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결전의 날은 다가오고
[덕암 칼럼] 결전의 날은 다가오고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5.31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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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이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마지막 날 유세가 유종의 미를 남길 일만 남았다. 오늘만 지나면 거리마다 요란했던 선거 로고송과 운동원들의 청군·홍군 율동도 끝이 난다.

내일이면 당락의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새로운 4년간의 지방자치행정이 시작된다. 고을마다 새로이 등장한 원님의 나팔소리에 눈치 빠른 이방들은 나름 손바닥을 비빌 것이고 가장 늦게 입사한 선출직 공무원이 가장 높은 위치에서 행정기관의 인사권과 결재권을 쥐게 된다.

1995년 8월, 1특별시, 5광역시, 9도와 67개 시 98개 군, 65개 자치구 등 총 230개 기초자치단체의 장을 선출하는 선거가 시작됐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자체의 정의를 논하자면 기본은 국가의 통치권 아래 있지만 구분된 영토의 일부에 대해 스스로 운영하는 자치권을 부여받아 해당지역의 주민을 법률안에서 통치하는 권한을 가진 단체를 뜻한다.

중앙정부가 임명하던 관선 시장·군수와는 달리 민선 지자체의 장은 지역 연고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권한에 따른 책임소재도 만만찮다.

선출직 공무원이다 보니 공직자 신분이면서도 실력보다는 세력에 의해 시정을 운영해야 하는 불편한 진실의 범주에 갇힐 수밖에 없다.

한번 당선되면 온갖 청탁은 물론 이권개입과 세금 나눠먹기에 혈안이 된 세력들의 성화에 외면할 수도 들어줄 수도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최근 경기도 모 지자체의 경우 공천에서 탈락한 현직 시장이 지역 국회의원들의 성화에 못 이겨 재임기간 동안 힘들었던 일들을 대 놓고 토로했다.

말 그대로 옮기자면 국회의원에게 밉보여 부당하게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후보자의 자질을 떠나 정당 공천으로 당선됐던 은혜는 그때 일이고 공천에서 배제되니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라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까지 나란히 홍보해 마치 민주화의 전사처럼 포장한다. 시민단체가 목 놓아 외쳐도 외면했다가 시민의 의견을 듣겠다며 4년 전에 했던 거짓말을 번복했다.

지역의 주인은 시민이라며 도를 넘는 자화자찬에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후보다. 도시의 미래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앞뒤 가리지 않고 고소·고발을 남발하고서도 시민을 위한 정책을 운운한다.

이런 후보도 선거에 나설 수 있는 2022년, 이제 내일이면 인과응보의 결과는 나타나겠지만 후보자 당사자만 모르지 다른 사람은 알고 있는 당선의 불가능, 필자는 오랜 시간 후보자들과 많은 인터뷰를 하면서 체험한 사실 중 당선되면 시민의 불행이요, 낙선하면 당사자 한 사람의 불행이라는 조언을 한 적이 많다.

물론 발끈하며 자리를 뜨지만 선거가 끝나고 세월이 지난 만남에서 충고의 이유를 이해한다며 소회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어쩌랴. 후보자를 곧 당선될 것처럼 띄워놓고 홍보비에 온갖 연예인들 섭외까지 일명 돈지랄을 하고서야 얼마나 허황된 똥파리들의 유혹에 정신을 잃었는지 알게 된다.

있는대로 모두 뜯기고 나서도 재임 당시의 떠받듦에 익숙해 정신을 못 차리고 알거지가 되고서야 때늦은 후회를 한다.

어디 이런 후보가 한둘일까. 반대로 선거문화가 그나마 많이 발전했다는 것은 후보들에 대한 직접적인 검증시스템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TV토론도 그 중 하나이고, SNS나 기타 홍보물을 통해 유권자들의 판단을 이끌어 낸다. 간혹 지역 언론사들이 주관한 합동토론회도 개최됐지만 그리 전문성 있는 자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어쨌거나 수 백 번의 인터뷰와 합동토론회를 개최해 본 필자는 이제 선거에 대한 가치관이나 시대적 소명같은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노하우를 갖추게 됐다.

남의 일이 아니다 보니 2년마다 치러지는 선거, 너도나도 공천만 받으면 될 수 있다는 구시대적 폐습을 청산하고 어떤 형태든 정치에 대한 최소한의 전문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한다.

이제 2022년 후반기부터 시작되는 (주)경인매일 주관 ‘정치 아카데미’는 정치와 선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최소한의 소양을 키우는 민간 사관학교 역할을 자처한다. 이제 시대는 변했고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할 새로운 인물들이 하나둘 나서야 한다.

마냥 기성세대의 지역감정 조장을 지켜만 볼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앞날에 대해 사익보다 공익을 중시하고 개인보다 사회와 국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하나 둘씩 젊은 피가 수혈되어야 참된 민주화의 생물체가 살아나는 것이며 지구상 어떤 선진국과도 비교될 수 없는 성숙한 민주국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참된 인물들이 등용되려면 지금같이 고정된 틀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면면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통로도 있어야 하고 신인들의 역량을 키우는 전진기지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정상에 오르기 위한 캠프, 정당, 종교, 인종을 초월해 장차 대한민국의 훌륭한 지도자를 양성하는 전문 과외 수업이 필요한 것이다.

선거철만 되면 전문 기획사들이 후보자의 각색과 포장에 앞장서는 일도 이제는 식상해졌다. 하루에도 몇 개씩 카드뉴스를 제작하고 유권자의 판단을 헷갈리게 하는 짧은 동영상 일명 ‘숏폼’도 수시로 유포된다.

언론사에게 뿌려질 후보자 중심의 기사자료는 물론 유세차, 현수막 등 피할 수 없는 홍보분야는 마치 사자의 죽음에 독수리부터 개미까지 분야별로 뜯어먹는 동물의 왕국을 보는 듯 하다.

한국정치는 여전히 미숙하다. 증거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선거의 지역적 투표 결과를 보면 “우리가 남이가”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다.

대선부터 지방선거까지 정당 사무실을 들락거렸던 이들도 이제 용무가 끝나면 각자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앞으로 2년 정도는 조용히 먹고사는데 충실하는 것이 남은 일이다. 유일한 갑의 위치에서 바라볼 수 있는 선거, 이제 국민 무서운 줄 알도록 표로써 한번씩 뒤집어 놓는다면, 그리고 온갖 특혜다 싶은 부분은 과감히 삭제한다면 얼마나 정치 일선에 남을까.

정치는 권력이 아니라 인간사회의 발전을 위해 당번을 맡은 일이다. 유권자 스스로를 한 방울의 물이라 치면 ‘나 하나 쯤이야’라는 사고방식이 얼마나 무책임한 줄 알게 된다.

이제 하루 남은 시간이라는 과녁을 향해 화살은 활시위를 떠났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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