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7월의 마지막 불금
[덕암칼럼] 7월의 마지막 불금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7.29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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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탈무드의 기록을 빌리자면 악마가 바빠서 모든 사람을 찾아다닐 수 없을 땐 의지가 약한 자에게 대신 보내는 게 술이라고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술은 인간사회에 뺄 수 없는 삶의 윤활제이자 현대과학으로도 해석할 수 없는 긍정의 액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장점만 보노라면 백 가지도 넘을 만큼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모든 일에 일장일단이 있듯 단점 또한 상당한 것이 술이다.

우리는 통상 가장 흔한 인사말로 차 한잔 하자고 하다가 다음에는 밥 한번 먹자고 하고 그다음이 술 한잔 하자로 이어진다. 3가지 공통점은 입으로 들어가 몸에 채우는 것인데 밥은 동물의 본능적 습관으로 볼 때 먹이를 같이 먹음으로써 같은 무리라는 동질감을 만들어낸다.

가령 늑대들이 먹이를 사냥하고 함께 식사를 즐길 때 다른 여우나 기타 조류들이 감히 끼어들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인가 전국의 모든 공공기관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업무추진비라는 항목이 있다.

대부분 용도가 식대로 지출되는데 어떤 날은 하루 3끼를 꼬박 찾아 먹는 흔적도 있을 뿐만아니라 백성들은 삼시세끼 먹기도 힘들고 결식아동들의 굶주림을 뒤로 한 채 산해진미를 찾아다니느라 오늘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한다. 감히 누가 아니라 할 수 있을까. 어쨌거나 안 찾아 먹는 사람만 바보 되는 세상이고, 어차피 누군가는 먹어야 다음에 다시 예산을 편성할 수 있으니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열심히 찾아다닌다.

세금 징수라는 명분으로 생긴 먹이를 업무추진이라는 명분으로 합법화 해 놓고 입맛에 맞게 찾아다녀야 함께 먹은 자들과의 동질감을 얻게 되는 것이다. 물론 업자들한테 얻어먹는 것보다 낫지만 업무가 먹는 것이라는 상식은 이제 공직사회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밥은 이쯤하고 중요한 건 술이다. 차와 술은 같은 액체라도 전자는 서로 체면과 분위기를 봐가며 어느 정도 예절과 경계가 있는 액체지만, 후자는 사람이 술을 마시고 다음 술이 술을 먹다가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마시는 경우까지 만든다. 맑은 정신에 점잖던 사람도 술이 들어가면 개가 된다거나 이성이 흐려지면 실수를 연발하게 된다.

당연히 술을 같이 마신 동료라는 점에서 때로는 형님·아우가 되기도 하고 도원결의를 맺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는 삼국지를 뒤져보고 성경을 찾아봐도 얼마든지 자주 등장하는 대목이다. 언제부터인가 술은 남성의 전유물에서 여성과의 공유물로 바뀌었다. 불과 십수 년 전만 하더라도 어쩌다 한두 잔씩 하는 여성들의 음주문화는 이제 때와 장소는 물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마시고 때로는 만취되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남녀평등, 과도한 여성 우대 정책이 낳은 변화이기도 하고 여성들의 술자리에 남성 접대부를 부르는 일명 호스트빠는 촌스럽다고 할 만큼 구전이 됐다. 화장실과 목욕탕은 당연히 남녀가 구분되어야 하지만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규정해 주차장의 여성전용구역까지 정하는 현상을 보면서 과연 약자일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이제 커피숍이나 헬스장, 골프장 등 레저·스포츠의 여성은 필수적인 고객층이다. 반대로 공사장이나 기타 험한 일을 하는 현장에서 여성은 찾아볼 수 없다. 어쩌다 있다 해도 고도의 노동력이 있어야 하는 분야는 남성의 전유물이다. 하지만 경제력이나 기타 인맥, 경찰·군인 등 사회적 영향력에서 여성은 점차 그 기능과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술도 사회적 위치도 남녀가 평등해지는 시대에서 참고 해야 할 게 있다면 일거양득이 아니라 일득일실이라는 점이다. 과연 여성들의 과감한 사회진출이 약자라는 인식에서 동등함이라는 위치로 진급하면서 마냥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동반된다.

특히 연령이 낮은 여성음주자의 비중이 커지면서 자유와 방종의 경계선이 무너질 공산이 크다. 그래서인가 술은 윗사람한테 배워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취할수록 말이나 행동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일종의 조언인 셈인데 주자십회 중에서도 음주망언설 후회가 있으니 술과 인간은 불가분의 관계임이 틀림없다.

음주에 이어지는 것이 가무라면 한국의 노래방 사업이 부산항에 입항한지 30년이 지나도 성업 중인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시대가 변했다. 과거에 연연할 건 아니지만 늦은 밤 술 취한 젊은 여성들의 휘청거림이 흔한 거리의 한 장면을 보면서 반듯하고 단정한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어떤 것이든 과유불급이라 했다. 적당한 것은 남이 보기에도 자신이 느끼기에도 훈훈하지만 과한 것은 아니함만 못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그렇다면 한국사회에서 술은 어떤 역할을 하며 관련 산업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술과 안주의 제조, 다양한 업종별 유통, 성인이면 밤이 늦도록 얼마든지 먹고 마실 수 있는 소비문화, 기타 종사원들과 2차·3차 관계자들까지 포함하면 한국의 지하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국민이 취하면 국가가 휘청거린다.

소비는 중요하지만 낭비는 줄여야 한다. 그리고 점차 각박하고 인정이 말라가는 사회에서 술은 친밀감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액체이고 땀과 눈물도 소중한 체액이다. 반면 쉽고 편한 것만 찾고 모든 사람들이 인내보다는 안일함에 젖으려 한다면 누가 땀과 눈물을 흘릴까.

불타는 금요일, 일명 불금의 밤에 필자의 눈에 비춰진 도심의 야심한 밤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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