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천재냐 인재나 그것이 문제다
[덕암칼럼] 천재냐 인재나 그것이 문제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6.29 0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사람이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질병에 걸리고 상해나 사고도 당하는 게 이치다. 나름 조심한다고 하지만 누군들 곤경에 처하고 싶을까.

하지만 막상 자기 일이 되고 보면 상황은 다르다. 그래서 나온 말이 ‘내 손톱 밑에 가시는 아파도 남의 심장 썩는 것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얼마 전 새벽길 국도를 운전하는 도중 중앙선을 넘어 과속으로 달려오는 화물차와 정면충돌의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버스, 불도저, 대형트럭은 물론 지상에서 굴러다니는 것은 모두 장난감 갖고 놀듯 운전의 베테랑이라 자부했던 필자도 가슴 섬뜩한 상황이었는데 아마도 난폭이 아니라 만취운전이 예상됐다.

마음 같아선 쫓아가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었지만, 나이 탓인지 포기하면서 내심 안 다쳤으니 다행이라는 판단으로 넘어갔다. 독자 여러분이라면 어땠을까.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뉴스에서나 봄 직한 사건들을 직접 경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통사고는 물론이고 땅 꺼짐 현상이나 버스정류장에 서 있다가 건물 벽이 무너져 사망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멀쩡하고 건강하던 지인이 심장마비로 운명을 하기도 했으며 장례식장에 가보면 노령으로 인한 자연사 보다 질병이나 사고사로 인한 사망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이쯤하고 인류는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불로초를 찾기도 하고 건강에 좋다는 것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모두 먹고 마시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장수의 꿈, 하지만 본의 아니게 풍수해, 지진은 물론 가뭄과 추위를 견디지 못해 사망하는 천재지변의 경우도 있고 앞서 거론한 것처럼 사고나 기타 이유로 인한 인재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27년 전 오늘은 아무런 죄도 없고 이유도 예고도 없이 큰 재앙이 벌어져 하루아침에 수많은 목숨이 운명을 달리 한 날이다.

천재야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인재는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이기에 사전 예방이나 유지관리만 잘해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일이다.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인 서초구에서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있을 수 없는 사고에 온 국민의 관심과 우려는 초긴장 국면을 맞이했다.

이 사고로 502명이 사망했고 937명이 부상했으며 6명은 지금까지 실종상태다. 해당 부지에는 주상복합 아파트인 아크로비스타가 2004년 완공되어 이제는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없다.

당시 건설회장만 징역 7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나머지 대부분은 집행유예나 약간의 추징금으로 재판이 종결됐다.

인적 피해보상은 약 2,970억, 물적 피해는 820억 정도에 그쳤다. 무리한 내부구조 변경과 이를 감독해야할 주무 구청인 서초구의 유죄는 대충 넘어갔다.

이미 1년 전인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40분 성수대교 교량 중 48m가 끊어지면서 등교 중이던 여고생을 포함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고, 불과 두 달 전인 1995년 4월 28일 대구광역시 상인동 가스폭발로 101명이 사망했음에도 안전관리에 대한 인식은 남의 일인 셈이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은 모두 사전 징조가 있었고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세월이 지나 많은 사고가 있었지만 영문도 모른 채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사고가 또 있었으니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였다.

충분히 구조될 수 있는 상황에 마치 고의적 방관으로 비춰질만큼 많은 의혹들이 불거졌다. “진실을 인양하라”는 국민의 지시에 촛불은 서울 광화문을 뒤덮었고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그리고 2021년 6월 9일 오후 4시 22분 광주광역시 학동 재개발 현장의 건물 외벽이 도로 쪽으로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정류장에 있던 시민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 또한 인재였다. 주의하고 예방했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임에도 소중한 생명을 잃은 것이다. 하나의 사고에 몇 명이 사망했는지도 중요하겠지만 발생 원인의 가능성이 매우 중요하다.

예방조치로 막을 수 있었는지 아닌지도 중요하며 사후 동일사례의 반복 여부도 중요하다. 위의 사건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째,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것이며 둘째, 같은 사고라도 처리과정에서 재발방지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희생자들이 아무런 죄도 없고 사고현장과 이해관계도 얽혀있지 않았다는 것이며 같은 일이 발생해도 별반 감응이 없는 국민적 공감대도 문제다. 공통점은 사고현장의 책임자의 태도다.

세월호의 선장 이준석은 승객들의 안전에 대해 ‘가만 있으라’하고 정작 자신은 배를 탈출했으며 삼풍백화점 경영진도 먼저 보석을 옮기라 했고 자신들만 빠져 나가기 바빴다.

또 하나 공통점이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사고 발생 3년 뒤인 1998년 6월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시민의 숲에 위령탑을 세웠고 세월호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소재 초지역세권의 화랑유원지 중심에 416생명안전공원이라는 납골당을 건립 중에 있다.

대구 참사나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등 어느 한 사건도 정치적 배경이 된 적은 없었다. 보상 문제나 위령탑 건립도 세월호 만큼 광범위하게 이어진 적도 없었으며 진실규명이 어려운 적도 없었다.

이미 별이 된 아이들을 다시 살릴 수는 없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고 누가 시장이 되느냐에 따라 후속대책이 달라진다면 그 장단에 춤춘 관계자들이나 유족들은 어떤 방향을 잡아야 할까.

다만 경기도 안산시가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의 방침에 눌려 안산시민들의 100년 미래를 외면했다는 점과 지금까지 진행해온 모든 내용을 모든 시민들이 제대로 다 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의문이자 우려가 깊다.

자칫 죄 없이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이 정권의 바람을 타지 않고 두 번 희생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인재로 인해 고귀한 생명이 더는 희생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