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작 및 심사평] 제5회 2022 한국현대문화포럼 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 정혜리 "사라진 약혼자"
[당선작 및 심사평] 제5회 2022 한국현대문화포럼 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 정혜리 "사라진 약혼자"
  • 김장운 기자 tldhsrlawkdd@kmaeil.com
  • 승인 2021.12.2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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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시위원 수필가 시인 유숙경 [사진제공=한국현대문화포럼]

[심사평]

정혜리 작가의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작가의 상상력을 극대화 해냈다.
특히 작가의 매끄럽게 이어지는 영상미와 정제된 대사가 일품이다.
극 속에서 '사라진 약혼자'의 범인이 누구인지 끝까지 궁금케하는 긴장감과 가독성은 앞으로 시나리오 작가로 현장에서 생존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정혜리 작

제목: 사라진 약혼자

주제: 실종은 기억에 의한 살인, 누군가에게 법은 또 다른 흉기가 될 수 있다.

등장인물

박동희 (남.35) :  정상철의 고교동창이자 이지혜의 전 남자친구. 형사 
          짧은 스포츠형 머리에 다부진 근육질 체형, 말수가 적다.
          상철의 부재를 걱정하면서도 미우면서도 그리웠던 지혜의 사랑에 
          질투를 느낀다.

이지혜 (여.32) :  명 아트센터 큐레이터. 신비롭고 외로운 분위기를 지닌 사람 
          160cm 중반의 단발머리, 이지적이면서도 우아한 여성미를 가진
          정상철의 약혼녀. 불행한 어린 시절을 꿋꿋이 이겨내어서 밝고 
          당차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겪은 좋지 않은 기억을 다시 
          맞닥뜨리게 되면서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정상철 (남.35) :  변호사. 지혜의 약혼자  
          훤칠하고 준수한 외모, 스마트하면서도 다정다감한 성격을 
          지녔다. 엄마(최여사)의 과도한 집착에도 바르게 자랐으며 
          이지혜와의 결혼에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다. 
 
최여사 (여.59) :  상철의 모친. 식품 중견기업 대표이사의 두 번째 부인 
           표독하고 유난스러운 성격으로 늘 화려하게 치장하지만 
           우아하지 않다.
           자식의 성공이 본인을 희생이라는 생각을 낙으로 삼고 있다. 
           아들(정상철)에 대한 걱정과 지독한 사랑으로 점철된 상황이라 
           아들의 결혼에 큰 배신감과 상처를 느끼고 이지혜를 괴롭힌다. 

김민재 (남.38) :  지혜의 전 남친. 성형외과 의사 
           차갑고 딱딱해 보이는 검은색 뿔테안경을 쓴다. 
           전형적인 엘리트스타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은 반드시 가져야 
           하는 사이코패스적인 성격을 지녔다. 

이규복 (남.35) :  동희와 상철의 고교동창. 보험회사 직원
           안경 낀 작은 눈에 순한 인상, 작은 키에 불뚝 나온 배로 
          개복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술과 여자를 좋아한다.

임병주 (남.33) :  과거의 정에 이끌려 제대로 수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박동희에게 직언을 하는 후배 형사이자 파트너  
           큰 키, 검은 피부에 호리호리한 체형, 부산 사투리를 구사한다. 

그 외 형사팀장, 아트센터 관장, 홍비서 등 

기획의도

실종 (失踪) 사람이 어디론가 사라져서 찾을 수 없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 시나리오는 1992년 첫 방송을 시작해 수많은 화재를 낳았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많은 이들이 경악했던 ‘사라진 변호사(05.5.28 방영)’편을 모티브로 했다. 32살의 전도유망한 변호사가 결혼식을 두 달 앞두고 실종된 법조계 미스터리 사건이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성인실종 신고 59,202 건 중 4094명이 신고 중 미발견이다. 

모든 미해결 실종사건들이 초동수사의 소홀로 실마리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성인남성이 실종된 경우, 대체로 수사하지 않고 접수만 한다. 경찰은 범죄와 연결된 실종으로 판단될 때만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는데 대부분의 실종 신고는 범죄와 무관한 자발적 가출이라는 변명만 늘어놓을 뿐이다. 
특히, 성인남성의 경우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경우가 현저히 낮기도 하고, 보통은 잠적 후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는다. 미발견 실종자와 실종을 악용한 범죄는 해마다 늘어나는데 실종 신고 된 사람의 약 20%는 스스로 집으로 돌아온다는 경찰의 미온적인 대응에 분통이 터진다. 

무섭고도 추악한 인간의 욕망 앞에 법은 또 다른 흉기가 될 수 있다. 
실종팀이 단순 가출자를 귀가시키는 전담 부서인지 주력해야 할 ‘진짜 사건’에 정작 수사력이 제대로 집중되고 있는지 우리 모두의 합리적 의심이 필요한때이다.

시놉시스 

화려한 옷차림과는 다른 딱딱한 표정의 최여사가 경찰서를 찾아온다. 시선을 이리저리 돌려 경찰서 안의 분주한 틈을 훑어 볼 때 먼저 반갑게 아는 척하는 동희. 자리에 앉아 어렵게 말을 꺼낸 최여사는 열흘 전 전화한통을 받고 사라진 상철을 찾아달라고 한다. 근처 경찰서를 찾아갔지만 지적인 능력이 있고 건장한 30대 변호사가 가출할 이유가 없다며 돌려보냈다는 것. 평소 행선지를 밝히는 아들이 장시간 연락이 되지 않았던 적이 없으며 아들의 실종에도 아무 말 없는 예비 며느리 지혜가 의심스럽다고 동희의 손을 붙잡고 수사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 

1년 전, 매체회화를 주제로 강의를 하는 지혜. 최여사는 지혜가 근무하는 아트센터 아카데미에서 주말마다 수업 겸 친목을 다진다. 최여사와의 저녁 약속을 위해 아트센터를 방문한 상철은 지혜에게 첫눈에 반해 매주 효자노릇 대신 데이트를 위해 아트센터를 찾고 둘은 금세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한다.

동희가 순경으로 재직하던 때, 지혜는 미술사학을 전공하던 학생으로 술 취해 자신의 원룸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남자를 신고했다. 조사를 위해 지구대를 방문한 지혜는 볼멘소리를 했고 이제 막 순경이 되어 치안을 위해 물불 안가리던 동희는 지혜에게 연락처를 쥐어주며 언제든 연락하면 위험하지 않게 해주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인연은 동희가 진급시험을 앞두고 바빠지며 소원해졌고 그사이 지혜는 휴대폰 번호를 바꾸고 이사를 가게 된다. 아무런 말없이 끝맺음을 지은 지혜 때문에 미처 정리 할 틈도 없이 이별을 견뎌내야 했던 동희는 지혜가 미우면서도 그리웠고 풋풋하고 먹먹하던 그때가 생각나면서 새삼스러운 시간의 흐름에 헛웃음을 나왔다.

사건조사를 위해 상철의 로펌을 찾은 동희. 로펌직원 홍비서는 상철은 주로 기업사건을 맡는 변호사라 누구에게 원한 살 일이 없으며 무엇보다 워낙 책임감이 강하고 강직하신 분이라 출근하지 않는 것도 휴가를 당겨 쓴 것이라 여겨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다. 별다른 소득 없이 찾아간 아트센터, 아트센터 관장은 지혜는 처음 인턴으로 들어와 자신의 자잘한 개인적 업무들을 봐줬고 함께 일하던 큐레이터와 갈등이 생기면서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지혜는 결혼 준비를 위해 받은 휴가 몇 일전 상철과 다툼이 있었고 그래서 집에 오지 않는 것이라 생각해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말하며, 자신의 환경을 탓하며 끊임없이 헤어짐을 종용했던 최여사가 상철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한다. 결함이 많은 자신을 며느리로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상철을 사랑하기에 감내해왔다고 그동안의 고충을 설명했다. 
지혜의 아련한 표정에 동희는 그 모습이 말없이 떠난 지혜 때문에 방황했던 자신의 예전 모습 같아 마음이 아팠다. 

상철의 행적을 추적하며 참고인 조사가 시작됐다. 최여사는 전보다 더 초췌한 모습으로 취조실에 앉아 상철과 지혜가 동거하던 아파트가 휴가 전 지혜의 명의로 변경된 사실을 알리며 평생 두 번째 부인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는 아들이 누구보다 좋은 집안에 바르고 곱게 자란 여자와 결혼하기를 바래왔는데 지혜는 험난한 인생을 살아서인지 영악하고 교활하게 아들을 조종했다고 비난했다. 

동희는 상철의 마지막 수신지가 초평저수지인 것을 확인하고 지혜의 발신지와 일치한다는 것을 알아낸다. 초평저수지에는 CCTV가 없었고 저수지로 통하는 길목에 설치된 CCTV 기록에서 상철의 자동차와 지혜의 자동차를 확인했지만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한다. 초평저수지 근처를 탐문하며 조사했지만 목격자는 없었고 신원미상의 사고나 사상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조사를 받으러 온 지혜는 초평저수지는 낚시를 좋아하던 상철이 자주 가는 곳으로 그 곳에서 프로포즈를 받았고 우리에겐 추억이 많은 장소라고 말하며 다툼 후, 관계회복을 위해 상철의 사무실을 찾아갔다가 어디론가 급하게 뛰어나가는 상철의 모습을 보고 의아함에 뒤를 쫓았고 그곳에서 전 남자친구와 함께 있는 상철의 모습을 보고 기겁해 집으로 차를 돌렸다고 했다. 두려움과 초조함에 저수지를 찾아갔지만 상철은 오히려 자신을 걱정하며 머리만 식히고 돌아가겠다고 지혜를 먼저 돌려보냈다는 것. 지혜는 나의 허물도 다 감싸 안아주는 고마운 사람이라고 상철을 향한 각별한 애정과 믿음을 숨기지 않으며 시종일관 차분함을 유지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파렴치한 여자로 의심받는 상황이 기가 막히고 원통해 한다. 

조사를 끝나고 경찰서를 나서는 지혜를 기다리고 있던 최여사. 최여사는 지혜에게 내가 널 과소평가 했다며 상철을 어디에 숨겼냐고 따져 묻는다. 냉소적으로 대답하는 지혜에게 최여사는 너란 년은 배움의 유무를 떠나 나와 같은 인간이 맞는지 궁금하다며 소리를 질렀고 시종일관 차분하던 지혜도 나의 허물이 그를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실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쏘아붙이며 당신의 그 유난스러움이 상철을 지치게 했다는 걸 알고 있냐고 되묻고는 어머니 스스로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된 것이라고 차갑게 말하며 자리를 뜬다. 지혜의 또 다른 남자는 성형외과 의사인 민재로 지혜가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고, 내 곁에 있어 주길 바란다고 밝히며 지혜와의 헤어짐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루어 진 것이고 자신의 결혼은 비즈니스였다고 주장한다.
민재는 상철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이 맞지만, 상철은 이미 지혜와 민재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고 했다. 지혜의 마음을 돌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청부살인업체와 상담을 했지만 그러기엔 자신이 잃을게 많아 포기했다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민재는 자신이 애쓰지 않아도 사라져 버린 상철에 대한 통쾌함과 지혜에게 찾아온 불행을 너무나도 즐기는 눈치였다. 

형사팀장은 동희에게 심증만으로 수사를 계속 할 수 없다며, 협박과 범죄의 정황이 없고 사고와 납치로 의심될 여지도 없으니 실종수사를 중단하고 초평저수지 관할 경찰서로 사건을 넘길 것을 요구한다. 동희는 최여사에게 상철이 살았다는 증거도 죽었다는 단서도 없어 단순가출로 치부해 수사가 중단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며 금방 돌아올 것이라고 최여사를 달래고 뚜렷한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은 지혜에게도 고생했다는 말과 미안함을 표현했다. 씁쓸하게 지혜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동희의 시선 끝으로 공항을 걷는 지혜의 모습이 겹쳐지며 한가로이 향수를 고르던 지혜가 향을 맡으며 눈을 감으면 사건의 전말이 드러난다.

가족을 갖고 싶었던 지혜는 상철이라는 완벽한 남자에 걸맞은 완벽한 여자가 되고 싶었다. 순조롭게 사랑을 키워가던 중 예비 시어머니의 반대와 전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알려지며 어딘지 퉁명스럽게 변한 상철의 태도에 그가 떠날까 두려워진다. 그녀의 모든 허물을 감싸 안아줬다는 남자의 모습은 그녀가 만들어낸 허상일 뿐, 상철은 그녀의 과거가 감당하기 벅찼고 서서히 어머니의 의견에 따르고 있었다. 상철과 민재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초조함에 집으로 돌아온 지혜는 초평저수지에 있다는 상철의 냉정한 목소리에 겁에 질려 저수지로 차를 몬다. 
지혜가 낚시를 하는 상철에게 다가가 술 한 잔 하자고 말을 걸자 상철은 체념한 말투로 내가 너의 어디까지를 이해하고 눈감아 줘야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지혜는 그땐 너무 어렸고 과거의 일들로 실망시켜서 미안하며 사랑한다고 매달렸지만 상철은 사랑한다고 과거가 없어지진 않는다고 차가운 태도를 보인다. 
상철에게 말없이 펜토바르비탈(안락사약) 넣은 발베니를 따라 건네는 지혜. 상철은 신경질적으로 발베니를 들이키고 이내 의식을 잃고 만다. 지혜는 상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람의 호기심이 문제라고 중얼거리며 불법 화장업체에 전화를 걸어 시신을 치워달라고 한다. 
뿌연 안개 사이로 해사한 웃음을 띠고 있는 지혜의 모습이 보인다.

시나리오 

#.1 프롤로그

로펌 엘리베이터 앞에서 불안하게 움직이는 깔끔한 수트 차림의 상철의 뒷모습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거침없이 올라탄다. 
무언가를 생각하다 CCTV를 올려다보는 상철, 상철의 모습 조금씩 사라지며 
타이틀 《사라진 약혼자》

#.2 실외 경찰서 주차장 낮

검은 세단 한 대가 멈추고 하이힐 신은 여자의 다리가 차에서 내린다.

#.3 실내 경찰서 복도 낮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소리 내며 굳은 표정으로 복도를 걷는 최여사 

#4. 실내 경찰서 사이버수사팀 낮

사이버수사팀 팻말이 붙은 두꺼운 철제문이 열리고 소란한 실내 
애써 불안한 표정을 감추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최여사의 눈에 사이버수사팀의 분주한 모습이 보인다. 통화중인 서글서글한 인상의 팀장, 
모자를 깊게 눌러 쓴 몰카(몰래카메라) 피해자 여성을 심문하며 조서 쓰는 피곤한 얼굴의 형사1, 악플(타인을 구체적, 혹은 허위사실로 비방하는 댓글을 올려서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행위)을 단 피의자를 추궁하는 날카로운 인상의 형사 2, 악플을 단 여드름 가득한 남자 고등학생은 형사2의 눈빛에 쭈뼛거리며 고개를 푹 숙인다. 

형사1        : 몰카(몰래카메라)를 찍고 있는지는 언제 아셨나요?
피해자        : 그 미친 새끼가 자꾸 핸드폰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라고요.
팀장        : 인력이 보충이 되어야 뭘 해도 할 거 아니야 
          (짜증내며) 요즘 세상에 소매치기가 어디 있어! 
          다 보이스피싱 하지
형사2        : (피의자가 쓴 악플 읽는다) 얼굴 바꿀 시간에 니 애미한테 
          애비나 바꿔달라고 해!대가리 깨버리기 전에? 
          (째려보며) 이거 네가 쓴 거 맞아?
피의자        : ...

형사2 ,책상위에 놓인 서류철을 집어 들어 피의자(남자 고등학생) 머리를 툭툭 내리친다. 

형사2        : 밤새 저딴 글이나 써 재끼니까 네 피부가 그런 거야 
          손가락 빠지게 공부해도 모자란 나이에 손가락 떨어지게 
          악플이나 쳐 달면 사회 나가서는 뭐 할 건데 

머리를 두 손으로 막으며 고개를 돌리는 피의자의 시선이 최여사에게 쏠린다. 
밝은 표정으로 회의실에서 나오는 동희(짧은 스포츠형 머리에 다부진 근육질 체형)와 병주(큰 키, 검은 피부에 호리호리한 체형, 부산 사투리)
동희는 최여사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한다.

동희        : 상철이 어머님 아니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여긴 어쩐 일…

최여사는 동희의 말을 끊으며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덥석 동희의 손을 잡는다. 

최여사        : 동희야 우리 상철이…우리 상철이 좀 찾아줘

#5. 실내 사이버수사팀 회의실 낮

침묵으로 가득한 회의실, 동희는 어리둥절한 채 차를 건넨다.
널찍한 테이블에 마주 앉은 동희와 최여사. 
최여사는 종이컵을 들다 내용물을 확인하고 다시 내려놓는다.

동희        : (조심스레) 상철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최여사        : 모르겠다. 돌아오질 않아 전화도 없고, 흔적도 없고… 
          (마른침 삼킨다)
          어딜 가면 간다고 꼭 얘기하는 애가 며칠째 전화도 안 받고… 
동희        : (놀라서) 얼마나 됐어요?
최여사        : 열흘쯤 됐어 이실장이랑 휴가 간다고 했는데 갑자기 없어 졌어
          처음엔 그냥 전화를 못 받을 상황인가 했는데‥ 
          계속 연락이 안 되는 게 이상하잖니 

초조함에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최여사와 놀란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녹음버튼을 누르는 동희 

최여사        : 상철이는 소식도 없는데 이실장한테 물어보니 출장 갔다 그랬다          가 여행 갔다 그랬다가‥이실장은 일만 잘하고 있고…
          거짓말을 하는 게 이상하잖아 도대체 왜 그러겠어. 
          그래서 신고를 했지 
         
두려움에 눈물을 보이는 최여사와 최여사의 눈치를 보며 진정시키는 동희.

