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겨울철 불청객 화재는 인재
[덕암 칼럼] 겨울철 불청객 화재는 인재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12.21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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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연소재, 발화점, 산소만 있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불청객, 겨울철 불조심이 어느 때보다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가운데 같은 인재를 반복하는 사례를 돌아보자.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7년 12월 21일 오후 3시 53분. 당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가장 큰 대형화재가 발생한 날이었다.

이제 점차 잊어져 가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주차장에 있는 천장에서 시작되어 총 29명이 사망하고, 36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로 기록됐다.

초기 진압에 실패한 당시 화재는 알몸의 여성들이 있을 것을 우려 해 내부로 진입하지 않고 문밖에서 소리만 질렀고 2층 여성용 목욕탕에는 비상구가 창고처럼 활용되는가 하면 긴급대피에 나선 직원도 없이 주 출입구도 고장난 상태였다.

비상구로 사람들이 탈출했으나 인력 부족과 상황판단 부족으로 소방대원들은 비상구로 접근하지 않았고 불법 주차로 인해 굴절차량조차 운행이 불가했다.

한번 불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타고 들어가는 드라이비트 재질도 문제였고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았다.

도면상 7층까지인 건물이 9층으로 불법 증축 됐으며 기계실도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등 총체적인 불법의 온상이었다.

첩첩산중에 숨어있는 건물도 아니고 도심의 대중 목욕시설에 대해 지도·단속 기관들이 몰랐다면 직무유기고 알고도 묵인했다면 간접 살인범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가 조건상 연면적이 비상전원을 설치해야함에도 전원공급이 안 되었고 소방점검도 건물주 아들이 했다고 밝혀졌으니 안전을 외치던 문재인 정부의 구호가 공염불에 불과한 사건이었다.초기대응에 실패한 대표적인 참사였다.

화재발생후 1시간 27분이 지난 상태에서도 화재현장의 화마에 갇혀있던 생존자들과 통화한 유족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당시 야당 대표는 세월호 참사를 이용해 정권을 잡은 세력들이 세월호보다 더 잘못 대응해 사상자를 키웠다며 정부를 비판했고 정치보복과 정권을 잡았다고 축제하는데 바빠 소방점검·재난점검을 전혀 안 했을 것이라며 국민적 분노를 대변했다.

심지어 유족들 가운데서 화재 발생 4시간 뒤에도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소방당국의 골든타임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진 사건이었다.

여탕에서 질식사 해 숨진 희생자 20여명의 유족들은 다른 유품은 있는데 휴대전화만 빠졌다며 의혹을 제기했지만 그렇게 유야무야 사건은 세월 속에 묻혔다.

4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말란 법도 없지만 과연 당시의 참사가 재현되지 않도록 예방조치가 이뤄지고 있을까.

아니면 운 좋게 별일 없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재수 없게 걸리면 참사를 피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후 한 달 만인 2018년 1월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가 발생해 승강기에 갇힌 의사 1명, 간호사 1명, 간호조무사 1명을 포함해 47명이 사망하고 145명이 부상당하는 등 총 19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또한 용량 결함 상태인 비상용 발전기가 가동되지 않아 스프링클러 설비가 작동하지 않았다.

불과 한 달 사이로 유사한 참사가 연이어 터져 총 76명이 사망하고 181명이 부상당하는 사고였다.

안전을 외치던 문재인 정부의 출발에 어두운 기록으로 그해 겨울은 유독 을씨년스러웠다.

같은 해 2018년 8월 21일 오후 3시 43분에 인천광역시 남동구 논현동에 위치한 세일전자에서 발생한 화재로 9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당했으며 11월 9일에는 수도 서울의 심장부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모두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

조금만 조심하고 사전에 주의했더라면 소중한 인명을 지킬 수 있었다. 화산이 폭발하고 태풍이 불어 닥쳐 피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소방법대로만 하고 사람이 주의했더라면 지킬 수 있었던 생명들이었다.

얼마간 조용하던 화마는 2020년 4월 29일 오후 1시 32분 경기도 이천시 물류센터 냉동 및 냉장 물류창고 신축 현장을 다시 덮쳤다.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했다.

이 사고 또한 물류창고 공사업체 측이 제출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심사·확인한 결과 화재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서류심사 2차례, 현장 확인 4차례에 걸쳐 유해위험방지계획서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지적만 했을 뿐 예견된 사고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지금은 대통령선거와 코로나19로 세간에 잊어진 사건들, 하지만 화재가 선거라고 봐주고 코로나 확산이라고 봐줄까. 경제가 어렵다고 불이 용서가 있을까.

지금처럼 일이 터져야 소방관만 질책하며 초기대응 운운하는 무능한 대응 매뉴얼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문제제기를 할 때는 대안 제시도 병행되어야 한다. 같은 일이 한번이면 병가지상사요 반복되면 실수가 아니라 실패다. 천재가 아닌 인재는 사람이 막아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애초에 불을 다루는 사람이 불로써 흥했으면 불로 망하는 일만큼은 피하는 지혜와 조심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걸핏하면 누런 잠바입고 눈물이나 질질 짜는 쇼로 때울 게 아니라 나라의 지도자와 정치인들의 가족이 생명을 잃었다고 진심으로 공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늘같이 추운 날 옷도 걸치지 못하고 이승을 하직한 희생자들의 참담한 심경은 어떠했을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국민들의 기억에는 잊혀져도 유족들의 가슴에는 남아 있는 상처들을 돌아보는 배려와 위로가 필요한 날이다.

참된 정치란 나라의 구성원들에 대한 살핌과 배려가 진심일 때 자격이 있는 것이지 허구한 날 번지르르한 말로 되는 일이 아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4주기를 맞이하여 같은 사고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모든 국민들의 경각심을 더하기 위해 글을 올린다. 아울러 운명을 달리한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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