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준다고 받는 사람도 공범이다
[덕암 칼럼] 준다고 받는 사람도 공범이다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1.05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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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1989년 모 방송국에서 방영된 ‘완장’은 우연한 기회에 완장을 얻게 된 후 권력에 집착하는 모습을 빙자한 드라마였는데 그 내용인즉, 유료 낚시터로 개장할 예정인 저수지에 동네 건달이 저수지 감시원으로 채용된다.

친구나 동네 노인에게까지 안하무인으로 행패를 부리며 오만방자함이 극치를 달리는 정치 풍자극이다.

‘완장’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공개적으로 그 사람의 소속, 역할 등 나타내는 경우에 자주 사용되는데 ‘권력, 권한을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로 비춰진다.

오늘날 완장을 대신하는 임명장이 남발하는 현장을 찾아보면 한심하다 못해 지능지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완장을 채우는 사람이나 채운다고 차는 사람이나 똑같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임명장의 의미를 공감하면서도 주고받는 다는 점이다.

임명장, 이미 이재명 예비후보나 윤석열 예비후보 선거 사무소에서 수 백 장을 남발하는 종이조각이지만 그 내용에는 이런 특보, 저런 위원장 등 국어사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명목의 벼슬들이 난무한다.

모름지기 직위를 임명할 때는 임명권자가 임명할 당사자의 자격과 그에 따른 권한 및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원칙이며 문제가 발생하면 지휘·책임까지 져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임명장 남발을 보면서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대통령을 만든 장본인이라며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닐까.

이번에는 어쩔지 몰라도 적어도 지금까지 그래왔으며 그 후유증은 적시적소에 임명되어야 할 요직에 너도나도 한자리씩 차지하려는 욕심들로 아우성칠 일이 불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뿐일까. 임명장을 마치 학교 다닐 때 상장 정도로 여기며 거실 한가운데 액자에 넣어 걸어 두는가 하면 SNS를 통해 지인들에게 자랑하듯 유포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임명장을 남발하는 후보가 당선이후 임명받은 자에게 얼마나 대단한 자리를 담보할는지 알 수 없으나 한 표라도 얻으려는 욕심에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수 백 장 아니 수 천 장의 공수표를 남발하는가.

이미 선거사무소에 온갖 명분으로 줄은 선 사람들도 나름 반대급부가 있으니 응원과 봉사를 아끼지 않는 것이고 어쩌다 순수한 마음으로 후보를 응원했다 치더라도 후보가 낙선하면 과연 어디로 갈까.

국민들은 실제와 사실 그리고 거품과 허상에 대한 차이를 신중히 응시해야 한다. 불과 얼마전 이낙연 전 대표와 홍준표 후보가 경선에서 낙선하기 전까지 구름같은 지지자들의 운집은 한순간 연기처럼 사라졌다.

지금의 이재명·윤석열 예비후보 또한 마찬가지다. 지지자들의 결집을 위해 남발하는 임명장이 얼마나 허구의 종이이며 주고받는 자 양쪽 모두 헛된 망상의 공유자들인가.

정상적인 노력보다는 기회를 틈타 출세의 지름길을 가려는 욕심이 없다고 자부할 자 얼마나 될까. 사회의 모든 발전과 결과에는 과정과 노력이 겸비되어야 맞는 것이다.

어떤 자격증이나 감사장, 임명장 등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A4 종이에는 어떤 내용의 글이 적히느냐에 따라 참으로 많은 일들이 기록 또는 호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자격이나 과정도 없이 주고 받는 임명장은 정상적인 사회에 새치기 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결과적으로 책임지지도 못할 일들을 같이 벌이는 공범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대단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아니면 대단한 자리라도 얻은 것처럼 금테두른 문양에 임명장은 주는 자의 낙선이후 한낱 종이에 불과하며 주는 자가 감옥이라도 가는 날이면 함께 찍은 사진까지 슬그머니 치워버려야 하는 게 정치인들의 흔적인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특정 요직에 오르려고 좋은 대학과 실력을 키우는 반면 선거 캠프에 얼쩡거리다 후보자가 당선되면 보은인사의 대열에 서서 한자리씩 차지하는 통에 얼마나 많은 사회적 폐단이 있었으며 행정기구의 공직자들에게도 사기저하의 오류가 발생했던가.

선거 때 줄만 잘 서면 후보자가 당선 후에 자질이나 경력보다는 친분이나 인간관계에 따라 장관 자리도 나눠먹는 것이고 지방에서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 인사채용이 공모라는 형식적 절차를 통해 나눠먹게 되는 것이다.

선거란 후보자의 자질과 정치적 철학을 여과없이 공개하여 유권자들이 신중하게 판단하면 되는 것이지 온갖 편법이 난무해도 당연한 관례인 것처럼 넘어가는 사회적 풍토도 문제다.

다른 건 몰라도 선거때 얼쩡거렸다고 당선후에 요직을 차지하는 폐단은 개선되어야 한다. 정상적으로 노력하는 자들에게 실망과 피해의식을 줄 뿐만아니라 새치기가 성공하는 비정상적인 사회적 분위기 형성으로 인한 폐단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폐단의 증거가 검증되지 않은 임명장이라면 틀린 말일까. 대안이 있을까. 물론 있다. 모든 문제에 지적을 했으면 대안제시도 병행되는 게 언론의 사명 아닐까.

시작부터 허구로 출발하는 후보는 찍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이 외면하고 표를 주지 않으면 후보는 하라 해도 안 한다.

내용없이 주는 자도 그렇지만 받는 자들이 있으니 주는 것이고 이를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적용한다면 공범이지만 유권자들에게 먹히지 않는다면 불공정 관계는 중단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필자 또한 200장도 넘는 A4 종이와 감사패 등을 진열해 두고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거나 소중한 추억으로 돌이켜 보기도 한다.

사람이 살다보면 이러저러한 이유로 초등학교 개근상부터 온갖 단체에서 주는 감사장까지 흔적을 남기게 된다.

적어도 하지 않은 일을 한 것처럼 자신의 삶에 오점을 남기는 추억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어쩌다 보니 이재명·윤석열 예비후보 조직으로부터 한 자리 준다는 특보 임명장 수여에 대한 제의가 양쪽 다 들어왔다.

당연히 거절했지만 씁쓸하다. 어제 뉴스를 보니 초등학생에게도 주어졌고 알지도 못하는 공무원에게도 제의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보고 참된 민주주의 축제를 망치는 요소이자 정상적인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후보들이 비 정상적인 출발을 당연시 하는 마음자세에 의구심이 든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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