동희        : 남자들도 결혼 앞두면 이런 저런 생각에 도망치고 싶고 그렇대          요.상철이도 그래서 잠깐 방황하는 거 아닐까요? 신고 하셨으면‥
최여사        : (버럭 화내며) 우리 아들이 그럴 애니? 
          경찰서를 갔는데 지적인 능력이 있고 건장한 30대 변호사가 
          가출할 이유가 없다는 거야 그래서 물어물어 널 찾아왔지 

조심스럽게 회의실 문을 여는 병주(큰 키, 검은 피부에 호리호리한 체형, 경상도 사투리)

병주        : 행님, 팀장님이 찾으시는데예

동희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이고 병주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한다.

동희        : 어머니 일단 댁에 가 계세요
최여사        : 우리 상철이 알잖아 그냥 이렇게 없어질 애가 아니 라는 거 
          이렇게 연락 없이 집에 안 올 애가 아니잖니. 
          분명 이실장은 알고 있을 거야.

눈물을 훔치며 동희의 손을 꼭 붙잡는 최여사  

최여사        : 꼭 좀 찾아줘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 

#6. 실내 경찰서 사이버수사팀 낮

여전히 시끌벅적한 사무실, 서류를 넘겨보는 팀장
최여사를 보내고 어두운 표정으로 팀장에게 다가가는 동희

팀장        : 무슨 일이야?
동희        : (머리 긁적이며) 친구 어머니신데 친구가 사라졌다고…
팀장        : 사라져? 왜?
동희        : 그게 저도 잘… 팀장님도 아시잖아요. 그 변호사 한다는 친구…
          휴가 간다고 했는데 연락이 안 된다 네요.
팀장        : 아 그놈아 결혼한다고 안했나?
동희        : 네 결혼식이 두 달 앞인데…
팀장        : 뭐 잠깐 바람 쐬러 갔겠지 뭔 일 있겠어?
동희        : 그래도 찾아봐야죠. 
팀장        : 네가? (어이없는 듯) 왜? 
동희        : (기가 막혀서) 왜라뇨 친구니까요
팀장        : (서류 내려놓으며) 이봐요 형사님 여긴 사이버수사팀이야 
          가뜩이나 승부조작 이다 뭐다 해서 머리가 시끄러운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본인 일이나 충실하세요. 
          실종 사건 점수가 얼마나 된다고 
동희        : (짜증내며) 친구랑 점수가 비교가 됩니까?
팀장        : 친구가 밥 먹여줘? 네 일이나 하라고 네 일이나 
          아는 사람일수록 수사가 더 어려워요 벌써부터 이러는데 
          수사는 무슨 수사!!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씩씩거리며 자리로 돌아가는 동희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 쉬는 팀장 

팀장        : 5일 줄게, 범죄에 의심이 있을 때만 수사하라고 알았어?

대꾸도 없이 수첩 챙기는 동희, 맞은편에 책상에 앉아 조서 쓰는 병주를 쳐다본다.

동희        : 나와 장어 먹게 

팀장의 눈치를 살피고 조용히 따라 나가는 병주 

#7. 인서트 

북한산이 훤히 보이고 산 아래 고급 주택들은 멋들어진다.
세련되고 웅장한 명 아트센터 건물, 아트센터 중앙정원에는 자작나무가 늘씬하게 뻗어있다. 

-자막 1년 전-

#8. 실내 아트센터 강의실 오후-과거

작은 강의실을 가득 메운 사람들. 단상위에 갸름한 얼굴, 관능적 체형의 지혜
어둠속에서 핀 마이크를 한 채 프로젝터 스크린을 가득 채운 그림들을 열정적으로 설명한다. 

지혜        : 유명하지 않지만 마음에 쏙 드는 그림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하죠.
          (속삭이듯) 저 작가 아직 살아있나요?

즐거운 웃음소리로 가득 찬 강의실, 지혜는 조금씩 움직이며 설명을 이어나간다. 

지혜        : 보고 있으면 즐거운 이 작품이 투자수익으로는 나에게 
          어떤 즐거움을 줄지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강의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들어오는 훤칠하고 준수한 외모의 상철. 
강의실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최여사와 눈이 마주치고 반갑게 손을 흔든다.

지혜        : 돈 이라는 게 있다가도 없을 수는 없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란 
          있는 사람은 계속 있고 없는 사람은 계속 없죠. 
          이쯤대면 그림을 완성된 자본주의의 결정체라고 일컫는 대는 
          여부가 없겠죠? 이제는 팔려고 작정한 그림인지 진심이 담긴 
          그림인지를 구분하는 눈을 키우셔야 합니다.

강의실 벽에 기댄 채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지혜를 바라보는 상철
지혜의 움직임을 따라 상철의 시선이 옮겨진다.  

#9. 실내 아트센터 강의실 앞 복도 오후

강의실에서 빠져 나오는 사람들. 
이야기를 나누는 고급스러운 복장의 아트센터 아카데미 회원들

사모님1        : 오늘 저녁은 사모님이 사셔요. 좋은 소식도 있던데 
사모님2        : 합병은 머리만 아프지 좋은 소식 꺼리나 되나 (웃음)
사모님3        : 회장님이 워낙 저돌적이시니까 그런 일도 하시는 거예요 
          우리 남편은 안전제일주의라…
최여사        : 호호 머리 아프긴요 혈색 좋아진 거 봐 
          역시 여자에게 최고의 오르가즘은 돈이죠?

순간 어색한 침묵이 흐르며 최여사를 흘겨보는 사모님들. 
최여사에게 걸어오는 상철, 함께 있던 사모님들에게 어색하게 인사한다.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상철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사모님들을 뒤로 하고 황급히 자리를 떠나는 최여사와 상철. 사모님들은 최여사와 상철의 뒷모습을 보며 수군덕거린다. 

사모님2        :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개념이 없네.
사모님1        : 아들 하나는 훤칠하게 잘 생겼네요.
사모님3        : 저 아들 때문에 꿰찬 자리잖아요.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겠어요.  
사모님2        : 조폭들이 벤츠타고 다닌다고 그걸 누가 부러워해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다가오는 지혜, 최여사와 함께 아트센터 계단을 내려가던 상철이 고개를 돌려 지혜를 바라본다.

최여사        : (팔짱끼며) 얼른 가자 아들 이것도 공부라고 허기지네.
상철        : 누구야?

고개를 돌려 지혜를 쳐다보는 최여사, 상철의 팔짱을 잡아끈다.

최여사        : 이실장? 몰라도 돼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상철과 사모님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지혜.

사모님1        : 그러게요 사람이 나이 먹으면 인격과 소양도 함께 갖춰야지
사모님2     : 원래 무식하고 천박한 사람들은 누굴 만나도 
          딱 그 수준만 보여준다니까~호호 
사모님3        : 그런 사고를 가질만한 역량이 있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지혜        : 무슨 얘기들 하고 계세요?
사모님2        : 별 거 아니야 조금의 예의도 사람다움도 찾을 수가 없는 게‥ 
          저런 저질스러운 여자랑 한마디도 섞고 싶지 않아 
사모님3        : 이실장 오늘 좋았어.  
지혜        : 정말요? 감사합니다. 
          더 좋은 게 사무실에 있는데 같이 가실까요? 
사모님1        : 뭔데? 
지혜        : 유럽에서 친구가 보내 준건데‥ 

어두웠던 표정을 풀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지혜를 따라 복도를 걷는 사모님들 

#10. 인서트

「전설의 요정 훌드라(Huldra)를 만나다」 플랜카드가 걸려있는 명 아트센터 
미니멀한 전시실을 서성이는 상철, 그림을 설명중인 지혜를 힐끔힐끔 돌아본다. 
사람들의 빠른 발걸음과 함께 상철과 지혜의 의상이 바뀌며 둘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11. 실내 아트센터 전시실 저녁 

세련된 수트 차림으로 「에릭 베렌스키올드-호수가 있는 풍경」 앞에 서있는 상철에게 다가가는 지혜, 흠칫 놀라는 상철의 얼굴이 금세 붉어진다. 

지혜        : 노르웨이 숲은 찾으셨나요?
상철        : (멋쩍은 웃음) 아뇨 아직 
지혜        : 너무 단순해 보이는 풍경이 오히려 아름답죠?
상철        : (지혜 빤히 쳐다보며) 네 아름다워요.
지혜        : 훌드라(Huldra)는 숨겨진 사람이라는 뜻 이예요.
          숨겨졌다지만 완전히 숨겨진 것도 아니고, 잘못된 자아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참된 자아도 아닌 비밀스러운 존재 

강의실에서의 모습과는 다른 도시적이고 우아한 지혜의 차분한 음성에 넋 나간 표정으로 바라보는 상철

상철        : 큐레이터한테 그림이 좋은 이유를 물어보면 실례가 될까요?
지혜        : 그냥 끌리는 거죠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상철        : 사랑에 빠져 본 적 있어요?

 「에릭 베렌스키올드-호수가 있는 풍경」을 지나  「에릭 베렌스키올드-햇살」 앞으로 걸어가는 지혜. 상철도 지혜를 따라 그림 앞에 멈춰 선다. 

지혜        : 그림은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어도 되거든요.
상철        : 연애중이신가? 남자친구는요?

지혜는 상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눈이 마주치자 당황하는 상철 

상철        : 미안해요. 제가 너무 무례했나요?
지혜        : 내 나이쯤 되면 연애는 급하지 않아요. 결혼이 급하지 
상철        : 결혼했어요?

그림 속 소년·소녀처럼 마주 선 두 사람.

지혜        : 나랑 할래요? 결혼? 

상철은 부끄러운 듯 얼굴이 붉어졌지만 지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상철을 바라보며 빙긋 웃는 지혜

#.12 실내 추어탕 가게 낮-현재

허름해 보이지만 시끌벅적 한 추어탕 가게 뾰로통한 얼굴의 병주, 허겁지겁 추어탕을 먹으며 연신 땀을 닦는 동희. 병주는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젓가락을 휘젓는다. 

병주        : 뭐고 이게 묵을게 없네.
동희        : (숟가락으로 병주의 머리를 때린다) 
          먹을 게 없으면 욕먹어 새끼야 
병주        : 장어 사준다 카드만 미꾸라지가 뭡니꺼
동희        : 암만 장어 먹어봐야 (바지 가리키며) 
          미꾸라지 달고 있으면 무슨 소용이야 
병주        : 내꺼 미꾸라지 아인데~한참 잘못 봤네. 
          상철이 행님은 우째 된긴데예?
동희        : 그걸 모르니까 나온 거잖아 
병주        : 집히는 것도 없어예? 
동희        : (숟가락으로 뚝배기 친다) 잘 들어, 상철이 약혼녀를 만나러 
          갈 거야 그 여자가 내가 말했던 그 여자고…
병주        : 어떤 여자? 행님이 말했던 여자가 한둘 입니꺼
동희        : 그 여자…내가 형사가 된 이유 

젓가락을 내려놓는 놀란 표정의 병주, 동희는 무심히 추어탕을 먹는다.

#.13 실내 지혜의 원룸 이른 새벽-과거

8평 남짓에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원룸, 거세게 문을 치는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는 대학생 지혜.
술 취한 남자의 혀 꼬인 발음과 고함을 치며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 
지혜는 짜증을 내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스파이홀로 밖을 관찰한다.

취객        : (V.O) 이지혜 나와 나오라고!!!
지혜        : 누구세요? 이 시간에 남의 집 앞에서 뭐 하는 거야?
취객        : (V.O) 안 잤어? 안 잤구나. 나와, 나와서 나랑 얘기 좀 해
지혜        : (짜증내며) 누구신데요? 자꾸 이러면 경찰 불러요!!
취객        : (V.O) 불러 나 하나도 겁 안나 얘기 좀 해 제발 

침대 옆 협탁에 놓인 슬라이드 핸드폰을 열고 112에 전화를 건다. 

지혜        : 어떤 미친놈이 와서 문을 두들기거든요. 여기 좀 와주세요

계속되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 문고리를 잡아 흔들기까지 한다. 

CUT TO 

무서움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쪼그려 앉은 지혜, 정적을 깨는 요란한 핸드폰 벨소리가 들린다.

지혜        : 여‥여보세요? (화내며) 아 왜 안 오고 전화예요!
동희(F)    : 죄송합니다. 문 앞에 아직 사람 있습니까?
지혜        : 있으니까 빨리 오라고요!! 지금 뭐 하는 거야!!!

짜증내며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닫는 지혜 

CUT TO 

문밖에서 들리는 경찰의 무전기 소리에 스파이홀로 밖을 보는 지혜
순경 2명과 뒤엉켜있는 취객, 문을 두드리는 동희.

동희        : (V.O) 경찰입니다. 문 살짝만 열어 보세요.

보조 자물쇠를 걸어 놓고 조심스레 문을 연다.

동희        : 혹시 이 분 아시는 분이세요?
지혜        : (눈을 꼭 감은 채) 몰라요 저런 사람 

문을 세게 닫고는 문고리 꼭 쥐고 있는 지혜

동희        : (V.O) 진짜 몰라요? 
          일단 신고를 하셨으니까 같이 서까지 가주셔야겠습니다. 
지혜        : 제가 왜요? 싫어요.
동희        : (V.O) 조금 있으면 경찰차가 한 대 더 오니까요 
          안심하시고 같이 가시죠.
지혜        : (문고리 쥐고 주저앉으며) 싫어요. 그냥 가주세요
동희        : (V.O) 안됩니다!

#.14 실내 지구대 이른 새벽

낡은 책상 3~4개가 전부인 허름한 지구대. 긴 나무의자에 널브러져 잠든 노숙자의 코골이와 무전기 소리가 뒤엉킨다. 화장실 앞에서 서성이는 순경 1(40대), 지혜는 냉랭한 표정으로 동희 앞에서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지혜        : 문을 부술 듯이 두드렸다니까요. 문고리를 막 흔들고
동희        : 같은 학교에‥둘이 아는 사이인건 맞는 거죠?
지혜        : (짜증내며) 잘 모른다고요. 몇 번을 말해요 

화장실에서 나오는 취객, 비틀거리며 순경1에게 꾸벅 인사한다. 
취객의 모습을 유심히 쳐다보던 지혜는 긴 한숨을 내쉰다.

취객        : 잘 싸고 갑니다~~
순경1        : (취객 귀를 잡아 비틀며) 요 새끼 봐라 가긴 어딜 가 
지혜        : 교양 수업 때 몇 번? 본 것 같긴 하네요.  

#.15 실외 지구대 앞 이른 새벽

지구대 앞 화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동희, 지혜는 심통 난 얼굴로 문을 박차고 나온다. 
동희를 째려보는 지혜, 시선을 느낀 동희가 지혜에게 꾸벅 인사를 한다. 

동희        :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지혜        : 좀 빨리 다닐 수 없어요? 부르면 재깍재깍 와야지
동희        : (담배를 끄며) 아니, 경찰이 무슨 짱깨도 아니고 
지혜        : 짱깨가 아니니까 빨리 와야죠. 경찰이 뭐가 이래? 

호주머니를 뒤져 껌을 꺼내는 동희, 껌을 입에 우겨넣고 종이 뒷면에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넣어 지혜에게 건넨다. 

동희        : 연락해요. 문단속 잘하시고
지혜        : 지금 나 꼬시는 거예요?
동희        : (어이없다는 듯) 아닙니다! 짱깨보다 경찰이 낫다는 거 
          보여주려고 그래요.
지혜        : 그 거짓말은 믿어줄게요. 안 데려다 줘요?

헛웃음 치며 앞장서서 걷는 동희, 잠시 돌아서는 동희의 몸짓에 눈길이 마주치는 두 사람. 
빙긋 웃는 지혜가 동희를 스쳐 지나고, 지혜의 뒷모습을 보며 웃어 보이는 동희

#.16 몽타주

/문자를 확인하는 지혜, 창밖을 바라보면 손 흔들고 돌아가는 동희

「문자: 오늘도 이상 무 언제든 연락해요 지켜줄게요」

/침대 위에 누워 장난치는 두 사람, 상철은 지혜를 뒤에서 끌어안고 누워 있다.

동희        : 내가 몇 번째 남자야? 
지혜        : 그건 왜?
동희        : (지혜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그냥 남자를 잘 아는 것 같아서 
지혜        : 남자 잘 알아서 뭐해 (등을 돌리며) 의심이나 받을 거
동희        : (지혜 간지럼 태운다) 대답해봐 언능  
지혜        : 음 아마 오빠가 본 야동보다는 적겠지?

동희가 지혜에게 달려들며 더욱 세게 간지럼을 태우려고 하자 키스를 하는 지혜 

동희        : 오빠랑 춤추자 이불속에서 

/경찰복을 다림질하는 지혜

지혜        : 오빤 나보다 예쁜 여자는 만날 수 있어도 
          나 같은 여잔 못 만날 거야 그지?

동희는 지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랑한다고 속삭인다.  

#.17 실외 아트센터 입구 낮-현재

아트센터 중앙정원을 두리번거리는 동희와 병주 
본관과 신관을 연결 짓는 작은 연못 징검다리에서 한발로 뛰며 신나하는 병주와는 다르게 잔뜩 찌푸린 인상의 동희 앞으로 강아지를 끌어안은 미술관 관장이 짜증내며 다가온다.

관장        : 거기서 뛰시면 안돼요. 애도 아니고 
동희        : (꾸벅 인사하며) 죄송합니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여기 이지혜씨 계시죠?
관장        : 이실장이요? 네 무슨 일이신지…
동희        : 형산데요 (신분증 보여주며) 뭐 좀 물어보려고
관장        : 제가 여기 관장 이예요. 안으로 들어가서 말씀하시죠.

강아지를 내려놓은 관장, 동희와 함께 아트센터로 들어간다.

#.18 실내 아트센터 복도/ 관장 사무실 낮

심각한 표정의 아트센터 관장은 전형적인 사모님 스타일이다. 
동희는 주머니에서 핸드폰과 함께 수첩을 꺼내고 녹음버튼을 누른다. 

