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검수완박과 법의 날
[덕암 칼럼] 검수완박과 법의 날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4.25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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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검찰·경찰·행정기관과 심지어 선출직으로 뽑힌 입법기관도 모두 공무원이다.

공무원은 공직사회의 일원으로서 맡은 업무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고 그러라고 세금모아 월급 주는 것이며 법의 기준에 맞게 일하라고 공적인 권한, 즉 ‘공권력’을 쥐어준 것이다.

그동안 검찰과 경찰은 각기 다른 영역의 사법업무를 맡아왔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고 광복이후 긴 세월 국가안보와 민생치안에 대해 경찰의 상급기관으로서 굵직한 범죄사건들을 처리하며 파란만장한 연혁을 기록했다.

뭏론 일선 경찰도 범죄의 온상에서 볼때 천적이었으나 언제부턴가 첨단과학의 발달로 점차 밝은 세상으로 변했다.

8대 강력범죄가 줄어든 이유도 좁은 국토에 옴짝달싹 못하는 방범망이 그러하고 사각지대 없는 CCTV 설치로 검거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국가의 주체인 국민을 의식하지 않고 권력의 이동에 따라 사법기관의 잣대가 고무줄로 변해 가는지 두고 볼 일이다.

누구나 당당하다면 피할 일 없는 것이고 구린데가 있으면 감추기 마련인데 작금의 사법기관 변화추세가 그러하다.

일명 검수완박, 검찰수사권완전박탈의 줄임말인데 그 출발과 현재 상황,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정리해보자.

처음 검수완박의 말이 나온 건 2021년 3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구지검을 방문해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수사권 완전 박탈과 중수청 신설에 대해 반대한 것이 그 출발점이다.

그 이유는 검찰의 수사권이 사라질 경우 부패가 완전히 판을 친다는 논리인데 당초 논란과는 달리 국회에서 양당간의 당쟁 소재로 떠올랐다.

왜 더불어민주당은 죽어라 찬성하고 국민의힘은 반대하는 것일까. 검찰 수사권은 사법기관의 중대한 뼈대인데 이게 왜 정당간의 밀고 당기는 소재로 변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검찰의 수사권이 지난 문재인 정부의 5년간 묵은 때를 벗기기 시작하면 대책이 안 선다는 여론이다.

물론 털어서 먼지 안 나면 굳이 수사권 박탈에 민감할 이유도 없을 것일진대, 털어봐야 알겠지만 이렇듯 나대는 걸 보면 정치판이란 아무나 함부로 뛰어 드는 게 아닌가 싶다.

검찰에 대한 필자의 과거 이야기를 꺼내보자면 결코 긍정적이지 못하다. 한 두번도 아니고 내사사건이라며 참고인 자격으로 호출하고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가 하면 어느 한쪽말만 듣고 해마다 조사명분으로 귀찮게 한 적도 많았다.

진실에 근거를 둔 객관적 수사, 공평하고 엄정한 판결, 억울한 사람 없도록 대변해 주는 변호사, 사법기관의 3대 척추 역할을 하는 법의 주연들을 국민들은 얼마나 신뢰하며 존경할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약 1년 전 검찰과 경찰간 수사권을 조정한 적이 있었는데 그래도 굵직한 분야로 치부되는 검찰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등 6대 범죄 수사권까지 폐지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검찰은 수사에서 손 떼고 공소제기와 유지만 하게 되는데 이른바 행정복지센터로 등본 발급하듯 창구에서 올라온 수사기록과 영장청구권에 대해 서명란에 날인만 하는 업무에 국한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수사권 박탈을 추진하고 있는 과정에서 검수완박을 검찰 개혁의 꽃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말대로라면 그동안은 꽃이 아니었던가.

개혁하지 않은 상태가 문제였다면 광복이후 긴 시간 국민들은 부정한 검찰의 수하에서 숨죽이고 있었다는 말인가.

검찰에 대해 그리 긍정적이지 못한 필자가 판단하기에도 입법·사법·행정은 국가의 근간인 3개 기관인데 그 중 사법기관의 상층부에 힘을 빼자는 것이다.

뒤늦게나마 정의당이 반대 입장을 밝히자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국민의힘이 무제한토론에 나설 경우 이를 강제종료하기 위해 국회의원 300명 중 재적의원의 5분의 3인 180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석 수는 172석으로, 무소속 의원들의 지원을 받더라도 정의당의 동의 없이는 필리버스터를 종료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의당이 검수완박 법안처리의 키를 쥔 셈이다.

나름 머리 굴리는 더불어민주당이 합법을 가장한 편법을 쓰고 있지만 이 같은 시도가 지방선거에서 민심의 분실을 가져올지도 가늠해야 한다.

필자가 보건대 지방선거가 끝나면 양당간의 당쟁이 극심해 질 것으로 우려된다. 싸우려면 링 위에서 붙을 일이지 관중석까지 나와서 설치지 말고, 관중들까지 끌어들이지 말며, 관중에게 최소한의 예의라도 지키길 바란다.

오늘은 ‘제58회 법의 날’이다. 법에는 입법도 행정에 관련된 법률도 있지만 엄정한 사법기관의 법이 각인된 법의 외모이며 내면에는 대한민국헌법, 민법, 형법, 상법, 어음법, 수표법, 형사소송법, 민사소송법, 민사집행법이 있다.

법이 권력의 이동에 덩달아 춤춰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을 선출하는 날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민심의 결정이 권력에 대한 심판이라면 함부로 나대는 정치권은 표로 다스리면 되는 것이다.

겁없이 법의 잣대를 임의로 줄이고 늘였다가 뒷감당을 어쩌할 것인가. 지금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검찰의 칼날이 때로는 차기 정부의 심장을 찌를 수도 있다.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검수완박에 대해 52.1% 반대와 38.2%의 찬성이 나왔다. 검찰의 수사권 박탈에 대한 의견이 공정함이나 당위성보다는 정당의 지지여부에 따라 결과가 돌출됐다.

절대다수의 국민들 입장에서 볼때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다. 검수완박의 찬성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일부 정치인의 보호가 배경일 것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몇몇 정치인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의 근간을 흔든다? 이 무슨 개 뼈다귀 같은 소리인가. 검찰이 작금의 사태에 직면하게 된 데는 질곡의 역사 속에 오욕의 흔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정의 노력을 더했더라면 행정복지센터 직원처럼 친절해도 충분히 수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굳이 어금니 물고 으름장을 놓아야 권위가 서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필자가 대면해 본 검찰의 관계자는 한결같이 한껏 무게 잡고 미소를 찾아볼 수 없는 표정들이었다.

검찰, 지금부터라도 국민속으로 들어와 불의와 부패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오늘같은 날 인터뷰라도 신청하면 겸손히 응해 줄 수 있는 배려와 겸손이 필요하다고 본다.

검찰은 종사분야가 수사이지 사람 자체가 검사는 아니다. 검사도 사람이고 함께 웃고 어울리며 때로는 유머와 실수도 병행하는 사람 냄새가 나야한다. 그런다고 만만하게 볼 국민이라면 그 국민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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