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우연일까 필연일까 어버이날의 기적
[덕암 칼럼] 우연일까 필연일까 어버이날의 기적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5.09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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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사람이 사람을 낳지, 예수나 부처가 사람을 낳지 않는다.

어제는 석가모니가 사망한 해를 기준으로 삼은 불기 2566년이자 부처님 오신 날이라 전국의 사찰에는 연등 행사가 러시를 이뤘고 평소 부처님의 자비를 숭상하던 불자들의 합장 행렬은 연례적인 행사였다.

이제 12월 24일이면 성탄절 이브라고 교회마다 온갖 조명으로 치장하며 거리에는 캐럴송에 들뜬 분위기가 온 나라를 뒤덮는다.

종교가 인간의 삶을 보다 숭고하고 깊이 있게 성숙시키는 건 맞고 사회정화 기능 또한 상당한 기여를 하는 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사는 게 두려워 사회를 만들었고 죽음이 두려워 종교를 만들었으며 잊혀지는 게 두려워 글을 쓴다”고 했다.

글 쓰는 사람이 전체 인구 중 1%라는 비율을 고려할 때 글이란 인간이 남길 수 있는 유일한 자산일 수도 있다.

글이 없었다면 상상만 해도 동물보다 더 무가치한 인류의 현실이 예상된다.

첨단 의학서적에서도 동의보감을 무시하지 않고 나라가 부패할 때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거론하고 있으며 내비게이션의 선조가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를 전제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한 연유로 실록은 사실일수록 그 가치가 더해지는 것이며 임금의 모든 언행을 기록하는 사초의 사명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지금과 비교하자면 대통령 기록관 정도인데 일반 민초들의 삶은 역사나 그 어디에도 마땅히 수록되지 않았다.

그러기에 필자가 20년이 넘도록 주말은 쉬고 하루도 빠짐없이 덕암 칼럼을 작성하면서 언제부턴가 피할 수 없는 숙명임을 체감했다.

실제로 지난 2021년은 몇 번이나 생사를 오가는 병중에도 기록에 의무를 저버리지 못했고 올해까지 30년이 넘도록 작성해 온 일기장에 일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평범한 나날을 기록해 왔다.

실록이란 대통령의 국정기록이나 정치인들의 역사적 변화도 중요하겠지만 일국의 시대를 엿볼 수 있는 단면이기에 사실에 근거해야 하며 객관적인 시각으로 평가하여 미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연계성까지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게 기록한 대한민국의 단면이 수 천 건을 넘어서면서 문득, 10년 전 이날은 무슨 일이 있었을까 돌아볼 수 있는 타임머신이었다.

이제 제19대 대통령 임기의 마지막 날, 지난 5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거침없는 칭찬과 지적을 표현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필자는 국가의 기록보다 사람 사는 사회를 글로 표현하면서 작금의 한국사회에 뭐가 문제이며 진정 뭐가 필요한지 눈치 보지 않고 작성하고자 한다.

정치의 잘못이야 유권자들이 표로 바꾸면 가능하겠지만 국민의 자질부족은 누구의 책임이나 숙제가 아니라 국민 스스로가 고치고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부모에 대한 효도와 나라에 대한 충성인데 ‘군사부일체’란 말은 이미 식상하고 케케묵은 꼰대들의 징징거림 정도로 치부되는 게 문제다.

국가 없는 국민은 없음에도 국방의 의무를 희생으로 여기고 출산 거부로 대를 끊어 놓겠다며 대통령 후보를 겁박하던 일도 있었다. 국가에 대한 의무는 그렇다 치고 스승과 부모의 현주소는 참으로 참담하다.

언제부턴가 집에서 키우는 개보다 더 터부시 되는 부모와 교사라는 직분으로 여차하면 학생들로부터 스승의 권위를 상실한 채 지엄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하루 아침에 벌어진 현상은 아닐지라도 어느 나라와 비교하기 전에 최소한 우리나라의 가치는 자국의 국민이 스스로 올려야 할 것 아닌가.

우연일까 필연일까 어버이날의 기적에 대해 어필하자면 필자를 이 땅에 태어나게 한 것은 부모이기에 평소 수입의 일정 부분을 교회 헌금으로 담았던 봉투를 부모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해가 지날수록 기적 같은 일들이 이어졌고 하는 일들의 수월함과 원활함이 물 흐르듯 계속됐다.

사람이 살아봐야 100년, 어릴 때 차 떼고 늙어서 포 떼고 실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경제 활동 시기는 불과 30년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고사성어나 사자성어를 보면 수 백년, 수 천년의 시대를 거치며 거르고 거른 진리이기에 후손들이 새겨듣고 일상에 접목하는 것이다.

열 가지 후회 중 가장 으뜸이 부모가 돌아가신 뒤 후회하는 것인데 작금의 상황을 보면 남겨진 재산이 적음을 한탄하는 일들이 예사롭지 않다.

장례식장에서 재산다툼을 하는 자식들의 분쟁이 그러하고 여차하다가는 요양병원비도 모자라 원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베이비부머 시대라 싸울 자식들이라도 있지만 향후 10년, 20년 뒤 유족조차 없는 장례식장에 조문도 인터넷으로 클릭해서 보내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대한민국이 지하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국방력이나 경제력이 대단한 것도 아닐진대 그나마 위계질서라도 제대로 잡혀있고 위아래는 바로 서 있는 나라라면 대륙에서도 섬나라에서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필자도 애완견은 물론 열대어와 관상용 조류까지 키우고 있지만 개가 문제가 아니라 개를 사람 이상으로 여기며 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여차하면 부모의 자리에 개를 두는 것이 문제다.

내일 대한민국 정부의 통치자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거행된다. 오전 11시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개최되는 취임식에 나름 힘꽤나 쓴다는 인물들과 선거에 기여한 사람들이 대거 초청됐다.

화려한 자리에 윤 대통령을 낳은 부모님의 초청은 가히 귀감이 될 것이며, 새 정부는 통일부나 여성가족부 보다 효도청을 신설하여 나라의 기강을 다시 살리고 자유를 빙자한 방종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굳이 보수나 진보, 좌파나 우파를 논할 게 아니라 정당간의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부터 살펴야 한다.

지금의 젊은이가 늙어 노인이 되는 것이고 지금의 노인도 한때는 날고 기던 때가 있었으니 연륜과 경륜은 절로 얻는 것이 아님을 고려해야 한다.

고인물이 썩는다 했던가. 어쩌다 권력을 거머쥐면 10년도 못가서 부패하니 과거에는 민란이 일어났고 현재에는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것이다.

어른을 섬기는 공경과 나이 먹으면 나잇값을 하는 어른이 젊은이들과 공존할 때 나라꼴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물론 정치하는 자들의 본보기가 필요할 것일진대 그러라고 뽑아준 것이지 세금 거둬 예산 따내는 앞잡이 하라고 표를 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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