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물류센터 공사현장 ‘정화책임자 변경말라’ 이례적 행정소송
인천 물류센터 공사현장 ‘정화책임자 변경말라’ 이례적 행정소송
  • 김학철 기자 kmaeil86@naver.com
  • 승인 2022.05.2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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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비세계로가 정화책임자로 명시된 행정처분명령서. 이후 정화책임자가 변경되며 세계로는 변경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에이치비세계로가 정화책임자로 명시된 행정처분명령서. 이후 정화책임자가 변경되자 세계로는 변경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인천=김학철 기자] 인천시 미추홀구 도화동 물류센터 예정부지에서 발견된 오염토 정화책임자 변경을 두고 담당부서와 전 토지주와 행정소송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토지주 HB세계로(이하 세계로)측은 “오염토가 발견될 당시 소유주가 세계로 였고 구청의 행정명령서에도 세계로가 정화책임자로 명시 돼 있었는데 올해 4월 29일 정화책임자가 현 소유주로 변경됐다”며 정화책임자 변경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일반적으로 토지오염이 발생하면 정화책임자가 본인이 아니라고 하는 경우가 대다수 인데 정화책임자임을 자처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발단은 2020년 12월 18일 계약이 체결되고 22년 2월 24일 잔금 및 등기접수가 완료된 9백 9십억원의 토지의 매매에서 환경오염의 정화비용을 매도인(세계로)이 부담 및 책임지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해당 현장의 소유권이 이전되기 이전인 21년 11월 16일 시설물 철거과정에서 발견된 오염토를 분석 의뢰해 23일 검사결과 오염토로 확인됐으며 같은 해 11월 26일 건축승인이 이뤄졌다. 요약하면 건축물신축공사 착공신고인 22년 3월 7일 이전에 토양오염이 발견됐으며 계약에 따라 오염토에 대한 정화책임 및 비용은 세계로가 부담하게 됐다.

이어 구청의 정밀조사명령에 의해 세계로가 ‘갑1’, 시행사(매수인) A사가 ‘갑2’, 정밀조사업체 B사가 ‘을’인 3자 정밀조사 용역 계약이 체결되고 조사보고서의 반출정화 비용이 약 200억원이 산정됐다.

이후 세계로 측은 “정밀조사보고서 작성과정에서 정화책임자인 세계로를 배제했으며 시행사 주도하에 반출정화로 부실하고 잘못된 불법적인 조사보고서를 만들고 오염토 반출 물량도 실제보다 부풀려 정화비용도 과다하다”며 “복수의 다른 정화업체들에 문의한 결과 절반 이하인 50억에서 100억원 이하로 정화가 가능하다고 견적을 받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세계로 측은 “정화책임자가 세계로로 되어있는 정밀조사 행정처분명령서가 현 소유주에게 발송 되는 등 석연치 않은 행정절차를 이해할 수 없지만 계약대로 오염토 정화에 책임을 지려고 정밀조사 계약을 채결했다”며 “하지만 정화비용이 과다하게 산정되어 있고 중간에 정화책임자에게 아무런 통보도 없이 정화책임자가 변경돼 일방적으로 반출정화를 하고 비용을 청구하면 세계로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200억원을 부담해야 되는 상황이 됐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어 “착공신고 이전에 오염토가 발견될 경우 반출정화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이미 있다”며 “법제처의 해석을 적용하면 해당현장은 부지내 정화방식을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제처에 공개된 법령해석 일부분.
법제처에 공개된 법령해석 일부분.

세계로 측은 ▲A사측이 2월 25일 미추홀구청에 정화책임자 변경을 신청했으나 구청이 이를 반려하고 세계로와의 합의서를 첨부하면 가능하다고 통보했으면서, 4월 27일 (4월29일)구청이 당시 정화책임자인 세계로와 사전 통보나 협의 없이 정화책임자를 현 소유주 C사로 변경했으며 ▲2월 28일 당시 정화책임자였던 세계로의 인감이 아닌 C사의 인감이 날인된 정밀조사보고서를 구청이 반려하지 않고 그대로 접수했고  ▲이후의 (4월22일)정밀검사보고서 보완 및 이행 보고서 역시 정화책임자인 세계로가 아닌 C사를 통해 제출됐다고 주장했다.

세계로 측은 구청이 행정처분명령을 하려면 “정화책임자 변경전에 세계로에게 먼저 변경 사유를 통보하고 의견제시 기회를 주어야 한다”며 “절차를 무시했으며 위법한 행위를 자행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추홀구 환경보전과측은 “현재 소송이 진행중인 사항으로 자세한 답변을 할 수 없으며 법원의 판결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또한 세계로 측은 정밀조사업체 B사와의 계약에 대해 “정밀조사보고서를 제출하기 전에 보고서를 안쇄하여 갑과 을이 합의 하고 이행보고서에 ‘갑1’의 인감 날인후 구청에 접수하도록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데 ‘갑1’인 세계로와 아무런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보고서가 제출됐다”며 “토양오염조사 이후, 정밀조사 과정에 세계로는 전혀 입회나 협의 마저도 철저하게 배제됐으며 구청에 보고서 제출기한이 100여일 이상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단지 지체 상금 때문에 전격적으로 2월28일 접수 이후 같은 날 오후 4시에 이메일로만 보고서 전송 등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아 보고서 자체를 신뢰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청의 정화책임자 변경으로 인해, 정밀검사 결과를 신뢰하기 힘든 상황에서 정화비용 200억원을 부담해야 하는 피눈물 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고 호소했다.

B사는 세계로 측의 정밀조사 과정 및 보고서 검토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에 대해 “절차대로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보고서 제출 역시 절차대로 구청에 제출하고 당일 세계로와 A사에도 전달했다”고 답했다. 또한 계약서에 보고서를 제출하기 전에 갑과 협의 하도록 되어 있는 부분에 대한 질문에는 “용역 이행 마지막 날이 28일 이었고 (이 날짜를 넘기면) 우리 입장에서는 지체상환금이 발생하고...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지자체에 통보하고 (보고서를)세계로와 A사에 이메일로 보내고 설명도 했다”고 답변했다.

세계로 측은“정화를 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게 검사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정화를 하기 위해 다른 정밀조사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며 “미추홀구가 참관 및 지도하고 세계로와 A사가 함께 입회하고 참여해 정밀조사를 조속한 시일내에 다시 시행할 수 있도록 구청에서 역할을 해주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미추홀구 환경보전과는 “신속하고 정확히 오염을 정화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구청의 입장”이라며 “해당 부지의 소유자 동의 없이 강제로 세계로와 정밀조사를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고 당사자들이 협의 하에 요청하면 얼마든지 참관을 검토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취재에서 세계로 측은 “관련 업계 종사자한테 문의한 결과 정밀 조사업체가 저가로 수주하고 추후 정화업체들과 아주 밀접한 먹이사슬 관계로 연결된 경우가 많으며 이는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이런 먹이사슬 하에 영세한 토지주나 건축주가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듣고 불안감을 감출수가 없다”고 억울한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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