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에 가다
대한민국,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에 가다
  • 김정호 기자 kjh6114@kmaeil.com
  • 승인 2022.01.23 0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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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순도 박사, 남극 보스토크기지 빙하 시추 참여…“국내최초, 유일한 외국인”
(사진,위) 러시아 보스토크기지 앞 허순도 책임연구원, 뒤쪽에 보이는 타워는 “5G” 시추공 (사진,아래) 3,340m 깊이의 시추공에서 꺼낸 2미터 길이의 빙하코어. 사진제공=극지연구소

[인천=김정호기자]극지연구소(소장 강성호)는 연구소 소속 허순도 책임연구원이 남극 보스토크 기지에서 진행 중인 심부빙하 시추에 참여한다고 23일 밝혔다.

보스토크 기지에 한국인이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스토크 기지 (Vostok Station)는 연 평균 기온이 영하 55도로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983년 7월에는 영하 89.2도가 관측됐는데, 인류가 직접 측정한 최저기온이다.

이 지역에는 3,700m 두께의 빙하와 지금까지 확인된 빙저호* 중 가장 넓은 수도권 면적의 보스토크호(Lake Vostok)가 존재해 과학적으로 연구가치가 높다.

지자기 남극과 가까워 우주과학 연구에도 유리하다.

보스토크 기지는 구소련이 남극내륙 연구를 위해 1957년에 문을 열었으며, 현재는 러시아가 운영 중이다.

1990년대에 러시아-미국-프랑스가 공동으로 “5G” 시추공에서 약 3,700m 깊이까지 빙하를 시추했는데, 빙하 시추 역사상 최대 깊이로 기록됐다.

러시아는 남극 돔 C (Dome C) 빙하에서 확인된 80만 년보다 더 오래전 과거 기후를 복원하기 위해 최근 “5G” 시추공 재시추에 나섰다.

3,300~3,610m 깊이가 대상이며, 이 구간 빙하에는 50~120만 년 전 흔적이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추작업은 12명의 전문가가 팀을 나눠, 3교대로 24시간 쉬지 않고 진행한다.

허순도 책임연구원은 지난 4일 기지에 도착해 유일한 외국인으로 이번 작업에 참여한다.

허 연구원은 20년 이상 다양한 극지 현장과 고산빙하 탐사를 경험했으며, 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대장으로도 근무한 베테랑이다.

극지연구소는 2020년 러시아 극지연구소(Arctic and Antarctic Research Institute, AARI)와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5G” 시추에 이어, 2023년부터는 보스토크기지 인근에서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얼음을 목표로 공동 심부빙하 시추도 추진할 계획이다.

허순도 책임연구원은 “극한의 환경과 열악한 시설 탓에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대한민국 대표로 최고의 극지 현장에서 함께 연구하고 있다는 자긍심으로 임하고 있다.

유일한 외국인이라 동료들로부터 따뜻한 관심을 받고 있고, 특히 ‘마마무’ 팬이라고 밝힌 기지 월동 대장은 한국어로 간단한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고 현장 소감을 전했다.

강성호 극지연구소장은 “지금 남극에서는 ‘가장 오래된 얼음 찾기’를 두고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극지연구소는 다른 나라와 협력을 통해 시추기술을 확보하고, 과거 기후 기록을 복원해 미래 기후변화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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