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대란' 우려…라면·과자값 '비상'
'밀가루 대란' 우려…라면·과자값 '비상'
  • 김준영 기자 777777x@naver.com
  • 승인 2022.05.1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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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밀 수출' 전면 중단
- 밀 가격 급등…라면업계 ‘눈치’
- 정부 "국내 단기영향 영향 제한적"
16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코너에서 직원이 물건 정리를 하고 있다. /뉴스핌제공

[경인매일=김준영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식용유와 밀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를 주 재료로 삼는 농산물 관련 상품과 라면·과자 등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밀 생산국 2위인 인도가 밀 수출을 금지하는 등 세계 각국이 '식량 안보'를 이유로 팜유와 밀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움직임이 수개월째 이어지며 이를 활용해 식자재 만드는 식품 기업의 원자재 원가 부담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한국은 미국과 호주, 캐나다 등에서 대부분 밀을 수입하고 있다. 팜유는 말레이시아 산이 대부분이다. 인도에서 직접 수입하는 양은 크지 않아 직접적인 피해는 당장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인도의 밀 수출 금지로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 한국도 가격 상승 여파를 피해 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식용 팜유와 밀 등 핵심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하는 라면과 제과 업체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라면 업체 A사 관계자는 "원자재 수급에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식용 팜유와 밀가루 가격이 상당히 올랐다"고 밝혔다.

제과 업체 B사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연쇄적인 수출제한 조치는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나마 남은 해외 거래처의 원자재 가격이 뛰거나 재고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상정하고 면밀히 추이를 살피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불안한 대외환경 속에서 제과와 라면 업계는 올해 1분기 흑자를 냈지만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오리온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086억원으로 전년 동기(1019억원) 대비 67억원이 늘었다. 가격 동결 등의 영향으로 국내 법인의 영업이익은 소폭 떨어졌지만 러시아와 중국 등 해외 법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미국에 제2공장을 짓는 농심의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283억) 대비 60억원 늘어난 343억원이다.

다만 롯데제과의 1분기 영업이익은 가격인상 시차와 원자재 상승 등에 여파로 전년대비 58% 감소하는 등 반토막이 났다. 이 외에도 동원F&B, CJ제일제당 등 주요 식품 기업의 1분기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줄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초기에 불안심리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는 등 식품 전반이 특수를 누렸다"며 "이 시기의 호실적이 일종의 '역기저 효과'로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라면과 식품 업체들은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해태제과와 롯데제과는 지난달 각각 대표제품인 허니버터칩과 빼빼로의 가격을 13.3% 올렸다. 국내 라면업계 '빅 3'인 농심·오뚜기·삼양식품은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이미 일부 라면 가격을 한차례 올린 상황이라 가격 인상을 두고 눈치 보기 중이다.

주요 제과·라면 업체는 가격인상에 대해 아직 논의 중인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라면 업체 D사 관계자는 "라면은 '서민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어 가격 인상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며 "1년만에 가격을 올릴 수 없지만 원자재 가격 변동 폭이 커지면서 원가 부담 압박이 심해지면 인상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 세계 밀 수출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 국내 밀 재고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인도의 밀 수출 중단으로 국내 단기적인 수급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인도의 밀 수출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 밀 수급·가격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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