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업종마다 기반이 있어야
[덕암 칼럼] 업종마다 기반이 있어야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3.14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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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대선 광풍이 몰아치다 결전의 날이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예상대로 지방선거가 포문을 열었다.

마음의 희비가 정리도 되기 전에 다시 선거의 장단에 춤을 춰야 한다. 그나마 대선은 당선자가 1명이지만 지방선거는 우후죽순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선 결과처럼 국민들의 민심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살벌한 전쟁터가 될 공산이 크다.

반면 오늘에서야 어제 내린 단비와 더불어 10일간의 화마와의 전쟁이 끝나고 시커멓게 변한 겨울 산들은 새봄을 맞이할 채비도 하기 전에 꽃조차 피지 못할 만큼 망가진 모습을 드러냈다.

때마침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하루에도 3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신음하니 자연과 사람 모두 2022년의 시작부터 그리 만만찮은 출발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급상승한 기온은 유가도 동반 상승하면서 평소 자동차 타고 다니던 운전자들의 시동을 멈칫하게 하지만 화창해진 봄날씨에 도로는 여전히 북새통을 이루니 사람 사는 거 아무리 어려워도 할 건 하고 사는 모양새다.

언론이 대선을 부추기면 대선이 중심이 되고 질병 확산을 문제 삼으면 평소 번지던 질병이 더 큰 관심거리로 집중되며 산불을 문제 삼지 않으면 남의 일처럼 치부되는 현상을 보면서 여론조성의 능력보다 국민의 삶에 끼치는 영향력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따라서 여론조성의 기본은 국익에 부합되고 국민복지에 필요한 요점, 시기, 대안이 따르는 방향을 잡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현 시기에 어떤 여론이 필요할까.

다시 지방선거에 불을 붙여 오로지 정치인들의 굿판에 열을 올려야 할까, 아니면 현실적으로 진행중인 국민들의 삶에 어떤 방향이든 대안을 제시해야 할까.

지금까지는 몇 푼의 지원금으로 견뎌왔다 치자. 일반 국민들은 주어진 일 열심히 해서 먹고 사는 걱정 없는 세상이면 된다.

누가 정치를 하든 정책방향이 어떠하든 적절한 세금 내고 부지런히만 하면 기본은 유지되는 세상이 필요한 것인데 막상 공공기관이나 정치인들의 정책을 보면 현장에 나가 보지 않고 책상에 앉아 머리 굴린 흔적들이 역력하다.

이번 코로나19에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필자 또한 자영업을 수차례 경험해본 당사자로서 현재 서울 황학동 중고 주방기구 시장을 가보면 알 수 있다.

단순한 예로 자영업을 하려면 건물 임대 보증금, 사업자 등록 과정에 직원 수대로 4대 보험을 가입해야 하며 초기 인테리어와 집기 구입은 물론 홍보를 위한 간판은 물론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입비까지 간접비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제로 자영업의 성공 확률은 5%도 채 안되는데 사업을 폐업할 경우 이 모든 비용은 다시 복구될 수 없는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집기는 구입대비 10%선에서 중고로 되팔 수 있는데 이마저도 사갈 사람이 없다면 그냥 가져가래도 철거와 운반에 대한 인건비 운운하며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행정기관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질문을 반복하다 세금 신고한 매출의 차액을 기준으로 방역지원금 지급에 기준을 삼는다.

굳이 비교하자면 사람 하나 키우는데 입고 먹고 자고 온갖 비용이 들어감에도 몸무게로 줄어든 체중만큼 보조비를 지급한다는 것과 같다.

자영업이란 돈이 없어서 벌려고 선택하는 것이지 사는데 지장 없을 만큼 여유가 있다면 자영업에 뛰어들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없으니 벌려고 나선 것이니 대출받고 얼마 되지 않는 퇴직금까지 투자한 건데 실패한다면 그 다음 코스는 어딜까.

좌절, 실망, 가정불화, 이혼, 자녀들의 탈선, 반사회적 분노로 인한 극단적 선택 등 냉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 하나 손 잡아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여윳돈이 없어 밥 한번, 술 한잔 못사니 당연히 멀어지는 친구, 다시 일어서려 해도 기반이 없고 이자는 늘어나며 카드 결제 날짜는 다가오니 제2금융권으로 손을 내미는 것이다.

빈곤의 악순환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담보나 신용이 좋은 사람은 저리의 이자로 쓰려 해도 서로 고객 유치에 미소를 보내는 금융기관이 반대일 경우 대출 심사 기준이 야박함을 넘어 월권으로 느낄 만큼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자영업 말고도 벼랑끝에 내몰려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 국민들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1,000만 명을 상회한다.

하루에도 100명도 넘는 코로나19 사망자가 속출하고 극단적 선택의 인구만 40명이 넘으며 그 중에 경제적인 이유로 삶을 포기하는 확률이 40%를 넘고 있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줄잡아 가난하고 병들어 저 세상 가는 국민이 연간 5만 명이 넘는다면 현재 추진 중인 모든 정책을 전면 재검토 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

이제 2021년 통계가 올해 10월에 발표되면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되었는지 더 정확히 알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현장을 다녀봐야 현실적인 대안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데 황색 잠바 입고 카메라 기자들 앞에서 입술만 굳게 다물면 비장해 보일까. 업종마다 기반이 있다.

가령 농사도 한 해만 토지를 묵히면 잡초도 자라고 토양도 황폐해져 농기구 삽날이 잘 먹히지 않는다.

어부들도 한 해만 출어를 중단하면 그물은 낡아 못쓰고 어선의 엔진은 언제 고장 날지 모르며 광부들도 갱도 안에 며칠만 안 들어가면 지하에 가스가 차거나 안 보이던 붕괴 위험이 따르므로 갑·을·병반으로 나뉘어 갱도를 비우지 않는 것이다.

제조 공장도 부품을 납품하는 2차 밴드와 완성품 시스템을 감안하면 1차 산업뿐만 아니라 상업, 물류 등 3차 산업까지 한번 무너지면 복구에는 몇 배의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데 당장 겉만 보면서 대안을 준비하니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임시방편으로 해결할 게 아니라 모든 일은 기반이 살아야 한다. 행정기관의 수반인 대통령의 의지만 있다면 모든 공직자들의 안일함이 줄고 국민복지를 향한 열정이 다시 살아날 것이다.

이대로라면 2022년은 10만 명 이상의 국민이 목숨을 잃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세상이 될 것이다.

지금 추산대로라면 올해 한해만도 50만 명 이상은 스스로 삶을 외면할 것이고 그래봐야 100명 중 1명이며 남은 99명은 아무 일 없듯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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