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어느 날 갑자기 떠난 사람들
[덕암 칼럼] 어느 날 갑자기 떠난 사람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5.1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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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언제부턴가 ‘밤새 안녕’이라는 유행어가 있었다. 젊은 나이에 멀쩡하던 사람도 평소 기저질환이 있던 사람도 아침에 깨우면 이미 싸늘한 시신이 되어 운명을 한 경우다.

필자의 경험으로 비춰볼 때 사람의 신체는 그리 쉽게 중단되지 않는다. 자신만이 아는 전조증상이 있었지만 설마 하는 마음에 무시한 것이고 주변의 무관심과 극심한 스트레스가 겹치는 날이 그날이 되는 것이다.

눈꺼풀이나 안면 근육이 떨리고 스스로 느낄만큼 현기증이 난다면 외진 곳이나 의료기관이 먼 곳은 가지 않아야 한다.

일명 ‘골든타임’은 붉은색 경광등을 켠 채 달리는 구급차만의 풍경이 아니라 언제 어느 곳이든, 누구든, 해당할 수 있는 극히 짧은 시간이다.

심장 박동 중단이 가져오는 위기, 사소한 충격이나 평소 뇌혈관질환이 가중되어 뇌출혈이 생길 경우 퍼지기 시작한 피의 응고는 고스란히 뇌사의 원인이 된다.

이 모든 게 피의 흐름이 둔해지면서 발생하는 일이라면 과언일까. 아니다. 의료계 전문의들로부터 어깨 너머 로 배운 7년간의 경험담과 실시간 병원을 찾는 지인들의 긴급구조에 함께했던 날들이 그 증거였다.

지난 2012년 11월 처음 시작한 단원병원의 의료특강 ‘리더스 힐링 아카데미’가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했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수년간 멈추긴 했지만, 그동안 특강에 참여했던 약 700명의 지역 CEO들과 함께했던 시간은 살아있는 경험이었고 인체의 신비와 생명연장의 꿈이 현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배웠다.

당초 설립 당시 생소한 사회교육이라 인식의 여지를 넓히는 게 힘들긴 했지만 아플때 치료하기보다 사전에 진료 하는 게 선진국 의료문화라는 슬로건으로 차츰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

내과, 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치과, 안과, 한방 등 다양한 1강의 진료 과목과 승마, 마술, 대금연주, 댄스, 기체조 등 건강과 간접적 관련성을 가진 2강이 14주 동안 이어지면서 함께 동문수학하는 동기들간의 친목까지 다지는 과정이었다.

필자가 어릴때 태권도를 배우거나 군 복무때 총검술을 연습하며 얻은 경험중 형식적인 요식행위가 실전에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지만, 사람의 본능이란 게 평소 익힌 언행들이 일단 유사시 자신도 모르게 행동으로 표현된다는 점을 소개한다.

반사신경은 속눈썹 뿐만아니라 신체 어느 곳이든 자신의 방어능력이 생기는 것이며, 그 많은 신체장기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혈액이라면 과언일까.

우리는 혈액을 대한적십자의 헌혈차량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피의 점도는 맑을수록 좋겠지만 현대사회에서 온갖 먹거리에 노출된 환경이 그리 녹록지 않다.

기름기를 잔뜩 머금은 온갖 튀김류는 물론 담배의 니코틴 등 혈액을 탁하게 하는 요소는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당연히 피는 흐려질테고 같은 혈관이라도 온몸 구석까지 밀어내려면 심장의 압박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혈압의 압력이 높아지면 일명 ‘고혈압’이라고 하는데 온갖 약재들과 치료방법들이 성행하고 있지만 각기 다른 DNA로 현대의학이 아무리 첨단을 달리더라도 모든 인체에 모두 적용될 수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자고 일어나 부스스한 얼굴이야 세수하면 말끔해지지만 한번 혈액이 더러워지면 청소해 낼 방법이 없다.

질병관리청에서 평소 생활속에 개선 가능한 습관들을 홍보하지만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보니 버티다 병원신세를 지는 것이다.

필자 역시 남의 말 할 처지도 아니지만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 탓인지 이제는 다소 조심스럽기도 하다.

각설하고, 오늘은 현대인의 주요 사망 원인인 심혈관질환의 대표적인 병목 ‘고혈압의 날’이다.

2005년 5월 14일부터 시작되었으니 17회째인데 고혈압 증상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라면 전혀 남의 일로 치부되어 무관심한 날이다.

필자 또한 고혈압이나 당뇨 등은 전혀 남의 일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옛말에 ‘남의 심장 썩는 것보다 내 손톱 밑의 가시가 아프다’ 했던가.

막상 내 일이 되고 보면 건강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요즘이야 공공장소면 쉽게 볼 수 있는 게 혈압측정기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태어날 때는 피가 맑지만 살면서 환경과 식생활 습관으로 인해 점차 탁해진다.

누구나 앓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수치가 상승하고 약복용을 해야 할 때 다소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 인슐린이라도 맞고 피로감이 누적되어 모든 게 힘들어질 때 고혈압 환자라는 영역에 무사히(?)도착하게 된다.

피라는 게 한번 흐려지기 쉽지, 샴푸하면 시원해지듯 그리 쉽게 맑아지지 않는 게 특징이다. 고혈압에 걸리려면 많은 투자와 노력이 겸비되어야 한다.

밤마다 치킨·튀김에 시원한 맥주라도 부어줘야 혈관마다 덕지덕지 기름기가 장착될 수 있으며 짜고 매운 음식은 물론 운동은 가급적 삼가고 누워서 TV나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고생해서 번 돈을 병원비로 탕진할 수 있으며 남들이 산으로 바다로 신나게 자연을 즐길 때 병원 가운 입고 복도를 어슬렁거리며 링겔줄에 묶여 있을 수 있다.

병원은 일선 의료기관이고 이선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 보건소, 약국, 제약회사 등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환자가 있음으로 인해 먹고 사는 것인지 돌아봄직하다.

그러니 환자의 발병은 가장 먼저 치킨집이나 호프집부터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출발점이며 물론 담배는 필수적이다.

제조비를 포함 외국에서 구입하면 불과 1,000원도 안 되는 담배를 평균 4,500원씩 주고 피우니 사실 국가재정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는 애국자라 볼 수 있다.

필자는 어쩌다 애국도 많이 하고 약국이나 병원 재정에 상당한 도움을 준 전자였지만 이제 배신의 길을 걷고 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내가 살아야 하고 나머지가 그 다음이기 때문인데 독자여러분은 어떤가.

아직 건강하다면 다행이겠지만 아니라면 함께 배신에 동행할 여지가 없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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