관장        : 상철씨에 대해선 잘 몰라요 
          최여사님 아들이고 이실장이랑 결혼 할 사이라는 것 밖에는…
동희        : 상철이 어머님이 여기 회원이시죠? 
관장        : 여사님은 저희 아카데미 회원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자격지심 때문인지 자기보다 좀 못났다 싶으면 막 대해서 
          대놓고 티내기 싫어하는 사모님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죠.
동희        : 자격지심이요?
관장        : 두 번째 부인이라는 꼬리표요. 
          그것 때문인지 늘 날이 서있다고 할까? 아마 단 한 사람도 
          그분을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통유리로 된 관장 사무실 소파에 마주보고 앉는 아트센터 관장과 동희 

관장        : 이실장은 인턴으로 들어와서 제 자잘한 개인 업무들을 봐줬어요. 
          예전 큐레이터와 갈등이 생기면서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는데 
          성과가 꽤 좋았어요. 얼마 전 끝난 전시도 
          이실장 아이디어였는데 인기가 많아 앵콜전 까지 했죠. 
          저희 아트센터처럼 영세한 미술관에서 그런 일은 아주 드문데‥

어느새 사무실에 들어와 동희 옆에 앉는 병주, 관장의 강아지를 안고 있다.
불쾌하다는 듯 강아지를 뺏어 무릎에 앉혀놓는 아트센터 관장 

병주        : 자잘한 업무라는 게 뭔데예?
관장        : (강아지 쓰다듬으며) 이 아이 스파도 데려가고, 집안일 같은 거? 
          저도 처음에는 이실장이 경험도 없고 덴마크에 있었다지만 
          유학기간도 짧고 해서 안 쓰려고 했는데 일처리가 야무지고 
          빠릿빠릿하더라고요.

#.19 실외 시립공동묘지 새벽-회상

시립공동묘지 근처 숲속에 드럼통, 스테인리스 불판과 집게, 절구통 등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땅 바닥에 검게 탄 자국과 함께 뿌연 연기가 을씨년스럽다.
왼쪽 뺨에 곰보자국이 선명한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고기를 태우듯 유골을 드럼통에 넣어 가스버너에 불을 지핀다.

관장        : (V.O) 시어머니 묘 자리가 가파르기도 하고 15년이나 돼서 
          이전해야 했거든요. 남편은 반대하는데 솔직히 납골당이 더 
          편하잖아요. 고민하고 있는데 이실장이 큰 도움을 줬죠. 

벌겋게 달아오른 유골을 빻는 험상궂은 남자, 마스크를 쓰고 지켜보는 아트센터 관장과 지혜
아트센터 관장은 연신 나무아미타불을 중얼거린다.

#.20 실내 관장 사무실 낮-계속

동희        : 상철이 어머님과 이지혜씨의 관계는 어땠나요?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는 아트센터 관장 

관장        : 여자들은 천성적으로 남자가 예뻐하면 질투하고 싫어하면 
          배척하는데 최여사님이 이실장을 좋아할 리가 없죠.
병주        : 이지혜씨 성격이 별룹니꺼?
관장        : 아뇨 야무지고 당차서 사모님들 모두 마음에 들어 했어요. 
          배경을 중시하는 사모님들 특성상 며느리로 삼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지
동희        : 며느리로 삼고 싶지 않았다? 상철이 어머님도 그랬나요?
관장        : 공감능력도 없고 아들밖에 모르는 여사님이 며느리 삼고 싶어 
          할 리가 있겠어요? 다른 사모님들이 비아냥거리기도 했고
병주        : 늙다 못해 낡은 여자들이 만날 여 와서 정치질 하고 있구만 
    
눈을 흘기는 관장, 혀를 차는 병주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하는 동희

관장        : 여자들의 세계엔 시기와 질투 뿐 이죠. 
          여사님한테 당하는 거 보면 참 딱 했어요. 이실장…
 
/몽타주

커피를 가지고 가는 지혜의 팔을 때려 쏟아버리는 최여사

사모님2        : (V.O) 하찮음에도 스펙이 있나봐? 
          최여사 며느리 감이 이실장 이였어? 안 봐도 잘 어울리네.

/사람들이 오가는 전시실 복도에서 최여사에게 무릎 꿇는 지혜

최여사        : 사람이 체면이 있고 수치를 알면 부탁할 걸 부탁해야지!
지혜        : 어머니가 저에게 안 좋은 감정이 많으신 건 알지만‥
최여사        : 감정? 감정은 사람 같은 사람한테나 갖는 거지

/수업 중, 사모님들 앞에서 벌떡 일어나 지혜를 면박 주는 최여사.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참는 지혜

관장        : (V.O) 활기차고 예쁜 아이인데…

/힘없이 걸어가는 지혜를 딱하게 바라보며 혀를 차는 사모님들 

사모님1        : 허구한 날 트집 잡고 깔보고‥
사모님3        : 우리 딸이 저런 시어머니 만날까봐 아주 그냥 끔찍해

/ 관장 사무실 계속 

동희        : 상철이 하고 관계는 어때 보였나요? 
          따로 찾아오는 사람은 없고요?
관장        : 상철씨랑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죠.  
          가끔 전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찾아오긴 했어도 
          눈길 한번 안줬고…

#.21 실내 아트센터 전시실 오후 

인적 없는 아트센터를 두리번거리는 동희와 병주.
화면 벽면을 가득 메운 커다란 그림 「권대하-깊은 밤」 아래 서 있다.
통유리로 보이는 드로잉센터 안에 지혜의 뒷모습, 남자동료와 작업에 열중이다.
아트센터 관장이 지혜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하고 유리밖에 서있는 동희를 돌아보는 지혜. 동희와 지혜의 눈이 마주친다. 황급히 시선을 돌리는 동희 

병주        : 그 여자가 저 분 입니꺼 와 쥐기네 근데 와 못 찾았써예?
          (키보드 두들기는 시늉한다) 자판 몇 번 두들기면 되는 걸
동희        : 겁나서 임마…내 찌질 한 시절을 인정하는 게…

#.22 실내 오픈형 가라오케 밤-과거

고등학교 동창회 팻말이 붙어있는 지하 가라오케. 10여명의 남자들이 북적이며 서로 인사를 나누느라 소란스럽다. 술에 취해 미친 사람처럼 동방신기‘주문’을 부르는 규복(안경 낀 작은 눈에 순한 인상), 테이블에 앉아 지혜와 대화를 나누며 술을 마시고 있는 상철과 동창1.
왁자지껄 즐거운 분위기속에 정겹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철과 친구들, 동희는 급하게 가라오케로 들어온다. 

상철        : (동희에게 손짓하며) 여기야 여기

친구들과 반갑게 악수를 하다 지혜를 발견하곤 멈칫하는 동희, 굳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눈다.

동희         : (악수하며) 어우 겁나게 오랜만이다 야 배봐라
          네 똥배 보니까 한국 경제는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어  
동창1        : 시방 사돈 남 말 하능겨? 그려도 이제는 제법 사람 같네. 
          어릴 때 널 보면서 얼굴로 위협을 줄 수도 있다는 걸 알았는디

어색하게 웃는 동희, 지혜와 상철의 얼굴을 번갈아 살핀다. 
지혜도 불편한 듯 동희와 눈을 맞추지 못한다.

상철        : 왜 이렇게 늦게 와. 인사해 나랑 결혼할 사람
지혜        : 안녕 하세요.
동창2        : 결혼하니까 좋아?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능겨?
동창3        : 옴마 결혼도 못할 새끼가 그런 걸 왜 묻는데? 너는 있잖여~ 
          신혼여행이든 뭐든 저기 외국 나가면 중국말해 한국말 허지 말고 

지혜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동희

동창2        : 남의 여자를 그렇게 쳐다봐 예뻐서 그랴?
규복        : (O.S) 넌 나를 원해~넌 내게 빠져~♫ 
          (소리치며) 나를 따먹어라 이년들아~~
동희        : 어? 어‥미인이시네

무대 정중앙에서 넥타이를 풀어 사타구니에 넣고 앞뒤로 흔드는 규복과 한심하게 바라보는 친구들 

동창3        : 개복치(규복의 별명) 저거는 왜 또 저 지랄인 겨 환장 허네 아주
동창2        : 내비둬~ 쟈 저러는 거 하루 이틀 봐? 시발꺼
동창1        : 쳐다보지 마 잘하는지 알고 계속 하니께 
동창4        : 상철이 이게 음흉한 구석이 있어 
          저렇게 예쁜 여자 친구를 감쪽같이 숨겨놓고
상철        : 아니여~누가 훔쳐 갈까봐 그랬지~그러지 말어~ 
동창4        : 그려 맞어 내 여자를 자랑하는 건 경계대상만 늘리는 거여

#.23 몽타주- 회상

순찰 후 지구대에서 진급 시험 공부에 열중하는 순경 동희

동희(F)    : 바쁘니까 나중에 통화해 

/쓸쓸한 표정으로 침대에 걸터앉은 지혜는 핸드폰만 멍하니 바라본다.
/케이크를 사들고 급히 계단을 뛰어 오르는 동희 초인종을 길게 여러 번 누른다.
/지혜의 원룸 201호 문을 세차게 두드리며 소리치는 동희, 
처음 보는 여자가 화를 내며 나온다.

여자        : 저기요 저 어제 이사 왔거든요 문 좀 그만 두드리실래요? 

초조한 표정으로 계단에 앉아 지혜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보는 동희,
지혜의 컬러링 「Oasis - Stop Crying Your Heart Out」 만 반복해서 흘러나온다. 
핸드폰 폴더를 닫고 욕설을 내뱉던 동희는 허망한 표정으로 고개 숙인다.

#.24 실내 오픈형 가라오케 밤-과거

상철이 「Oasis - Stop Crying Your Heart Out」 부르고 지혜는 흐뭇하게 바라보며 박자에 맞춰 고개를 흔든다. 기분이 좋지 않은 듯 시큰둥한 얼굴의 동희 

동창1        : (혼자 술 따른다) 대체 결혼을 왜 하는겨 걍 혼자 살면 되지
동창2        : (핸드폰에 사진 보여주며) 봐봐 내 딸 예쁘지? 
          이게 결혼하는 이유여~임마 
동창1        : (인상 쓴다) 이건 사진이 아니라 친자확인서 아녀?
          딸래미 맞는 겨? 소도 때려 잡겄네

지혜 옆으로 다가와 앉는 규복, 
지혜는 땀으로 얼룩진 규복의 셔츠를 보며 손바람을 낸다.    
 
규복        : 지혜씨는 주량이 어떻게 되려나?
지혜        : 여자 주량은 옆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달라요

지혜에게 사랑의 총알을 쏘며 술잔을 건네는 규복, 
술잔을 받으며 즐거워하는 지혜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동희
테이블에 놓인 술잔을 단숨에 비우고 더는 노래를 듣고 싶지 않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밖으로 나간다. 

#.25 실내 화장실안/가라오케 복도 밤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있는 동희,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취기가 오른 듯 붉어진 얼굴을 두드리며 화장실에서 나오는 동희와 마주치는 지혜

지혜        : 오랜만이지 우리?
동희        : 어…그래, 좋아 보이네. 잘 지냈고?

어색함에 시선을 회피하는 동희의 붉어진 얼굴이 찡그려진다. 

지혜        : 우리 관계, 상철씨는 몰랐으면 해 이해하지?
동희        : 어 그래‥그래야지 

가볍게 웃으며 복도를 가로 질러 가는 지혜, 지혜의 냉정한 말투에 어찌하지 못하고 한동안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던 동희는 괴로운 듯 머리를 감싸 쥔다.

#.26 실내 아트센터 전시실 복도 오후-계속
 
어디론가 가고 있는 지혜와 동희, 병주. 복도에는 구두소리만 가득하다. 
복도를 걸어가는 지혜의 뒷모습을 보고 수군거리는 아트센터 직원들

#.27 실내 아트센터 회의실 오후 

회의실 유리로 비취는 지혜의 표정이 태연하다. 
지혜의 표정에 당황하는 동희, 하지만 지혜에게서 쉽게 눈을 떼지 못한다.

병주        : 이지혜씨 정상철씨랑 연락이 안 된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지혜        : 열흘쯤 됐어요.
동희        : 그럼 상철이가 실종 된지는?
지혜        : 실종이라니‥ 우리 상철씨는 실종된 게 아니에요. 
병주        : 실종신고를 받고 왔는데 실종이 아니라는 게 말이 됩니까?
지혜        : 머리를 식히러 간다고 했어요. 그 뿐 이예요. 

어딘가 불안하고 불쾌한 표정으로 지혜를 바라보는 동희

병주        :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어요? 연락도 없는데 
          궁금하지도 않았습니까?
지혜        : 그 사람을 믿으니까요. 
          초평저수지에 있다고 한 게 마지막 이였어요.
동희        : 가족들에겐 왜 알리지 않았어?
 
지혜 잠깐 생각하고, 조금 인상을 쓰며 더 설명하려는 듯 손짓을 해가다가

지혜        : 말할 수가 없었어요.
동희        : (지혜를 쏘아보며) 왜지?
지혜        : 큰일 앞두고 시끄러워 지면 좋을 게 없잖아

날카로워진 지혜의 표정, 차갑게 동희를 쳐다본다. 동희를 힐끔 쳐다보는 병주

지혜        : 어머니는 저와 상철씨의 결혼을 반대 하셨어요. 
          그런 어머니한테 결혼 준비를 하려고 받은 휴가에 다퉈서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걸 제가 어떻게 얘기하나요? 
동희        : 뭣 때문에 다툰 건데?
지혜        : (정색한다) 그런 것 까지 얘기해야해?

동희의 태도에 불쾌해진 지혜, 병주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부드러운 말투로

병주        : 수사라는 게 원래 이래요‥
지혜        : 어머니는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어요. 
          상철씨 핸드폰을 일부러 꺼놓기도 하고, 
          같이 있으면서도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도 하시고…
병주        : 결혼을 반대하셨던 이유는 뭡니까?
지혜        : 결함이 많은 저를 며느리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셨어요.
동희        : (의아하다는 듯) 결함?
지혜        : 제 환경을 탓하며 끊임없이 헤어짐을 종용하셨죠.

#.28 실내 지혜&상철의 아파트 늦은 밤- 회상

심플한 구조의 거실 중앙엔 「권옥연-포즈」가 걸려있다.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힘들게 참는다는 듯, 무릎 꿇고 입술을 바들바들 떨며 눈물을 흘리는 지혜와 소파에 앉아 지혜를 사납게 쏘아보는 최여사.
 
최여사        : 남자 기 살리는 건 여자야 환경이 다르면 어긋나게 되어 있어
지혜        : 어머니‥전 정말 어머니랑 잘 지내고 싶어요.
최여사        : (귀찮다는 듯) 이실장 나도 정말 이실장이랑 잘 지내고 싶어 
          나한테도 사회적 체면이라는 게 있잖아 
지혜        : 상철씨한테 꼭 필요한 사람이 될게요.

최여사는 호통을 치며 소파 옆에 있던 택배박스를 지혜에게 던진다. 

최여사        : 어디서 별 같지도 않은 게 집안 망신을 시키려고 해!! 
          더러운 몸뚱이나 함부로 부비면 다 되는지 알아?  

#.29 실내 아트센터 회의실 오후-현재  

측은하게 지혜를 바라보는 동희와 기막힌 표정의 병주,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지혜 

지혜        : 하루에도 몇 번 씩 헤어짐을 생각했지만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사람마음이 그리 쉽게 놓아지는 게 아니잖아요.

#.30 실외 아트센터 늦은 오후

아트센터 앞까지 동희와 병주를 배웅하러 나온 지혜.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은 미소를 짓는 동희와는 다르게 지혜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다. 

동희        : 독하게 마음먹고 기다려봐…친구들한테라도 연락 하겠지
지혜        : 시간이 필요한가 봐 상철씨
동희        : 얘가 사춘기 때도 안하던 짓을 하네. 조금만 기다려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은 내가 전부 다 찾아볼게
지혜        : 어머니는 알고 계실지도 몰라 어쩌면
          상철씨는 절대로 날 혼자 두지 않을 거지만‥어머니라면‥

중앙정원에 한쪽 끝에 놓인 원목과 대리석타일로 꾸며진 개집을 이리저리 쳐다보는 병주

병주        : 이것도 예술품인가?
지혜        : 아뇨 그건 개집 이예요.
병주        : 개도 집이 있는데 내는…

민망함에 주차장으로 뛰어가는 병주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며 웃는 동희

지혜        : 부탁해요 자꾸만 나쁜 생각이 들어 
동희        : ...

‘잘가’라는 손 인사를 하는 지혜와 복잡하게 굳어버린 동희의 얼굴이 교차된다. 

#.31 실내 달리는 차안 늦은 오후 

운전 중인 병주, 
조수석에 앉아서 동희는 피곤한지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 눕는다.

동희        : 병주야, 상철이 통화기록, 메신저 기록, 인터넷 접속 기록까지 
          뽑을 수 있는 건 싹 다 뽑아봐  
병주        : 알아쓰요. 근데요 지혜씨

동희는 대꾸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표지판을 유심히 보고 있다. 

병주        : 지혜씨는 원래 표정이 그런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졌는데 표정이 너무 평온해

#.32 인서트 아침

서초동 인근 번화가, 변호사 사무실이 즐비한 건물 입구를 걸어가는 동희와 병주
두리번거리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동희와 병주. 
복도를 걸어와 「법무법인 소원」 명판 앞에 멈춰 선다. 

#.33 실내 상철의 로펌 아침

호텔처럼 꾸며진 변호사 사무실
바쁘게 움직이는 5~6명의 직원들 키보드소리와 전화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상철의 사무실 앞 소파, 병주가 뚱뚱하지만 귀여운 인상의 홍비서에게 이것저것을 묻고 있다.

