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해도 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
[덕암 칼럼] 해도 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1.25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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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대통령선거가 임박해오면서 여야 후보들의 공약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아무리 권력이 좋다한들 할 소리와 해서는 안 될 소리가 있는데 어느날 아파트를 수 백채 짓는다거나 반값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공언은 물론, 청년들을 향한 화려한 공약 내용들을 보면서 대체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특정 후보를 비하 하려는 게 아니라 갑자기 아파트를 반값에 공급하겠다면 그동안 아파트 시공업체나 분양업체들은 엄청난 폭리를 취했다는 것인데 시행이나 시공, 하청업체와 분야별 전문건설업 등 건설에 관련된 모든 인프라들이 한꺼번에 도매금으로 넘어갈 형국이다.

시장경제의 논리에 따라 어떤 일이든 돈이 될만한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밀리기 마련이고 자연스런 경쟁구도에서 단가는 안정을 찾게 된다.

그런고로 건설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이 영원한 알짜배기는 없는 것이고 인적 유대관계를 통한 수의계약이나 일감 몰아주기의 불공정 거래가 생겨나는 것이다.

당연히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불공정을 바로잡는 것이며 그렇게 세월네월 긴 과정을 거쳐 건설업계의 시장이 구축된 것이다.

이를 느닷없이 반값에 공급하겠다고 공약을 하면 그 뒤에 몰아칠 건설업계의 연쇄부도나 기타 혼란은 어찌할 것인가.

그리고 어렵게 대출내서 집 가진 사람들 입장에서 볼 때 추락한 집값에 대한 경제적 공백은 어쩔 것이며 전국의 부동산은 중개수수료 챙길 여지까지 없어져야 맞는 것이다.

수 백 만채 집이 갑자기 생기기에는 환경, 교통영향평가는 물론 토지보상에 대한 여지부터 도시기반시설에 대한 사업가능성 등 행정적 절차와 다양한 조건들이 부합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냥 벌판에 성냥갑 얹어놓듯 마구 올려놓는다고 될 일이 아닌데 어째 이런 대형사업을 아직 예비후보인 자가 자신이 하겠다며 큰소리치는 것일까.

아직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중이다. 아무리 퇴임날짜가 다가온다고 멀쩡한 대통령보다 더 큰 실권을 가진 것처럼 도시기반시설을 임의로 공약하고 당장이라도 나라를 뒤집어엎을 것처럼 온갖 분야의 공약을 남발하는가.

문제는 그런다고 그 말을 믿고 구름같은 인파들이 몰리는 것도 기이한 현상이지만 전체가 침묵하며 지켜보는 것을 외면하고 일부 나대는 사람들의 언행을 전부인 것처럼 표현하는 언론도 문제다.

일반 유권자들은 눈과 귀가 없으며 생각과 판단이 없는 것일까. 공약한다고 얼마나 믿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일 년전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불법 사금융 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이 또한 이재명 예비후보를 폄하할 목적이 아니라 언론인으로서 보는 견해를 어필하자면 대략 이러하다.

높은 이자로 폭리를 취하는 불법 사금융의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감면해 준다거나 불법 사금융을 뿌리 뽑겠다는 취지를 분명히 했다.

여기까지는 멋있고 훌륭하다. 이론적으로 명분도 있고 누가 봐도 사회정의와 어려운 경기도민들을 위한다는 그림이 나온다.

어떤 문제든 지적에는 대안이 따라야 한다. 입장 바꿔 돈을 빌려주는 자는 적절한 담보가 없으니 위험부담에 따른 이자를 높이는 것이고 때론 못 받고 떼이는 돈과 불법으로 적발되는 위험까지 더 하니 당연히 회수방법도 비정상적일 수 있는 것이다.

빌리는 사람도 담보가 있고 신용이 좋다면 제1 금융권을 가지 미쳤다고 제2·제3도 아닌 사금융의 비싼 이자를 감내하면서 돈을 빌리는 것일까.

이처럼 불법 사금융은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것이며 이는 자연스런 돈의 흐름이자 자본주의의 필요악으로 치부되고 있다.

외형상 정의롭고 도민들의 어려움을 살피며 폼나는 정책이지만 현실적으로 돈을 빌려주던 사채업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소나기도 피해가자며 사금융의 문을 닫을 것이고 그렇게 고리라도 내서까지 빌리지 않으면 안될 극단적인 상황에 직면한 사람들은 그나마 돌파구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 전에 사채업자들을 모아놓고 이자를 줄여달라거나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저리의 돈을 빌려주면서 정책을 펼쳐야 앞뒤가 맞는 것이다.

물론 담보도 신용도 없이 저리의 돈을 빌려주면 자본시장의 교란이 올 것이고 누가 제1 금융권의 거래질서를 유지할 것인가.

이렇듯 건설뿐만 아니가 금융, 유통, 제조는 물론 문화예술 체육, 복지까지 모든 분야는 각각의 세계가 존재하는 것이고 이를 하루 아침에 뒤집어 갈아엎겠다는 것은 단순한 혼란이나 시스템 붕괴가 아니라 상당한 시간과 새로 쌓기 위한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재명 뿐만아니라 윤석열 예비후보 또한 군대도 안 가본 후보가 군복무에 대한 대책없는 대책을 공언하는 걸 보며 혹여 당선된다면 60만 대군의 사열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M16 소총 한번 안 쏴본 후보가 북한을 선제타격하자는 배짱을 보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위기는 어째 고려하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군통수권자로서 받게 된다면 경례를 해야할 군 장성들과 육·해·공군 장병들의 마음은 어떨까 의문이다.

평생 검사로 활동하며 일반 서민들의 삶을 얼마나 이해할지는 알 수 없으나 큰소리 치는 자나 수 천장의 임명장을 수여받고 뿌듯해 하며 한 자리를 꿈꾸는 자들을 보며 절대 다수의 유권자들을 무슨 생각을 할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필자는 이재명·윤석열 뿐만아니라 예비후보로 등록한 26명의 인물들을 모두 공정하게 보도하여 참된 민주주의 파티가 되길 기대한다.

단 책임지지도 못할 공약을 펼치는 자나 그런다고 찍어주는 자나 아둔함이 같다 할 것이며, 그 책임을 지기 위해 얼마나 쓸데없는 세금낭비와 행정력이 소모 되었던가.

지금이라도 여야 후보들은 광란의 굿판을 멈추고 진지하고 정중하게 대하는 자세를 갖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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