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섬마을 선생님
[덕암칼럼] 섬마을 선생님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8.09 08: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해당화 피고지는 섬마을에 철새따라 찾아온 총각선생님…” 대한민국 가왕 이미자 가수의 섬마을 선생님 노랫말의 첫 대목이다.

서울에서 교사가 된 총각이 섬마을로 부임 받아 교편생활을 하다 19살 섬마을 처녀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다는 내용이다.

요즘 학년으로 보자면 고3 재학 중인 여학생인 셈인데 어쨌거나 섬마을 선생님의 노래 배경이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라는 점은 상당한 증거가 뒷받침되어 대부도 섬마을 축제 준비위원회가 2020년 8월 대남초등학교 고랫부리 727번 버스 정류장 앞에 노래비까지 세운 바 있다.

지금도 대부도를 섬이라 부르는데, 1994년 1월 24일 시화공단 오이도와 물막이 공사를 끝냈고 지방도 제301호선으로 개설되면서 사실상 섬에서 육지로 변경됐다. 진짜 섬은 대부도에서 서쪽으로 더 가면 선제도라는 섬이 있고 가던 방향으로 더 가면 영흥도라는 섬이 있다.

교통 편의상 영흥대교가 있어 육지와 같은 편의성을 느끼지만, 해당 교량은 2001년 11월 15일 1.25km의 왕복 2차선으로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소의 운영을 위해 착공한 뒤 인천광역시에 기부 채납한 것이다.

국도가 아니다 보니 행정구역상 아직도 섬인데 연간 약 400만 명이 찾는 서울과 수도권의 최근접 최고 관광지로 손꼽히고 있다. 섬이란 단어만으로 여행이란 선입견과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연상할 수 있는데 풍부한 해산물은 물론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할 수 있으며 도심의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힐링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사실 대한민국 영토에서 섬이 많은 곳은 남해안이다. 지리적으로 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많아 물이 빠지고 나면 갯벌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무인도가 수도 없이 많은 반면 동해안은 시각적으로 멋진 풍경이지 섬이라고는 울릉도나 독도가 전부인 셈이다.

이동 거리상 남해안은 큰마음 먹어야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서해안 중에서도 영흥도는 섬의 특징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통편의가 마련되어 비교적 부유한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어제는 2019년 8월 8일 법률 제15498호로 개정되어 제 1회 국가기념일로 정한후 제3회째 맞이하는 ‘섬의 날’이다.

그동안 한국관광공사에서 섬의 날에 대해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 바 있으며 3,383개나 되는 섬나라로 세계에서 4번째로 섬이 많은 국가임을 국제적으로 알린 바 있다. 물론 섬의 크기로 치자면 제주도가 가장 크겠지만 이동 거리나 자연 풍경으로 손꼽자면 영흥도가 대표적인 섬마을이라 할 것이다.

정부는 도서개발촉진법에 의해 1988년부터 2017년까지 3차에 걸쳐 3조 1천억을 투자한 바 있고 2018년에는 4차 계획을 수립하여 행안부와 국토부가 2027년까지 1,256개 사업 1조 5천억을 투자할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최초의 제1회 섬의 날 행사는 전라남도 목포시 삼학도 일원에서 개최된 바 있는데 정작 영흥도에서는 이렇다 할 섬마을 축제가 전무한 편이다.

지리학적으로 전남지역은 국내 전체 섬 중 약 54.5%인 1,844개를 확보하고 있어 집중적인 관심을 받아왔다. 섬의 날의 근거는 섬발전촉진법 제1조에 명시되었듯이 섬이 생산, 소득 및 생활기반시설의 정비, 확충으로 생활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섬지역 주민의 소득 증대와 복지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해마다 행안부가 주최하고 전라북도와 군산시가 주관한 섬의 날 행사가 이제 영흥도에서 개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영흥도를 찾는 관광객의 인원수에 비해 열악한 교통 환경으로 한번 찾으면 다시 오기가 두려울 만큼 정체가 심하다는 점과 해당지역의 공적 관광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가령 대부도 입구는 관광안내소를 비롯해 해양체험관이 최근 건립되었고 육지나 다름없는 곳임에도 섬의 대우는 상당한 편이다. 포도, 승마, 유리, 어촌민속박물관, 염전, 등대 뿐만 아니라 섬 속의 섬 구봉도 등 이루 셀 수 없이 많은 관광 소재가 산적한 반면 영흥도는 천혜의 자연적 특징을 안고 있음에도 이렇다 할 활성화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인천의 소각재 매립지로 선정되어 논란이 일었다가 전면백지화가 되면서 함께 수그러진 제2영흥대교가 화제로 떠오르고 있는 건 단순한 교통편의를 떠나 섬 마을 관광에 일대 변화가 예견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영흥도에는 국내 최대 공기업인 남동화력발전소가 2004년 7월부터 현재까지 6호기가 준공되어 운영 중이며 해당 부지에는 인천광역시에서 매입한 부지가 지역주민들을 위해 활용되지 않고 방치된 점부터 문제다.

골프장이나 기타 놀이공원 하나 없이 갯벌체험에 펜션에서 고기 구워먹는 게 전부인 관광인프라는 영흥도 관계자 모두가 스스로 돌아봐야 할 숙제다. 자연은 자연대로 살리고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함께 공존하는 방법은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되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영흥면, 옹진군, 인천광역시가 함께 고민해야 할 일이다.

예산을 퍼부어도 얼마나 효율성을 거두고 있느냐에 따라 예산확보를 위해 발로 뛰는 정치인들도 명분을 찾는 것이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면 발전 가능성도 그만큼 위축되는 것이다. 가령 2019년 2월 26일 해양관광 거점 어항으로 개발하려고 국가 어항으로 지정된 이래 493억 원이라는 공사비가 투입되었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수협직판장에 화재가 났어도 천막치고 임시 영업을 해야 할 만큼 너따로 나따로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방치현상은 가능성이 충분함에도 이를 활용하지 못한 관계자들의 무심함도 한몫 했다고 볼 수 있다. 국가 어항답게 잡은 고기 팔 수 있는 경매시장도 생겨야 하고 유통시스템 활성화에도 행정규제를 풀어야 한다.

제3회 섬의 날은 이렇게 넘어가고 4회에는 성대한 잔치라도 벌여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