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사회적 참사의 책임은 정부다
[덕암 칼럼] 사회적 참사의 책임은 정부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2.17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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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분야별 장관을 임명하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다. 오늘은 사회적 안전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인 1995년 4월 28일 오전 7시 52분 대구 달서구 상인동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가스폭발사고로 101명이 사망하고 202명이 부상을 당했다.

당시 등교시간이라 중·고교생들의 피해가 컸고 이에 대한 위령탑은 달서구 월성 1동에 있는 학산공원에 세워졌다.

상인동에서 월성1동까지는 약 3km 떨어져 있다. 유족회는 10주기를 끝으로 추모행사를 마쳤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반면 19년 뒤 비슷한 시기인 2014년 4월 16일에는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가만있으라는 말만 들은 학생들을 포함 승객 304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촛불혁명의 도화선이 됐고 문재인 정부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과 선체 인양은 물론 경기도 안산의 중심부에 추모공원을 건립하는 등 대구 달서구 상인동 사건과는 커다란 차이의 결말을 보였다.

두 사건의 공통점을 보면 아무 죄없는 학생들의 피해가 컸다는 점, 사전에 안전예방의 주의만 기울였어도 막을 수 있었던 점 등이다.

하지만 사건과 무관한 장소인 도심 공원 한가운데 유골함을 안치하려는 세월호 유가족과 416연대, 정부의 의지는 일개 지방자치단체인 안산시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별다른 문제없이 공사에 착수했다.

이제 이들의 계획대로 수 백기의 유골함이 화랑유원지라는 도심 정중앙에 안치되면 그 이후 50년·100년 누가 감히 손댈수 없는 성역으로 남게 된다.

만약 당초 계획대로 초지역세권 중심에 자리 잡은 해당 부지에 납골당 대신 반월·시화 국가공단의 전초기지인 비즈니스센터가 건립된다면 지금 그린 그림처럼 초상집 분위기는 면하게 될 것이다.

같은 장소에 전혀 다른 시설물이 들어서면 장차 도심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지금의 권력이 바뀌면 그때는 어떤 일이 생길 것이며 후세들은 요충지에 들어선 유골함의 진열을 보면 안전에 대해 숭고한 추모의 예를 올릴까.

필자가 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주인인 시민에게 물어보자고 한 것이 미운털이 박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아무리 말려도 안 듣는 시정의 책임자는 우이독경이었다. 훗날 후세들이 판단하리라. 유사한 사고에 대해 권력이 부활에 도움이 되었느냐, 아니냐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현실을 기록으로나마 남겨본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대구 달서구 상인동 가스폭발 이후 19년 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고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인 오늘은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발생한 날이다.

2003년 2월 18일 9시 53분 발생한 사고로 사망 192명 부상 151명 실종 21명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지금은 사망한 김대한의 방화로 일어난 화재참사로 최악의 철도사고로 남은 사건이다. 뉴스 속보로 시시각각 화면을 보면서 자칫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우려가 시작됐다.

이미 1995년 당시에도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던 모친과 동생의 안부가 무척이나 애를 태웠던 상황이 재현된 것이다.

전화신호음은 들려도 받지 않아 가슴 졸였던 시간들은 10분이 10일 같았다. 안도의 한숨도 잠시 일명 김대한 방화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의 발단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최대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김대한은 개인택시 운전을 하다가 우울증세를 보여 대구 시내 한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뇌졸중이 겹쳐 지체장애 2급 판정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장 먹고 살게 없던 김대한은 세상을 비관하면서 반사회적 분노를 발단으로 삼았다. 겨우 생계를 이어오던 김대한이 휘발유를 통에 담아 지하철에 탑승하면서 불행은 시작됐다.

불길이 번지자 승객들은 우왕좌왕하며 황급히 대피했지만 맞은편 열차가 대구역을 출발하여, 화재가 난 승강장에 진입함으로써 기다렸던 불길은 합류한 열차까지 옮겨 붙었다.

화재 발생 20여초 만에 승강장 감시용 CCTV 화면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검은 연기와 유독가스 분출량이 많았고 유독가스와 화재로 인한 열기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대피했지만 이미 진화시기를 놓친 불길은 삽시간에 인명 피해를 키웠다.

역무원이 실제 화재라며 신고를 부탁했지만 종합사령실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119 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사건 이후 자동차용 휘발유는 임의의 용기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정이 강화되었으며 김대한은 2004년 1월 7일에 대구고등법원에서 무기 징역이 선고되었다가 8월 30일에 지병 악화로 사망했다.

당시 사고 전동차는 총 12량으로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 보존될 1량을 제외한 11량을 안심차량기지 보관키로 했으나 3량만 남기고 나머지는 안심차량기지에 방치되어 있다.

삼풍백화점을 포함 위의 세 사건 모두 사회적 부패의 산물이다. 요즘처럼 코로나19가 창궐하고 대선광풍으로 국민의 민심이 갈라지는 현상이 자칫 반사회적 분노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누구랄 것도 없이 사고는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며 작은 관심과 배려가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국민이 국민의 역할을 할때 정부는 주어진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벼랑끝의 몰린 국민부터 보호해야 한다.

정부는 책상머리에 앉아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며 퇴근시간과 월급날만 기다리는 안일한 공직사회의 기강을 잡아 국민보호와 행정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할 때다.

적어도 지금은 대선굿판에 춤출 때가 아니라 각자의 삶을 유지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할 때다.

이러다 대선 끝나면 낙선한 후보의 지지자들은 어쩔 것인가. 그리고 당선 후보의 지지자들에게 무슨 특혜와 보은인사로 갚을 것인가.

밀리다 밀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 물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려고 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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