가점이 되어 편하고 여러모로 혜택도 있다고 선전하며 달콤한 감언으로 설명하던 때였다.

이유도 모르고 학급당 한 두 명이 지원했으나 다녀온 이후 절반쯤은 넋이 나간 상태로 날마다 책상에 엎드려 졸다가 결국 자퇴로 그만두는 정도였다. 간혹 교복 입고 포장마차를 점령하며 술로 달래보았지만 소용없었다.

1980년 8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6개월간 약 6만 명이 군대로 잡혀가 두들겨 맞고 강제노동에 시달리는가 하면 교육이란 명분으로 형언하기 어려운 군인들에게 시달려야 했다.

전국의 파출소·경찰서에서 경쟁하듯 무작위로 연행하는 과정에서 10대 청소년들과 319명의 여성도 포함됐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만 해도 사망 54명에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람만 397명이니 그냥 참고 살아가는 인원까지 더하면 그 피해는 참으로 심각하다.

훈련이 끝난 후에도 별도로 분리되어 군부대 내부의 강제노동으로 이어졌으니 각자의 피폐해진 삶은 누가 보상할까.

이렇듯 군사독재의 잔재는 전국 어디든 아픈 추억을 심어 주었으나 정작 당사자는 저승 가는 그날까지 공만 내세우며 과에 대한 인정을 하지 않았다.

끝까지 온전할 수 있었던 건 묵인내지 공조한 공범들이 있었으니 가능했던 것이고 앞으로도 같은 일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게 역사적 사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국민을 대놓고 짓밟았던 게 군사정권이라면 겉만 멀쩡하지 속은 골병들대로 든 모습이 현재라 할 수 있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언론탄압도 병행됐다.

보도지침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통제 당하는 상황과 의식 있는 기자들에 대한 해고로 이어진 암흑의 시대였지만 40년이 지난 지금은 보도자료가 지면을 도배하고 표현의 자유는 사주와 편집권을 가진 실권자들의 판단을 거치니 양상만 다를 뿐 여론조성의 참된 길잡이 노릇을 하기에는 대동소이하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대통령선거만 보더라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대략 난감이다. 현재까지 18명의 후보가 등록했음에도 대부분의 언론에는 이재명·윤석열만 부각된다.

나머지 군소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은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으며 국민들의 판단이나 선택의 여지는 전무한 실정이다.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이며 두 후보들의 말 한마디와 걸음걸이는 물론 앉아있는 자세와 가족들의 표정까지 앞 다투어 보도하며 국민들을 기만, 희롱하는 것이다.

경선과정에서 불과 6~70만 명의 찬성으로 선출된 후보들이 전체 유권자 3800만 명과 비율적으로 보면 2%에 불과하다.

나머지 98%의 판단을 유린하는 것이며 연일 북치고 꽹과리를 울리며 시장판과 SNS의 댓글 동원으로 가열 전을 벌인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연일 국민들은 죽어라 하는데 보란 듯이 구름인파 운운하며 방역당국의 지침이 무색하리만큼 설쳐댄다.

함께 몰려다니는 방송국 카메라기자들과 시장상인들, 구호를 외치며 스마트폰에 후보자의 이름을 새겨든 인파들과 사전에 준비한 피켓, 현수막 등을 보면 한편의 영화를 찍는 모습이다.

후보자는 이 같은 쇼맨십에 앞장설 게 아니라 자신의 소신과 국민을 위하는 진심을 보여주는 행보를 해야 한다.

후보자가 당선에 눈이 멀어 국민의 안위에는 아랑곳없는 모습이 어찌 대통령 후보자의 태도일까. 이렇게 선택된 후보들이 선거를 거쳐 당선자가 되면 어떻게 될까.

이미 이전 선거도 그랬으며 이번 선거도 그럴 것이고 앞으로도 달라질 게 없을 것이다.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회의원을 장관에 겸직시켜 삼권분립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일들이 역대 정권 최대로 벌어졌으니 야권에서는 이를 ‘부엉이모임’이 나눠 가진 임명권의 남발이라고 반발했다.

물론 반발해봤자 소용없는 현정부의 질주에 어느 국민이 감히 토를 달 것인가. 이쯤되면 전두환 군사정권의 ‘하나회’가 정권의 요직에 틀고 앉아 국민의 주리를 튼 것이나 문재인 정부의 ‘부엉이모임’이 요직을 나눠먹는 과정만 다를 뿐이지 결과는 유사한 것이다.

과연 외형상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웠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이러고도 국민 중심의 정부라 할 수 있는지 다음 정권이 판단할 것이다.

야당의 무능한 견제도 한몫했으며 국민적 공분을 샀던 LH사건에서도 유야무야 넘어 갈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야당의 부패는 없었는지 왜 자신 있게 나서지 못했을까.

결국 대충 넘어간 사건에 대해 국민들 또한 냄비근성으로 쉽게 잊고 마니 대한민국처럼 정치하기 쉬운 국가가 또 있을까 싶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패거리 정치에 폐단을 그렇게 겪고도 여전히 거대한 여론조성에 각자의 판단이 흐려지고 계속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2·12가 현재에 주는 교훈이라면 지금같은 대통령 만들기가 반복되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달라질 게 없다는 점이다.

오로지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진심어린 지도자가 선출되지 않는 한 지금도 후세에도 여전히 패거리 정치의 이권싸움에 힘없는 백성들만 피폐한 삶을 면하기 어려운 것이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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