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권불십년이다, 나대지 마라
[덕암칼럼] 권불십년이다, 나대지 마라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7.1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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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권불십년, 십 년 가는 권력 없다는 고사성어인데 천 년전이나 백 년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

군왕이 다스리던 시대나 임기 5년짜리 단임제 대통령이 집권하는 시대나 한번 씩 뒤집힐 때마다 온통 나라가 술렁이고 요란하기 그지없다. 어쨌거나 대통령이 취임후 첫 해외순방을 떠났고 전세계 언론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이모저모를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모든 게 조심스러워야 했다. 대선 당시 투표권자의 절반 가까이가 반대했던 윤석열 대통령이다. 온갖 루머와 험담이 난무했지만, 무사히 통과했고 이제 국위선양에 직접 나선 셈이다.

말 한마디 손짓이나 옷차림까지 일거수 일투족이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위상과 직결됐다. 앞으로 남은 5년의 임기 동안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알 수 없으나 지방선거의 당선자들과 묶어 당부의 말을 전한다.

권좌에 앉아 있는 동안 반드시 역지사지의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야 단임제지만 지자체 선거의 당선자들은 2선·3선을 내다보며 보다 겸손하고 선거운동 당시의 자세와 공약을 철저히 지키길 바란다. 공인으로서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권불십년의 허무함을 경기도 어느 도시의 단체장과 비교하여 평가하고자 한다.

경기도 어느 한 도시의 이야기다. 필자가 약 24년간 한 지역을 취재하며 겪은 에피소드다. 1994년 초대 1기 시장을 역임한 A씨의 경우 뇌물수수로 구속됐다가 무죄로 풀려났고, 2기 B는 지역개발의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대대적으로 부동산을 투기하다 구속됐다.

세월이 흘러 퇴임후 비참한 임종을 맞이했지만, 재임시절의 화려한 영광과는 달리 초상집은 초라했다. 정승 집 개가 죽으면 문상이 문전성시라도 정승이 죽으면 찾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실감이 나는 장면이었다. 다시 집권에 성공한 1기 A씨가 3기에서도 재임 시절 나름 노조의 비바람에도 용케 버티며 막대한 살림을 일궈놓았다.

A씨는 다시 집권한 8년간의 세월이 지나 퇴임후에도 농촌에서 농사를 짓거나 배드민턴을 치며 평범한 시민으로서 아름다운 노후를 맞이하고 있다. 2006년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지역임에도 낙하산 선거에 성공한 4기 C씨는 퇴임이후 나름 억울한 옥살이를 장기간 마치고 몇 번이나 총선과 지선에 도전했지만 부끄러운 범죄에 연루되어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을 잃었다.

재임 당시 민족의 태양처럼 받들어지던 것과는 달리 막상 퇴임이후 그의 추종 세력들은 C씨의 재산을 곶감 빼먹듯 줄을 섰다가 뭐가 시원찮은지 하나 둘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정치란 이렇듯 한번 빠지면 마약중독처럼 받들어지는 영웅심리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인가 필자는 능멸하는 부류 가운데 떨어질 걸 뻔히 알면서 시장님을 연호하며 출마를 부추기는 한량이들을 손꼽는다. 그리고 5기 D씨는 지금도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현역으로서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고 있지만, 한때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지역사회에서 상당한 논란을 빚었던 인물이다.

재임 4년 동안 필자가 정론으로 이를 지적했고 감히 단체장의 역린을 건드린 대가로 민·형사소송과 행정 광고 중단은 물론 보도자료까지 제지당하는 횡포에 시달린 바 있다.

못된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던가. 빗나간 충성심에 손바닥 지문이 닳도록 비벼댄 이방들의 이간질로 혹독한 4년을 견뎌내야 했다.

그렇게 4년이 지나 6기 E씨의 취임시 공천을 못 받았다며 같은 정당을 버리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D씨의 무모한 도전을 이겨내고 나름 무사히 4년을 통과했다.

일각에서는 마땅히 일 벌이지 않고 조용히 몸 사린 덕분에 임기를 마쳤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지역사회에서 친환경 위주의 행정을 펼쳤다. 관운이 있어 국회까지 입성했던 E씨는 가까스로 경선까지 통과하여 지난 민선 8기에 재도전했으나 전국 최소 근소한 표 차로 미역국을 먹었다.

이 또한 같은 정당이었던 현역 단체장 F씨가 공천 탈락 이후 보란듯이 출마한 덕분에 낙선의 고배를 마셨으니 D씨나 F씨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야 F씨의 정치생명이 끝난 것 같지만 D씨가 성공하는 걸로 봐서는 정치가 생물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듯싶다. F씨 또한 임기 4년 동안 필자에 대한 지독한 탄압과 갈굼으로 지금도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고 최근에는 정책비서를 맡았던 자로부터 형사고소까지 당해서 500만 원의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물론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공정한 선거에 영향을 끼칠까 보도를 자제했고 정식재판을 청구해서 송사를 앞두고 있지만 공론에 사감을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공정한 판결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지금도 함구하고 있다.

7월 1일자로 임기를 마친 F씨. 세월이 더 지나 허름한 막걸리 집에서 만난다면 서로가 어떤 위치와 모습이며 마음일까. 물론 임기없이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필자의 입장과 다소 환경이 다르겠지만 못된 짓은 돌이킬 수 없는 오욕의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

결자해지다. 자신의 매듭은 자신이 풀도록 지켜볼 일만 남았다. 세월이 지나 2022년 7월 1일 G씨가 젊은 나이에 간발의 차이로 E씨를 따돌리고 가까스로 입성했다. 4년씩 8대에 이르기까지 28년간 특정 지역의 정치인들 여정을 지켜보면서 수 만 장의 사진과 기사를 작성한 과거를 돌아보았다.

식상한 보도자료의 치적 홍보에 길들여져 자신만이 정치의 달인으로 착각하며 안하무인의 충족감에 젖을 수 밖에 없는 환경, 굽신거리는 공직자들과 모든 업자들은 물론 인사권을 손에 쥔 임기 동안은 천하대장군이나 다름없는 시절을 보낸다. 인간의 수명 평균 80년에 어릴 적 차 떼고 늙어서 포 떼고 길어야 20년이며 권력 잡아봐야 10년이다. 용상에 있을 때 임금처럼 굴어야지 내시처럼 나대면 늙어서 어쩔 것인가. 나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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