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유종의 미를 남겨야
[덕암 칼럼] 유종의 미를 남겨야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3.10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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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어떤 일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이고 마무리에 따라 해당 사건에 대한 평가가 뒤따른다.

이른바 끝이 좋아야 한다는 말인데, 가장 흔한 예로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다보면 “당신이 머문 자리는 아름답습니다”라는 단어를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상거래나 기타 개인적인 인간관계를 보더라도 “저 사람 뒤끝이 왜 저래, 무책임하게 뒤처리가 엉망이야”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필자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약 4년 전에도 그랬고 8년 전, 12년 전에도 그랬다.

시장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책임지지도 못할 약속을 남발하면서 일단 선거판을 벌이고 난후 막상 낙선하면 경제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선거판에 사용됐던 온갖 빚잔치를 뒷정리도 하지 않은 채 꽁지를 감추고 말았다.

심지어 선거사무실 임대료는 물론 선거운동원들 인건비와 유세차량 제작비까지 능력도 안 되면서 나선 것이 여실히 증명되는 사례였다.

이번 대통령선거를 대충만 들여다봐도 선거비용의 한계는 500억을 약간 웃도는 회계처리가 선거법상 정해져있다.

3번부터 14번까지 후보들이야 거리를 대충만 봐도 문제가 없겠지만 1번 이재명 후보와 2번 윤석열 후보의 선거홍보전은 마치 돈 전쟁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제 아침에도 거리마다 피켓을 든 운동원들이 줄지어 출근길 유권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시·군 마다 거리를 활보하는 유세차량, 굳이 선거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 막대한 비용이 어디서 났으며 한계선을 넘었는지 누가 감히 추산을 할까.

낙선하는 쪽의 뒷감당은 누가 할 것이며 이미 갈라진 국론분열의 수습은 누가 할 것인가.

어떤 일이든 판을 벌이고 나면 뒷정리 라는 게 따른다. 어젯밤 선거는 끝났고 개표 상황을 온 국민이 지켜보면서 지고 이기는 쪽의 희비가 엇갈렸다.

하마평부터 숨죽여 기다렸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후보들이 슬슬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대선에 나섰다가 찍힐까 눈치 보던 후보들이 대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벌써부터 고개를 쳐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공약실천이나 낙선한 후보에 대한 처벌을 기대하기도 전에 지방선거의 열풍에 전국의 들썩임은 어느 때 보다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 국민의 정신을 빼서 양분시켰으면 뒷책임도 져야하는 것 아닐까. 필자가 판단하기로 정상적인 자영업자·직장인이나 먹고 살만한 사람들은 선거판에 뛰어들 상황과 여지도 없다.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이 어찌 선거판에 뛰어들어 열변을 토하며 후보 옹호에 앞장설 수 있을까.

일 하라고 뽑아준 국회의원이나 듣도 보도 못한 인물들이 선거판에 끼어들어 온갖 화려한 직책으로 명함을 뿌리고 다니니 마치 그게 전부인 것처럼 보여 지는 것이다.

대선은 끝났고 그렇게 설치던 사람들이 어디로 갈 것인가. 있는 그대로라면 하루아침에 갈 곳이 없어져야 맞는 것이며 액면 그대로 표현한다면 백수들인 것이다.

멀쩡히 생업에 종사하던 자들도 임명장 받아들고 기념사진 촬영에 열을 올리는데 이른바 캠프 사람들이야 오죽할까.

전국적으로 설치던 지역구별 사무실과 정당 사무실, 기타 직·간접 인원까지 포함하면 그 방대한 인건비는 누가 감당할 것이며 선거가 끝난후 후유증은 어찌 감당할 것인가.

그나마 당선된 측에서야 권력의 전리품이라도 나누겠지만 낙선한 후보 측은 어쩔 것인가.

이래서 선거는 돌아설 만큼만 가야하는 것인데 이판사판으로 달렸으니 이제 수습은 대략 난감이다.

일반 유권자의 말을 빌리자면 “어쩌다 이 나라가 더 좋은 사람을 뽑기보다 덜 나쁜 사람을 찍는데 고민해야 하느냐”며 “그나마 선거를 포기하면 진짜 나쁜 사람이 권력을 잡을까 두렵다”고 이구동성이다.

이제 역사적인 3월 9일이 지나 10일 새벽 당선 유력에서 당선 확실이라는 문구가 안방극장을 메웠지만 문제는 그 뒷정리다.

유종의 미를 남기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자면 이러하다. 가장 먼저 양분된 국론의 수습이다.

물론 얇은 냄비근성으로 쉽게 잊혀지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이번 판은 언론이 처음부터 너무 키웠다.

선거가 끝나도 여야 2강 구도의 후보들에 대한 성토의 불끄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점에 대해 국민들은 함구하고 넘어가야 한다. 처음부터 국민들이 끄집어낸 게 아니라 언론이 살을 붙여 만든 장단에 함께 놀아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장동이 어떠하든, 무속인이 어떠하든, 관여하고 나설 일이 아니다.

나서봤자 어차피 답도 없고, 민심만 흉흉해 질뿐 아무 답이 없기 때문이다.

누가 후보였든 트집 잡아 관심을 끌기에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일단 대통령 선거에 대해 모든 국민은 마치 없었던 일인 냥 각자의 생업이나 본분으로 돌아가야 파장을 줄일 수 있다.

다음 당선자는 공약에 대해 책임을 지고 낙선자는 조용히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

부정선거네 마네 온갖 분란을 일으켜 멀쩡한 국민들을 더는 질질 끌고 다니지 말아야 한다.

지금 내부적으로 옳네 그르네 할 때인가? 제정신이라면 판 같지도 않은 판을 벌인 점에 대해 국민에게 미안해 하고 안으로는 질병에 대한 수습과 강원도 일대를 불태운 화재 수습에 앞장서는 게 순서다.

하루에 100명이 넘게 사망하는 코로나19 정국에서도 서로 잘났다고 구름 같은 인파를 끌고 다닌 후보들이고 국민건강에 대해서는 파렴치한이었다.

끝으로 선거 기간 동안 침 뱉았던 모든 과정을 덮어야 한다. 어느 국민이 상대후보의 단점을 파 보라고 시켰던가.

대선을 다시 치를 요량이 아니라면 이미 뽑은 대통령 다가오는 5년 동안 잘 해보라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대통령 당선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일단 국민들이 살아야 할 것 아닌가. 막상 해보라.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는지, 지금까지 여야 국회의원부터 정치·경제 기득권들이 짜놓은 판이 그리 만만할까.

지금부터는 지방선거라도 제대로 치러보자. 후보다운 후보가 있는지 이번에도 정당의 바람만 잘 타면 너도나도 다 당선될 수 있는지 두고 보자.

깜냥도 안 되는 저질 한량들이 공직자들의 인사권을 쥐고 보은인사로 각종 요직을 차지하여 납품업자들과 놀아나는 세상이 더 계속되길 기대한다면 유권자의 멍청함이 한몫해야 한다.

지금대로라면 세상은 절대 개선될 수 없다. 대한민국이 투명해지려면 밝고 환한 불을 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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