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멀고도 가까운 나라 미국
[덕암 칼럼] 멀고도 가까운 나라 미국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1.13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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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오늘은 미주로 이민한 한국인들의 개척정신과 애국심을 선양해 상호 단결을 도모하고 제정한 ‘미주 한인의 날’이다.

미국사회에 대한 기여와 한미간의 우호증진을 위해 1903년 1월 13일 하와이로 이민한 첫 도착일을 기점으로 미국 연방의회가 법률로써 제정한 공식 기념일인데 미주한인이민100주년기념사업회를 모태로 미국 연방의회가 2005년 12월 16일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미주한인의 날을 법으로 통과시키면서 역사적인 날로 확정된 것이다.

한국에 사는 국민들이야 남의 일처럼 치부되겠지만 낯선 타국에서 얻어낸 기념일은 남다를 수 밖에 없으니 언제 어디서든 노력한 만큼 흔적이 남는 것이다.

이같은 기념일의 제정 배경에는 한인들의 개척적인 삶과 미국사회에 기여한 헌신적인 활동과 업적이 반영된 것이며 미국사회의 일원으로서 그만큼 위상이 격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살고 있는 교포들 외에도 자라나는 2·3세대들로 하여금 미주한인의 뿌리를 더욱 탄탄히 심어나감으로써 향후 이민자들의 정착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되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 딱 두 나라만 두고 보자. 역사적으로는 비길 바도 안 되는 한국의 위대하고 장엄한 과거가 있으며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은 한국에 비해 열악한 나라다.

다만 경제, 군사, 인구, 면적 등 대외적인 분야에서 우월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 돈이나 힘이 전부일까.

비교하자면 굳이 한국에서 미국을 가서 정착하는 것이나 한국의 시골마을에서 도시로 이사하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나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타국이라면 같은 동족끼리 만나서 반갑기나 하지 국내에서 자국인들끼리 낯선 이주민에 대한 텃세는 그리 만만치 않다.

새롭게 형성된 신도시야 모두가 외지인이니 모르겠지만 기존에 형성된 토착 형태의 도시에서는 좀체 이방인들의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면밀히 살펴보면 사람뿐만 아니라 날짐승, 들짐승, 물고기까지 자신의 영역을 내주지 않으려 하고 당연한 밥그릇 싸움 아닐까.

특히 외지에서 전학 온 학생들간의 적응의 경우 한번 빗나가면 교사나 학부모가 나서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쯤하고 오늘은 미국 현지 사회에서 나름 억척같이 삶을 개척하는 교포들의 이야기다. 어느 정도 정착한 한국인들이야 나름 자리를 잡았겠지만 이제 몇해 안된 사람들의 애로사항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풍습, 언어는 물론 사고방식과 생활패턴까지 모두 다르니 명절때마다 고국인 한국이 얼마나 그리울까.

하여, 지난 2012년부터 약 7년 간 뉴욕, 뉴저지북부, 워싱턴 등지의 재미교포들을 중심으로 청취할 수 있는 라디오 MC를 맡아 매일 1시간씩 한국의 지역소식을 전하던 시절이 있었다.

강원, 경상, 전라, 충청, 서울·경기와 제주까지 매일 전국 각지의 동네 소식을 모아 나름 구수한 사투리로 묶어 방송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한해 두해 지나면서 교포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다.

한국시간 밤 9시 미국 현지시간 오전 8시 출근길이나 주방의 라디오를 통해 한국의 각종 소식이 전해지면 대한민국 그 어떤 방송국이나 인터넷에서도 들을 수 없는 소식들이 적나라하게 전해졌다.

한국에서는 스마트폰의 앱을 깔아 들을 수 있었고 그렇게 7년이 지나면서 현지 교민들의 초청으로 난생처음 촌놈이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2019년 2월 15일 동행하던 중고교 대학생들 13명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뉴저지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낯선 미국의 거리는 추운 겨울의 을씨년스런 모습이 전부였다.

15일간 대학, 성당, 기관·단체는 물론 백악관까지 돌아보며 미국사회에서 한국인들의 현주소를 체감할 수 있었다.

좀처럼 요직을 내주지 않는 자국이익 중심의 미국사회, 흑인들조차 일자리와 경제적 요충지를 양보하지 않아서 거리마다 온갖 낙서와 페인트칠이 난무했던 과거의 거리들, 문득 현재의 한국에서 차차 자리를 잡아가는 외국인 근로자들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었고 미국 땅에서 한국인들의 사회적 격상에는 대한민국의 국력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공감했다.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까지 미국대통령의 한결같은 자국중심 정책은 현지에 거주하는 제3국민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영향력을 끼치는 정책이다.

여차하면 폭동에 휘말릴 수도 있고 한국에서는 꿈도 못꿀 대형 산불이나 허리케인이 인정사정 없이 공든탑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떠나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멀리서나마 그들의 삶에 편견이나 어림짐작 보다는 같은 동족으로서 응원하고 차후 글로벌 시대에 선구자로서 자리매김하는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박수를 보내는 동포애를 가져보면 어떨까.

물론 경제적 여유가 많아 선진국의 온갖 혜택을 누리며 미국 시민권자로 안전하게 살아가는 한국인들도 많겠지만 적잖은 사람들이 약소국가인 대한민국의 피가 흐르는 한국인으로서 그리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집 나서면 고생이라 했던가. 지지고 볶더라도 한국에서 살다보면 그럭저럭 살아 지는 게 사람 사는 세상이다.

요즘처럼 대선이다 코로나19다 난리를 치더라도 서로 위해주며 살다보면 좋은날 오지 않을까. 오늘은 2010년 1월 13일 아이티 지진이 발생한 지 12년째 되는 날이다.

22만 명이 사망하고 30만 명이 부상한 이후 2021년 8월 14일 다시 지진이 발생해 2,200명이 사망하고 1만2,200명이 부상, 344명이 실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후지산이 폭발할 경우 1억 2천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추산도 나오고 있다. 무릇 어떤 일이든 비교하기 나름이다.

이래저래 따져보면 현재 한국의 상황이 가장 편하고 행복한 곳이다. 요즘처럼 한파가 기승을 부리니 얼마나 힘들고 어려울까마는 어찌하든 일본이나 아이티보다 지진 걱정은 덜하니 이 또한 지나가지 않겠는가.

미주 한인의 날 17주년을 기념하여 먼저 정착한 자국민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대한민국은 그대들의 모국이며 언제 어떤 곳을 가더라도 그대들에게는 한민족의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음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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