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정보보호의 날
[덕암칼럼] 정보보호의 날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7.1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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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그리 오래전 일은 아니지만 1970년대 당시 필자가 초등학교 재학시절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통계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집안의 가재도구부터 자세한 내용의 목록을 적는 란에는 냉장고, 재봉틀, 장롱, 심지어 음향기기인 전축이 있는지 적어야 했고, 조부·조모와의 동거여부와 부모의 직업까지 적어야 했다. 사생활 침해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 그렇게 작성된 개인적 환경은 시작에 불과했다.

날마다 적는 일기장은 담임교사의 검열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고, 걸핏하면 책상위에 소지품 검사까지 거침없이 실시되어도 누구 하나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이쯤되면 학생은 훈육이란 명분으로 교사의 손바닥 위에 노출될 수 밖에 없으며, 수업료 안 낸 사람의 명단은 수시로 칠판에 적혀 가난에 대한 수치심까지 감내해야 했다. 뿐일까. 가정 방문이나 부모님 호출은 기본이고 교권이 인권보다 높은 권력이던 시절이 있었다.

세월이 지나 1980년도 육군에 입대하니 논산훈련소에서부터 가까운 친·인척 중에 높은 사람을 적어내는 과정이 있었다. 국방부에 근무하는 간부나 국회의원, 기타 사회적 고위직에 인맥이 있으면 모두 적어내라는 명령이다.

당연히 빽과 줄이 성행하던 시절이었으니 개인적인 보직이나 자대 배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도 훗날 알게 됐다. 이렇듯 개인적인 사생활이나 이력에 대해 자신을 제외한 제3자가 적나라하게 파악하고 있다면 어떤 마음일까. 지금이야 개인정보 보호법이 엄격히 정해져 있고 위반시 관련법에 의거 처벌을 받게 되니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 볼 수 있다.

세월이 훌쩍 지나 오천만 전국민이 손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생필품이 아니라 신체의 어떤 장기보다 더 필수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대가 됐다.

스마트폰은 이미 우리 일생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깊숙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나마 PC를 통해 개인정보를 주고받았던 이메일 계정까지 모두 흡수하였으며, SNS를 통해 금융, 인프라 관리 등 개인정보의 모든 내용을 통째로 관리하는 첨단기기로 돌변했다.

문제는 한번 털리면 수습이 어려울 만큼 무방비상태로 노출된다는 사실이다. 갈수록 교묘하고 과학적인 수법으로 침투하는 해킹이나 기타 보이스피싱 등 언제 어떤 식으로 개인정보가 남의 손에 넘어갈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미 대형 백화점이나 공기업은 물론 단체별로 작성된 개인정보가 불과 몇 십 원에 수 백 만명의 명단이 국내·외로 유출되는 사건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뿐인가. 선거가 시작되면 듣도 보도 못한 초대가 남발하면서 개인적인 연락처가 후보들 홍보 진영에 마구잡이로 뿌려진다.

개인정보도 그러하거니와 회사나 기업, 기관의 정보는 더욱 중요하다. 특히 나라를 지키는 국방 분야의 정보는 일국의 안전과도 직결되어 있다. 기업은 어렵사리 연구한 결과가 해외로 유출되어 국익에 위배됨은 물론 기업에게도 치명적인 피해를 가져오기도 한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같이 개인의 자세한 신상정보나 신체적 내용까지 보관한 곳이라면 그 보안유지의 필요성은 더욱 중요한 것이다.

사람이 사는 한 어떤 식으로든 자료는 누적된다. 이 같은 현상은 정보를 필요로 하는 분야일수록 더욱 많은 데이터베이스(DB)가 구축될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이유로 공무원은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유출할 수 없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 것이며, 의료기관에서도 환자의 신체적 비밀을 누출할 수 없도록 규정이 마련된 것이다.

이는 언론에서도 마찬가지다. 취재과정에서 얻게 된 비밀은 절대 유출할 수 없으며, 제보자가 허락하지 않는 한 제보자 신분에 대해서도 엄격히 보안에 부치는 것이 기자윤리강령에 정해져 있다.

간략히 덧붙이자면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는 각 언론사별로 누적되어 막대한 양의 정보가 자체적으로 보관된다. 일선 언론사에서는 정보 보고라는 명분으로 각 지역별로 주재기자들이 파악한 정보를 취합하게 되는데 알고 있다고 보도하라는 원칙은 없다.

따라서 언론사의 창간 연도가 오래 될수록 사회 각 분야별 온갖 정보가 귀중한 자료로 남는 것이다. 대충만 나열해도 독자 여러분들이 이해하듯이 정보란 사회구성 과정에서 발생되는 당연한 부산물이다.

이를 사적인 용도로 악용하거나 개인이나 기업·기관의 비밀을 협박의 수단으로 삼아 이익을 취하는 행위는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

이쯤만 강조하면 뜨끔할 부류의 관계자들이 있겠지만 각자가 알아서 처신할 일이고 어쨌거나 일반 국민의 개인적인 사생활 보호라도 제대로 지켜져서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

오늘은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국가정보원,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보보호를 생명처럼 여겨야할 분야의 공공기관에서 정한 ‘정보보호의 날’이다. 매년 7월 둘째주 수요일로 국민들이 사이버 공격에서 안전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다양한 행사도 개최하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업무상 얻게 된 타인의 정보는 본연의 목적에만 사용되어야 한다. 남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고 약점 삼아 협박을 일삼는 행위는 법적 처벌을 떠나 인간의 기본을 모르는 몰상식에 포함된다.

세월이 지나 사생활 보호에 대한 관련법이 발달된 덕분인지 필자가 33년째 빠짐없이 일기장을 작성해도 검사할 담임이 없고 수 천 건의 칼럼을 작성해도 표현의 자유일 뿐 비밀은 아니다. 개인의 일기든 사회의 변화를 기록한 칼럼이든 모든 역사는 기억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기록에 의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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