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중복 날 당연히 덥지
[덕암칼럼] 중복 날 당연히 덥지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7.26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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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일기예보에 대해 같이 공감해 보자.

날씨란 지구의 적도나 남·북극에 있지 않는 한 사계절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한국은 춘하추동의 변화에 따라 의복·음식 심지어 다양한 풍습까지 변화무쌍한 소재를 갖추고 있으니 이 얼마나 다복한 민족인가.

부정적으로 보자면 복잡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긍정적으로 보자면 대한민국처럼 복 받은 나라도 드물다. 다만 걸핏하면 외세의 침략이나 내란으로 죄 없는 국민들이 피곤해서 그렇지 막상 다른 나라 가보면 그리 별난 곳도 없다. 우리 민족 대대로 전해 오던 풍습 외에 계절을 구분하던 24절기라는 게 있다.

신기하리만치 잘 맞는 24절기는 봄이 온다는 춘분을 시작으로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나는 경칩까지 1년을 24절기로 나눈 것이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 때 생기는 기후변화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기도 한데, 옛날에는 주로 농사일에 많이 참고되었지만 지금은 자동차 운전이나 기타 공사현장, 어부들의 출어에도 많이 참고된다.

각설하고, 오늘은 삼복 더위 중 한 가운데 끼어 있는 중복이다. 복날이면 삼계탕이나 과일, 기타 보신용 음식을 먹는 풍습이 있는데, 이는 더운 날 입맛이 없으니 식사량도 적고 따라서 원기가 부족하니 이를 보충하기 위함이라는 전설이다.

이유인즉 요즘 더위는 자동차 에어컨이나 집집마다 시원한 냉방장치가 켜져 있으니 더위 먹을 일이 없다는 뜻이다. 어쨌거나 중복 날 이처럼 사설이 긴 것은 기상청의 날씨보다 24절기가 더 잘 맞는다면 틀린 말일까. 물론 그럴수도 있겠지만 지난 6월부터 7월의 일기예보를 보면 어지간히도 안 맞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장마가 시작되니 비 올 확률이 70%라고 한다. 다소 흐릴 뿐 비가 오지 않아 중단했던 일들을 시작도 못 하고 며칠을 보냈다. 안 왔으니 나머지 30%에 해당하는 것이고 오보는 아니다. 한 주가 지나서 강수량이 5~30mm 라더니 70mm도 넘는 폭우가 쏟아져 비 단도리를 못한 농작물들이 범람하는 빗속에 속수무책 생기를 잃었다.

7월 8일은 150mm가 넘는 폭우가 온다고 야단법석이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지나 밤이 늦도록 온다던 비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죄 없는 비를 야단칠 일이 아니라 4,537억원의 세금을 사용한 기관의 공염불을 야단쳐야 한다.

기상청 관계자도 날씨 예측이 어려워진 건 분명하고 시스템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인정했다. 약 800억 원짜리 한국형 수치모델을 지난 2020년부터 사용하고 있지만 정확도는 더 떨어졌다. 국회에서도 기상청의 오보에 대해 한심하다 못해 참담하다거나 오보청, 구라청이라는 국민들의 비아냥을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은 바 있다.

날씨는 땅뿐만 아니라 하늘에도 영향을 끼친다. 선박도 그렇지만 항공기 결항도 기상청 오보로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 연간 약 10만 명 이상이 결항으로 인해 공항에서 발이 묶이고 곤란을 겪었다.

오죽하면 국내 항공사들이 연간 1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일본 기상청에 지불하고 기상 정보를 받고 있을까.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24절기라도 볼 텐데 하는 심경이었다. 필자만 그럴까. 그렇다면 독자적인 오판이고 아니라면 해당 기상청은 막대한 1년 예산과 전문 인력이 보여줄 수 있는 오보 축소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먼 바다의 파고나 체감온도가 몇 도인지는 그리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겨울이면 춥고 여름이면 더운 것이 당연함에도 걸핏하면 몇 십 년만에 최악의 가뭄, 홍수, 폭설, 더위, 추위 등 국민들이 자극받을 만한 단어를 사용하여 기상청의 노고를 알리는 미사여구는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물론 하늘이 하는 일을 사람이 어찌 다 알까. 못 맞히는 기상청 관계자들이야 그러고 싶어 그럴까. 어찌하든 잘하고 싶겠지만 그리 마음대로 안 되는 게 하늘이고 때로는 흔들리는 땅이다. 그나마 한국은 일본에 비해 땅이라도 조용하니 덜 욕먹는 것이지 땅까지 흔들거리면 아주 난감할 것이다.

문제는 기상청의 예보 독점이다. 기상법 제17조를 보면 기상청장 외의 자는 예보 및 특보를 할 수 없도록 정해져 있다. 다만 국방상의 목적을 위한 경우와 기상예보업의 등록을 한 자가 예보를 하는 경우는 제외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6개월마다 검열이 필요한 민간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현재 국내 민간일기예보 업체는 K사 한 곳 뿐이다. 현재 국내 국·공립 기관 및 언론사 등 4,000곳에 기상정보를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 비교해 보면 같은 하늘이라도 다른 날씨가 나오니 공무원과 민간업체의 차이는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한 해 4,537억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기상청도 돈이 투입되고 민간업체도 높은 오보율로 인해 수익은 내는데 정부가 틀어 쥐고 있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 특정 학교 출신들의 점유율을 보면 서울대를 비롯해 연세대·부산대·경북대·부경대가 전체 연구관 대비 80%에 육박하는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수진 의원은 기상청의 내부 청렴도는 4~5등급에 폐쇄적 파벌문화와 조직문화 혁신방안에 대해 강력한 지적을 아끼지 않았다. 이 세상 어떤 것이든 원래 라는 것은 없다. 하다보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지금의 모든 첨단 문명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온 것이다.

20년 전이나 40년 전에도 같은 지도, 유사한 일기예보, 우의 입고 나와서 기압전선이 그려진 화면 옆에 서서 어쩌고 저쩌고 할때마다 국민적 공분은 이미 오래전 옛말이다. 다 바뀌는데 안 바뀌면 국회가 움직여야 한다.

국정감사때 큰 소리만 치지 말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기상법도 개정하여 민간업체들이 지역별로 우후죽순 각기 다른 예보를 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 묶을 게 없어 날씨 예보를 법으로 묶는단 말인가. 허리 아프다고 비올 거라는 할머님 말씀이 더 맞고 제비가 마당을 낮게 날면 정확히 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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