홍비서        :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급히 퇴근하시긴 했지만…
병주        : 그게 몇 시죠?
홍비서        : 7시 정도? 워낙 책임감이 강하고 강직하신 분이라 출근하지 
          않으시는 것도 휴가를 당겨 쓴 거라고 생각했는데…
동희        : 휴가는 어디로 간다고 하던가요?
홍비서        : 세부요. 와이프 되실 분이 야외결혼식이 꿈이 였대요. 
          그래서 채플웨딩 같은 거 이것저것 알아보시고 
          (두 손 모으며) 우리 변호사님 너무 로맨틱 하시죠~
병주        : 누구에게 원한을 산다거나 갈등이 있진 않았고요?
홍비서        : 중요한 기업사건은 주로 센터장이 담당하니까 
          누구에게 원한 살 일이 없었을 거예요. 
동희        : 그 날 특별한 일은 없었나요?

홍비서 핸드폰으로 일정 확인하며

홍비서        : 네 특별한일은 없었어요. 술 약속이 있으셨는데 취소 하셨고, 
          퀵서비스로 발신자를 모르는 서류봉투가 하나 왔었는데 
          그거 보시다가 전화를 받고 나가셨어요.  
동희        : 전화요? 
홍비서        : 네 잘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남자분이였던 것 같아요
동희        : 정상철씨 일정 좀 알려 줄 수 있나요?

핸드폰을 동희에게 건네주는 홍비서, 핸드폰을 유심히 보는 동희 

병주        : 같이 일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홍비서        : 3년 정도요.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는데 
          변호사님이 워낙 잘해주셔서‥
병주        : 왜 그만두고 싶었어요?
홍비서        : 이런 얘기해도 될지 모르지만 (한숨) 
          변호사님 어머니 때문에요

#.34 실내 상철의 로펌 늦은 오후-회상

전화를 받고 있는 홍비서 앞을 초조하게 왔다 갔다 하는 최여사

홍비서        : 네, 재심청구기간은 변호사님이 알고 계시니까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최여사        : 무슨 회의가 이렇게 길어

최여사의 날 선 목소리에 서둘러 전화를 끊는 홍비서

홍비서        : 차‥ 한잔 더 드릴까요?
최여사        : 진작 줬어야지 굼떠가지고 (혀를 찬다)

뒤돌아 크게 한숨 쉬고 탕비실로 걸어가는 홍비서, 최여사는 소파에 앉는다. 

홍비서        : (V.O) 아들 사랑이 좀 유난스럽잖아요. 말도 막 하시고  

차를 건네는 홍비서, 향을 맡으며 흡족해하는 최여사

최여사        : 고마워 홍비서 내가 홍비서 좋아하는 거 알지?
홍비서        : (당황하며) 절‥왜요?
최여사        : 자긴 뚱뚱해서 우리 아들 스타일이 아니잖아 
          그래서 마음에 쏙 들어 안심되고
홍비서        : (V.O) 와이프 되실 분은 정말 힘드시겠구나 했어요. 

#.35 실내 상철의 로펌 아침-계속

풀죽은 목소리의 홍비서, 미간을 찌푸리는 동희, 통화중인 병주

홍비서        : 변호사님 안 계실 때도 여기 오셔서 
          여기저기 막 뒤지고 가셨어요.

전화를 끊고 난처해하는 병주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이는 동희

병주        : 정상철씨 어머님이 기다리고 계신다는데요.

#.36 실내 로펌 복도/ 엘리베이터 아침

복도를 오가는 사람들을 지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동희와 병주.

병주        : 정상철씨, 마지막 수신지는 초평저수지가 맞네요. 
          인터넷 접속 기록도 깨끗하고 혹시나 해서 찾아봤는데 
          진료기록도 없고요.
동희        :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은?
병주        : 어머니였어요. 

한숨 쉬며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동희와 뒤따라 타는 병주. 
동희는 엘리베이터 CCTV를 올려다본다.

동희        : 나는 서에 가볼 테니까 넌 상철이 사무실 통화기록이랑 
          저수지 쪽 CCTV 확인해봐
병주        : 넵, 근데 이거 꼭 실종사건이 아니라 
          살인사건 조사하는 거 같네예
동희        : (병주 째려보며 어금니를 꽉 깨물고 복화술 하듯) 
          아휴 뚫린 입이 문제지

#.37 실내 사이버수사팀 회의실 낮 

널찍한 테이블에 마주 앉은 동희와 최여사. 동희는 노트북을 열고 녹음기를 켠다. 초췌한 모습으로 동희의 눈길만 쫓는 핏발 선 눈의 최여사, 끓어오르는 분을 삭이듯 심호흡 한다. 
동희는 그런 최여사의 모습을 심난하게 바라본다.

동희        : 잠도 못 주무셨나 봐요.
최여사        : 생때같은 아들은 행방도 모르고 찾을 길이 없는데 
          내가 마음 편히 잠이 오겠니? 내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대답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는 동희, 최여사는 서류봉투 하나를 테이블에 던진다.

최여사        : 봐 이것 좀 보라고  
 
서류봉투를 열어보는 동희. 지혜가 남자와 함께 있는 사진, 지혜의 산부인과 진료기록부, 아파트 등기부등본, 보험계약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이 들어있다. 기가 막힌 표정의 최여사

최여사        : 아파트 명의고 보험 수혜자까지 죄다 이실장 
          이름으로 되어 있잖니

서류들을 살피는 동희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동희        : 이게 잘못된 건가 결혼 할 사이고 이미 같이 살고 있는데…
최여사        : 같이 살면 다 지 명의로 해도 된다는 거니? 
          저게 얼마짜리 아파트인줄 알아? 32억이야 32억
동희        : 이게 왜 이지혜씨 이름으로 되어 있죠?
최여사        : 우리 바깥분이 나를 회사 사내이사에 올리겠다고 하더구나. 
          그 아파트가 바깥양반 몰래 사놓은 거라 상철이 이름으로 
          바꾸려고 했는데‥보나마나 꼬셨겠지 그년이

노골적인 적개심에 이글거리는 최여사의 표정

동희        : 결혼반대가 심하셨다고 들었어요.
최여사        : 계집애들 중에 그런 애들이 꼭 있거든 감각적으로 여우 짓을 
          하거나 자존심을 흔들어서 돈을 뜯어내는 년들
동희        :  (한숨 쉬며) 어머니, 어머니랑 이지혜씨와의 갈등 때문에 
          상철이가 가출했다고는 생각 안 해 보셨어요?
최여사        :  (중얼거리며) 괘씸한 놈 그년한테 푹 빠져가지고는 좋아서 
          미치겠다는데 어떻게 해 이럴 줄 알았어. 
          내 아들한테 무슨 일 저지를지 알았다고!!

#.38 실내 레스토랑 저녁-회상

고급스런 레스토랑 중앙 테이블에 앉은 최여사, 상철, 지혜. 
다른 테이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최여사의 테이블은 식기 부딪히는 소리뿐이다. 입맛이 없는 듯 포크를 내려놓는 최여사, 와인 잔을 만지작거리며 초조한 얼굴로 앉은 상철과 지혜

지혜        : 어머니 입에 안 맞으세요?
최여사        : 어머니? (콧방귀 뀌며) 이실장 자리 좀 비켜줘 

어쩔 줄 몰라 하는 지혜, 지혜와 최여사를 번갈아 쳐다보는 상철

최여사        : (지혜 노려본다) 그냥 가주면 더 좋고 

하얗게 질려 자리에서 일어나는 지혜, 반사적으로 지혜의 손을 덥석 잡는 상철
지혜는 상철의 손을 내려놓는다.

지혜        : 전화할게요.

공손하게 고개 숙이며 나가는 지혜와 짜증스럽게 냅킨으로 입을 닦는 최여사 

최여사        : 어떻게 된 거야
상철        : 어머니 대체 왜 그러세요. 제가 사랑하는 여자잖아요.
최여사        : 사랑? 아들 너 쟤가 어떤 앤지 알고 이러는 거니?
상철        : 모든 걸 갖출 순 없잖아요.
          어머니를 좋은 쪽으로 이해해보려 노력중이니 선을 넘진 마세요.
최여사        : 쟤 가진 거라곤 족보도 없는 반반한 몸뚱이 하나야 
          왜 그런 사람을 사랑해
상철        : 그게 어때서요. 제가 많이 가졌잖아요. 
최여사        : 진흙에 빠진 사람이랑 함께하면 같이 진흙 속에 빨려 
          들어가게 되어있어 
상철        : (달래듯이) 장점이 많은 친구예요. 가족이 없으면 어때요? 
          주어진 대로 살면서 예쁘고 당차고 활기차고‥  
최여사        : 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부모 된 도리로 
          자식이 밑바닥까지 가는 걸 보고만 있으라는 거야? 
상철        : 온 가족이 짐인 친구들보다는 지혜가 낫잖아요.

와인을 들이키는 최여사의 표정이 어둡다. 

최여사        : 신이 인간에게 가족을 주지 않은 건 
          아무것도 주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야

#.39 실내 사이버수사팀 낮-계속

눈빛이 싸늘하게 굳으며 어딘가를 죽일 듯이 쏘아보는 최여사, 
그런 최여사를 이해하기 힘든 얼굴로 보는 동희

최여사        : 아파트 명의도 지 이름으로 해놓더니 부동산에 시세도 
          물어봤더라고 썩을 년
동희        : 아파트 때문에 이지혜씨를 의심하신 거예요?
최여사        : (헛웃음 친다) 아파트? 그건 아무것도 아니지 이 나이쯤 되면 
          지나가는 여자 걸음걸이만 봐도 수준을 알아 내가 결혼을 
          반대한 건 환경 때문이 아니야 
          지저분한 남자관계와 거짓말 이였지

동희는 지혜가 남자와 함께 차안에 있는 사진 뚫어지게 바라본다.

최여사        : 남자가 있더라고‥ 게다가 그 남자 애까지 지웠어
          조실부모 한 것도 뒤로 넘어갈 판인데 아버지는 행방불명에 
          엄마라는 사람은 주민등록도 말소야

당황하는 동희, 다시 유심히 서류를 살핀다.  

최여사        : 우리 애가 뭐가 못나서 그런 애를‥
          내가 우리 바깥양반보다 더 의지했던 아들이야 
동희        : 혹시 이 서류들‥상철이한테 보내셨나요?

대답은 하지 않고 눈물만 훔치는 최여사

동희        : (커지는 목소리)보내셨어요?

최여사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탄식하는 동희, 서럽게 우는 최여사

최여사        : 평생 첩 자식이란 꼬리표를 달고 사는 아들한테 너무 미안해서 
          누구보다 좋은 집안에 바르고 곱게 자란 여자와 결혼하기를 
          바래왔는데‥사랑받고 자란 사람은 티가 나잖아 
          이실장은 험난한 인생을 살아서 그런지 영악하고 교활하게 
          상철이를 조종 하더라고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한 최여사에게 휴지를 건네는 동희

최여사        : 한 번도 내 말을 거스른 적이 없는 아들이라 얘가 왜 그러나‥ 
          왜 이렇게 변했지 하다가도 천성이 착해서 불쌍한 사람 보면 
          그냥 못 지나가고 하나에 빠지면 그것밖에 모르니까 
          이실장은 몇 년 살다가 이혼하게 될 하찮은 여자쯤으로 여겼지
동희        : 그래서 결혼을 허락 하신 거예요?
최여사        : (고개 끄덕이며) 그게 옳아서 허락한 게 아니야. 
          그냥 참아 준거지 음식이나 남자나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져 요즘 세상에 이혼이 흠도 아니고 어차피 살다보면           다 끼리끼리 살게 되잖아 

최여사를 바라보는 동희의 시선에 짜증이 인다.

최여사        : 이실장도 예전 여자들처럼 애지중지하며 갖고 놀다가 
          싫증나면 팽개치는 장난감 같은 존재였을 거야 
          (눈가를 닦으며)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는 소모품
동희    I    : 상철이 그런 애 아니란 거 어머님이 더 잘 아시잖아요.
최여사        : (단호하게) 아니 엄마는 자식을 잘 알아 
          이실장은 그래서 상철이를 어떻게 한 거야 
동희        : 어머니 진술하실 때는 추측 말고 팩트만 말씀하셔야 돼요

벌떡 일어나며 격양된 목소리로 소리치는 최여사 

최여사        : 나는 상철이 찾느라 밤잠 못자고 이리저리 쫓아다니는데 
          그년은 아무렇지 않게 일하고! 운동하고! 쇼핑 다니고! 
          그게 정상적인 사람이 할 짓이니? 
          이게 팩트 라고! 거짓말탐지기든 뭐든 해보란 말이야
          우리 상철이 어디에 있는지 그년이 안다니까!

최여사 옆으로 다가가 진정시키며 자리에 앉히는 동희

최여사        : 우리 상철이 아버지 돈으로 학교 다녔으면 돈 값을 해 동희야
          진짜 난 내 아들 잃고 싶지 않아. 아들 낳았다는 이유로 
          국가에 내 아들 바칠 때도 이렇게 억울하진 않았어. 찾아줘 제발  
          
#.40 실내 사이버수사팀 낮

번잡한 실내분위기, 모두들 부산하다.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최여사가 주고 간 서류들을 보며 한숨만 내쉬던 동희, 지혜의 통화기록을 확인한다. 
이 때, 걸려오는 병주의 전화

동희        : 확인했어?
병주(F)    : 정상철씨 차량이 톨게이트 CCTV에 확인된 건 
          저녁 11시 27분이예요

#.41 실내 한국도로공사 교통정보센터 낮

이백 여개 이상의 화면이 하나의 대형 모니터를 채운다. 
상철의 차량을 CCTV가 잡아내는 영상이 보여 진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교통정보센터 직원 뒤에 병주가 통화중이다.

병주        : 동승자는 없어 보이고요. 저수지 근처 국도 쪽에는 
          CCTV가 없어서 더 이상 파악이 어렵네요. 
          근데 문제가 하나 있어요.
동희(F)    : 문제라니?
병주        : 정상철씨 명의의 하이패스카드가 같은 톨게이트에서 
          2번사용 됐더라고요. 하나는 선불카드고 하나는 후불카드 
동희(F)    : 2번? 
병주        : 네. 한 번은 11시 27분에 정상철씨가 사용한 게 맞고요. 
          다른 하나는 새벽 2시에 사용 됐어요. 근데‥
동희(F)    : 근데?
병주        : 사용된 하이패스의 차주가 이지혜씨 예요.  

지혜 차량의 CCTV로 멈춰있는 화면
  
#.42 실내 사이버수사팀 낮-계속 

당황해 흔들리는 동희의 눈빛

동희        : 확실해?
병주(F)    : 네 확실해요. 새벽 2시경 톨게이트를 빠져나갔는데 이지혜씨 
          역시 동승자는 없고 새벽 5시에 다시 돌아갔네요.

난감한 표정의 동희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43 실내 한국도로공사 교통정보센터 낮

교통정보센터 직원에게 CCTV 자료가 담긴 USB를 건네받는 병주

병주        : 행님? 여보세요? 듣고 계시죠?
동희(F)    : 어‥어
병주        : 정상철씨 차량은 빠져 나간 흔적이 없는데 지원요청 해야겠죠?

#.44 실내 사이버수사팀 낮-계속 

지혜의 가족관계 증명서를 쳐다보는 동희

동희        : 어 관할 경찰서에 부탁해서 차 찾으면 감식반 좀 붙여달라고 해           그리고‥ 
병주(F)    : 그리고요?
동희        : (망설이다) 너 고향에 좀 가야겠다.

#.45 인서트 낮  

길게 늘어선 차들, 동희의 답답한 표정 
꽉 막힌 도로를 차창 밖으로 내다보며 짜증을 부린다.

#.46 실외 학동사거리 오후 

성형외과 간판들이 즐비한 거리를 걷는 동희, 
두리번거리다 ‘MJ 성형외과’ 간판을 보고 건물로 들어간다. 

#.47 실내 성형외과 오후 

화이트와 블루톤으로 인테리어 된 깔끔한 병원내부, 
한쪽벽면에는 방문연예인들의 사진과 원장의 사진과 이력이 소개 되어있다. 소파 곳곳에는 얼굴에 붕대를 붙이거나 절실한 표정으로 시술을 기다리는 여자들이 앉아 있다. 쑥스러운 얼굴로 두리번거리는 동희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간호사

간호사1        : 어서 오십쇼~ 예약은 하셨나요?
동희        : 김민재씨 계시죠?
간호사1        : 원장님 지금 시술중이신데 예약은 하고 오신건가요?
동희        : 아까부터 예약은‥ 경찰입니다 (신분증 보여준다)
간호사1        : (흠칫 놀라며) 아 네~ 근데 무슨 일로 오셨나요?
동희        : 뭐 좀 물어보려고

무전기를 들고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하는 간호사 

간호사1        : 잠시만 앉아서 기다려주시겠어요? 

어색하게 서 있다 소파에 앉는 동희, 성형전후 사진이 담긴 파일을 보며 인상을 찌푸린다.

동희        : 성형외과 의사들은 미대 시험도 같이 봐야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죄다 똑같이 생겼어 

CUT TO 

병원을 찾아오는 여자들 점점 많아지고 기다리기 지루하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는 동희

동희        : 간호사언니 어디 갔어? (소리치며) 간호사! 간호사언니!!

복도 끝에서 종종걸음으로 오는 간호사2, 병원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소리 지르는 동희를 따라다니며 어쩔 줄 몰라 한다. 

간호사2        : 원장님 지금 시술중이시라‥
동희        : 어디 있는데? 무슨 시술을 하루 종일 해 어디 있냐고
간호사2        : (겁먹어서) VIP룸에…

#.48 실내 성형외과 VIP룸 오후 

복도 끝 VIP 룸의 문을 여는 동희. 차갑고 딱딱해 보이는 인상에 검은색 뿔테안경을 낀 민재, 전형적인 엘리트 스타일이다. 30대 여성을 상담중인 민재

민재        : 그 배우는 “예쁘다”가 아니라 “성형이 잘 됐다”가 맞겠죠. 
          이거 하나 맞는다고 그렇게 다이나믹하게 변하진 않아요.

