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강 건너 불구경
[덕암 칼럼] 강 건너 불구경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5.30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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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남의 불행에 대해 수수방관하는 것을 칭하는 속담이 강 건너 불구경이다. 윤 대통령은 추경 합의 불발에 대해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극에 달하는데 국회가 열리지 않는다며 안타까움을 표했고 국회가 이렇게까지 협조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렇게까지……. 어쩌면 이제 시작에 불과한 국회의 장벽이다. 지난 10일 취임하자마자 임시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지금 당장 급한 불을 끄지 않으면 더 큰 비용으로도 못 막기 때문에 적시에 손실보전금이 지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16일 국회 첫 연설에서도 민생이 시급하니 국회 협조를 간곡히 요청했다.

29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추경에 전격 합의했다. 여기서 일반 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추경에 관해 설명하자면 걷은 세금으로 쓸 곳을 편성하지만 예산부족이나 기타 특정 사유로 인해 이미 정해진 본예산을 변경해 다시 정하는 예산을 추가 경정예산 즉, ‘추경’이라고 한다.

더 간단히 요약하자면 집안에 가장이 월급을 타 와서 가정을 꾸려 가는데 누가 아프거나 집안에 애·경사가 생겨 통상적인 수입 지출의 형태가 변경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즉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손실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말은 필자를 포함한 온 국민이 다 들었으니 새삼 죄 될 일은 없을 것이고 중요한 건 공약을 실천하려면 대통령 지갑에서 선뜻 내줄 수 있는 게 아니라 국회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여야가 합의 과정에서 계속 지연되고 있는 손실보상금, 대통령은 국회가 열리지 않아 추경이 불가하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추경 합의 불발 원인을 대통령에게 돌렸다.

인수위가 소상공인 자영업자 손실 보상안을 부실하게 구성하는 바람에 추경 제출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후보공약보다 한참이나 후퇴한 안을 제출한 점을 합의 불발의 이유로 거론했다.

야당은 온전한 손실보상을 위해 소급적용을 포함한 추경안 증액을 요청했다며 책임을 정부와 여당으로 돌렸다.

어쨌거나 여야는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고 그러는 동안 타는 목마름에 물 컵을 들고 기다리는 수혜자들의 바람은 일각이 여삼추다.

이쯤되면 여야나 정부를 떠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강 건너 불구경한다고 지적해도 과하진 않을 것이다.

명분만 찾아 책임을 떠넘기면 정작 그 피해를 입는것은 국민들이다. 한 표가 아쉬운 지방선거 판국에 투표를 코앞에 둔 시점에도 이럴진대 이제 선거가 끝나면 적어도 2년 동안 눈치 볼 일도 없이 대놓고 정쟁을 벌일 것 아닌가.

막말로 예산이 정부나 국회의원들 돈인가. 국민이 낸 세금이고 그 세금이 필요할 때 쓰여야 한다는 논리인데 이게 누구 탓을 하며 질질 끌 일인가.

필자가 수 십번도 더 강조했지만 먹고 살만한 자는 당장 땟거리에 급급한 자의 심경이나 상황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계층이 공직자다. 때 되면 날짜도 어기지 않고 통장으로 입금되는 안정적인 일자리에 종사하는 자들이다.

박봉이라지만 이것저것 복지혜택 더하면 나름 사는 데 지장 없는 계층인데 죽어라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구직자들이 많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다음이 실제 예산을 편성, 집행하는 입법기관인 국회·광역의회·시의회에 종사하는 선출직 공직자와 관계 공무원들이다.

나머지는 이미 안정권에 들어선 대기업이나 공기업, 기타 국가를 상대로 납품 내지 일하는 사람들의 먹이사슬에 포함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미 불난 집 강 건너편에서 구경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정작 뭐가 급한지 피부로 알 수 없는 계층이 계획을 짜고 기준을 정하며 복잡하기 그지없는 행정편의 위주로 잣대를 정한다.

그리고 그 범위 안에 드느냐 마느냐에 따라 주느냐 마느냐도 정해지고 그나마 준다하더라도 지금처럼 상위 법인 국회에서 법안을 쪼물락 거리고 있는 동안 허기진 국민들은 착하게도 기다려준다.

입맛이 없을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굶는 것이다. 배고픔 만큼 맛있는 반찬은 없다. 그래서 나온 말이 시장이 반찬이라 했던가.

나름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짜네 싱겁네 하는 것이지 정작 배고픈 사람은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다. 적잖은 코로나19 피해자들과 일반 국민들의 고통은 이미 진작부터 진행됐다.

사람이 3일은 굶어도 3달은 못 견디며 2달은 칩거해도 2년이면 폐인 된다. 먹고사는 걱정 없는 계층이 당장 먹고살 걱정에 내몰린 계층의 대책을 짜니 앞뒤 재는 게 많은 것이고 지금처럼 수혈의 시기를 놓쳐 사망한 뒤에야 얼마나 아프냐고 묻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돌이켜보면 없는 돈 달라는 것도 아니고 당사자들 지갑을 열라는 것도 아닌데 무슨 변명이 이리 많을까 싶다.

그동안 거리두기로 인해 경제도 망가졌지만 인간관계도 상당 부분 어색해졌다. 혼술·혼밥이 낯설지 않는 문화도 그렇지만 남의 나라 전쟁으로 치솟는 물가도 그러하고 모든 게 그리 녹록지 않는 상황이다.

이제 문제는 지금보다 앞으로다. 선거가 끝나고 양당 구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당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들 무서운 줄 모르고 나대다가 어렵사리 쥐어준 권력마저 놓쳐버린 더불어민주당, 마치 자신들이 잘해서 얻은 것으로 착각하는 국민의힘, 양당 구도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어 생긴 것이지 정치를 잘해서 선택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최근 영등포 당이 생겼다.

한국에서는 다소 어색한 지역 정당은 지역에 국한된다는 단점도 있지만 지역에는 강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런 식이라면 전국에서 정당 난립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 마치 중앙언론보다 지방언론, 지역언론이 지역에서는 더욱 강세를 보이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자칫 토호세력의 번식으로 변질 될 소지가 있는 지방정당, 지역정당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전에 중앙정당이 잘해야 한다. 불이 번지면 강을 건널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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