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새 정부 헌 나라 헌 국민
[덕암칼럼] 새 정부 헌 나라 헌 국민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7.01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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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br>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새것과 헌것의 차이점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처음부터 헌것은 없으며 새것을 잘 쓰면 새것처럼 늘 보존할 수 있음에도 함부로 쓰면 헌 것이 된다.

일명 중고라고도 하는데 신제품을 한번이라도 사용하면 중고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간단한 물건이면 이렇게 표현되겠지만 만약 개인의 소품이 아니라 가정, 사회, 국가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살아 움직이는 사회는 사실상 현재가 미래의 과거가 되기에 늘 현재에 대한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다고 하루 아침에 나라가 새것이 되는 것은 아닐진대 마치 새로운 나라가 생긴 것 같은 분위기다.

물론 코드에 맞는 인사를 통해 국정운영을 원만히 하고 집권과정에 필요한 통치는 당연한 것이지만 이미 가게는 거덜 나고 자영업자들의 한숨소리는 여전한데 정부가 바뀌었다고 없던 돈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국민의 가난을 지원한다고 언제까지 어떤 식으로 막을 수 있는 건지 대략 난감이다. 일하지 않고 게으른 국민은 구제방법이 없다. 힘들고 더럽고 어려운 일은 모두 외국인 근로자에게 맡기고 쉽고 편하고 돈 많이 주는 일자리만 찾다보니 직장에서는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고 하고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다며 아우성을 친다.

도미노 현상일까.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인건비가 상승되어 더 받을 수 있는 것을 알기에 구하기 어려워졌다. 통신의 발달과 그들만의 언어로 생존의 비상구 또한 내국인보다 더 잘 안다. 근로자의 지위도 누릴 줄 알고 각종 수당이나 의료보험 혜택에 가난한 외국인은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일선 제조업에서 가장 먼저 찾을 수 있다. 필자는 주거지가 안산이다 보니 국가공단이 들어선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이 주요 동선이라 현실적인 문제점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TV와 휴대폰 등에 쓰이는 인쇄회로 기판 제작이나 염색, 도금, 화학약품 등을 취급하고 있는 공장도 많고 겉으로는 큰 공장 같지만 내부는 소규모 가공업 수준의 공장들이 한데 모여 있는 곳도 산적해 있다.

하지만 적자경제의 도미노는 이 같은 제조업까지 그냥두지 않고 차가운 폐업 쓰나미가 불어 닥쳤다. 사회의 경제 구조는 간단하다. 어느 한 분야가 무너지면 외형상 따로국밥 같지만 내부적인 금융의 통화는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연속적인 붕괴를 맞이하는 것이며, 한번 무너진 기반을 다시 세우기에는 몇 십 배의 노력과 자본이 투자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현재의 정부가 내미는 몇 푼의 지원금이 현실적으로는 생색만 내는 것이지 무용지물인 셈이다.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돈이 풀리면 돌아야 하는데 이미 마른 논바닥처럼 갈라진 가뭄에 이슬비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어쨌거나 일감이 급격하게 줄면서 경영 여건이 악화해 어렵사리 마련한 설비들이 중고값도 아니고 고물값에 처분되는 공장의 해체과정에 있는 곳이 한 두곳이 아니다. 통상 공장의 기계 한 대는 기능공 1명, 보조공 1명, 외주 1곳, 물류 및 영업 1명 등 4~5명의 생존권이 걸려있다.

공작기계인 범용 선반과 밀링머신, 연삭기, 절단기, 프레스 등 기계마다 성능이나 규모가 다르지만 평균 약 5억원 상당의 기계의 중고값은 15%수준인 7천 만원이고 고물가는 5%도 안 되는 2천 만원 수준이다.

물론 생태계의 먹이사슬은 고물상의 밥이 되는 것이고 쓰지 못할 중고 기계는 고철에 불과하니 야적장 마다 중고 기계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이고 실직자들은 하나 둘 공장을 떠나 도시의 어두운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것이다.

2022년 5월 기준 반월·시화 공단의 전체 면적 가운데 축구경기장 약 700개 규모의 면적이 폐업된 공장부지로 남아있다. 2018년에 469만 4,000㎡로 2021년에는 500만㎡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국가공단의 제조업은 지역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협업체제로 맞물려 있다. 한 곳이 문을 닫으면 관련 업종이 동시에 폐업할 수 밖에 없는 구조, 물론 일반사회도 마찬가지겠지만 현재 진행중인 도미노 현상은 마치 금이 간 저수지 둑이 서서히 붕괴조짐을 보이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설상가상일까, 국제적인 유가 인상으로 인해 물가 상승은 경제난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으며, 그나마 빚이라도 얻을 수 있었던 금융권은 정부의 대출규제로 서민들에게 더없이 문턱을 높이고 있다.

경제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제조업체 중 3분의 1은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갚기 어려운 좀비 기업이며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더 나은 마이너스 부실 징후 제조업종의 비중도 한때 약 79%까지 크게 상승했다.

채무상환 능력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이 100% 미만인 경우를 부실징후 기업으로 100% 이상인 기업을 양호 기업으로 분류한 결과였다. 2020년 부실징후 기업군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인 IMF 때보다도 높다.

경제난을 부추기는 또 하나의 복병은 정부의 근로기준법이다. 지난해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범위가 확대됐고, 최저임금이 최근 5년간 42% 급등한 데다 원자재 가격까지 상승하자 근무시간이 줄어든 근로자들이 남은 시간에 또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정책의 헛발질이다.

편하게 해준다는 화려한 미사여구 뒤에 숨겨진 어두운 그림자다. 공장 근로자들의 야근·잔업 수당이 사라지자 택배·배달시장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는 현상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은 사실상 경제적 잔뿌리다. 잔뿌리 없이 나무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움에도 가진 자들이 없는 자들의 밥상을 차리니 반찬이 분수를 모르는 것이다. 산업현장을 직접 찾아본 필자의 목격담을 근거로 한 만큼 현재 정부만 새것이지 국민의 현주소는 헌것이다.

더 늦기 전에 기초산업 분야와 1차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게으른 국민과 말뿐인 정부가 합세하면 나라가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지만 부지런하고 성실한 국민과 현실적인 문제점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부와 관료가 합세하면 부국으로 가는 지름길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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