고개를 돌려 동희를 쳐다보는 민재, 어쩔 줄 몰라 하는 간호사2 

민재        : 기다리시라고 해 
동희        : 기다리긴 뭘 기다려 (상담중인 환자 쳐다보며) 어이 아줌마 
          성형 할 생각하지 말고 운동이나 좀 하세요.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동희를 째려보는 환자

민재        : 더 궁금한 건 간호사한테 물어보시고 
          (간호사2 쳐다보며) 모시고 나가

#.49 실내 성형외과 원장실 늦은 오후 

심플한 디자인과 모던한 조명의 원장실. 투명한 아크릴 책상이 인상적이다.
상담하듯 마주앉은 동희와 민재, 동희는 삐딱하게 앉아 민재를 쳐다본다. 커피를 건네는 간호사1

민재        : 무슨 일이시죠?
동희        : (지혜와 민재가 함께 찍힌 사진 보이며) 이지혜씨 아시죠?
민재        : (사진을 보고는 피식 웃으며) 지혜‥잘 알죠. 
동희        : 이지혜씨랑 어떤 사이 인가요?
민재        : (잠시 고민하더니) 시한폭탄 같은 사이죠. 
          죽을 때 까지 터질 수도 있고 안 터질 수도 있는 그런 관계

핸드폰에 녹음 버튼을 누르는 동희. 천천히 몸을 뒤로 기대는 민재, 서랍에서 담배 꺼낸다.

민재        : (담배 입에 물며) 담배 하나 피워도 될까요?

민재가 담뱃갑을 내밀자 한 개비 꺼내드는 동희의 손

민재        : 저 사진은 와이프가 보낸 건가요?
동희        : 와이프? 결혼했어요? 

동희, 담배에 불을 붙이려다 민재를 똑바로 쳐다본다.

민재        : 결혼이 아니라 비즈니스죠. 지금은 별거중이고요
동희        : 이지혜씨 약혼자가 실종 됐어요.
민재        : (묘한 미소 지으며) 그렇게 순진해 빠진 남자가 상대하기엔 
          쉬운 상대가 아니죠. 지혜가‥ 영악하잖아요. 속물 같고  

민재, 담배를 끄고 동희와 시선을 맞춘다. 의아한 표정의 동희

동희        : 상철이를 아세요?
민재        : 지혜랑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헤어졌어요. 
          (웃음을 머금으며)물론 아직도 사랑하고 있고요 

동희, 순간 잘못 들었나 하는 표정으로 민재를 쳐다본다.

민재        : 지혜가 그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고, 
          내 곁에 있어 주길 바라고 있어요. 난 

동희, 안되겠다 싶어 민재의 말을 끊으며 언성을 높인다.

동희        : 진짜 너무 병신 같아서 뭐부터 태클을 걸어야할지 모르겠네. 
          당신 이러는 거 마누라도 알아? 
민재        : (비웃으며) 지혜 잘 모르죠? 그 여자는요, 사람을 이용하지 
          사랑에 빠질 여자가 아니에요. 
          사랑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여자지

기분 나쁜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동희

동희        : (단호하게) 참고인 조사 요구하면 피하지 말고 나와 
          참고인조사 대신 세무조사 받기 싫으면

불쾌한 듯 동희를 바라보는 민재, 단호하게 뒤돌아 나가는 동희 

#.50 실내 달리는 차안 늦은 오후

운전하고 있는 동희, 형사1과 통화를 한다.

형사1        : (F) 정상철씨 은행계좌랑 김민재씨 통화기록은 시간이 좀 걸려요 

창밖을 쳐다보는 동희의 표정이 복잡하다.

#.51 실내 포장마차 밤

동희, 안주도 없이 홀로 앉아 소주를 마시고 있다. 
급하게 들어오는 규복, 시끄러운 사람들 소리

규복        : (자리에 앉으며) 벌써 시작했어? 

테이블 사이로 마주앉은 동희와 규복, 동희가 호들갑떠는 규복에게 잔을 건넨다.

규복        : 상철이가 없어지다니? 나는 내가 고소당해서 전화한 줄 알았어.
동희        : 모르겠다. 나도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CUT TO

원샷 하는 동희와 규복, 어느새 테이블은 술과 안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규복        : 하여간 상철이 어머니는 대단해 
          내 딴에는 결혼 선물이라고 보험 리모델링했거든 그걸 또 아시냐

나란히 술을 마시는 규복과 동희, 동희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 표정이다.

규복    : 지혜씨한테 남자가 있는 것 같다고는 했었어. 
 
#.52 실내 아트센터 지하주차장 밤-회상

상철의 차가 파킹한다. 비상구 문이 열리고 지혜와 민재가 나온다. 
차에서 내리려던 상철, 실랑이하는 민재와 지혜를 목격하고 멈칫한다.

규복        : (V.O) 근데 뭐 크게 신경 안 쓰더라고
          걔가 좀 무던하잖아 그 유난스런 어머니도 견디고… 
 
#.53 실내 포장마차 밤-계속 

말없이 술잔만 기울이는 동희

규복        : 쫌 지나면 돌아오겠지…

#.54 실내 일본식 선술집 밤-회상

작지만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선술집. 영어로 대화하는 소리와 한국말 등이 소란스럽게 어울러져 있다. 주방장 앞에 앉아 스시와 사케를 먹는 상철과 규복

상철        : 그냥 사랑하는 사람이랑 살겠다는데 뭐가 이렇게 복잡한지…

요란한 벨소리가 울리자 테이블 위에 핸드폰 확인하는 상철, 핸드폰을 내려놓고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 끈다.

규복        : (답답하다는 듯) 그냥 결혼 하지 마. 
          결혼한다고 안정감이 생겨? 
          안정감이 찾고 싶으면 교회를 가 클래식을 듣거나 
상철        : (규복의 머리 쓰다듬으며) 개복치는 평생가도 모를 거야 이 느낌
규복        : 지혜씨 어디가 그렇게 좋아? 얼굴? 몸매?
상철        : (술 한 모금) 엄마 같지 않아서‥
          (술 한 모금) 엄마랑은 참 달라 

규복, 흠칫 놀라 상철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상철        : (씁쓸하게) 이제 포기하실 때도 됐어 

#.55 실내 포장마차 밤-계속 

동희, 빈 소주병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동희        : 너 고소당할 거 같다는 건 뭐야? 또 사고 쳤어?
규복        : (술잔 강하게 내려놓으며) 몰라 썅 
동희        : 너 또 성추행 했냐? 네 꼬추는 무슨 민들레씨앗이야?
규복        : 아니야 이번엔 
동희        : 그럼 뭔데?
규복        : (한숨 쉬며 술 마신다) 그게‥몰카 찍다 걸렸어
동희        : 몰카?
규복        : 돈 받고 몸 파는 년이 빨리 싸고 가라고 지랄하는 게 말이 되냐? 
동희        : (한심하게 바라보며) 에라이 개복치 병신새끼야
규복        : 서비스가 그따위니까 돈 아까워서 찍었지. 근데 딱 알더라? 

동희, 테이블 위에 오이 집어 들어 규복에게 던진다.

규복        : 고소한대 개 같은 년 
동희        : 그래서?
규복        : 하라 그랬지 
동희        : (한숨 쉬며 팔짱낀다) 미친 새끼 그냥 빌어 
          인터넷에 뿌릴 쓰레기 같은 생각은 하지도 말고
규복        : 내가 왜 비냐? 꼴려서 한번 했으면 그만이지 
          어차피 어두워서 잘 나오지도 않았어.
동희        :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아니면 너희 회사 회장님처럼 
          성경책 들고 가서 사랑했다고 하던지

#.56 실외 거리 밤

한적한 거리, 간간히 들리는 차 경적소리. 담배 피며 걷는 동희와 규복

규복        : 돌아오겠지 기다려보자
동희        : (어깨동무 한다) 그려 너 같은 거 낳겠다고 10달을 기다린 
          너희 부모님도 있는데 
규복        : 뭐 임마? 아 맞다. 핸드폰
동희        : 핸드폰 두고 왔어?
규복        : 아니 나 말고 상철이 
동희        : 당연히 꺼져있지 핸드폰은 
규복        : 아니 그거 말고 하나 더 있어  
동희        : 하나가 더 있다고?
규복        : (미간을 찌푸리며) 폴더 폰 이였어. 
          옛날 꺼 업무용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57 인서트 아침

-잔잔한 파도, 너무도 조용한 경북 영덕의 구계항
-구계항에 정박된 수리중인 오징어 배들이 물결에 흔들린다.
-방파제 쪽에는 맛있어 보이는 피데기(반건조 오징어)들이 쭉 걸려있다
-방파제 아래에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어부들의 손끝이 바쁘다 
-어부들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설명하는 병주 
-형형색색의 색깔로 덧칠이 된 스레트 지붕, 언덕이 보이는 좁은 골목길을 헉헉거리며 올라가는 병주 
-인적인 드문 언덕배기의 담장 넘어 녹슨 파란 대문,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만 같은 주택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해 주저앉는 병주 

#.58 실내/외 바다슈퍼 낮

허름한 동네 구멍가게. 
지친 얼굴로 비좁고 어두운 슈퍼로 들어오는 병주는 캔 커피를 찾느라 분주하다. 
슈퍼 앞 평상에 앉아 야채를 다듬던 70대 여주인이 의심의 눈초리로 병주를 살피다, 병주를 따라 들어오며 바지에 대충 손을 턴다. 

여주인        : 못 보던 얼굴이네?
병주        : 커피 없습니까?
여주인        : 있지 믹스로 주까?
병주        : 네 시원한 걸로 주이소

여주인, 종이컵에 노란 커피믹스 스틱 한 봉지를 붓고 휘휘 저어 건넨다.
 
여주인        : 천원이데이 알아서 식혀 무라   

황당한 표정으로 슈퍼 앞 평상에 앉는 병주, 
병주를 등지고 앉아 다시 야채를 다듬는 여주인  

여주인        : 어데서 왔노?
병주        : 저 부산사람인데예
여주인        : 에이 그짓말 하고 있네. 말하는기 완전 스울사람 인데?
병주        : 스울요? 제가요? 
여주인        : 하이고오 내가 요서만 30년 해묵으따 딱 보믄 알제 
병주        : 30년요?

여주인 옆에 바싹 붙어 앉는 병주, 야채를 다듬던 손을 멈추는 여주인 

여주인        : 그래 30년 내가 앉아서 오십 리요 서면 백 리를 보는 이 동네 
          방송국이야 내가~요 앉아가 있으면 온 동네 아지매들부터 
          얼라들까지 지나다니는 곳 이라 모르는 게 읍데이
병주        : 아지매 그럼 혹시 이 동네 살던 이정호씨 라고 알아요?
여주인        : 이정호? (곰곰이 생각하며) 이정호‥잘 모르겠는데
병주        : 한 26년 전에 여 언덕배기 파란 대문 집에 살던 남잔데 
          배를 탔어요. 딸래미가 하나 있었고‥
여주인        : 가만 있어보자 파란 대문 집‥

수첩을 꺼내는 병주, 대답을 기다리듯 여주인을 쳐다만 보고 있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의 여주인 

여주인        : 모르겠는데
병주        : 모르는 거 없다매! 거 왜 지금은 폐가 같은 집인데 
          이정호씨는 행방불명 됐고 그 집 딸래미 이름이 이지혜 
여주인        : 그런 사람이 있었나…
          몰라~이 동네는 살던 사람 죽으면 다 폐가가 되서…

#.59 실내 지혜&상철의 아파트 관리사무실-동시간 

지혜와 상철의 아파트 관리사무실을 찾은 동희, 모니터 화면은 아파트 입구로 들어오는 지혜의 차량 CCTV 화면에 멈춰있다. 서류를 들고 동희에게 걸어오는 사무실직원 

사무실직원(남)    : 현관 출입기록은 여기 있습니다. 외부 차량 출입기록은 없네요.
동희        : 엘리베이터랑 주차장 CCTV도 볼 수 있습니까?

#60. 실외 바다슈퍼 낮-계속 

곰곰이 생각하다 반신반의 하는 표정으로 입을 여는 슈퍼 여주인, 
병주는 답답하다는 듯 커피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여주인        : 고 사람이 고 사람인지 잘은 모르겠는데 
          마누라 도망가뿌고 딸래미 혼자 키우던 남자는 있었지

/여주인 목소리 위에 플래시백 

-담 너머로 보이는 청마루에 나뒹구는 술병, 잔뜩 어지럽혀진 마당 안
-피투성이 얼굴로 언덕길을 도망치듯 내려가는 여자
-초점 없는 눈으로 지혜를 노려보는 지혜의 父, 
-공포에 질려 구석에 쪼그려 앉은 어린 지혜가 울며 여자를 쫓아간다.

여주인        : (V.O) 평소엔 성실하고 조용하이 좋았는데 술만 무면 대단했어.
          술만 들어갔다 하면 마누라를 개 패듯이 패더라꼬 
          온 전신이 멍이라 낮에는 코빼기도 안보이고 그랬데이

/슈퍼 앞 평상 옆에 꾀죄죄한 모습으로 쪼그려 앉아 있는 어린 지혜 

여주인        : (V.O) 어느 날부터 마누라가 안보이데? 아는 계속 나와 있고‥
          와 그런가 함 물어 보이까네 도망갔다고 그랬다 하대 

/바다슈퍼 계속

여주인        : 애미가 자식새끼 버리고 도망 가뿌는게 쉬운 일이가 오데
          혼자가 됐는데도 딸래미 잘 키울 생각은 안하고 만날 술만 
          퍼 재끼드만 (속삭이며) 어느 날 배 타러 간다꼬 그라드만 
          그 이도 없어졌어.  
병주        : 그라믄 그 아는요?

/슈퍼 안 안채에서 전화를 거는 어린 지혜 

여주인        : (V.O) 그 얼라가 잔망스럽데 애비가 안 들어 오니까네
          즈그 외할매한테 전화를 해가꼬 엄마대신 지 데려가 달라꼬 하대 

/할머니의 손을 잡고 웃으며 언덕을 내려가는 어린지혜
   
여주인        : (V.O) 그 어린 기 을매나 도망치고 싶었으면 저럴까 싶다가도
          생각해보면 소름이 끼친다 아이가

#.61 수사 몽타주-동시간

아트센터를 찾은 동희, 진술 내용이 편집된 듯 빠르게 이어진다.

아트센터여직원    : 착했어요. 속을 알 수 없을 때가 많았지만‥
          딱히 친한 사람도 없고
사모님1        : 보통 사회생활에서 보기 힘든 부류의 인간이라는 걸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걸요? 두 번 마주하기 싫은 스타일?
사모님2        : 사람이 입지가 달라지니까 탐욕이 생기는 거야 
사모님3        : 최여사는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야 직성이 풀리는데 
          뜻대로 안되니까 스트레스 많이 받았을 걸요
아트센터여직원    : (팔짱끼며) 인생은 운빨이고 줄을 잘 서야하며 
          절대 공평하지 않다는 걸 몸소 보여준 달까?

#.62 실외 바다슈퍼 낮-계속

소름이 돋는지 팔을 문지르는 슈퍼 여주인의 이야기를 받아 적는 병주
 
여주인        : (잠시 생각하다) 꼭 사라지길 기다린 것 같았다니까  
병주        : 그 남자는 못 찾았고? 소식도 없어예?
여주인        : 모를끼야 아무도‥
          여긴 다들 연기처럼 사라지니까… 

#.63 실내 고깃집 밤

뿌연 연기를 내뿜는 고깃집 중앙 테이블에 앉은 동희와 병주, 가득 찬 실내엔 웅성거리는 소리가 가득하다. 벽에 붙은 TV에는 삼성과 한화의 야구중계가 한창이다. 격양된 표정으로 설명하는 병주와 무덤덤하게 고기를 굽는 동희

병주        : 폐가가 되가지고 마 장판이랑 벽지는 너덜너덜 해지고 

벽 쪽 테이블에 앉아 있던 아저씨 채널을 뉴스채널로 돌린다. 

병주        : 아재요. 거 야구 쫌 보입시다.

삿대질하며 일어나 소리치는 병주, 앉으라고 손짓하는 동희. 
뉴스에는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중국산 뼈 없는 닭발 제조과정이 보여 진다. 

아저씨        : (성질내며) 나라가 어려운데 야구는 무슨 야구 
병주        : (비꼬는 말투) 뉴스 본다고 어려움이 없어지나‥

병주를 자리에 앉히며 강제로 고기를 먹이고 소주를 시키는 동희

동희        : 여기 소주 한 병 주세요. 
          (소주 받아들며) 속 시끄러우니까 얌전히 먹다 가자 

「뉴스 소리 (V.O) - 중국의 가난한 조선족들은 이와 같이 닭의 뼈를 직접 입으로 걸러내는 작업을 돈벌이로 삼아 생계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병주        : 조선족들은 보면 다 잘해 살인도 잘하고 보이스피싱도 잘하고 
          이젠 닭 뼈까지 발라내네. 희한해 아주 활동범위가 각양각색이야 
동희        : (소주 따르며) 알아낸 건 그게 다야? 
병주        : 알아냈다고 보기도 어려워요 
          그 사람이 그 사람이 맞는지도 모르겠다니까

TV로 향했던 시선을 동희에게 돌리는 병주, 동희는 연거푸 소주를 따라 마신다.
 
