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현대판 고려장 부활하다
[기고] 현대판 고려장 부활하다
  • 사단법인 장례지도사협회 이상재회장 kmaeil@kmaeil.com
  • 승인 2022.03.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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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장례지도사협회 이상재회장
▲사단법인 장례지도사협회 이상재회장
▲사단법인 장례지도사협회 이상재회장

죽음을 기다리는 대한민국의 오미크론 감염병 환자들의 절규가 아수라 지옥보다 더욱 지독한 두려움으로 기억되고 매일 늘어나는 사망자를 접하면서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대판 고려장이란 “늙은 부모를 산속의 구덩이에 버려두었다가 죽은 뒤에 장례를 지냈다"라는 풍습으로 오늘날에도 늙고 쇠약한 부모를 낯선 곳에 유기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용어로 요양원/실버타운/요양병원/ 등에 모시는 행위를 빗대어 쓰이기도 한다.

국내 코로나 감염병 첫 사망자는 지난 20년 2월에 발생하여 현재까지 13,902명이 사망했다. 무서운 속도로 사망자가 증가하면서 장례 대란으로 이어진 작금의 상황을 과연 어떻게 표현해야 맞을지 지나온 경험치의 일들을 돌이켜 보면 가슴이 먹먹할 따름이다.

어머님을 편히 모시기 위해 효도하는 마음으로 요양원에 모신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 감염병으로 어머니의 사망을 지켜본 유가족과 큰아들의 죄인이 된 절규하는 울부짖음과 고통을 기억한다. 갓 태어난 천사 같은 아기가 태어남의 기쁨도 없이 코로나 감염병으로 싸늘한 죽음으로 사망 통보를 받은 부부와 엄마의 찢어지는 가슴속 통곡의 목소리가 아련하다. 

한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 어디 소중하지 않을 수 있으련만 70대 이상 노인들의 죽음에 너무나 관대한 사회적인 상황을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어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단어로 표현해 보지만 이 또한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 표현의 망설임이 있다.

옥황상제 님께 부탁할 수도 없고 저승사자에게 이젠 그만 대려 가라고 소리칠 수도 없다. 명이 다한 것이라 치부하기에도 너무나 너무나  억울하다.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감당해야 할 삶과 죽음의 무게를 긴 시간 아주 긴 시간 동안  우리는 죽은 자와 함께 산자도 똑같은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 감염병은 죽음마저도 쉽게 받아들이는 무섭고도 지독한 정신적인 혼란을 만들어 놓으면서 나약한 인간의 정신세계를 너무나 쉽게 무너뜨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0이 다 되셨는데 어쩔 수 없지” “나만 그런 게 아니고 사망자가 이렇게 많은데 받아들여야지”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죽음 앞에 이렇게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네 인생도 10년 후를 기약할 수가 없다. 오늘 우리들이 느끼고 표현하는 죽음에 대한 이 담담함이 10년 후 후손들에게 우리들이 되받아야 할 우리들의 삶에 대한 평가이고 우리들의 죽음을 바라보는  후손들의 담담함과 당연함에 서운함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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