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대한민국 경찰의 과거와 현재
[덕암칼럼] 대한민국 경찰의 과거와 현재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6.2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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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남의 마당에서 대판 싸움을 벌인 자가 미안해할 줄 모르고 되레 집주인한테 덤비는 꼴이 있었다. 중국과 러시아와 싸움을 벌인 일본이 한반도를 전진기지 삼아 온갖 침탈을 벌이고도 모자라 어차피 밟은 마당이라는 식이었다.

1905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조선 침탈은 군대 해산에 이어 경찰권 이양까지 이어졌다. 1909년 12월 22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황제 추도식에 참석했던 매국노 이완용이 애국열사의 습격을 받고 부상을 입은 후 충남 온양온천 별장에 숨어 있었다.

이후 이듬해 6월 23일 일본 통감부의 오꾸라 비서관이 대한제국의 경찰권을 일본에게 넘기라 했고 데라우치 마사타케의 지시라는 말에 기겁을 한 이완용이 경찰권 이양에 서명함으로써 1910년 6월 24일 오후 8시 이양조인식이 진행됐다.

이로써 조선은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졌고 ‘일제강점기’라는 식민지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12년 전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같은 민족이 경찰을 맡았어도 결코 우호적인 눈길을 주기 어려울진대 남의 나라 경찰이 식민지 시대의 살벌한 순사로 등장했으니 울던 아이도 울음을 멈춘다는 당시의 공포를 짐작하게 할 수 있다.

힘없는 나라, 죄없는 백성, 온갖 침탈과정은 수치와 굴욕으로 점철된 날들이었다. 인권은 간데없고 우리말과 옷은 물론 머리의 상투까지 모두 잘라버리고 여성들에 대한 육체적 범죄는 고양이 앞에 쥐 신세였다.

그렇게 시작된 식민지 시대는 36년간이나 계속됐고 살벌한 일본군의 군홧발에 짓밟힌 국권은 영영 회복하기 어려울 줄 알았다.

다행히 미국의 원폭으로 항복한 일본으로부터 광복이후 경찰의 복귀는 시대적 절실함이었다. 치안공백이 불러온 민간인들의 피해가 극심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권회복의 상징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군대와 경찰이 정상화가 시작됐지만 미국은 자신들의 안정적인 권력유지를 위해 친일파로 점철된 경찰 조직을 그대로 재임용하면서 해방은 반쪽짜리 나라로 자리 잡았다.

남과 북으로 갈라진 것도 그렇지만 조선인들의 수탈에 앞장서며 일본경찰의 앞잡이가 되었던 자들이 대부분 임용되면서 한국경찰의 수치스런 과거는 지금도 그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경찰의 본래 목적은 치안 유지다. 조선인들이 수 십년 시달리고 다시 광복을 맞이해도 괴로운 건 마찬가지니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경찰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은 지금도 남아 있는 편견이다.

민중의 지팡이가 곰팡이라 불리고 경찰이 짭새라는 은어로 지칭되는 과정에는 열심히 본연의 의무를 다하는 직원도 있겠지만 여전히 수사권의 남용으로 국민들에게 원망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경찰권을 다시 찾아도 환영받지 못 하는 대한민국 경찰은 마음 놓고 패도 되는 과거에서 인터넷의 발달이나 기타 민원의 극성으로 인해 행정복지센터 등본 떼 주는 직원보다 더 만만한 대상이 됐다.

걸핏하면 민주경찰이 어쩌고 하며 청와대 민원을 밥 먹듯 입에 달고 사니 필자가 보기에도 한국경찰의 현주소는 열악하기 짝이 없는 신세가 됐다.

더군다나 여경들에 대한 폄하가 ‘오또케’라는 신조어로 부르는 현상은 한국경찰이 범죄소탕에 대한 제압기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어떤 조직이든 본연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자질을 향상시키고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가치를 높여야 한다.

언론은 글을 잘 써야 하고 문화·예술인들은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줄 알아야 하며 경제인은 돈을 잘 벌고 군인은 사격에 능해야 한다.

그럼에도 경찰이 강력범죄에 대한 대응이 약하거나 제복값을 못한다면 어찌 국민들이 다리 뻗고 편히 잠들 수 있을까.

작금의 범죄 유형을 보면 범죄 발생률에 비해 검거율과 예방노력이 현저히 줄고 있다. 순찰코스를 돌아야 경각심을 가진 범죄자들이 위축될텐데 밤새 차 안에서 취침하다 못해 날이 훤히 밝아도 여전히 잠든 순찰차를 볼 수 있으며 괜히 나서서 다치기보다 몸 사리며 겉도는 현장출동이 범죄현장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편이 되고 있다.

경찰, 국민들에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법기관이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경찰의 움직임을 보면 심상치 않다.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경찰에 대한 정책이 급변하고 이에 대한 반응도 상당한 파란이 예상된다. 행정안전부가 경찰에 대한 인사·감찰·징계 권한 일부를 가져와 수사권 조정으로 강화된 경찰권을 견제할 전망이다.

고위직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는 행안부 장관에게 징계 요구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권고했고 경찰 고위직에 대한 인사 검증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청와대의 영향력이 반영됐다는 비판도 한몫 했다.

이 같은 방침에 국민의힘 국회의원도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경찰 출신인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설치와 관련해 법치주의 훼손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정부조직법과 경찰청법 위반으로 이를 시행한 행안부 장관은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권은희 의원 반응의 이면에는 과거 독재 권력이 경찰을 하수인으로 전락시켜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유린했던 시절과 비교하며 권력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번 경찰국 설치는 이런 입법을 명백히 훼손하는 시도라며 경찰이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지름길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의 인사권과 징계권이 행안부 장관에게 넘어갈 경우 경찰이 정치화될 수 있고 경찰 현장과 업무의 실체를 파악해 누가 민생 치안 업무 공과가 있는지 평가해야 하는데 그런 기대를 전혀 할 수 없는 구조적인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렇게 된다면 민생 치안 업무에 공이 있는 경찰이 아니라 정치권력에 해바라기처럼 행동한 경찰이 승진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며 경찰국 신설을 위한 시행령 개정은 불가한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경찰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권력의 하수인이 된다면 고유의 기능이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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