병주        : 이지혜씨한테 어린 시절 얘기 들은 적 없으요?
동희        : 없어 묻지도 않았고
병주        : 그런 것도 안 물어보고 뭐 했습니까? 
          (소주 따라 마신다) 에이 으스스한 집에 댕겨 와서 그란가 
          무슨 유령 쫓는 기분이네     
 
#.64 인서트 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경찰서 건물.
아무도 없는 사이버수사대 사무실 간이소파에 드러누운 병주,
비로 얼룩지는 차창을 바라보는 동희, 지혜에게 참고인 조사에 와 달라는 문자를 보낸다.

#.65 실내 사이버수사팀 회의실 아침 

회의실 의자에 웅크리고 잠든 동희를 흔들어 깨우는 지혜.
이전의 단정했고, 담담했던 지혜의 모습이 많이 무너져 있다. 
미간을 찌푸리다 화들짝 놀라 일어나는 동희.

동희        : 벌써 왔어?

아무 말 없이 동희를 보는 지혜 

#.66 실내 취조실 아침

머리까지 말끔히 빗고 나타난 동희,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지혜에게 다가가 커피를 건네고 마주 앉는다. 
동희는 노트북을 열며 서류만 뒤적이고 지혜는 동희를 뚫어지게 응시한다.

동희        : 이지혜씨,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정상철씨와 연락이 안 된 게 언제부터였나요?
지혜        : 열흘 전이요.
동희        : 정상철씨 업무용 핸드폰이 있다던데‥
지혜        : 네 
동희        : 어디 있죠?

대답 없는 지혜, 동희는 지혜와 눈을 마주치지만 냉담한 표정이다.

지혜        : 오빠도 날 의심하는 거야?
동희        : 지금은 공적인 자리인 만큼 상호 간에 존칭을 쓰죠. 
          묻는 말에 대답하세요.

동희의 냉담한 시선과 말에 금세 눈물이 고이는 지혜

지혜        : 부를 수 없다는 게 만질 수 없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알아?  

지혜의 얼굴엔 상심과 피로감의 그늘이 깊게 드리어져 있다.

지혜        : 처음엔 나도 화가 났어. 그럴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랑 결혼하기 싫어진 건지, 다른 여자가 생긴 건지…
          어머니가 꽁꽁 숨겨놓고 나에게만 얘기하지 않는 게 아닌지‥
          (가슴을 치며) 심장이 녹아버리는 것 같아 

어느새 추억에 잠기는 듯한 지혜의 모습, 동희는 지혜를 빤히 쳐다본다. 

지혜        :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도 않고 연락도 없어 정말 속상하고 
          화나고‥표현 못했지만 이런저런 생각에 속이 타 들어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이 그립고‥

#.67 몽타주 회상 늦은 밤

/공원 농구장 

상철이 지혜를 향해 공을 던진다. 엉겁결에 공을 받아 든 지혜. 엉거주춤 드리블하며 골대 쪽으로 파고드는 지혜. 디펜스를 하는 상철. 바스켓을 통과하는 지혜의 슛. 지혜 환호를 지르며 상철에게 안긴다. 코트 위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다 서로 마주보는 두 사람

지혜        : 내가 만난 남자들은 대체로 입이 가볍고 이기적 이였어요.
          그런 남자에 질려 사랑 같은 건 생각도 안했는데‥ 
          심장이 말을 안 듣네요.   

/지혜&상철의 아파트
 
-서류를 들고 소파에 기댄 채 잠든 상철, 
-흐뭇한 미소로 서류를 치우며 상철의 머리를 쓰다듬는 지혜. 
-잠든 상철 옆에 스탠드가 켜있고 서류 뒷면에 상철의 모습을 그리는 지혜

/버스정류장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는 지혜의 손에 숙취해소 음료가 들려있다. 
-406번 버스가 도착하자 밝아지는 표정 지혜의 표정 
-하품하며 내리는 상철에게 다가가 까치발을 들어 안아주는 지혜

/공원 벤치 

공원 벤치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는 지혜와 상철, 공원에 흐드러지게 핀 꽃을 감상한다.

상철        : 나는 진짜 건조한 사람인데 너만 보면 사랑에 빠지고 싶어
          우리 평생 꽃길만 걷자 
지혜        : 꽃길이 아니어도 같이 걸어요.

#.68 실내 취조실 아침-계속 

생각에 잠긴 듯 아련한 표정으로 눈을 감는 지혜의 눈꺼풀이 떨린다. 
지혜의 표정을 살피는 동희, 지혜는 한참을 차갑게 동희를 바라본다.

동희        : 정상철씨가 사라지던 날 초평저수지에 갔었죠?
지혜        : (머뭇거리다) 네
동희        : 저수지에는 왜 갔었나요? 
지혜        : 그 곳은 낚시를 좋아하던 상철이 자주 가는 곳 이였어요. 
          프로 포즈도 거기서 받았고… 우리에겐 추억이 많은 장소죠

/ 플래시백

-저수지를 달리는 낚시보트. 살짝 겁먹은 지혜, 멋지게 보트를 조종하는 상철 
-낚시보트가 서서히 좌대에 다가와 멈추고 상철의 부축을 받으며 내리는 지혜 
-물에 비친 상철과 지혜. 일렁이는 화면, 낚시꾼 한명이 한가롭게 앉아 있다.
-좌대에 걸터앉아 발을 담군 상철과 지혜, 지혜는 상철의 어깨에 기대고 있다
-지혜에게 반지를 건네는 상철, 상철을 꼭 껴안고 즐거워하는 지혜

#.69 실외 상철의 로펌 앞 도로-회상 

상철의 로펌 건물 앞에 비상깜빡이를 켜고 있는 외제 승용차, 승용차 속에 지혜가 상철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전화를 받지 않는지 다시 통화버튼을 누른다. 이때, 급하게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상철의 은색 외제 승용차. 
차에서 내리려던 지혜는 급하게 문을 닫고 상철의 차를 뒤따른다. 의아해하며 뒤를 쫓는 지혜. 
받지 않는 전화신호음과 빵빵거리는 클락션 소리만 들려온다.
앞에 가고 있는 상철의 차 그 뒤를 쫓고 있는 지혜의 차 속도를 내며 빠져나간다.

#.70 실외 서초동 거리 저녁-회상

한 건물 발렛박스 앞에서 멈춰서는 상철의 차, 상철이 차에서 내려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넓은 통유리로 된 카페 창가에 마주앉은 상철과 민재 

지혜        : (V.O) 어머니 문제로 다투고 미안한 마음에 
          상철씨를 찾아갔었어요. 
          근데 내 전남자친구와 같이 있더라고요.

카페 맞은 편 갓길에 차를 세우고 둘을 바라보는 지혜, 
핸들에 고개를 푹 박으며 침통한 표정으로 핸들을 움켜쥐고 신경질적으로 핸들을 꺾어 돌린다.

#.71 실내 취조실 아침-계속 

냉정을 되찾으려고 단정적으로 대답하는 지혜의 안색이 좋지 않다.

동희        : 전 남자친구라면 김민재씨요?
지혜        : 네
동희        : 결혼한다는 사실을 김민재씨도 알고 있었나요?
지혜        : 네 알고 있었어요.
동희        : 최근에도 만난 적이 있습니까? 
지혜        : 얼마 전에 아트센터로 찾아 왔었어요. 
동희        : 자주 만나셨나요?
지혜        : 아뇨.
동희        : 김민재씨 하고는 왜 헤어졌습니까?

지혜를 자극하는 동희, 날카로워진 표정으로 입술을 꼭 다문 지혜를 쳐다본다.

동희        : (N) 그런 표정은 너답지 않아

떨리는 지혜의 눈가, 지혜의 시선을 피해 질문을 이어가는 동희

동희        : 톨게이트 CCTV를 보니 저수지에는 새벽 2시에 도착하셨네요?
지혜        : ...네 
동희        : 정상철씨는 뭘 하고 있었습니까?

/플래시백

-저수지의 밤풍경이 수정을 뿌려놓은 듯 반짝인다.

지혜        : (V.O) 낚시를 하고 있었어요. 
          술 냄새가 조금 났고 얼굴이 얻어맞은 것처럼‥ 
          붉게 부어 있었고요. 무슨 일인지 물었지만 말도 안하고‥ 
          민재씨랑 함께 있는 걸 본 이상 더 물을 수도 없었고요.

-어색하게 굳은 눈빛으로 좌대 소파에 앉은 채 미동도 없는 상철

지혜        : 오히려 제 걱정을 하면서 머리만 식히고 돌아가겠다고 
          돌려보내더라고요.
동희        : 그래서 혼자 올라왔다?

동희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지혜의 차갑고 낮은 목소리

지혜        : 그럼 제가 어떻게 하죠?
동희        : 아파트 명의는 어떻게 된 겁니까?
지혜        : 상철씨가 바빠서 제게 부탁했어요. 명의를 바꿔달라고…
          한두 푼 하는 아파트도 아니고 잠시라도 제 명의인건 
          부담스러워서 거절했더니 상철씨가 혼인신고를 제안했어요. 
동희        : 혼인신고?
지혜        : 네 혼인신고 먼저 하자고요. 
          어머님한테 시달리기 싫어서 말렸는데‥

바쁘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동희의 손, 잠시 먼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지혜

지혜          : 아파트 때문에 어머님이 절 의심하시는 건가요? 
동희        : 어머니 입장에선 세상 모든 게 의심스러울 겁니다.
지혜        : 그렇군요. 어머님 입장에선 제 인생도 험난해 보일 거고요.

담담하게 얘기하는 지혜

지혜        : 아파트 때문에 의심받는 거라면 명의는 언제든 바꿀게요. 
          (먼 곳을 응시하며) 제일 잃을 것 없이 성공 하는 법이 
          공부였고‥죽을힘을 다해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72 실내 경찰서 CCTV 모니터실 낮
 
지혜와 동희의 모습이 모니터 속에 다양한 각도로 보인다.
혼자서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는 병주의 표정이 심드렁하다. 
화면 속의 지혜, 고개를 젓는다.

#.73 실내 취조실 낮-계속

지혜        : (망설이다 떨리는 목소리) 나‥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너무 갖고 싶었나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지혜, 아무 말 못하고 바라보는 동희

지혜        : 어머님은 늘 내가 그의 옆에서 떠나주길 바랬어. 
          난 그저 남들처럼 살고 싶었을 뿐인데‥
          상철씨는 내 허물과 모난 부분도 감싸주는 고마운 사람이야.
동희        : ...........

참는대도 멈추지 않는 듯,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지혜.  

지혜        : 사랑하는 사람을 없애버린 파렴치한 여자로 의심받는 상황이 
          너무 기가 막히고 원통해

시기심과 질투심에 사로잡혀 차가워지는 동희의 눈빛

동희        : 그럼 헤어지지 그랬어? 넌 너 때문에 누군가 상처 받아도 
          아무 상관없는 애 아닌가? 어차피 그런 남자는 많을 테니까
지혜        : (어이없다는 듯) 오빠 지금 뭐하는 거야?
          상철씨는 내 전부야 어머니 때문에 내 전부를 버려?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는 지혜의 흥분된 목소리 
  
지혜        : 어머니 태도는 내가 상철씨한테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무기였어.

#.74 실내 경찰서 복도 낮

복도 끝, 긴 의자에 지혜가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혼자 앉아있다. 
거리를 두고 나란히 앉는 동희, 지혜의 차키를 건넨다.

동희        : 아깐 미안했다.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는 우리가 가져왔어 
          조사랍시고 차가 엉망이 됐네. 
지혜        : 살아만 있으면 좋겠어. 살아만 있으면‥
동희        : 당연하지 (한숨)
지혜        : 어딘가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아 
          어딘가에 있었으면 좋겠어.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가는 축 쳐진 뒷모습의 지혜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동희에게 병주가 다가와 비아냥거린다.

병주        : 아이고 눈물 난다. 눈물 나 눈꼴 시러버 못 봐 주겠네 
          그만하고 초평저수지로 가입시다. 정상철씨 차 찾았답니다.

#.75 실외 경찰서 주차장 낮

지친 기색으로 걸어오는 지혜 앞에 멈춰서는 검은 세단.
뒤 자석 창문이 내려가며 선글라스를 낀 최여사가 보인다. 
최여사를 피해 걸어가는 지혜, 최여사의 차가 지혜의 앞을 가로막는다.

#.76 실내 커피숍 낮 

마주앉은 최여사와 지혜. 선글라스를 벗는 최여사는 푸석한 얼굴이다. 
최여사와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고집스럽게 꾹 다문 지혜의 입술 
어색한 침묵이 흐르다 쥐어짜듯 힘겨운 음성으로 입을 여는 최여사

최여사        : 내가 널 과소평가 했구나 상철이 어디에 숨겼니?

묵묵부답의 지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최여사는 떨리는 손을 부여잡는다.

최여사        : 널 원망하지 않으마. 이유도 묻지 않을 테니 제발 어디에 있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말해줘 응? 부탁할게

지혜, 아무 말 없이 찻잔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감정을 억누르지만 냉랭한 말투의 최여사 

최여사        : 피하지 말고 얘기해 
          내 아들 어디 있는지 얘기 하란 말이야
지혜        : (울먹인다) 저한테 왜 그러세요?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최여사        : 불우한 환경 탓에 거짓말이 몸에 베인 건 알겠는데 
          그럴수록 더 정직하고 똑바로 살려고 노력해야지 
          입 다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야
지혜        : 상철씨가 연락 못할 상황일수도 있잖아요. 사고를 당해서 
          기억을 잃었거나 의식이 없을 수도 있지 않겠어요?

기막힌 표정의 최여사의 목소리가 떨리고, 지혜의 눈이 점점 차가워진다.  

지혜        : 죽었다면 연락이 왔겠죠.
최여사        : 너란 년은 배움의 유무를 떠나 
          나와 같은 인간이 맞는지 궁금하구나. 
          어디서 뻔뻔하게‥ 왜 숨긴 거야! 왜 거짓말을 해!
지혜        : 어머니가 이렇게 나오실게 뻔하니까요. 
          모르는 게 나은 진실도 있어요.
          (매몰차게) 저도 찾고 있다고요. 그 귀한 아들
최여사        : 너 지금 대드니?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는 거야?
지혜        : 저도 힘들어요. 더는 어머니 이러시는 거 감당 할 자신도 없고 
          어머니 때문에 제가 죽겠다고요. 

#.77 실내 국도를 달리는 차안 낮-동시간

말없이 앞만 보며 운전 중인 동희, 동희에게 보고하는 병주. 

병주        : 정상철씨 메신저에 누구랑 다툰 흔적은 없고요 
          이지혜씨한테 나중에 얘기하자고 메시지를 보냈던 게 
          마지막이네요. 
          이지혜씨는 정상철씨 실종 후 매일 메시지를 보냈는데 전화가 
          계속 꺼진 상태라 보지도 않았고‥ 

동희의 시선에 한산한 풍경이 낯설게 보인다.

병주        : 다른 핸드폰은 대포폰이라 추적이 불가능하답니다.
          이지혜씨 통화기록에도 별 특별한 건 없어요. 
          통화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정해져 있으가‥

대답하듯 트림하는 동희, 병주는 창문을 열며 손을 젓는다.

병주        : 아 행님 뭐 합니까 
          보통 트림소리가 방구소리랑 같은 경우는 거의 없는데 

#.78 실내 커피숍 낮-계속

지혜를 죽일 듯이 쏘아보며 빈정거리는 최여사, 지혜의 표정도 굳어간다. 

최여사        : 소모품인 주제에 내 자리를 차지하려 들더니… 
          이젠 대들기까지 하네.
지혜        : 사람이 해선 안 될 말이 있다는 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최여사        : 이래서 본데없이 자란 애들은 티가 나는 거야
          주제를 모르고 까불어요. 
지혜        : 그만하세요. 어머니 우린 가족 같은 사이잖아요.
          진짜 가족이 되고 싶은 사이…  
최여사        : (혀를 차며) 상철이가 떠받들어주니까 승은이라도 입은 것 같지?

서로가 한참을 죽일 듯이 쏘아본다. 

지혜        : 어머니 그 유난스러움이 
          상철씨를 얼마나 지치게 했는지는 알고 계세요?

할 말을 잃은 최여사, 눈 하나 깜빡 않는 지혜
지혜와 최여사 팽팽하게 쳐다본다.

지혜        : 상철씨가 원하는 건 어머니가 아니라 저라는 사실을 
          잊으시면 안 되죠.
          어머니는 어머니 스스로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된 거예요. 
          아시겠어요? 

발작하듯 지혜의 따귀를 때리는 최여사, 지혜는 뺨을 부여잡고 반사적으로 최여사를 노려보다가 이내 평정을 되찾고 실소를 지으며 가방에서 거울을 꺼내 본다.

지혜        : (씹어 뱉듯) 나의 허물이 그를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실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네요. 
          늘 그렇듯이 나의 허물을 들추어 내가 당신 아들보다 
          못난 여자라는 걸 인정하라는 당신 태도에 토악질이 나 
최여사        : 뭐 당신? 이게 어디서 시건방지게 
지혜        : (헛웃음 지으며) 당신과 제 사이에 상철씨만 없으면 
          당신은 그냥 지나가는 아줌마야

꾹 눌러 참았던 화를 폭발하는 지혜와 아연실색하는 최여사, 참담하게 가라앉는다.

지혜        : 내가 정말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 아니 죽였다면 
          그건 상철씨가 아니라 당신 이였을 거예요.

자리에서 일어나는 지혜, 
어안이 벙벙해 잠시 굳어있던 최여사는 악에 바쳐 거칠게 소리 지른다.

최여사        : 오냐 그래 역시 천성은 변할 수가 없구나. 간악한 년
          내가 죽기 전에 네년 꼭 효수 당하길 빌 거다.  
지혜        : 살아온 환경이 그 사람의 인성을 만들지는 않아요. 
          본인만 봐도 잘 아실 텐데 

최여사를 비웃으며 내려다보는 지혜, 코웃음 친다.

