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의원, 한국표범 생존 희망적
윤미향 의원, 한국표범 생존 희망적
  • 장지호기자 kmaeil@kmaeil.com
  • 승인 2022.02.0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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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노력으로 남·북 한반도 생태축 회복돼야
국회 최초 한국표범의 역사와 복원 가능성 토론의 장 열려
윤미향 의원 “범은 일제강점기 민족 아픔 함께 겪어… 한반도는 명실상부한 범의 나라”
▲윤미향 의원(사진=윤미향 의원실)
▲윤미향 의원(사진=윤미향 의원실)

[경인매일=장지호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미향 의원(비례대표)이 지난 7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한국 ‘범’복원을 위한 국회 토론회 「한반도에 ‘범’내려온다!」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윤미향, 김경협, 박홍근, 전용기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한국범보전기금 주관,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후원했다.

토론회는 임인년 ‘범의 해’를 맞아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의 제국주의 이데올로기 확산 목적으로 실시한 ‘해수구제’사업으로 멸종의 길에 들어선 한국표범의 역사적 의미를 살펴보고, 한국표범의 한반도 복원 가능성과 멸종위기종 및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정책 방안을 집중적으로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번 토론회는 국회에서 최초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한국표범의 역사적 가치와 복원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로 사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이 항 서울대학교 교수는 ‘범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범은 표범과 호랑이를 함께 일컫는 순우리말이지만 최근 들어와 ‘호랑이’ 용어가 ‘범’을 대체하면서 표범은 ‘잊혀진 동물’이 됐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어“표범은 호랑이보다 몸집과 서식범위가 작아, 먹이동물이나 행동에 있어서도 융통성과 적응력이 크고 인신사고의 위험도 낮기 때문에 보전과 복원에 더 용이하다”면서 “우리 민족의 문화이자 멸종위기에 처한 한국표범의 보전과 복원에 힘써야 한다”고 호소했다.

두 번째 조장혁 (사)한국범보전기금 이사는‘한반도 표범이 사라져 간 슬픈 역사’의 주제로 한 발제에서 “한반도를 대표하던 맹수 표범은, 일제강점기 해수구제 사업과 해방 이후 계속된 무분별한 남획으로 1970년 한반도에서 사라졌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 이사는“북한에서도 1980년대 러시아와 접경인 라선 일대에서 마지막 표범의 기록이 있다. 2005년 러시아와 미국 과학자들이 라선지구를 방문했을 때, 표범 또는 호랑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을 발견하기도 했다”라며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북한으로 표범이 이동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세 번째 발제자인 조슈아 포웰(Joshua Powell) (사)한국범보전기금 방문연구원은‘범과 사람이 이웃에 산다? 정말?’의 주제로 표범이 사람과 이웃해 살 수 있을 만큼 적응력이 뛰어난 동물이라고 소개했다. 

조슈아 포웰 연구원은 “표범은 농촌과 도시를 포함해 인간지배적인 경관, 인간과 가까운 곳에서 출현하고 있다. 서울 인구의 2배인 2,200만 명이 사는 인도 뭄바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도 출현한다”라며“인간지배적인 경관에서 표범이 서식하기 위해서는 낮 동안의 휴식처, 충분한 먹이 공급, 인간으로부터 박해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인간과 표범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마지막 발표자인 임정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포유류팀장은‘한국표범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한국표범 대부분이 러시아 정부에서 설립한 ‘표범의 땅 국립공원(Land of the Leopard National Park)’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는데, 국립생태원이 러시아 표범의 땅 국립공원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표범 연구와 보전을 위해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토론에서는 박영철 강원대학교 교수, 여용구 서울동물원 종보전연구실장, 윤열수 한국박물관협회 회장을 포함한 8명의 전문가가 나서 표범의 역사적, 문화적, 생태적 의미를 짚고 ‘서식지 외 보전’의 가능성을 전망하기도 했다.

박영철 강원대학교 교수는“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상흔으로 중대형 야생 포유동물이 모두 절멸되었다. 따라서 중대형 야생 포유동물 복원은 우리나라 생태계 상흔을 치유하는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면서“DMZ 생태공원을 조성해 남북공동으로 표범을 복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배성동 (사)영남알프스 천화 이사장은 “현행 「야생생물법」에 따르면 환경부 장관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표범 보전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할 법적 의무가 있다”면서“울주군 반구대암각화에는 호랑이와 표범 23마리가 그려져 있다. 역사적 의미가 깊은 이 일대가 표범의 ‘서식지 외 보전’을 위한 최적의 장소”라고 제안했다.

여용구 서울동물원 종보전연구실장은 “단기간에 국내 야생 서식지 내에서 표범을 복원시킬 가능성은 낮지만, 표범의 사육번식 개체군 확립과 유지를 위한 중장기적 ‘서식지 외 보전’ 노력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서식지 외 보전’ 역시 멸종위기종 보전의 중요한 한 축이다”고 강조했다.

윤열수 한국박물관협회 회장은 민화 속에 담긴 표범들을 슬라이드로 소개하고 나서 “표범이 우리민족과 밀접히 교류한 흔적이 담긴 표범 회화와 민화를 국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범 박물관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홍섭 한겨레신문 대기자는 환경부가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법적 타당성을 강조하며“최상위 포식자에 의한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 범의 단계적 복원에 대해 전향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라며“그러나 국민인식 등 문화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성현 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 수의사는“해외의 유명한 동물원들이 동물 복원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국내 동물원에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지는 의미 있는 토론회”라며 “표범은 최상위 포식자로, 갖고 있는 생태적 의미와 가치가 높은 동물로, 유전적 다양성 확보를 통한 복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태영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복원연구실장은 “러시아에서 성공적인 복원으로 개체수가 100마리 가까이 늘어나서 한반도에도 인도의 뭄바이처럼 표범이 들어와 사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 오게 될 것”이라며“호랑이와 표범을 남북 교류협력사업의 중요한 아이템으로 가져가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마지막 토론에 나선 박소영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과장은 “한?러 멸종위기 야생동물 복원 분과위원회에서 표범에 대한 양국 협력사업 논의를 시작했다”면서“표범 복원 가능성을 꾸준히 살펴보며, 궁극적으로 멸종위기종 복원을 위한 지원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윤미향 의원은 “한반도는 호랑이와 표범이 어우러져 살았던 명실상부한 범의 나라였다. 그런데 범은 일제 해수구제 사업으로 민족의 아픔을 함께 겪었다”라며 “한국표범을 복원하는 것은 민족의 얼과 문화를 지키고, 인위적으로 무너진 생태계의 균형을 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 의원은 “다행히 러시아와 중국, 보전단체의 노력으로 러시아 ‘표범의 땅’에 한국표범이 생존하고 있다는 것은 희망”이라며 “이 자리를 통해 범이 지닌 생태적, 문화적 가치가 올바르게 평가되고, 이를 복원하고자 하는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환경부가 한국표범 복원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하루빨리 정책을 수립하여 한반도에 생태축이 회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유튜브 윤미향TV 채널에서 다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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