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현대판 청산별곡, 28회 연예예술인상 시상식
[덕암 칼럼] 현대판 청산별곡, 28회 연예예술인상 시상식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3.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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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고려시대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청산별곡’ 남녀 간의 애정을 주로 다루었던 다른 고려가요에 비해, 삶의 비애와 고뇌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요즘 상황과 맞물리는 대목이 있어 논하고자 한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얄리 얄리 얄랑성 얄라리 얄리.” 청산에 살면서 머루랑 다래랑 따먹고 편하게 산다는 의미다.

기름진 고기나 쌀밥보다 머루나 다래가 더 낫다는 뜻이고 그만큼 사는 게 괴롭다는 점을 시사한다.

나는 자연인이다 또는 자연속에 체험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시간, 돈, 과제, 이기적인 사회풍토와 각박한 삶속에 지친 사람들이 모든 걸 포기하고 자연속에 묻혀 자유롭게 사는 모습이 부러웠기 때문이다.

막상 실행에 옮기자니 이것저것 걸리는것도 많고 화면속의 주인공 처럼 자연과 더불어 살 자신도 없지만 적어도 마음은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노래 가사처럼 청산에 들어가 머루나 다래를 따먹고 살아야 할 만큼 국민들의 괴로운 삶이 현재와 같고 걸핏하면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소리를 질러대니 민란에 참여한 농민과 뭐가 다를까.

힘듦과 슬픔을 잊기 위해서 청산으로 도피하고 싶어 하는 현실을 노래한 ‘청산별곡’힘들어도 힘들다 말하지 못 하는 사람들 중에는 가수·연예인 등 문화예술인들이 있다.

관객의 함성과 박수가 밥보다 더 힘이 되는 그들, 솟아나는 열정과 끼를 발산해야 속이 시원하고 살 것만 같은 예술인들에게 지난 2년은 청산별곡을 수 천번 불러도 시원찮을 시간이었다.

특정인을 조명하여 인기무대를 만들고 나머지 절대 다수의 예술인들은 과거 광대보다 더 관심을 갖지 않는 이방인이 됐던 시간이었다.

기적과 위안을 구하면서도 삶을 집요하게 추구하는 예술인들의 노력은 끊길 듯 끊기지 않는 연혁을 이어왔다.

정부의 방역 지침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시간 속에 무관중 행사를 치르고 댄서들은 마스크를 쓰고 춤을 추는가 하면 연주자들도 타악기는 마스크를 써야 했다.

정기적인 연례행사는 물론 북풍한설에 싹도 틔우지 못하는 살벌한 시기였다. 그렇게 쥐 잡듯 잡았던 코로나19의 K방역이 이제 무용지물이 됐다.

하루에도 수 백 명이 사망하고 수 십 만명이 확진되어 5천만 국민 중 천만이 감염을 체험할 만큼 대유행의 상황을 맞이했다. 화장장은 발도 못들일 만큼 줄을 잇고 이제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이 슬픔이나 추모의 영역이 될 수 없이 사망 인원에 추가 될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어쩌면 지금이야 말로 산속으로 들어가 머루나 다래랑 따먹고 살아야할지 모른다. 청산별곡이 지어진 당시 거란·여진·몽고족 등 외족의 침입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안으로는 이자겸의 난, 묘청의 난에 이어, 무단정치가 지속되는 고려시대였다면 지금은 북한의 미사일이 수시로 날아다니며 겁을 주고 있는 가운데 새로 당선된 대통령은 집무공간을 국방부로 한다며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으로서는 국민들이야 어찌되든 지방선거에 한자리 하려는 후보들이 침을 튀기며 자신만이 적임자임을 강조한다.

코로나19 확산보다 산불로 인한 후유증에 산천초목이 대성통곡을 하는 시국이다. 이렇듯 내우외환의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현대판 청산별곡이 위로의 마당을 준비해 2022년 희망의 봄을 노래하고 있다.

현재 어려움과 시름이 없는 자 얼마나 될까. 질병이 운명이라면 권력의 등장은 시류에 불과하다.

대통령의 선택을 두고 둘로 갈라진 국론이 선거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 함구 된 것은 참으로 대단한 민족임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깔끔하게 끝났으면 그 다음을 위한 전진에 기를 모아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오는 3월 31일 고양 어울림극장에서 개최되는 제28회 연예예술인 시상식은 (사)한국연예예술인 총연합회의 굳은 의지와 폭풍우 속에서도 한걸음씩 걷는 거룩한 행보라고 볼 수 있다.

청산별곡 다음 대목을 보면 ‘널라와 시름 한 나도 자고 니러 우니노라.’는 대목이 그러하다. 피할 수 없는 어려움을 즐기거나 견뎌내는 예술인들의 의지가 난국에서도 굳건히 결행 없는 연혁을 기록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봄꽃이 피듯 예술인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피게 했던 과정을 지켜보며 이제는 대한민국 모든 가수들과 연예인들이 무대에 올라 기쁨의 눈물을 흘릴 것으로 기대된다.

얼마나 기다렸던 관중들이며 듣고 싶었던 박수소리일까. 그날은 온다. 청산별곡 끝 대목을 보면 “우러라 우러라 새여 자고 니러 우러라 새여 널라와 시름 한 나도 자고 니러 우니노라”라는 표현에서 이제 그만 털고 일어나 새날을 노래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흥이 많아 장단을 즐겼으며 전쟁 중에도 강강수월래로 왜군의 오판을 가져온 예가 있었다.

그러니 30년 전에 한국에 상륙한 노래방이 지금도 성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도 무대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 간혹 마이크를 잡다보면 직업을 바꾸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이제 절기상 봄꽃이 피는 시기에 지난일 다 덮고 다시 재기하는 국민이 된다면 국력의 재생 또한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본다.

행복지수가 높은 핀란드나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비교할 게 아니라 다시 한번 그 넓고 그 많은 나라 중 청산별곡과 같이 운치와 깊이가 넘치는 흥의 나라, 그런 나라의 국민이었다는 점, 그것 하나만으로 충분히 행복함을 공감한다.

아울러 연예예술인 시상식이 현대판 강강수월래가 되어 온 국민이 다시 희망을 노래하는 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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