지혜        : 그러게‥ 좀 제대로 사셨어야죠. 
          오래사세요 사모님 (선글라스 끼며)
          다음 생애는 좀 더 가치 있는 삶이되시길

윽박지르며 테이블을 뒤엎는 최여사, 뒤도 돌아보지 않는 지혜.
지혜를 바라보는 최여사의 얼굴에 노기가 스치며 욕설을 내뱉는다. 
커피숍에 6~7명의 사람들의 시선이 최여사에게 쏟아진다.  

#.79 실외 초평저수지 외곽/ 실내 상철의 차안 오후 

저수지 외곽 자갈밭쪽에 세워진 상철의 은색 외제 차, 
멀리 차 트렁크에서 수사 도구를 꺼내 오는 관할서 형사 1명과 감식반 1명이 보인다. 
저수지 가까이 차를 세우는 동희, 상철의 차 주위로 다가가는 동희와 병주. 
차안을 살펴보는 자다 일어난 듯 까치집 지은 머리에 어리바리 해 보이는 인상의 관할서 형사

병주        : 안녕 하십니까
감식반        : 서울에서 오신다는‥ 
동희        : 네 뭐 좀 나왔습니까?

차안을 살펴보던 형사와 인사하며 차안을 훑어보는 동희, 병주는 수첩을 꺼낸다.

감식반        : 혈흔은 없어요. 차도 깨끗하고…
          이정도면 지문감식도 필요 없을 것 같은데
관할서 형사    : 별 거 없구만. 우리도 인력이 딸려서 죽겄는디 
          너무 하는 거 아니여?
병주        : (트렁크 닫으며) 죄송하게 됐습니다. 워낙 급한 사건이라 
관할서 형사    : 사건은 무슨 그냥 딱 봐도 가출인데 그쥬? 
          그래도 다행히 차는 안 털렸네. 좋아 보이는디 

센터콘솔을 열어보는 동희에게 다가가는 관할서 형사 차를 발로 툭툭 치며 거들먹거린다. 

동희        : 혹시 핸드폰 같은 건 없었나요?
관할서 형사    : 있었으면 벌써 내 놨지 
          블랙박스도 녹화가 안 됐슈 요 근방에 사고나 사상자도 없었고
          특별하게 뭐 봤다는 사람도 없고‥이제 가도 되쥬?
병주        : 네 아이고 너무 감사합니다.
동희        :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관할서 형사와 감식반과 악수하는 동희와 병주 

CUT TO

조수석 앞 글로브박스를 열어본다.
글로브박스에는 차량등록증과 보험증서 등과 함께 약간의 현금이 들어있는 다이어리 하나가 있다. 다이어리를 살펴보는 동희, 메모 한 장을 발견한다.

「메모내용: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홀로 떠나는 것에 주저함 없이 외로움 가득 삼키며 운명이 허락하지 않더라도 눈감고 고독히」

착잡한 표정으로 병주에게 메모를 보여주는 동희,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담배 연기를 길게 내쉬며 잠시 시선이 교차되는 두 사람

#.80 실외 초평저수지 주차장 오후 
 
차를 세우고 저수지 입구로 다가가는 동희와 병주, 주변을 살핀다. 
빨간 모자를 쓴 좌대주인이 인사를 하며 걸어온다. 
몇 마디 나누다 핸드폰을 보여주는 병주, 어딘가 멍청해 보이는 좌대주인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아는 얼굴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좌대주인(남)    : 이 분은 달마다 30만원씩 미리 입금하시고 오신다는 전화만 
          주셨기 때문에 얼굴 볼일이 거의 없어요. 
          빈 좌대로 그냥 드리니까
병주        : 자주 왔었나요?
좌대주인(남)    : 자주는 아니고 2~3주에 한번? 토요일 새벽에 오셨던 거 같아요. 
          17번 좌대를 좋아하셔서 토요일엔 꼭 비워놨는데‥
          무슨 일 있어요?
병주        : 한 2주전에 요 다녀가신 이후로 실종상태입니다.
좌대주인(남)    : (놀라서) 실종이요? 
동희        : 뭐 들은 거 없나요? 이상한 걸 봤다거나‥
좌대주인(남)    : 아니요. 전혀 없어요. 다녀가시고 좌대도 제가 치웠어요. 
          깨끗했는데‥
병주        : (명함 건넨다) 혹시라도 이 분한테 연락이 오거나 
          누구한테 뭘 듣거나 생각나는 거 있으면 전화 주이소 
  
#.81 실내 초평저수지 매점 오후 

낚시에 필요한 소품들과 간식거리들이 있는 매점 안. 주인으로 보이는 왜소한 60대 남자가 라면을 끓이고 있다. 입맛을 다시며 들어가는 병주와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한숨만 내쉬는 동희, 전화를 받는다.

병주        : 아 라면 맛있겠네.
매점주인    : 라면 고르면 끓여줘~3천원
동희        : 소리가 없다고? 왜? 특별한 건 없어?
병주        : 라면 무러 온 게 아이고요 뭐 좀 물어 볼라꼬 
          (핸드폰 꺼내 상철의 사진 보여준다) 
          혹시 이런 사람 본 적 있습니까? 
매점주인    : (핸드폰 뺏어서 유심히 본다) 글쎄 내가 많게는 하루에 백 명도           넘게 보니께 저수지가 워낙 넓어서 이 쪽으로 안다니는 
          사람도 많어 근디 뭔일이랴?
동희        : (짜증내며) 진짜 보신 적 없어요?
매점주인    : 없다니께? 왜 짜증을 내고 지랄이여 

꾸벅 인사하는 동희, 구시렁거리는 매점주인 

매점주인    : 낚시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구만 
          젊은 사람이 왜 그러는겨 
병주        : 나쁜 사람이 아니고요. 그냥 좀 찾는 겁니다. 
          2주전에 여기 다녀가신 이후로 실종상태라‥
매점주인    : 2주? 어제일도 기억이 가물가물 하는디 (콧방귀 뀌며) 
          아니 그리고 마누라한테 뻥치고 집 나와서 
          낚시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여? 이 바닥이 다 그렇지
병주        : 어르신, 혹시 보시면 (명함 건넨다) 이 쪽으로 연락주세요.

매점주인, 명함을 받자마자 바닥에 던져 버린다. 끓이고 있던 라면을 휘휘 젓는다.

매점주인    :  없다면 없는 거지. 에이 라면 다 뿔었네 

#.82 실내 국도를 달리는 차안 늦은 오후

운전하는 병주, 호수를 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조수석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동희는 어느새 수염도 덥수룩하고, 얼굴에 피곤이 가득하다

병주        : 블랙박스는 확인 했데요?
동희        : (귀찮은 듯) 어 아직까진 특별하다 할 만한 영상이 없나봐 
          음성도 녹음이 안 됐고 
병주        : 와요?
동희        : 내가 어떻게 알아  
병주        : 하여간 승질은‥ 

동희의 눈치를 보며 라디오를 트는 병주, 「Oasis - Stop Crying Your Heart Out」  나오자 인상 쓰며 라디오를 꺼버리는 동희.

병주        : 좋은데 와 끕니꺼 

병주, 다시 라디오 튼다. 병주에게 눈을 흘기는 동희

병주        : 오아시스 명곡 아입니까 
          이렇게 심연의 암울 할 때는 꼭 들어줘야지

병주, 동희 놀리 듯 노래를 따라 부른다.

병주        : 오아시스에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 라고 있는데‥
동희        : 알아 임마
병주        : 알아요? 금마가 엄청 힘들게 살았어요. 
          가난하고 아버지한테 얻어맞고‥ 

듣기 싫다는 듯 몸을 돌리는 동희, 복잡한 표정이다.

병주        : 그래도 노래들은 다 좋아 긍정적이야 (웃음) 
          금마들 말하는 것도 얼마나 골 때리는지 알아요?

여전히 창밖을 보는 동희. 동희의 뇌리에 지혜가 Oasis의 음악을 듣고 있던 모습이 떠오른다.

병주        : 내는 그 말이 참 므찌더라고‥
          만약 네가 네 애비에게 맞아서 기절하고‥

잠깐 동안 생각에 잠긴 동희, 창밖을 바라보다 운전 중인 병주를 돌아본다.

#.83 실내 커피숍 낮-플래시백

눈물 맺힌 눈을 부릅뜨며 최여사를 노려보는 지혜, 재수 없다는 듯 눈을 피하는 최여사

지혜        : 당신과 제 사이에 상철씨만 없으면 
          당신은 그냥 지나가는 아줌마야 
최여사        : 무섭구나. 너 무서운 년 이였어. 이게  
지혜        : 괴물한테는 괴물로 맞서야죠. 안 그래요?
최여사        : 그래 이제야 너 답구나 그런 년이야 넌 
지혜        : 당신 말대로 보고 배운 게 없어서 그런가보죠. 
          (병주의 목소리와 겹쳐진다) 아버지란 사람한테 
          맞아서 기절하고, 문 밖으로 버려지고, 몇 시간 후에 깨어나서 
          그래도 죽지 않을 거란 걸 안다면‥

지혜, 최여사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속삭인다. 

지혜        : 그땐 무서울 게 하나도 없어지거든요. 

#.84 실내 국도를 달리는 차안 늦은 오후-계속

병주의 목소리와 지혜의 목소리가 겹쳐져서 혼란스럽게 들린다. 
고개를 휘젓는 동희

/플래시백-지혜의 원룸

TV 화면에 ‘영화-살인의 추억’ 취조장면이 나온다. 
침대에 기대고 있는 동희의 허벅지를 베고 누운 지혜.

동희        : 무슨 수사를 저렇게 해 
지혜        : (동희 쳐다보며) 오빤 안 그럴 것 같아? 
동희        : 나는 저렇게 헛물은 안 켜 
지혜        : 내가 저 상황이면 난 수사 안 해. 복수할 거야
동희        : 복수? 네가? (흥미롭다는 듯)어떻게?
지혜        : 글쎄 (잠시 고민하다) 
          그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걸 뺏어야지 

근처를 지나는 화물트럭의 경적소리가 날카롭게 울리며 현실로 돌아오는 동희, 
불안해진다.

#.85 실외 아트센터 입구 저녁

동료들과 어울려 아트센터를 빠져 나오는 지혜의 손에 상자가 들려있다. 
멀리 차안에서 지켜보고 있는 동희, 지혜 차에 오른다. 
근처에 서 있던 동희의 차, 지혜 출발하자 따라서 출발한다.

#.86 실외 거리 저녁

지혜의 차 깜빡이등을 켜고 빠른 속도로 버스 전용차선으로 달린다.
놓치지 않으려고 급하게 차선을 바꾸어 지혜를 따르는 동희.

#.87 실외 호텔 주차장 밤

비틀거리며 호텔 문을 빠져나오는 지혜. 
지혜를 발견하고 피우고 있던 담배를 던지고 부축하는 동희. 
지혜는 동희의 손을 신경질적으로 뿌리치며 외면한다.

동희        : 얘기 좀 해 
지혜        : 할 얘기 없어 
동희        : (격하게) 지혜야
지혜        : 지나간 사랑에게 현재의 사랑을 얘기 하는 게 쉬운 일인지 알아?

#.88 실내 달리는 차안 밤

운전하는 동희, 조수석에서 눈을 감고 있는 지혜를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89 실내 지혜&상철의 아파트 밤 

40평 정도의 고급 아파트 모던하고 럭셔리한 집안 가구들이 눈에 뛴다. 
방문은 반쯤 열려있고 그 틈으로 침대 위에 누워 자고 있는 지혜가 보인다. 
거실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긴 동희, 창밖으로 한강 야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갑자기 들리는 지혜의 비명, 식은땀을 흘리며 떨고 있는 지혜. 
소리를 듣고 달려온 동희에게 매달린다. 지혜를 달래는 동희. 
떨고 있는 지혜, 동희를 꽉 끌어안는다. 

CUT TO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지혜. 
침대에 걸터앉아 지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동희, 다정하게 지혜를 바라본다.

동희        : 너 이러면 잘 잤잖아
지혜        : (피식 웃으며) 별걸 다 기억하네.
동희        : 나‥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지혜        : 오빤 매번 묻기만 하네.
동희        : 나한테 했던 말 기억나? 복수는 소중한 걸 뺏는 거라는 말
지혜        : 글쎄 (천장 바라본다) 내가 그런 말을 했나 
동희        : (망설이다) 그럼‥그땐 왜 그렇게 떠났어?

동희와 눈을 맞추는 지혜, 길게 한숨 쉰다
 
지혜        : 그건 기억나. 그때 오빠생활에 나라는 존재는 없었어. 
          그런 사람과 관계를 지속할 순 없잖아

멋쩍은 표정을 짓는 동희

지혜        : 나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 나 또한 노력하지 않는 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이렇게 벌받나봐 

잠시 흐르는 정적

지혜        :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

지혜의 말을 자르듯 다가가 키스하는 동희, 
망설이던 지혜 서서히 동희를 받아들인다.

#.90 실내 지하주차장 낮

어두운 지하주차장 입구로 들어오는 민재의 차 
비상구 근처에 차를 대고 지혜에게 전화를 건다. 
 
민재        : 나와

CUT TO 

못마땅한 듯 차에 올라타는 지혜
 
#.91 실내 지혜의 침실 낮

조용한 집안, 넓은 침대에 홀로 누워있는 동희. 
요란스러운 핸드폰 벨소리에 잠에서 깬다. 시계는 11시가 다 되어간다.

동희        : (쉰 목소리) 어 왜
병주(F)        : 행님 아직 주무십니까? 
          정상철씨 사무실로 전화한사람 확인했습니다.
          이지혜씨 전 남자친구 김민재예요. 

몸을 일으키는 동희, 핸드폰을 스피커폰 기능으로 바꾼다.

병주(F)    : 김민재가 몇 달 전부터 지속적으로 청부살인업체에 전화도 
          걸었더라고요. 영장 나오려면 시간이 걸린대서 김민재씨 
          차량 GPS 추적했는데 이지혜씨 아파트로 나와서 지금 가고 
          있는 중입니다. 행님 어디 계세요?

바닥에 벗어놓은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 동희.

동희        : 근처야 지금 갈게 내가 빨라 

#.92 실내 민재의 차안 낮

싸늘한 분위기가 감도는 차안. 간사한 미소를 지으며 지혜를 쳐다보는 민재와 무표정한 지혜

민재        : (시비조로) 없어졌다며? 순진해빠진 그 친구 

말없이 떨떠름한 표정의 지혜와 확신에 찬 민재의 미소가 교차된다.  

민재        : 그러게, 그렇게 괜찮은 남자가 너 같은걸 왜 만나겠어. 

민재를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는 지혜, 민재는 지혜의 왼쪽 귀를 만지작거린다. 

민재        : 상간녀가 성녀가 되진 않아. 
          너는 나 아니면 안 돼 그만 까불고 
          (귓속말 하듯) 그냥 내 옆에 붙어있어
지혜        : 정신 차려 왜 그래? 등신이야? 말 같은 소리를 해

볼에 입을 맞추려는 민재를 피하는 지혜

지혜        : 너만 아니면 다 괜찮아 난

민재는 지혜를 보며 가소롭다는 듯이 웃다가 뒷목을 잡아 자신의 쪽으로 고개를 숙이게 한다.

민재        : (바지 지퍼를 내리며) 빨아
 
화를 내며 민재를 밀치고 차에게 내리는 지혜, 황급히 뒤따라 내리는 민재

#.93 실내 지하주차장 낮

필사적으로 지혜를 끌어안는 민재. 
지혜, 민재를 손으로 쳐내며 뺨을 후려친다.
헛웃음을 터트리는 민재, 지혜의 목을 틀어잡고 비상구 벽에 밀어붙인다.

민재        : (목을 조르며) 쓰레기는 쓰레기답게 살아야지
          사람처럼 살려고 하면 안 돼 죄받아
지혜        :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당신 나쁜 사람 만들 수 있어

두리번거리다 지혜를 발견하고 황급히 달려오는 동희, 
민재는 지혜의 목을 더 세게 조른다.

민재        : 착하게 굴어야지, 우리 지혜

동희, 지혜에게서 민재를 떼어놓고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파랗게 질린 지혜의 얼굴, 동희는 민재에게 수갑을 채우며 지혜를 바라본다. 

동희        : 괜찮아?

가는 숨을 내쉬는 지혜, 짜증스럽게 미간을 구기는 민재

민재        : 지금 뭐하는 거야? 이거 안 치워?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병주의 차 

동희        : 또 헛소리 지껄여 봐 시발 것 넌 지금 현행범으로 체포 된 거야 

#.94 실내 달리는 차안 낮

조용한 차안, 운전하는 병주와 뒷 자석에 앉은 동희와 민재. 

병주        : (슬쩍 돌아보며) 밤새 같이 있었어요?

대답 없이 창밖만 바라보는 동희,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으로 동희를 쳐다보며 짜증난 표정으로 혀를 굴리는 민재

#.95 실내 취조실 낮

냉랭한 분위기가 감도는 취조실, 입을 굳게 다문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민재. 
동희가 노트북을 열자 서서히 고개를 들며 안경너머로 동희를 쳐다본다. 
서로를 노려보며 마주앉은 두 사람

동희        : 김민재씨, 정상철씨가 실종되던 날 사무실로 전화를 했고 
          만났던 사실이 있죠? 
민재        : (퉁명스럽게) 사람 만나는 게 죄가 되나?
동희        : 만나서 뭐했습니까?
민재        : 지혜가 연락을 했어요. 
          약혼자가 우리 관계를 알게 된 것 같다나‥ 
          제발 사라져 달라고 하더라고요.

중지로 안경을 쓸어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민재

민재        : 담판을 지으려고 만났어요. 자신 없으면 지혜를 놓아주라고 
          
#.96 실내 가라오케 밤- 회상

민재를 붙잡은 채 완력으로 마구 밀치는 상철 비틀거리다 덤벼들며 멱살 잡는 민재 

민재        : (V.O) 그 순진한 친구가 화가 나니까 저를 치더라고요. 
          그래서 치고 박고했죠.
 
상철을 한쪽 구석에 패대기치는 민재 
헛웃음 지으며 씩씩거리는 민재, 민재의 얼굴을 후려갈기는 상철

#.97 실내 취조실 낮-계속

의자에 기대며 팔짱끼는 민재 

민재        : 다 알고 있더라고요. 우리 관계…
          우리 사이에 아이가 있었단 사실까지
동희        : 알고 있다고?
민재        : 사진까지 가지고 왔던데‥(피식 웃는다)
동희        : (짜증내며) 청부살인업체에 전화했죠? 
민재        : 했어요. (팔짱 풀며 주먹 쥔다) 내 여자가 다른 놈하고 
          같이 산다는 건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일이니까
동희        : 정상철씨를 죽여 달라고 했습니까?
민재        : (어이없다는 듯) 내가 왜요? 그러기엔 잃을 게 너무 많죠. 나는  
동희        : 그럼 청부살인업체에는 전화는 왜 하신 겁니까? 그것도 여러 번?
민재        : 상담만 했어요. 평생 못 나올 곳에 넣어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돈 냄새를 맡았는지 가격을 세게 부르더라고요 
          잘해주겠다고 병원도 찾아오고

공격적인 민재의 답변에 불쾌한 동희의 표정

민재        : 그래서 포기했어요. 
동희        : (비꼬듯) 세상 참 신나게 사시네. 이 양반?
민재        :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가 애쓰지 않아도 알아서 사라져 줬네요. 
          그 친구도 없는 마당에 이제 다시 나한테 오겠죠. 우리 지혜는
동희        : 자기 목을 조른 남자한테 돌아간다? 미친 새끼

섬뜩한 표정의 동희, 민재는 냉소적인 웃음을 흘리며 오만한 표정이다.

민재        : 그런 쪽으로 머리 잘 쓰는 애라 내 옆에 붙어 있을 줄 
          알았는데‥말을 안 들어서 겁을 좀 준거예요. 
          사랑의 매 같은 거?
동희        : (기가 막혀서 격해진다) 와이프에게 미안한 감정은 없냐?
민재        : (다그치듯) 연애 안 해 보셨나?
          남자는요 여자가 하나건 둘이건 간에 
          내 여자는 다 소중한 거예요

또렷한 표정으로 가살스러운 웃음 짓는 민재, 동희를 빤히 쳐다본다.

민재        : 나는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은 한 번도 뺏긴 적이 없어요. 
동희        :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듯) 변호사나 불러 좆같은 새끼  
 
#.98 실내 사이버수사팀 오후

조용한 사이버수사팀, 형사1의 타자치는 소리와 형사2의 마른침 삼키는 소리뿐이다. 동희의 눈치를 보는 형사 2, 두리번거리는 동희

동희        : 병주 어디 갔어?
형사2        : (우물쭈물하며) 팀장님이 찾으세요.

#.99 실내 경찰서 복도 오후

지혜는 복도 끝 긴 의자에 불안한 듯 앉아있고 병주는 복도를 서성인다. 
복도 옆 창문으로 보이는 회의실, 블라인드 사이로 팀장에게 혼나고 있는 동희가 보인다.

병주        : 아 돌겠네. 진짜 

#.100 실내 회의실 오후 

테이블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 못마땅한 표정으로 
서 있는 동희를 쳐다보는 형사팀장

팀장        : 저 아가씨 폭행혐의만 인정해서 불구속 수사해 
동희        : 이제 그 가라오케랑 청부살인업체 조사만 하면‥
팀장        : 글쎄 그만 두라고 할 때 그만 두라고 
동희        : 다 잡았는데 불구속 수사라뇨? 

윽박지르며 발 내리는 팀장

팀장        : 잡기는 뭘 잡아 심증이잖아. 
          심증만으로 수사를 어떻게 할라 그래
동희        : 청부살인업체에 전화도 했다고요. 동기가 충분하잖아요.
팀장        : 관할 서에 넘기고 네 할 일이나 하라고
          전화만 했다며 협박한 증거나 범죄의 정황이 어디 있어 
          그렇다고 사고나 납치로 의심될 여지도 없잖아 
동희        : 못 그만둬요. 나 못해 (강한 어조) 내 친구 돌아올 때까지, 
          저 새끼 법으로 처벌할 때까지 계속 할 거라고
팀장        : 뭐? 법? 처벌? 
          야 이 새끼야 네 기분 나쁘다고 형사처벌 하겠다는 게 
          민주주의 국가에 녹을 먹는 경찰 입에서 나올 소리야?
동희        : (답답하다는 듯) 조금만 더 조사하면 할 수 있다고요. 
팀장        : 에라이! 이 모자란 새끼야 경찰은 사실 확인하는 사람이지 
          법률전문가가 아니야 (언성 높인다) 승부조작 하는 애들도
          1%의 가능성 때문에 99%를 망치진 않아!!

동희에게 파일 하나를 던지는 팀장

팀장        : 기업 이메일 해킹해서 거래처 사칭해가지고 무역 대금 빼낸 
          애들이야 개짓거리 하지 말고 얘들이나 잡어

회의실을 나가려는 팀장, 화난 듯이 머리를 감싸는 동희
    
동희        : 팀장님 보면 참 깝깝해, 내 미래가 저럴까 싶어서… 
팀장        : (뒤돌아 동희 본다) 지랄하고 있네. 고맙다 이 모자란 새끼야 
 
#.101 실외 경찰서 주차장 오후

급하게 들어오는 검은 세단 한대
아무렇게나 차를 세우고 경찰서로 뛰어 들어가는 최여사 

#.102 실내 경찰서 복도 오후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가슴을 부여잡고 복도로 걸어오는 최여사, 
의자에 앉아있다 최여사를 보고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는 지혜, 
최여사는 지혜를 보자 표정이 일그러진다. 
회의실을 나오는 동희, 최여사를 발견하고 다가간다.

최여사        : 어떻게 됐어? 뭐라도 찾은 거야?
동희        : (머리 긁적이며) 저 그게‥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는 최여사의 떨리는 목소리, 
최여사와 동희에게 걸어오는 지혜

동희        : 제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 인 것 같아요. 
          이 후의 수사는 관할 서에‥
최여사        : 그게 무슨 말이야? 여기까지라니 
동희        : 저 그게‥
최여사        : 빨리 말해 (소리친다) 당장!
동희        : (망설이다 차분하게) 상철이 살았다는 증거도 죽었다는 단서도 
          없어서…저희 쪽에서는 단순가출로 수사가 중단하고 관할 서로‥

악에 바친 듯 동희의 멱살을 잡는 최여사 

동희        : 죄송합니다.
최여사        : 가출이라니!! 내가 그 따위 얘기나 듣자고 
          너한테 수사해달라고 한 줄 알아? 은혜를 원수로 갚아?

동희에게서 최여사를 떼어 놓는 병주와 지혜, 최여사 지혜의 손을 뿌리친다.
지혜와 동희를 번갈아 노려보다 지혜의 머리채를 잡는 최여사 

최여사        : (머리채 잡고 흔들며) 그럼 이 년은? 이 년은 어떻게 할 건데?

최여사를 말리는 동희와 병주 

병주        : 이지혜씨는 알리바이도 뚜렷하고 
          알리바이 깰 만한 단서도 없어요.
동희        : 뚜렷한 혐의점이 없는데‥수사 할 근거가 없잖아요.

화를 삭이는듯하다 지혜를 보며 갑자기 미친 듯이 소리는 최여사

최여사        : 너 내 아들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내 아들 찾아내 살려내라고 

동희는 가지고 있던 상철의 메모지를 건넨다. 메모를 읽는 최여사 오열한다.

최여사        : 우리 아들이 왜 이렇게 되어야 되는데!! 

그 자리에 주저앉아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최여사

동희        : 죄송합니다. 어머니 상철이 금방 돌아올 거예요
최여사        : 돌아와? 돌아올 건데 왜 못 찾아 응? 왜 못 찾냐고!! 
          사고가 났으면 사고가 난 걸 찾던가, 
          죽었으면 시신이라도 찾아야지 

지혜가 몸을 떨며 동희의 뒤에 숨는다. 오열하다 의아한 표정으로 동희를 바라보는 최여사, 지혜와 동희를 번갈아 쳐다보다 눈을 부릅뜨며 삿대질한다. 

최여사        : 그럼 그렇지
          (지혜의 멱살을 잡아 흔든다) 네년이 또 꼬리를 쳤구나. 
          수사 못하게 하려고 여우 짓을 했어 내 아들 꼬실 때도 그랬니?
          검은 속이 보이는 네 행동 하나하나가 더럽고 소름끼친다. 
지혜        : (흐느끼며) 어머니 제가 아무리 미워도 그렇지  
최여사        : 서로 똥 묻은 몸뚱아리 핥아 주는 꼴이 아주 역겨워죽겠네
동희        : (최여사 옆에 있는 병주 쳐다보며) 모시고 사무실로 가 있어 

최여사를 일으키는 병주

최여사        : 저 요망한 년이 내 아들을 없앤 거야 딴 놈한테 붙어먹으려고
병주        : 고마 하고 쫌 가시죠.

최여사를 부축하며 복도를 걷는 병주, 
동희도 지혜의 어깨를 감싸고 반대 방향으로 걷는다.
치를 떨며 오열하는 최여사 고개를 돌려 지혜에게 거칠게 소리 지른다

최여사        : 내가 네년 상철이 찾을 때까지 쫓아다닐 거야 
          이 찢어죽일 년아

듣기 괴로운 듯 귀를 막는 지혜와 넋 나간 표정의 최여사의 모습이 교차된다. 

#.103 실외 경찰서 주차장 늦은 오후

나란히 걷는 동희와 지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지혜의 차 앞에 멈춰 선다. 
마주보는 두 사람

동희        : 미안하다 
지혜        : 아니야 고생 했어 
          막막하겠지만 상철씨 돌아 올 때까지 조금만 더 애써줘 
동희        : 제 발로 돌아오면 좋을 텐데‥

차문을 열려다 동희의 손을 잡는 지혜

지혜        : 오빤 항상 마무리가 어설퍼. 그래서 내가 좋아했나봐 
동희        : (차문 열어주며) 가서 좀 쉬어 지친 것 같다.
지혜        : 지금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다른 선택을 하고 싶어 

묘한 미소를 짓는 지혜와 멋쩍은 듯 피식 웃는 동희

동희        : 어디 가서 머리라도 식혀 
지혜        : 스페인에 가볼까 해 
동희        : 스페인?
지혜        : 신혼여행을 거기로 가려고 했었거든 
          혹시 거기서 상철씨가 날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싶어서‥ 

안쓰러운 눈빛으로 격려하듯 가볍게 어깨를 두드리는 동희 

지혜        : 헛된 기대인지 알면서 자꾸 마음 졸이게 되네.

차에 시동을 걸고 천천히 출발하는 지혜, 동희에게 가벼운 손 인사를 한다.
씁쓸하게 지혜의 모습을 바라보는 동희

#.104 실내 인천공항 복도 낮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소리 내며 걷는 지혜의 뒷모습
구두소리와 캐리어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105 실내 인천공항 면세점 낮

지혜가 비행기 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간다.
카메라 트랙킹으로 지혜의 걸음을 따라가면 면세점 직원이 밝은 얼굴로 인사한다.

면세점직원    :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밝은 표정으로 한가로이 향수를 고르는 지혜, 향수 하나를 집어 든다.

면세점직원    : 이 향수는 지중해에서 새로 태어난 아름다운 보석이라는 뜻이 
          담겨 있어요.
지혜        : 새로 태어나요? 
면세점직원    : 네 시향 해 보시겠어요?

고개를 끄덕이는 지혜, 면세점 직원이 시향지에 향수를 뿌린다. 
향을 맡으며 눈을 감는 지혜

#.106 실내 지혜의 침실 밤-플레시백

침대에 걸터앉은 지혜, 무표정한 얼굴로 미동도 없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자 전화를 받는 지혜, 냉정한 상철의 목소리에 괴로운 듯 주저앉는다.

상철(F)        : 초평이야 신경 쓰지 마 

전화기를 집어 던지며 괴로운 듯 몸을 잔뜩 웅크린다.
한참동안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지혜, 홀린 듯이 일어나 붙박이장 서랍 깊숙한 곳에서 구겨진 택배상자를 꺼내어 펜토바르비탈(안락사약)을 꺼낸다.
무언가 결심한 듯 펜토바르비탈을 꽉 움켜쥐는 지혜, 상철의 서재로 걸어간다. 
 
#.107 실내 지혜의 차안 새벽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지혜의 차, 
반짝하며 터지는 속도 감시용 무인 카메라 플래시.

#.108 실외 초평저수지 새벽

저수지 외곽 자갈밭에 세워놓은 상철의 차 옆에 차를 세우는 지혜.
불안한 기색으로 주위를 살핀다. 
트렁크를 열어 발베니(위스키)와 힙 플라스크(술을 담는 휴대용 병), 차 리모컨을 꺼낸다. 리모컨을 눌러 상철의 차를 열고 글로브박스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지혜. 
주머니에서 상철의 메모지를 꺼내 다이어리에 집어넣는다. 

#.109 실내 지혜의 차안 새벽

힙 플라스크에 발베니와 펜토바르비탈을 섞어 넣는 지혜의 손이 떨린다. 
초점 없이 흔들리는 지혜의 눈빛

#.110 실외 초평저수지 좌대 새벽

보름달이 비치는 흐린 하늘, 인적 없는 조용한 저수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주춤거리며 서 있는 지혜, 그런 지혜를 쳐다보지도 않는 상철.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정적. 뭔가 묻고 싶은 표정으로 애써 화를 참는 상철
지혜, 상철의 눈빛을 느끼고 절망한다. 상철 옆에 다가가 앉는 지혜. 
붉어진 눈시울로 외면하는 상철과 눈을 마주치려 애쓴다.

지혜        : 상철씨 왜 그래 나 안 봐?

상철, 울음을 참느라 길게 심호흡만 할 뿐 대답을 못한다. 

지혜        : 나 안 봐줄 거예요?

허탈한 표정으로 지혜를 바라보는 상철, 지혜는 가방에서 힙 플라스크를 꺼낸다. 
담배 한 대를 무는 상철, 상철을 망연하게 바라보는 지혜

지혜        : 술 한잔 할까? 상철씨 좋아하는 발베니 가져왔어.
상철        : (체념한 말투) 내가 너의 어디까지를 이해하고 
          눈감아 줘야하는 거니?

두 손을 빌 듯 모으며 애걸하는 지혜 

지혜        : 미안해 속일 생각은 없었어. 말할 수 없었던 것뿐이야
          상철씨를 너무 사랑하니까 잃게 될까봐‥ 
          내 곁에서 떠날까봐 두려웠어.

울먹이며 상철의 손을 잡는 지혜 

지혜        : 과거의 일들로 실망시켜서 미안해 
          내가 상철씨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잖아

깊은 한숨을 내쉬며 지혜의 손을 뿌리치는 상철

상철        : (차갑게) 사랑한다고 과거가 없어지니?
          과거니까 괜찮다는 거야? 

뭔가 직감하고 안색이 변하는 지혜 말을 잇지 못한다. 

지혜        : (복 받친 목소리)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 잘할게 상철씨 
          어머님하고도 잘 지낼게 그땐 너무 어렸고‥
상철        : (울부짖듯 쏘아붙인다) 어려서 그랬다는 변명은 하지 마 
          어려서 하는 행동이 그 사람의 본성이야

음침한 표정으로 고개 들면서 뭔가를 결심한 지혜의 얼굴,떨리는 목소리 

지혜        : (신음하듯 혼자소리로) 사람은 늘 호기심이 문제지 
          당신도 똑같아 

지혜를 향한 상철의 애절한 눈동자
신경질적으로 힙 플라스크를 열어 단숨에 들이키는 상철

「비발디 : 니시 도미누스, 모테트 Vivaldi /Nisi Dominus, RV 608 비발디 / 주께서 아니하시면 (시편.126)」 음악에 묻히는 화면 

CUT TO 

초점을 잃고 비틀거리는 상철, 괴로운 듯 눈을 감은 채 누워서 숨을 몰아쉰다. 

지혜        : (V.O) 나에 대해 너무 알아버렸잖아 죽이고 싶게…

상철의 머리를 쓰다듬는 지혜

지혜        : 당신은 하나에 꽂히면 다른 게 모자라도 
          사랑해주는 사람 이였는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무는 지혜

지혜        : 하늘은 원하는 걸 꼭 안줘 그지? 

#.111 실외 초평저수지 새벽

좌대에 멍하니 앉아있는 지혜, 상철에 차에서 꺼낸 핸드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지혜의 손과 목소리가 떨린다. 

지혜        : 지금 이예요.

누군가 훔쳐보는 시선으로 좌대에 멍하게 앉은 지혜의 모습이 보인다.
지혜에게 다가오는 낚시보트 한 대.
씬19의 험상궂은 남자가 좌대에 쓰러져있는 상철을 들쳐 업고 지혜와 함께 낚시보트를 탄다.  낚시보트를 따라 일렁이는 저수지의 검은 물밑에 비추는 지혜의 얼굴
연민어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다 꼭 쥐고 있던 상철의 핸드폰을 저수지에 떨어뜨리며 울컥 눈물을 쏟는다. 

#.112 실외 초평저수지 새벽

푸르스름한 새벽 자욱한 물안개가 바람에 흘러가면서 정처 없이 흘러가는 낚시보트, 눈물이 번진 지혜의 얼굴 위로 해사한 미소가 핀다.
물안개와 함께 뿌연 연기가 허공에서 흩어지며 암전되는 화면에 자막

《이 시나리오의 모티브가 된 사라진 변호사 이종운씨는 2004년 7월 29일 이후로 여전히 실종상태이다. 용의자로 의심받았던 약혼녀 최씨는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2년으로 확정받고 보험금 15억원 수령하였다.》 

김장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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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dhsrlawkdd@k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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